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31)
#재능만렙 플레이어 531화
미셸이 물었다.
“여긴 전파가 안 터지는 곳인데.”
혹시 몰라 자신의 핸드폰을 살펴봤다. 전파가 터지지 않았다.
“어떻게 저렇게 태연하게 핸드폰을 만지죠?”
저스틴이 핸드폰을 하고 있는 것이 이상했다. 마침 그때는, 저스틴(용돌이)이 슈퍼 망원경에게 거절의 메시지를 보낼 때였다.
“던전 안에서 SNS를 사용하는 거…….”
미셸의 눈이 반짝였다.
“거신길드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기술인가요? 아직 상용화시키지 않은?”
“…….”
김혁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실시간으로 요약이 변했다.
──────────
요약 : 신문명을 창안한 종주의 아내가 되고 싶은 현모양처 꿈나무.
──────────
‘어째 요약이 요약 같지가 않은데.’
생각해보니 용돌이의 저 능력을 잘 활용해서 사용할 수만 있다면, 던전 안과 밖을 전파로 연결할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했다. 일단 에둘러 대답했다.
“길드 비밀입니다.”
“길드 비밀이요?”
미셸은 다분히 아쉽다는 듯 입술을 살짝 삐죽였다. 크게 보채지는 않았다.
자신과 김혁진은 아무 사이도 아니다. 현재는 비즈니스 파트너일 뿐이다. 김혁진의 사적인 이유가 어찌 됐든, 김혁진은 자신에게 선을 그었다. 유부남이라면서.
‘수호자와의 결혼이라는 이유를 납득하기는 어렵지만.’
김혁진을 포기하기에는, 김혁진이 너무 아까운 남자였다. 수호자와 관련이 있다 하니 조금은 더 조심스레 접근해야겠지만, 포기하지는 않을 참이었다.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아무튼. 던전 안과 밖을 핸드폰으로 연결할 수 있다라.’
그야말로 혁명 아닌가. 최소한의 연락이 가능한 것만으로도, 플레이어를 가족으로 둔 사람들에게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될 것이다.
‘저스틴은 저걸 태연스레, 아무렇지도 않게 썼어.’
그리고 수호탑인 안서희도 저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봤다. 마치 길거리의 가로수를 쳐다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만큼, 거신길드에게는 일상이라는 얘기였다. 이게 괄목할 만한 점이었다.
‘이 정도 되는 현상이 그저 일상인 길드. 그게 거신길드와 김혁진이야.’
미셸이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미셸 사단의 길드원들은 보지 못했던 종류의 밝은 웃음이었다.
“그나저나, 이런 신기술을 준비하고 있다니. 대단하네요, 역시.”
“…….”
“상용화하기에는 아직 부작용 같은 것이 있나 보죠?”
부작용 때문이라기보다는, 사실 김혁진은 몰랐다. 그는 SNS를 안 하니까. 용돌이가 마법으로 형상화한 핸드폰을 쓰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알려지지 않은 비밀 길드원인 저스틴을 통해 임상 실험을 진행 중인 거고요? SNS 쪽 흐름도 잡을 겸.”
“…….”
미셸의 눈이 가늘어졌다.
“안정성 파악이 완료되면, 그때 이 신문명을 인류에 전파하실 생각인 것 같네요.”
김혁진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미셸은 이미 김혁진에게 감탄했다. 어느 정도 파악했다 싶으면 또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 있다고 느껴졌다.
“[플레이어의 양분]에 이어서…… 또다시 세계에 돌풍을 일으키겠어요.”
이 순간에도, 던전 안에 들어간 가족이나 연인, 친구의 생사를 목 빼고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최소한의 연락이라도 가능하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하나의 혁신이 될 것이다.
“저스틴은 언제 거신길드에 영입했어요?”
“좀 됐습니다.”
“확실히 거신길드원인 거죠?”
“일단은요.”
“소셜 마케팅 쪽에도 크게 관심이 있나 봐요.”
김혁진은 SNS를 모른다. 소셜 마케팅도 모른다. 용돌이가 셀럽인 것도 몰랐다. 그래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을, 무언의 동의라고 생각한 미셸이 하나를 더 물었다.
“왜 주인이라 그래요?”
“그런 계약이 맺어져 있어요.”
“흐음. 이상한 계약이네요. 뭐, 변태적이거나 그런 건 아니죠?”
“그래 보입니까?”
“아뇨. 전혀 안 그래 보여요.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미셸과의 대화에서 나름 많은 것을 얻었다. 미셸의 착각이기는 했지만, 미셸의 말대로 용돌이의 능력을 활용할 수만 있다면 자신에게도 큰 이득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남들 앞에서 주인이라고 부르는 것도 자제시켜야 할 거 같고.’
조만간 다른 칭호를 생각해봐야겠다. 김혁진이 걸음을 옮겼다. 미셸이 김혁진 뒤를 따라 걸었다.
“문까지, 굉장히 머네요. 눈으로 볼 때는 가까워 보였는데.”
“특수한 설정값이 걸려있는 모양입니다.”
큰 문제는 아니었다. 굉장히 많이 걸어야 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달려드는 몬스터들 대부분은 안서희의 붉은 실이 처리를 해주었다. 간간이 새는 몬스터도 있었는데, 그건 김혁진이 화살로 쏴 죽였다.
미셸은 김혁진의 궁수로서의 능력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다만 궁수로서의 성장세가 놀라웠다.
“궁수로서의 성장 속도가 비정상적인데요?”
활시위를 거는 것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파괴력과 정확도. 게다가 속사 능력까지.
‘현정화나 마크에 비해서는 전혀 안 밀리겠어.’
미셸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궁수로서의 능력도 발군이다. 미셸은 마음을 조금 더 편하게 가졌다. 엄호가 완벽하다. 미셸사단 전체를 동원할 때보다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할 정도였다.
미셸이 물었다.
“예전에 저랑 전쟁을 할 때도 제 능력 빌려 간 거예요?”
“그랬죠.”
“저한테 빌린 능력으로, 저를 무참히 짓밟았고요.”
“무참히까지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요.”
미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말이 맞기는 했다. 김혁진의 입장에서 무참히 짓밟았다면, 아마 자신은 이 자리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이 정도면, 버그 아니에요?”
“그래서 시스템이 절 좀 싫어하는 거 같아요.”
“그걸 그렇게 태평한 어조로 말하는 사람 처음 보네요.”
시스템이 싫어한다니. 게임으로 치면 운영자한테 찍힌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그걸 뭐 저렇게 태연하게 말을 하나 싶다.
“그런가요?”
“네. 내용은 경악스러운데, 말투는 아침에 빵 먹었다 수준이잖아요.”
“…….”
“그래서 멋있지만요.”
역시 욕심이 났다. 단순히 시스템상 결혼이라는 제약이 있다고 해서, 포기할만한 남자는 아닌 것 같았다.
미셸이 말했다.
“이제 슬슬 거의 다 온 것 같은데요.”
“그런 것 같습니다.”
“문밖에, 단서가 있다고 보시는 거죠?”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던전에 들어가면 ‘귀중한 것이 있는 곳’에 몬스터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은 문밖에서 몬스터들이 들이닥치고 있다. 그렇다면 문밖에 단서가 있을 확률이 높다.
미셸이 문제점을 제기했다.
“문제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몬스터들이 계속 들이닥치고 있다는 건데요.”
문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몬스터들이 들이닥치고 있다. 이제 평균 레벨은 50대. 위험할 정도는 아니지만 성가실 정도는 되었다. 특히 본신 무력이 강하지 않은 미셸은 조금 긴장해야 했다.
“게다가 저놈. 특수 배리어가 걸려 있는 사슴벌레. 상당히 까다로울 것 같아요.”
움직임이 굉장히 날쌨다. 크기는 약 2미터가량. 강력한 턱을 가지고 있었고, 아마도 물리 방어와 관련된 특별한 방어력을 가진 것 같았다.
“물론 김혁진 씨한테는 큰 영향을 못 주겠지만.”
아마 김혁진에게는 문제가 없을 거다. 김혁진은 분명히 뚫고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미셸 자신은 아니었다. 미셸은 정상적인(?) 군주이며, 따라서 김혁진과 같은 무력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김혁진이 조금 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뚫고 갑니다.”
미셸이 보기에 김혁진도 슬슬 긴장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어떻게요?”
미셸은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김혁진을 바라보았다. 김혁진이 자리에 멈췄다.
“이 능력은.”
“……네?”
김혁진의 눈빛이 약간 변했다. 미셸은 김혁진의 눈빛에서 진중함과 더불어 미세한 다른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내 착각인가?’
김혁진의 눈에 그리움이 묻어나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뭐지?’
김혁진이 계속 말했다.
“제 아내가 제게 선물해 준 능력입니다.”
김혁진의 눈빛에 깃든 그리움이 거짓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 나아가, 김혁진의 눈에는 사랑하는 이를 향한 감정이 잔뜩 묻어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미셸은 그렇게 느꼈다.
“제가 아직 너무 약해서, 아주 일부밖에 사용 못 합니다.”
“김혁진 씨가 약하다고요……?”
“이 기술의 이름은.”
김혁진의 등 뒤로 수많은 검이 생성되었다.
“백검우입니다.”
* * *
미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아…….’
여름군주의 검우(劍雨). 그것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직접 경험하니, 소문으로 듣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하나하나의 공격이…… 무슨…….’
백 개의 검.
하나하나의 검이 최상급 마법사가 전력을 다해 뿜어낸 마법과 비슷할 정도의 파괴력과 관통력을 가지고 있었다.
검우 한 줄기가 몬스터 대여섯 마리를 한 번에 꿰뚫었다. 수백 마리가 순식간에 증발했다. 문 근처에 몬스터는 씨가 말라 버렸다.
“심지어 리젠도 안 되네요.”
그 말은 곧,
“완전한 소멸이라니.”
미셸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 남자. 꼭 갖고 싶다. 반드시 내 남자로 만들고 싶다. 그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그게 마음대로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김혁진의 진지한 표정과 태도를 봤다. 아무래도 시스템상 엮여 있어서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김혁진도 ‘순혈의 검제’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괜히 패배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단 물러서자.’
지금 상태로 더 들이대 봐야 남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일단 상념을 털어내고서, ‘마이커의 흔적’을 찾아보기로 했다.
김혁진과 미셸이 문밖으로 나섰다. 들판이었다. 초록색 내음으로 가득했다.
저만치 멀리 숲이 보였다. 울창한 나무숲. 미셸이 그 나무숲에서 강렬한 기운을 느꼈다.
“저쪽에 강렬한 기운이 느껴져요.”
“저도 느껴지네요.”
미셸이 인상을 찡그렸다.
“뇌기(雷氣)?”
뇌기는 다루기 어려우면서도, 모든 자연계 능력 중 가장 높은 파괴력을 가진 기운이다.
“그런데 자연에 존재하는 능력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수호탑을 소환할까요?”
지극히 군주답게 생각했다. 수호탑을 소환하고, 일단 거점을 만든 뒤 유리한 곳에서 저 뇌기를 내뿜는 미지의 존재와 싸운다.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이기는 했다.
“아뇨.”
김혁진이 앞장서서 걸었다. 미셸은 그 등을 보며 따라 걸었다. 둘밖에 없는 파티지만, 일단 주도권을 김혁진에게 완전히 넘겼다.
늘 책임을 지고 길드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에 있다가, 또 다른 군주가 생기니 마음이 편해졌다.
‘편하네.’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이지?’
뇌기가 점점 가까워졌다. 일반적인 몬스터가 아닌 것 같았다. 하늘 위에서 느껴지기도 했다.
‘비행형 몬스터다.’
비행형 몬스터는 까다롭다. 게다가 이동속도도 굉장히 빠른 것 같다.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점점 더 강력한 뇌기가 느껴진다. 하늘에 노란 새가 잠깐 보였다가 숲속으로 다시 사라졌다.
‘저 새!’
크기는 크지 않았다. 노란 새였다. 몸집은 작았지만, 파괴적인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미셸이 작게 말했다.
“이쪽을 전혀 경계하고 있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것 같네요.”
“이럴 때 기습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활로 공격하면 될 거 같은데.”
김혁진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저 새와 싸우지 않습니다.”
“왜요?”
지금 싸우기에는 너무 위험한가. 그래도 거신군주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상대할 만한데. 미셸은 조금 의아했다. 그렇지만 꼬치꼬치 캐묻지는 않았다. 김혁진을 신뢰하기로 했다.
김혁진이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 썬더.”
노란 새가 이쪽을 향해, 날아들었다. 무지막지한 뇌전을 품고서. 미셸이 위험을 직감했다.
‘온다!’
저 뇌기가 주변을 파괴했다. 마치 전자포 같았다. 새가 날아드는 뒤쪽에는 강력한 전자기장이 일었고 코로나 폭발이 발생했다. 풀들이 모조리 타들어 갔다.
새에게서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너무 위험한 기운을 내포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파괴적인 기운이야.’
미셸은 수호탑 소환을 준비했다. 혹시라도 김혁진이 부탁하면, 곧바로 수호탑을 소환할 태세를 갖추었다. 그러나 김혁진은 두 손을 아래로 축 늘어뜨린 채 태평하게 서 있었다.
미셸의 속이 바짝 타들어 갔다.
‘도,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콰지직!
노란 새가 김혁진의 품에 안겨들었고, 작지만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푸른 뇌전과 마구 뒤섞인,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매캐한 매연이 전류를 머금고 파도치는 것 같았다.
이내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검은 연기가 바람에 휩싸여 흩어졌다. 연기가 걷혔을 때, 미셸은 황당한 상황을 목격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