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27)
#재능만렙 플레이어 527화
미셸은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부관이자 친구인 토마스를 쳐다보고서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휴. 놓쳤네.”
부랴부랴 온다고 왔는데, 상황이 이미 정리됐다.
‘일을 이렇게 크게 벌일 줄이야.’
‘플레이어의 양분’으로 전 세계 3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보여주었다. 그것이 구체화되든, 되지 않든. 어쨌든 희망이 생겼다는 것이 중요했다. 희망을 갖고 싶은 30살 이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김혁진을 지지하고 응원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마지막에 분명히, 원한다면 플레이어로 각성시켜준다고 했지?”
토마스가 대답했다.
“맞아.”
“이번 한 이벤트로 몇 가지를 보여준 거야, 도대체.”
미셸이 가볍게 웃었다.
“점점 더 욕심나네.”
“그래서. 어쩌려고?”
“중국은 벗어났을 테고. [플레이어의 양분]이란 것이 단숨에 양산될 수는 없을 거야. 분명히 유통책을 찾고 있겠지.”
“성신그룹?”
“응. 아마 성신 쪽으로 가서 기다리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냥 편하게 김혁진과 미팅을 잡는 편이 낫지 않나?”
미셸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너무 비즈니스적이잖아.”
토마스는 말하고 싶었다. 성신을 통해서 만나는 것도 충분히 비즈니스적인데.
“어쨌든, 우리는 한국으로 가야겠어.”
“그래.”
“뭐랄까.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 숨바꼭질 놀이하는 것 같네.”
미셸이 눈웃음이 짙어졌다. 오늘 김혁진이 펼친 수로 확실해졌다.
‘갖고 싶어.’
미셸의 걸음이 빨라졌다.
“토마스.”
“왜?”
“내 어릴 때 꿈이 뭐였는지 기억나?”
“현모양처?”
토마스는 그렇게 말해놓고서는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금자탑. 미셸사단의 주인인 미셸과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꿈이었다.
“그때 왜, 내가 현모양처라고 했는지 알아?”
“글쎄?”
어린 토마스는 미셸을 놀렸었다. 그런 게 무슨 꿈이냐고. 그런 건 꿈도 아니라고 했었다.
“내 힘을 시험해 보고 싶었거든.”
“뭔 소리야?”
“내가 누군가를 지원해 주면, 세계에서 가장 잘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없을까 궁금했어.”
토마스는 깨달았다. 당시 미셸이 말했던 ‘현모양처’가 흔히 생각하는 ‘현모양처’와는 약간 다르다는 것을.
미셸에게 중요했던 것은 ‘내가 다른 사람을 [가장 뛰어난 사람]으로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였다.
“너 그때 10살이었는데.”
“그랬지.”
미셸이 피식 웃었다.
“근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라고.”
“밀어줄 만한 사람이?”
“응. 키우고 싶은데, 키울 사람이 없었어. 그래서 그냥 내가 크기로 했단 말이야.”
“그게 군주를 선택한 이유야?”
“거의?”
토마스는 황당했다. 사실 군주가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군주를 키워내는 역할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군주로 지금의 미셸사단과 블랙 크로우를 키워냈고.
“근데 그게 내 실수였어.”
한국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실수라니?”
“내가 군주로서 이루어놓은 것들이 슬슬 많아지다 보니까, 베팅하기가 좀 어려웠어.”
김혁진을 경매장에서 처음 봤을 때. 그때부터 미셸은 김혁진을 지원하고 싶었다.
김혁진 뒤에 서서, 김혁진을 세계의 절대자로 키워보고 싶었다. 그게 미셸이 말하는 ‘현모양처’였다.
‘그때라면 가능했을지도 몰라.’
그러나 그때에도 이미 미셸은 미국 내 랭커였고, 스스로 잃을 것이 너무 많아져 버렸다.
“그래서 과감히 모든 것을 버리고 김혁진에게 올인하지 못했거든.”
“…….”
“지금 와서는 많이 늦었지. 김혁진은 내가 지원한 게 아니라, 스스로 너무 거대해졌잖아?”
그래서야 의미가 없다. 미셸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하나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결심한 거야. 내가 만약 김혁진의 아내가 된다면.”
걸음이 빨라졌다.
“김혁진의 등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 거야. 처음부터 키우지는 못해도.”
그리고 나는 비상하는 김혁진을 바라볼 수 있겠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왔고, 이제 날기 시작했다. 더 높은 창공으로 날아갈 수 있는 단단한 날개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미셸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너무 이상하게 보지 마. 미셸사단과 거신 길드의 결합. 얼마나 좋겠어?”
* * *
미셸은 또다시 허탕을 쳤다.
“여기 안 왔단 말인가요?”
중국 일을 마무리하고 당연히 이곳으로 올 줄 알았는데 오지 않았다.
송기열이 대답했다.
“네. 전화로 간단하게 용건만 교환했습니다, 서로.”
“…….”
미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송기열은 미셸이 왜 웃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허탕을 친 미셸이 밖으로 나왔다.
“더 재미있네.”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
“뭐랄까. 첫사랑에 빠진 소녀가 된 느낌이야.”
“안달 난 거 같은데, 미셸. 너답지 않아.”
“상대가 김혁진이잖아.”
“…….”
토마스도 딱히 반박하지는 않았다. 천하의 미셸을 안달 나게 할 수 있는 사람. 세상에 몇 없긴 하지만 김혁진이라면 자격이 충분했다.
“그럼 어떻게 할 거야?”
“김혁진의 집으로 갈 거야.”
“왜?”
“지금 시점에서 [플레이어의 양분] 제작과 유통보다 더 중요한 일이 몇이나 있겠어?”
그보다 중요한 일은 별로 없다. 중요하니까, 김혁진도 이렇게 요란하게 일을 벌인 것 아니겠는가.
“근데 그런 얘기를 전화로 띡 끝냈다는 건, 정말 중요한 다른 뭔가가 생겼다는 거겠지?”
장비의 아이템 중 하나를 챙기는 것을 봤다.
“난 그게 장비의 아이템이랑 관련이 있다고 봐. 김혁진에게는 특별한 눈이 있고, 모든 것에서 신기한 단서를 찾아내니까.”
미셸의 걸음이 빨라졌다.
“그래서 김혁진은 그 일을 해결하려 할 거야. 근데 그게 플레이랑 관련된 일이라면 말이야.”
“관련된 일이라면?”
“가족과의 단란한 시간을 일단 보내려 하겠지.”
인간과의 미팅이 아니라, 플레이랑 관련된 일이라면 사실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그것을 잘 아는 김혁진이다.
그래서 다른 그 무엇보다 김혁진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 판단했다.
토마스가 흐음, 하고 턱을 매만졌다.
“그럼 가족들과의 시간을 방해하게 되는 거 아닌가?”
“나도 가족이 될 건데 뭐.”
미셸이 김혁진의 집으로 향했다.
* * *
미셸의 생각은 거의 정확했다.
실제로 김혁진은 가족들과 단란한 저녁 식사 시간을 가졌다. 식사가 다 끝났을 무렵. 미셸이 김혁진의 집에 도착했다.
“전화도 없이 어쩐 일입니까?”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것 같아서요.”
김혁진은 미셸이 왜 찾아왔는지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뛰어난 안목이네요.”
인정했다.
“맞아요. 장비의 아이템 중 하나가 제게 커다란 단서를 줬고, 저는 그 단서에 따라 다음 플레이를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족들과 식사를 한 거고요.”
“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셸의 생각이 다 맞다. 정확하게 봤다.
“그런데, 가족과의 시간을 보낸 것도 맞지만.”
김혁진이 미셸을 쳐다봤다.
“미셸. 당신을 기다리고 있기도 했습니다.”
미셸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저를요?”
“네.”
“왜요?”
“절 찾아올 거 같아서?”
미셸이 곁눈질로 토마스를 쳐다봤다. 토마스가 황급히 눈짓으로 고개를 저었다. 미셸이 김혁진을 남자로서 탐낸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밝힌 적이 없었다.
김혁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 얻게 된 아이템이 [라스베이거스의 목동]과 큰 관련이 있어서요.”
“……네?”
김혁진이 아이템 하나를 내밀었다. 미셸이 아이템을 알아봤다.
“이건……!”
열쇠고리 형태의 아이템이었다. 금색이었고 지그재그로 깨져 있는 것처럼 생겼다.
김혁진이 물었다.
“익숙한 아이템인가요?”
“네. 저한테도 있는 아이템이네요.”
이름은 ‘약조의 열쇠고리’였다. 두 개가 한 세트이며, 세트를 이루었을 때 특별한 효과가 생겨난다는 짤막한 설명이 쓰여 있었다.
“아마 맞춰보면 아귀가 딱 맞을 겁니다. 어디서 얻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께서 내리신 작은 퀘스트를 통해 얻었어요.”
미셸이 고개를 갸웃했다.
“당신은 어디서 얻었어요?”
“제 어머니가 선물해주셨습니다.”
정확히는 어머니의 손을 빌려, 많은 수호자가 편법으로 선물을 보내왔다. 열쇠고리 형태의 아이템인 이 ‘약조의 열쇠고리’도 그중 하나였다.
“보시다시피. 이것은 세트 아이템입니다.”
무명안으로 읽어냈다. 이 ‘약조의 열쇠고리’는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보냈다. 한 세트인 아이템을 굳이 반만 보냈다. 노리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
“미셸은 [라스베이거스의 목동]께서 가장 아끼는 플레이어고.”
“확실해요?”
미셸은 내심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가장 좋아하는 플레이어는 김혁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미셸만의 확신이었다. 김혁진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 다시 말했다.
“제 이번 플레이는, 군주인 미셸이 크게 관심을 가질만한 플레이였죠.”
미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말이 맞았다. 그래서 여기까지 달려왔다. 우리, 정략결혼이라도 하는 게 어때요? 내가 당신을 창공 높이 날게 해줄게요. 그런 말을 하고 싶어서.
김혁진이 계속 말했다.
“그렇다는 건 즉, [라스베이거스의 목동]께서 저와 당신이 만나기를 바랐다는 거죠.”
결과적으로 미셸이 김혁진을 찾아왔다. 미셸도 동의했다.
“그런 것 같네요. 왜 그러셨을까요?”
김혁진이 또 다른 아이템을 하나 꺼냈다. 편지형태의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이건 장비로부터 획득한 아이템입니다.”
“설명창 활성화가 안 되는데요.”
“[카툴루의 편지]입니다.”
“카툴루의 편지요?”
“네. 설정상 거인들의 왕이 보낸 편지입니다.”
“누구한테요?”
“한 때, 친우였던 지저거인에게 보낸 것 같네요.”
미셸은 이해하지 못했다. 거인들의 왕. 지저거인.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전혀 몰랐으니까. 김혁진은 거인과 용. 그리고 지저거인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렇게 된 거군요.”
미셸은 속으로 감탄했다.
‘언제 저런 걸 또 알아낸 거야?’
김혁진이 가르쳐준 얘기는, 수많은 정보길드들도 전혀 모르고 있는 내용이다. 오로지 김혁진과 거신 길드만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였다. 그리고 그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오픈해주었다.
‘남들에게는 극비에 가까운 정보지만, 김혁진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겠지.’
보면 볼수록 신기한 남자였다.
“그리고 저는, 악몽과 중국정부. 그리고 지저거인들 사이에 커다란 커넥션이 있을 거라 판단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 ‘편지’도 장비에게 있었던 것 같다. 이 편지의 중요도는 몰랐겠지만 말이다.
“제게는 특별한 눈이 있고, 이 편지와 열쇠고리가 서로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죠.”
“특별한 눈으로요?”
“네.”
그 열쇠고리는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준 선물이다.
“그리고 저는 이 편지. 열쇠고리와 반응하는 또 다른 아이템을 하나 가지고 있어요.”
“또요?”
“이름은 용살검의 조각. 재미있게도, [라스베이거스의 목동]께서 선물해주신 겁니다.”
다시 말해,
“이 세 가지 아이템이 서로에게 반응하고 있어요. 뭔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미셸이 찾아왔다. 분명 미셸이 필요할 것이다. 미셸도 정확히 이해했다.
“그래서 결론은, [라스베이거스의 목동]께서 준비한 큰 그림을, 우리, 둘이,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거네요? 용살검의 조각. 그리고 거인과 관련된 은밀한 시나리오를?”
“네.”
김혁진은 ‘우리 둘이’라는 말에 특히 강조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김혁진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대단히 흡족해합니다.]김혁진이 뒤를 쳐다봤다.
‘세니아, 있었어?’
가족과의 시간에는 빠져준다. 그래서 빠져 있는 줄 알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중계 중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알림도 이어졌다.
[‘화살 쏘는 아기천사’가 즐거워합니다.]화살 쏘는 아기천사는 왜 갑자기 튀어나온 건지. 김혁진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세니아가 말했다.
“미셸과 함께 플레이를 진행할 예정입니까?”
“맞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에 맞추어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그런데 그 전에.”
세니아는 늘 그렇듯 무표정이었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오늘은 조금 더 쌀쌀맞은 것 같았다.
세니아가 미셸 앞에 섰다.
“미셸.”
세니아의 날개가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주 중요한 얘기를 전달하겠습니다. 김혁진 플레이어의 계약 중간 관리자로서 말입니다.”
세니아의 말이 평소보다 조금 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