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09)
#재능만렙 플레이어 509화
쇼비도비가 말했다.
“이봐, 사장님.”
“세니아라 불러주십시오.”
“사장님은 사장님이잖아.”
“호칭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편집자 두 명만 더 뽑아줘. 내 밑으로.”
세니아는 쇼비도비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편집자 둘을 더 뽑아 달라니.
“저번에도 셋이나 뽑아주지 않았습니까?”
셋 다 일주일을 못 버티고 나가 버렸다. 쇼비도비가 지나친 장인정신을 요구하기 때문이었다. 쇼비도비는 상사로 두기에는 지나치게 까다로웠다.
세니아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쉴 뻔했다.
“알겠습니다. 뽑아드리겠습니다.”
“일 잘하는 똘똘한 놈들로.”
세니아는 쇼비도비를 욕하지는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쇼비도비가 직접 편집한 영상은 다른 영상들의 조회수를 3배 이상 웃돌기 때문이었다.
쇼비도비가 킥킥대며 웃었다.
“지금 김혁진의 플레이는 말이야, 과거 영상 없이 보면 난잡하고 복잡하단 말이지. 무슨 한 놈의 플레이어가 이렇게 많은 일에 엮여 있어?”
얽혀있는 것이 너무 많다. 김혁진의 플레이를 처음 보는 수호자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 포인트를 잘 짚어내 깔끔하게 편집하고 이어붙이는 것이 쇼비도비의 역할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김혁진의 과거 플레이를 모르면, 지금 플레이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알고 있습니다. 쇼비도비가 아주 잘해주고 있죠.”
세니아는 이제 반짝 떠오른 초신성이 아니라, 아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간 관리자가 되어가고 있다. 어마어마한 속도의 성장이었다. 쇼비도비의 역할이 컸다.
쇼비도비가 챙! 챙! 가위질을 했다.
“물론 내가 아주 잘한 것도 있긴 한데.”
가위질이 빨라졌다. 몇몇 반응들을 모아서 가져왔다. 쇼비도비 앞에 홀로그램이 떴다.
“이게 뭔가요?”
“보면 몰라? 김혁진이랑 관련된 거잖아.”
-전 차원을 통틀어 가장 보기 드문, 그리고 가장 탁월한 플레이.
-역사상 가장 뛰어난 플레이를 보여주는 플레이 메이커.
기타 등등…….
김혁진을 표현하는 많은 묘사들이 있었다. 김혁진을 즐기는 수호자들 가운데에서도 극성인 수호자들이었다. 그들 중 몇몇은 김혁진이라는 콘텐츠에 푹 빠졌다.
-‘물거인의 농장’이 진행된 차원은 전 차원을 통틀어 3번에 불과했다.
-가장 올바른 방법으로 접근한 ‘물거인의 농장’ 시나리오.
-한국 서버의 규모는 매우 작다. 그러나 그 안에서 벌어지는 플레이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그들은 ‘물거인의 농장’에 크게 집중했다.
“이대로라면 김혁진은 물거인의 농장을 수월하게 클리어할 거야. 그렇게 되면…… [무색의 권좌]가 [영면을 선택한 거신]을 깨우겠다고 했어.”
“……예?”
영면을 선택한 거신.
1세대 중간 관리자들이 활동할 때에 왕성하게 활동했었던 매우 유명한 수호자다. 현재는 활동하고 있지 않았다.
“영면을 선택한 거신이라면…….”
“그래. 마그나 게이트를 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수호자 중 한 명. 재미있겠지?”
* * *
김혁진은 알 수 있었다. 과거 수중마물 군락지에서, 물거인이 크게 도와줬었다는 사실을.
“경회루 세상 너머에서 나를 처음 봤었고. 수중마물 군락지에서는 나를 도와줬었군.”
왜일까?
왜 물거인처럼 강대한 힘을 가진 존재가 자신을 도왔을까? 인간이라는 존재가 불쌍해서? 혹은 인간 자체를 좋아해서? 그건 아닐 것이다.
“내게 원하는 것이 있겠어.”
“그래. 원하는 게 있다. 너는 이미 그 힘을 가지고 있더군.”
김혁진을 알 것 같았다. 물거인이 원하는 능력. 쉽게 유추가 가능했다.
“군락지를 선포해 달라는 얘기 같은데.”
물거인은 돌아가지 않았다.
“그래. 우리에게는 농장이 필요하다. 수중 포식수를 재배하는 농장이.”
“어째서지?”
“그 이유가 네게 중요한가?”
김혁진은 거대한 눈동자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눈동자가 심장을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거인이 말했다.
“내가 너를 강제하고 핍박하지 않는 것은, 내가 충분히 합리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합리적이기 때문에, 나를 핍박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겠지.”
“나는 충분히 너를 힘으로 굴복시킬 수 있다.”
“그러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을 테고.”
“내 존재값을 느끼고 있을 텐데 두렵지 않은가?”
“두렵다면 내가 이러고 있을까?”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한 마디를 지지 않는군.”
물거인은 기분 나쁜 듯 투덜거렸지만 실제로 크게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감각안으로 느껴졌다. 물거인은 기분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약간 흡족한 것 같았다.
“좋다. 네게 부탁을 하나 하려 한다. 그 전에 몇 가지 가르쳐 줄 것이 있다.”
김혁진의 눈에 환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정보들이 전해졌다.
물거인.
그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거인들이었다. 많은 속성의 거인들 중, 물거인들은 포식수를 가꾸고 키워냈다.
‘포식수를 굳이 왜?’
화면이 바뀌었다. 환상이 계속 이어졌다.
‘포식수를 먹이로 주고 있다.’
뭐지? 자세히 살펴보니,
‘용?’
용이었다. 김혁진이 알고 있는 용과는 조금 달랐다. 날개가 퇴화되었고 눈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강대한 마법력의 흔적은 남아있지만 제대로 된 마법을 구사하지는 못했다.
‘퇴화된 용인가.’
그 표현이 딱 맞았다. 퇴화된 용이었다. 거인들은 퇴화된 용을 키워서 잡아먹었다. 인간이 돼지와 소를 키워 잡아먹듯, 거인들은 용을 키워 잡아먹은 셈이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것들은 우리의 주식량이다. 보다시피 용이지. 이것은 수천만 년 전, 용족과 거인족의 거래에 의한 산물이었다.”
다양한 거인들이 존재하듯, 용도 마찬가지였다. 용도 다양한 용들이 존재했다.
“용들 중 세력이 가장 약했고, 마법력이 일천했던 용들이 있었다.”
개체수도 가장 적었다. 토룡(土龍)이라 불리는 족속이었다.
“용들은 거인들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토룡을 거인들의 가축으로 넘기는 것에 동의하였다.”
용과 거인.
둘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거래였다.
거인은 더 이상 용을 사냥하지 않아도 되었고, 용은 더 이상 거인과 싸우지 않아도 되었다. 피해는 토룡들만 짊어지면 되었다.
김혁진은 깨달았다.
‘그래서 용들은…… 토룡들을 강제로 약화시켰다.’
일부러 약화시키고 자아와 의지를 말살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토룡들이 희생당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거인족들이 키우던 토룡들인 것 같았다.
“퇴화된 용. 그 용을 기르기 위한 가축용 식량. 그게 포식수란 얘기군.”
“그렇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 다른 환상이 보였다. 커다란 원탁에 형형색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남녀들이 앉은 채 회의를 했다. 찬반토론이 이어졌다.
개중 하얀색 머리카락을 가진 자가 원탁을 꽝! 내려쳤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이루어진 동의였소. 나는 그들을 외면할 수 없소, 그들 역시 자아와 의지를 가진 용들이란 말이오!”
그가 바로 천룡 베일사라였다.
“우리 동족을 그들의 먹이로 내어주느니, 나는 차라리 전쟁을 택할 것이오.”
천룡 베일사라는 자신을 따르는 용들을 데리고 거인들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그것이 거룡(巨龍)전쟁의 시작이었다.
“베일사라는 강대한 천룡이었고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 전쟁을 지속해야만 했다.”
전쟁의 양상은 팽팽했다.
천룡 베일사라가 강력하기는 했지만 같은 용족들의 견제를 받아야만 했을뿐더러 거인들 역시 만만치 않게 강했기 때문이다.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 천룡 베일사라에게도 거인족 지원군이 등장했다.
-우리가 너를 돕겠다, 베일사라.
거인족 지원군.
바로 지저거인들이었다. 김혁진이 물었다.
“지저거인들은 왜 천룡을 도왔지?”
“지저거인들은…… 반쪽짜리 거인들이었다.”
말하자면 용족들 중 토룡이 있었다면, 거인족들 중에는 지저거인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들은 다른 거인들에 비하여 모든 부분에서 부족했다. 너희 인간들 표현에 따르면 재능이 없었지. 모든 면에서.”
“…….”
“그래서 그들은 거인들의 정상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사실 거인들은 그들을 거인이라 인정하지 않기도 했지. 그들은 늘 핍박받았고 무시당했다.”
“…….”
“그래도 그들을 거인이라고 부르기는 했었다.”
김혁진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지저거인들이 오공들을 키우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래.”
지저거인은 오공을 키운다. 오공은 포식수의 먹이다. 포식수는 용의 먹이이고, 용은 거인의 먹이다. 이러한 먹이사슬관계가 형성된다.
“너희 거인들에게도 지저거인이 필요했었다는 얘기네.”
거인이기는 했으나 거인의 힘을 모두 가지지는 못한 일족. 그것이 지저거인들인 듯했다. 김혁진은 문득 자신의 과거가 떠올랐다. 그도 타고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재능판은 모두 닫혔었고, 공시에는 매번 떨어졌었다. 회귀 전. 그는 실패자였었다.
김혁진이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무시하고 핍박했지만, 필요하기는 했었다라. 썩 유쾌한 얘기는 아니군.”
타고나기를 조금 부족하게 태어났다고 해서 그것이 핍박의 근거는 되지 않는다. 부족한 게 나쁜 것이 아니라 핍박하는 게 나쁜 것이다.
김혁진은 그렇게 믿었다. 더더군다나 지저거인들은 그들이 잘하는 것이 있었다. 힘은 약했을지 몰라도, 그들은 지저에서 거인들에게 필요로 하는 생물들을 키워내는 역량이 있었다.
물거인이 말을 이었다.
“어쨌든 지저거인들의 지원을 등에 업은 베일사라는 거인들의 궁전까지 진군하는 데 성공했다. 지저거인들은 지하에 수많은 굴과 길을 만들어 놓았고, 그것이 유효하게 작용했지.”
그런데 거기서 반전이 있었다.
지저거인들을 이끌던 지저거인들의 왕 ‘마이커’가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거인들이 나를 배신할 지라도. 나는 거인을 배신하지 않는다.
지저거인들이 모두 외쳤다.
-우리가 거인이기 때문이다.
지저 가장 깊은 곳.
그곳에서 지저거인들은 천룡 베일사라와 전쟁을 시작했다.
“그곳은 지저거인들에게 매우 유리한 곳이었다. 천룡은 지저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없었고,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저거인들이 지저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결국 지저거인들은 베일사라와 공멸했다.
“그럼 지저거인들은 멸종했나?”
“극소수만 살아남아 연명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 그들은 지저에서 살아가는 종족이고, 스스로 나타나지 않으면 찾아낼 방법이 없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살아남은 극소수의 지저거인들과 [악몽]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
모사꾼이 레벨 90대에 이르는, 가짜 지저거인들을 소환해 냈었다. 그게 우연은 아닐 거다. 지저거인들이 악몽을 돕고 있다. 그렇게 유추가 가능했다. 악몽의 실체에 조금 더 접근한 것 같았다.
전후 배경을 알게 되었다.
‘이걸 알려주기 위해. 나를 지저로 보낸 거네.’
생뚱맞게 이곳으로 온 건 아니었다.
‘결국 악몽과 대적한다는 건 지저거인과도 대적을 한다는 뜻이 되는데.’
괜찮았다. 어차피 달라지는 사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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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아버지]용이 아버지로 인정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입니다. 이 칭호를 가진 자는 용의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용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게 됩니다. 또한 마나가 존재하는 곳에서 용을 소환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게 됩니다. 단, 지저거인과는 척을 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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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거인과는 애초에 척을 지게 되어 있었다. 그게 더 확실해졌을 뿐이다. 그리고 물거인은 지금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포식수 군락지의 진정한 지배자인 김혁진에게.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내가 포식수 군락지를 선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을 테고.”
“알고 있다.”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배경을 토대로 어떤 실리를 취할 수 있을 것이냐였다.
“물거인. 네게 거래를 제안한다.”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히든 시나리오. ‘물거인의 농장’을 클리어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