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06)
#재능만렙 플레이어 506화
“아. 그거?”
김혁진이 말했다.
“천룡의 이름을 팔고, 아까처럼 많은 지저인들을 소환해 내고, 심지어는 시스템 메시지까지 왜곡해서 보낼 수 있는 존재였잖아.”
여기까지 보면 굉장한 존재다.
“맞다. 그랬었지?”
“그런데 본인의 능력자체는 상대적으로 약했어. 존재값도 그렇게 강대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가진 바 다른 능력들에 비해 본신의 능력이 약했다. 상식적이지 않은 수준만큼.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외부의 힘을 이용해서 힘을 빌려다 쓴 것 같단 말이야.”
“외부의 힘? 그게 뭔데?”
“글쎄. 그건 모르겠어.”
외부의 힘을 이용한 것은 확실했다.
“근데 이 방법. 어디서 많이 봤거든.”
마정석을 이용하여 그 힘을 극대화하는 진법가들의 방식. 그것과 똑같았다. 중국 진법가들. 그 것도 악몽 소속의 진법가들과 같았다. 모사꾼을 상대했던 김혁진이다. 그래서 더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엄청난 고급정보를 가졌고, 악몽과 깊은 관련이 있으면서, [삶은 인간 고기]에 대한 맹목적인 목표.”
그것들이 ‘불멸자’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불멸자치고는 무언가 많이 부족해 보이는 모습. 그러면서 불멸자의 힘을 갖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
그래서 ‘완성되지 못한 불멸자‘라고 표현했다. 그 생각은 맞아 떨어졌다.
“만약 불멸자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
“그야.”
김혁진이 이사벨의 귓가에 무엇인가를 속삭였다. 이사벨의 눈이 커졌다.
“정말이야?”
“응. 그러니까 걱정 마.”
그사이, 이사벨의 발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검제의 낙인’ 권능이 힘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사벨의 몸이 조금씩 없어졌다. 다시 검림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사벨의 하반신이 모두 사라졌다. 이사벨의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연인을 1초라도 더 보고 싶다는 듯. 김혁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입으로는 경고했다.
“바람피우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어.”
어차피 바람피울 생각도 없다. 김혁진도 이사벨 외에 다른 여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김혁진도 늘 이사벨이 보고 싶다.
김혁진이 피식 웃고서 말을 이었다.
“장거리 연애. 힘드네.”
“우리 연애 아니야. 결혼이지. 얼렁뚱땅 연애로 뭉개지마.”
김혁진은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이사벨의 상반신이 사라졌다. 이사벨이 빙그레 웃었다.
“그래도 조금 안심이 되네.”
이사벨의 모습이 사라졌다. 메시지가 보였다.
[‘순혈의 검제‘가 조금 안도합니다.]* * *
강솜이가 김혁진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이사벨에 관해서도 궁금한 것들이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궁금한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퀘스트 클리어에 대한 알림도 전혀 없고, 필드에 변화도 없어요. 사실상 [지저 주술사]는 보스 몬스터였을 텐데요.”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데 성공하면 보통은 해당 게이트나 던전이 클리어된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일단 몇 가지만 여쭤볼게요, 길드장님.”
“그러시죠.”
“아까, 이사벨님의 귀에 뭐라고 속삭이신 건가요?”
“필드 클리어와 관련이 있습니까?”
“만약 지저 주술사가 불멸자가 아니었을 때를 가정한 차선책도 있었던 거잖아요.”
“네.”
차선책.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었다.
“아까 강솜이 씨가 파악했던 지저 주술사는 얼마나 강했습니까?”
“우리 모두를 몰살할 수 있을 만큼 강했죠. 특히 지저기사의 엄호를 받는 지저 주술사는, 우리 수준에서는 절대 상대 못 했어요.”
“제 능력을 모두 감안해도요?”
“네.”
김혁진도 저 판단에 동의한다.
“그런데 여기서, 제 모든 능력이 30퍼센트씩 증가한다면요?”
“30퍼센트요?”
강솜이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30퍼센트 강화된 김혁진이라. 그러면 어찌어찌 상대가 될 것 같기는 했는데, 여전히 역부족이었다.
김혁진이 다시 말했다.
“그러면 그 상태의 제가 증폭된 [안식의 번개]를 사용할 수 있다면요?”
“…….”
“그리고 제 목표는 지저 주술사 한 명이었을 겁니다.”
지저인들은 지저 주술사가 소환해낸 소환수들에 불과했다. 따라서 지저 주술사만 없애면, 모든 지저인들이 사라졌을 것이다.
“안식의 번개 능력좀 공유해주시겠어요?”
섬김의 탐험가 강솜이에게 설명창을 공유해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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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의 번개]적에게 영원한 안식을. 깨어날 수 없는 잠에 빠져들기를.
거인들의 왕 ‘카툴루‘가 적에게 사형을 내릴 때에 읊조리던 영창입니다. 카툴루는 훗날 이 영창을 형상화하여 하나의 정형화된 능력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안식의 번개‘가 바로 정형화된 영창입니다.
* M/P를 모두 소진하여 대상의 머리 위에 강력한 번개를 소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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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의 번개는 김혁진의 강력한 한 방이다. 강솜이는 머릿속으로 계산해봤다. 환상이 보이는 것 같았다.
‘30퍼센트 증폭된 능력.’
그 것은 ‘거인왕의 용살반지‘에서 기인한 버프다. 김혁진 길드장은 지저 주술사를 처음 상대할 때 일부러 용살반지를 빼버린 것 같았다. 일부러 말이다.
‘거기에 안식의 번개를 또다시 증폭.’
증폭에 증폭.
이 역시 ‘거인왕의 용살반지‘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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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거인왕의 영창과 관련된 능력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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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의 번개는 곧 거인왕의 영창을 형상화한 능력이다. 따라서 용살반지를 통해 그 파괴력을 증폭시킬 수 있다.
강솜이는 결국 인정했다.
“그 정도 힘이면, 지저 주술사를 이길 수 있었을 것 같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게 더 간단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래요?”
강솜이가 판단하기에 김혁진은 굉장히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사실 두번째 방법은 ‘차선책‘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이쪽이 최선책이었다. 지저 주술사가 불멸자이든 아니든 상관 없는 방법이니까. 변수 하나가 제거되어, 더 안전한 방법이니까.
‘길드장님은 충분히 합리적인 사람인데…….’
강솜이는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다운 구석이 있네.’
우리 길드장님. 로보트 아니네. 감정이 있는 사람이네. 결국 아내 보고 싶어서 조금 불완전한 길을 선택한 거네.
‘하긴. 외모랑 분위기가 비현실적이고 초월적이긴 했어.’
그래도 김혁진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사람 강솜이에게는 꽤 좋게 다가왔다. 그런데 탐험가 강솜이에게는 아니었다.
“플레이 진행에 길드장님의 사적인 감정은 배제되었으면 좋겠는데요.”
“…….알겠습니다.”
“결과적으로 길드장님이 옳기는 했지만요.”
김혁진은 기분 나쁘지 않았다. 강솜이는 강솜이가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 해야할 말을 잘 했다. 만약 이 사실을 짚지 않았다면, 오히려 강솜이에게 실망했을 것이다.
“어쨌든. 길드장님 덕택에 [지저 주술사]가 불멸자라는 사실. 그리고 [악몽]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알게 됐네요.”
또 그렇게 따지면 김혁진의 선택이 오히려 옳았던 것이기도 했다. 강솜이가 변명하듯 말했다.
“결과적으로 옳게 된 거지, 과정이 옳았다고 말하는 건 아니에요.”
“계속하시죠.”
“그리고 반쪽짜리 불멸자인 [지저 주술사]는 천룡 베일사라의 심장을 응용해서 힘을 뽑아낸 것 같아요.”
진법가들이 마정석을 통해 힘을 뽑아냈던 것처럼. 강솜이가 말을 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죠.”
“…….”
“지저 주술사가 베일사라의 심장을 이용하여 강력한 힘을 구사한 게 아니라.”
그 반대.
“[베일사라의 심장조각]이 지저 주술사를 지배했다면요? 그러니까 반쪽짜리 불멸자는 사실 지저 주술사가 아니라 [베일사라의 심장조각] 쪽이었다면요?”
베일사라의 심장조각.
그 조각에 담긴 천룡의 의지가 지저 주술사를 오염시켰고, 지저 주술사가 그 의지에 따라 행동했다. 강솜이는 그렇게 바라보았다.
김혁진은 강솜이의 말을 경청했다.
‘지저주술사는 반쪽짜리 불멸자였다.’
불멸자.
위대한 업적을 이미 이루었지만 그보다 더 높은 업적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이들. 자신의 목표에만 매몰되어 살아가는, 보통은 괴물로 전락해 버리는 이들.
지저 주술사는 불멸자라고 보기에는 애매했다.
완성되지 않은, 혹은 반쪽짜리였다.
‘베일사라의 심장 조각에 담긴, 베일사라의 의지가 불멸자로서 행세했다면…….’
그렇다면 말이 되었다. 천룡 베일사라의 이름을 팔 수 있었던 것도 설명이 되었다. 그리고 하나 더. ‘무색의 권좌’를 위한 연출을 선보였으나 무색의 권좌는 완전히 침묵했었다. 그의 치부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강솜이가 말했다.
“천룡 베일사라의 마지막 의지. 그게 뭐라고 했었죠?”
“아룡들을 키워내는 것이요.”
그 의지가 잠든 곳. 그리고 그 의지가 불멸자 행세를 하며, 지저인들을 지배했다. 어떻게 그 것이 가능했을까? 이 ‘장소‘ 와 ‘의지‘가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를 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지저는…….”
알 것 같았다. 둘이 동시에 말했다.
“용의 둥지.”
“용의 둥지.”
용이 성장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을 갖추었고, 용의 성장에 매우 유리한 곳이었다. 천룡 베일사라의 심장 조각에 담겨 있던 의지가 폭발적으로 반응하기에 유리한 필드.
그때, 반기명이 말했다.
“혁진 형. 석판 좀 다시 주세요.”
석판을 받아들었다. 해석이 막혔던 부분. 그 부분을 더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석판에 미지의 길이 있다.
-심연의 끝에 악몽의 눈동자 ——-.
이후 석판을 해석해서 뽑아낸 키워드들을 떠올렸다.
지저거인. 심연. 지하. 이미 알고 있는 길.
이름과 내용이 똑같은 게이트.
다중입구. 오공. 물거인의 그림자.
거기에 두 개의 키워드가 추가 되었다.
‘불멸자. 그리고 용의 둥지.’
그 두가지 키워드가 열쇠였다. 반기명이 입을 열었다.
“불멸자. 용의 둥지.”
반기명 눈에만 보이는 글자들이 이리저리 생성되었다가 복잡하게 나열되었다. 온갖 문양이 반기명의 눈앞을 휘젓고 다녔다.
반기명은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현정화가 반기명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반기명이 이상해 보였다.
“반기명 씨?”
김혁진이 현정화의 손목을 잡았다.
“괜찮아요. 건드리지 마세요.”
김혁진은 반기명의 상태를 읽어낼 수 있었다.
지금 저 상태. 김혁진도 잘 아는 상태다. 영창을 읊기 전, 무아지경에 빠지는 상태. 의지가 아닌 무의식 속에 내재된 영창. 반기명도 영창을 사용하게 된 것 같았다.
반기명이 영창을 읊기 시작했다. 김혁진의 영창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예언가의 예언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심연의 끝에 악몽의 눈동자가 그대들을 맞이하리니.”
“그림자에 숨어 눈동자를 마주하라.”
석판이 빛이 나는가 싶더니 쩌적- 갈라지기 시작했다.
뚝. 뚝.
천장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다. 벽면에서도 물이 새어 나왔다. 김혁진이 주위를 둘러봤다. 공간 전체에 물이 차올랐다. 순식간에 발목까지 물이 차올랐다.
‘평범한 물이 아니야.’
일반적인 물이 아니었다. 정화된 경회루 시나리오에서 경험했었던 물이었다. 너무 무거워 자력으로 탈출할 수 없는 물.
“설중수(雪重水).”
현정화가 물었다.
“그게 뭐죠?”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강상구가 낑낑대며 움직여보려 했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발이 안 움직여.”
“무거운 물이니까.”
반기명의 영창이 계속 들려왔다.
“그대가 만약 세상 너머의 것들을 보았다면.”
“세상 너머의 것들을 향해 전진할 수 있으리라.”
언령술사의 영창을 들으면서, 김혁진의 눈이 붉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지저.
이곳이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