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10)
#재능만렙 플레이어 510화
아니나 다를까.
[‘베니스의 상인’이 당신의 혜안을 기대합니다.]베니스의 상인은 김혁진을 지켜보고 있었다. 김혁진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필요한 경우. 나는 포식수 군락지를 선포해 주겠다.”
“우리가 필요한 경우?”
그러려면 물거인이 김혁진 자신을 소환하거나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
“나와 연락할 수 있는 매개체. 혹은 소환할 수 있는 어떤 도구 같은 거.”
“……계속 말해봐.”
눈치를 보아하니 그런 아이템이 있는 것 같았다.
“군락지가 선포되어도 만약 지네들을 원활하게 수급할 수 없다면, 군락지의 의미가 사라진다. 내 말에 동의하지?”
“동의한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서버에는 진주오공들을 원활하게 포획할 수 있는 게이트가 몇 군데 있다.”
“…….”
“그리고 나는, 그 게이트의 공략법을 모두 알고 있다. 너희에게 충분할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한 양의 오공들을 공급해 줄 수 있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눈동자. 그 눈동자에 깃든 살기가 거의 사라졌다. 거대한 눈동자가 더욱 커다래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게이트가 실제로 존재하고, 그 곳에서 오공들을 계속 잡아올 수 있는 것이 사실인가?”
“그래.”
“너희처럼 강대한 종족이 모르는 걸 보면, 시스템의 간섭이 있었겠지.”
다시 말해 거인들은 그곳에 못 들어간다. 오로지 플레이어만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았다. 물거인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너는 무엇을 원하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나?”
“내 선에서 가능한 것이라면 뭐든.”
물거인은 이리저리 재지 않았다. 그만큼 물거인에게 있어 포식수는 중요한 듯 보였다.
“나는 너희를 돕게 되면서, 지저거인과 척을 지게 됐다.”
“어째서 얘기가 그렇게 되지?”
“지저거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대신 해주게 되는 거잖아. 안 그래도 거인들은 지저거인을 거인취급 해주지 않았다며.”
지저거인은 스스로 거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진 종족이다. 그런데 지저거인의 마지막 역할까지 빼앗아 버린다면?
“그러면 나는 눈엣가시가 되겠지. 너무나 당연한 걸 묻는군.”
“…….”
사실은 아니다. 용의 아버지가 된 이후, 어차피 지저거인과는 척을 지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굳이 밝혀주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너희들의 보호를 필요로 한다.”
“보호라.”
“내가 필요로 할 때, 너희를 소환할 수 있으면 좋겠군. 너희는 날 도와야 한다.”
“잠시 회의가 필요하다.”
물거인이 사라졌다. 그제서야 강상구는 푸하-하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물거인, 그 녀석. 사라진 거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와. 진짜 나 숨도 못 쉬는 줄 알았어.”
현정화도 그 말에 동의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존재.
그 미지의 존재가 내뿜는 존재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그런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대상과 태연히 대화를 나누고, 심지어 한 마디도 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김혁진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김혁진 길드장님은 긴장되지 않으세요?”
“긴장됩니다.”
“전혀 긴장 안 하신 거 같던데.”
“물거인이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제 목숨은 날아갑니다. 어떻게 긴장 안 할 수가 있겠어요?”
“……역시, 그렇죠? 긴장하신 거죠?”
현정화는 긴가민가했다. 긴장했다고 대답하는데, 긴장 전혀 안한 것 같다. 현정화가 강솜이에게 물었다.
“늘 저런 식인가요?”
“보통은요.”
강솜이가 히히히 웃었다.
“그래서 늘 짜릿하죠, 우리 길드장님은.”
“짜릿한 게 확실한가요?”
짜릿하다못해 저릿해서 심장마비 걸릴 거 같던데.
“재미있잖아요. 길드장님아니면 또 이런 경험을 어디서 하겠어요? 세상에. 거인과 거래라니.”
“…….”
강상구가 또다시 헙-숨을 들이마셨다. 또 존재감이 느껴졌다. 물거인이 또 나타난 것 같았다. 실제로 물보라가 일었다. 강상구는 입을 다물었다. 등 뒤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네게 힘을 빌려줄 수는 있다.”
“좋은 소식이군.”
“그러나 모든 상황에서 도와줄 수는 없다. 인간이 사용하기에 우리의 힘은 너무 강대하다. 그 것이 우리의 결론이다. 도와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지 못하게 되어 있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럴 줄 알았다.
“나도 그걸 바라지는 않아.”
시스템이 허용할 리 없다.
“그러나 너희와 엮였잖아. 인과에 따른 건 책임질 수 있겠지.”
“인과?”
“나는 너희 때문에 지저거인과 척을 지게 될 것이고, 따라서 나는 지저거인으로부터의 보호를 원한다.”
“…….”
“너희를 돕다가 지게 된 책임이다. 그러니 이 정도는 들어줄 수 있을 거야. 확인해 봐.”
얼마 후.
물보라가 거세게 피어 올랐다.
“계약은 성립되었다.”
* * *
히든 시나리오.
‘물거인의 농장’이 클리어되었다.
[‘베니스의 상인’이 매우 기뻐합니다.]수호자들로부터 메시지가 앞다투어 전해졌다. 무명의 관찰자를 포함하여 5명의 수호자가 기쁨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6번째 메시지까지 전해졌다.
[‘무색의 권좌’가 ‘7번째 약속’을 이행합니다.]7번째 약속.
그게 뭐지? 김혁진이 알림에 귀를 기울였다. 7번째 약속이라는 건, 회귀 전에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영면을 선택한 거신’의 잠을 깨울 것을 약속합니다.]영면을 선택한 거신.
김혁진은 이 수호자에 대한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
‘처음 듣는 수호자인데.’
왜 무색의 권좌는 이 것을 굳이 알려주고 있는 걸까. 수호자들 사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보통 이런 경우, 세니아가 나타나서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었다. 무색의 권좌가 보내는 알림은 이게 끝이었다.
대신 다른 알림이 이어졌다.
[히든 시나리오. ‘물거인의 농장’ 클리어 보상이 주어집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물거인의 반지’가 주어집니다.]인벤토리에 물거인의 반지가 주어졌다. 물거인의 반지는 ‘계약’을 머금은 반지였다. 김혁진이 진주오공을 공급해 주고, 가끔 한 번씩 포식수 군락지를 선포해 준다. 대신 물거인은 김혁진을 지저거인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물거인이 말했다.
“지저거인은 약하다. 그러나 거인 기준으로 약하다는 뜻이다.”
“……알아.”
가짜 거인들도 김혁진 자신이 상대하기에는 벅찰 정도다. 어쨌든 지저거인은 거인들이 반쯤은 인정해 줬던 거인이다.
당연히, 엄청나게 강하다는 사실도 안다. 게다가 지금은 지저에 숨어 모략까지 꾸미고 있다. ‘악몽’과 결탁하여. 회귀 전에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은밀하고 조심스런 상대다.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울 거다.
“우리 때문에 지저거인과 척을 지게 된 것은 유감이다.”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했고. 일은 이미 벌어졌고. 선택은 내가 했다. 너희도 너희의 할 일을 잘 해주면 고맙겠군.”
“반지를 문지르면 우리가 나타나 너를 구제할 것이다.”
김혁진은 느낄 수 있었다. 물거인은 방금의 거래에 대단히 만족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세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더없이 완벽한 클리어로 인정되었습니다.”
“오랜만이네.”
‘더없이 완벽한’ 판정을 받았다. 김혁진도 여태까지 두어 번밖에 못 해봤다.
“특별한 조건을 만족하셨습니다.”
“어떤 특별한 조건?”
세니아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허공에 작은 영상 하나가 재생되었다. 영상 속 세니아. 날개가 두 장밖에 없는 세니아가 말했다.
-시스템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보상으로 판정되었습니다.
-말 안해도 알아.
감사패를 활성화시켰을 때의 내용이었다. 당시 김혁진이 획득했던 물약 형태의 아이템은 ‘All Ability Potion’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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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Ability Potion]등급 : 레전드
플레이어의 모든 스킬/고유능력/고유권능의 숙련도 및 레벨을 [1]만큼 상승시켜주는 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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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아이템이 수용불가 판정을 받아, 다운 그레이드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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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Ability Potion]등급 : 유니크
플레이어의 스킬/고유능력/고유권능 중 한 가지 능력의 숙련도 및 레벨을 [1]만큼 상승시켜 주는 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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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 세니아가 계속 말했다.
-강제 하락 적용 값은 추후 중수 구간 이후에 메리트로 재적용 됩니다.
-An Ability Potion을 사용하시겠습니까?
김혁진은 그 때, 이렇게 판단했었다.
-이런 경우, 특정 조건만 만족되면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그리고 그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데 성공한 것 같았다. 히든 시나리오 ‘물거인의 농장’의 ‘더없이 완벽한 클리어’로 인하여.
“따라서 시스템이 재적용할 메리트를 산정합니다.”
시간이 조금 흘렀다. 이후, 세니아의 손에 포션 하나가 생성되었다.
“김혁진 플레이어는 히든 시나리오 물거인의 농장을, 더없이 완벽한 방법으로 클리어하였습니다. 이 방법은 아주 오래전, 오공굴 게이트를 클리어할 때부터 안배되었던 가장 완벽한 방법이며, 그때를 기점으로 하여 수중마물 군락지와 지저 게이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루트를 매우 정확하게 밟아야만 가능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방법입니다. 한 명의 플레이어가 이 모든 루트를 모두 밟으며 플레이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한없이 0에 수렴하기 때문입니다.”
“…….”
“첨언하자면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플레이어인 7성(星)도 해내지 못한 방법입니다.”
“오늘따라 사족이 기네. 왜? 완전 복구는 못 해줘?”
“……귀신같군요.”
원래 All Ability Potion은 ‘모든 능력’을 숙련도를 1씩 올려주는 능력이다. 원래는 그렇다. 세니아가 말을 이었다.
“시스템은 지금 이 보상을 내려주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불합리?”
“일종의 밸런스 파괴라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혁진 플레이어는 불가능에 가까운 이 업적을 성공적으로 끝마쳤습니다. 따라서, 밸런스 파괴를 감안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보상을 적용해야만 합니다.”
세니아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밸런스 파괴를 염려하는 룰이야 알겠지만, 그 룰마저 완벽하게 무효화시켜 버렸다. 말 그대로 실력으로 모든 걸 커버한 셈이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보상의 재적용값이 어떻게 되는데?”
“김혁진 플레이어는 이 포션을 통해, 고유능력 중 원하는 능력 한 가지의 숙련도를 강제적으로 올릴 수 있습니다.”
“겨우 하나?”
세니아가 재빠르게 말을 받았다.
“김혁진 플레이어께서 이의를 제기하셨습니다.”
마치 이의 제기를 기다리고 있던 관리자 같았다. 세니아의 말이 빨라졌다.
“정당한 이의제기를 통하여 플레이어의 권리를 찾아드리는 것 또한, 중간 관리자의 역할입니다.”
시간이 좀 더 흘렀다.
“원래의 모든 보상값을 되찾는 것은 거부되었습니다만.”
김혁진은 세니아의 눈에 생기가 돌고 있다고 느꼈다.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그게 느껴졌다.
“고유 능력뿐만 아니라 특수 능력이나 호칭. 특성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습니다.”
“…….”
왠지 모르게, 세니아는 신이 난 것 같았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아냐. 아무것도.”
아무튼 보상이 확정되었다.
고유능력.
호칭.
특성.
이 모든 것들 가운데 하나를 골라 숙련도나 레벨을 높일 수 있었다. 그게 보상의 재적용값이었다.
세니아가 또 평소보다 빠르게 말했다.
“김혁진 플레이어의 상태창을 일부 공개할까요? 수호자들께서 보시기 편하실 겁니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자에게 보여준다는 명목으로 시간도 좀 더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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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 [소멸의 개척자] [탁월한 플레이어] [최초의 대적자] [화인(火人)] [괴도 다람쥐의 주인] [시작의 군주] [시작의 투사] [천견주(千犬主)] [거인 사냥꾼] [영창의 군주] [용의 아버지]
던전 칭호 :
[서울역 던전의 지배자] [그랑서울 던전의 진정한 지배자] [포식수 군락지의 진정한 지배자]특수 능력 :
[흡수(吸收)] [패기(霸氣)]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명장소환(名將召喚)] [안식의 번개]고유 능력 :
[감각안(感覺眼)] [통찰지검(洞察之劒)] [동화(同化)] [검기(劍氣)] [궁기(弓氣)]──────────
김혁진은 이 많은 능력들 중, 무엇을 업그레이드해야 할까. 고민해야만 했다. 세니아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그러나 김혁진이 느끼기에는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시스템이 시간제한을 부여하였습니다. 시간제한은 5분입니다.”
세니아는 속으로만 말했다.
‘마치 심술을 부리는 것 같군요.’
통쾌했다. 보상을 주고 싶지 않아 안달이 난 시스템을, 김혁진이 철저히 무력화시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저는 중간 관리자입니다.’
자세를 고쳐 잡았다.
‘저는 중립을 유지해야만 합니다. 시스템은 시스템의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세니아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잠깐 새겨졌다 사라졌다.
시간이 흘렀다.
이제 2분 남았다.
“김혁진 플레이어. 결정하셨습니까?”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정했어.”
고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