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38)
#재능만렙 플레이어 538화
김혁진의 입이 저절로 움직였다. 영창을 처음 깨우쳤던 그때처럼, 심장 속에서 일렁거리던 기운들이 언어의 형태로 선포되었다.
“저를 환난 받게 하는 자들에게는 환난으로 값을 치르고.”
“환난 받는 자들에게는 백색의 안식으로 갚으리니.”
“산디아의 능력이 언약 중에 나타나리라.”
“일곱째 날에 언약이 성취되어.”
김혁진의 입에서 다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너희의 안식을 영원히 지키라.]마이커의 머리 위에 백색 뇌전이 내리쳤다.
백색 뇌전의 바다가 강림한 것 같았다.
화악!
주변이 밝아졌다.
그와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아악!”
미셸은 너무 눈이 부셔 팔로 눈을 가렸다.
콰직- 콰지지직-
맹렬한 뇌전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카툴루의 분신이 뿜어대던 뇌전과 비슷했다. 그 뇌전을 흡수한 뒤 가공하여 사용하는 힘이다.
본질은 비슷했다. 그런데 미셸은 이 뇌전에서 친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
‘완전히 자기 능력으로 만들었어.’
백색 뇌전.
‘안식의 번개’로 정형화하지 않은 백색 기운이 마이커의 온몸을 집어삼켰다.
거대한 뱀이 마이커의 몸을 감싸 안고 서서히 옥죄는 것 같았다.
이내,
쿵!
소리와 함께 마이커의 몸이 쓰러졌다.
마이커의 몸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간헐적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온몸에 그을음이 가득했다.
김혁진의 눈이 마이커를 향했다. 금안은 어느새 사라지고, 원래 눈동자로 돌아왔다.
침착한 눈동자로 마이커의 분신을 쳐다봤다. 주먹을 쥐었다 펴보았다.
‘이게…… 뇌신의 힘.’
이것을 경험해 보고,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은 천지 차이다.
경험해 보니 알겠다. 카툴루의 힘이 얼마나 위대했는지. 그를 통해 얻게 된 뇌신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진 건지.
땅에 쓰러진 마이커가 축 늘어진 상태로 말했다.
“내 친우의 힘을, 도둑질한 것이 아니구나.”
“…….”
김혁진은 잠자코 마이커의 말을 들었다. 마이커는 곧 죽는다.
소멸되어 사라질 거다. 힘을 짜내어 말을 하고 있다. 이후 플레이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
“친우의 힘을, 네 것으로 만들었구나.”
마이커가 힘없이 웃다가 이내 푸하핫,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웃던 마이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미셸이 김혁진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미셸이 무엇인가를 말하려 했다. 김혁진이 자신의 입술에 검지를 댔다.
‘쉿.’
미셸은 금방 눈치채고 입을 다물었다. 마이커가 계속 말했다.
“마지막 순간. 우리는 기대했었다.”
“마지막 순간이라면, 천룡 베일사라와 지저에 함께 묻히던 그때인가?”
축 늘어진 마이커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 알고 있군.”
시간이 많지 않다. 마이커는 곧 소멸한다. 조금 더 유용한 정보들을 획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무엇을 기대했지?”
“우리를 찾아와 줄 거라고 기대했다.”
누구냐고 묻지 않았다.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다른 거인들. 혹은 카툴루.’
그들이 지저거인들을 도와주러 올 것을 기대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김혁진은 알고 있다. 거인들은 지저거인들을 돕지 않았고, 지저거인들은 천룡 베일사라와 함께 자멸했다.
“만약.”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우리를 자의로 찾아준 거인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우리는 다시금 풍성한 문명을 꽃피웠을 것이다.”
“…….”
마이커의 몸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너희를 찾지 않았군.”
“그렇다.”
몸이 절반 넘게 없어졌다.
“지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카툴루는 가지고 있었다. 그의 정신 일부가 지저와 연결되어 있었지.”
“지저와 연결이 되어 있었다고?”
아무래도 거인들 간 속사정이 더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기다렸…….”
마이커의 몸이 완전히 사라졌다. 알림이 이어졌다.
[‘마이커의 분신’을 사냥하였습니다.]김혁진에게 메시지가 쏟아졌다.
계약 수호자인 숭고한 염원부터 시작하여,
라스베이거스의 목동.
푸른 뇌전의 나팔수.
화살 쏘는 아기천사.
백색 사냥꾼.
이렇게 다섯이 한꺼번에 메시지를 보내왔다.
사냥이 끝나자마자 한꺼번에 메시지가 온 것으로 보아, 저들 역시 치열한 경쟁을 통해 메시지를 보낸 것 같았다.
다섯 명의 수호자에게 메시지가 오는 것.
김혁진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그러려니 했다.
‘수호자 놈들. 감탄만 하네.’
영양가 있는 후원은 없었다.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 그런가?’
보통 완전히 클리어되면 필드가 이동된다.
그런데 이동되지 않고 있다. 마이커의 분신을 사냥한 것이 곧 클리어를 의미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이곳을 클리어하고 나면 좀 더 괜찮은 후원을 해주겠지.
조금 아쉽긴 했지만 납득은 할 수 있었다.
그 아쉬움을 달래줄 알림이 이어졌다.
[‘업적의 석판’이 활성화됩니다.] [‘업적의 석판’에 위대한 업적으로 기록됩니다.]업적의 석판?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제대로 알아보기도 전에, 알림이 이어졌다.
[‘거인 사냥꾼’의 칭호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칭호 ‘거인 사냥꾼’ 이 칭호 ‘거왕 사냥꾼’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무려 마이커의 분신을 사냥하고 얻게 된 칭호였다. 김혁진도 기대했다. 곧바로 확인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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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왕 사냥꾼]‘거인족’과 전투를 할 때 적용 가능한 칭호입니다. 거인족의 왕을 사냥한 위대한 사냥꾼에게만 부여되는 영예로운 칭호입니다.
* ‘거인족’과의 전투에 한하여 ‘그림자 침묵’ 권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거인족’과의 전투 시, 수호탑을 보유하고 있는 ‘군주’에 한하여 ‘수호탑’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 소환된 수호탑에 사냥한 ‘거왕’의 권능을 일부 전이할 수 있습니다.
(사용 가능한 권능 : 지저지옥)
──────────
그림자 속박이 그림자 침묵으로 상향조정되었다.
또한, 수호탑 소환의 제한시간이 사라졌으며, 수호탑에 마이커의 권능 중 하나로 보이는 ‘지저지옥’을 전이할 수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써보고 싶다.’
그림자 침묵도 써보고 싶고, 지저지옥의 권능을 전이한 안서희의 힘도 느껴보고 싶다. 이게 플레이의 묘미 아니겠는가.
몸 상태를 살펴봤다.
‘묘하게 활력이 더 도는 것 같고.’
레벨 시스템은 사라졌지만 김혁진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몸이 훨씬 가벼워졌다. 레벨업에 준하는 효과를 얻은 것 같았다. 수치화되지 않을 뿐,어쩌면 레벨업으로 인한 성장보다 더 빠른 것 같기도 했다.
‘좋네.’
수호자들의 후원이 아쉽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좋았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메시지가 하나 더 전해졌다.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5개의 메시지를 받은 상황이다. 거기에 ‘소음의 지휘자’가 메시지를 추가로 보냈다.
‘뭐지?’
심지어 그 내용이 가려져 있었다. 시스템이 개입하여 메시지를 보지 못하도록 차단해버렸다.
‘재미있어지잖아.’
김혁진은 직감했다. 이 곳은 ‘라스베이거스의 목동’과 ‘푸른뇌전의 나팔수’만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
푸른뇌전의 나팔수.
그 둘이 아닌 것 같았다.
이 곳에 가장 깊게 개입한 수호자는 ‘소음의 지휘자’였다. 생각해보면 ‘소음의 지휘자’는 전신 살바레토를 가장 아꼈던 수호자이고, 군주 클래스를 특히 후원하는 수호자이기도 했다.
이 곳에 오기 위하여 정상급 군주 둘이 필요했다.
소음의 지휘자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뭔가 있어.’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다. 시스템이 개입하여 메시지를 차단할 정도의 무언가가. 그래서 수호자들도 본격적인 후원을 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한편, 마이커를 사냥했다는 알림은 미셸에게도 들려왔다.
미셸이 눈을 크게 떴다. 순식간에 5명의 수호자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다섯 명?’
미셸은 다섯명의 수호자에게 한 번에 메시지를 받은 적이 거의 없었다. 실제로 다섯개의 메시지를 한 번에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대부분 호의적인 내용이야.’
호의적인 내용과 더불어 소소한 후원까지 곁들여져 있었다. 보통 서너명의 수호자가 칭찬을 하면, 그와 반대되는 성향을 가진 수호자가 불만을 표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다섯 수호자 모두 지금의 이 플레이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정말 흔치 않은 경우였다.
[레벨이 올랐습니다.]레벨이 올랐다. 겨우 한 마리를 잡았을 뿐인데 말이다.
[레벨이 올랐습니다.]‘뭐라고?’
레벨이 또 올랐다. 아주 초보시절을 제외하고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3레벨업? 말도 안 돼!’
[레벨이 올랐습니다.]무려 한 번에 4레벨이 상승했다. 미셸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도대체 김혁진이 사냥한 저 ‘마이커의 분신’이라는 개체가 얼마나 강력한 개체면, 4레벨이 한 번에 오른단 말인가.
미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4레벨 올랐어요.”
“축하드려요.”
“혹시, 김혁진씨는 얼마나 올랐어요? 불편하시면 말 안해주셔도 돼요.”
미셸의 현재 레벨은 74다.
70에서 74까지 한 번에 올라왔다. 김혁진이 몇 레벨업을 했는지 알게 되면, 김혁진의 레벨을 대충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전 레벨업 못했습니다.”
레벨자체가 없어서 레벨업이 없다.
“네?”
“레벨업 못했어요. 레벨업 이펙트도 없었잖아요.”
“그건 알지만… 아까 기운이 너무 강대해서 다 가려진 줄 알았어요.”
백색뇌전.
그 기운이 남아 시야를 교란시킨 거라고 생각했다.
‘레벨업을 못했어?’
이번 사냥의 기여도는 미셸 자신보다 김혁진이 훨씬 높다. 미셸은 거의 구경만 했다. 오히려 방해가 되었을 정도다. 경험치를 분배받는다면, 김혁진이 훨씬 많이 받는 것이 맞다.
‘근데도 레벨업을 못했다고?’
도대체 김혁진의 레벨이 몇이란 말인가. 도저히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물었다.
“제가 레벨 여쭤보면 실례겠죠?”
“실례죠.”
“죄, 죄송해요.”
미셸은 황망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 신기했다.
‘나 왜 이렇게 풀렸어?’
원래 미셸은 속마음과 궁금증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타입은 아니었다. 다들 그렇게 말했고, 미셸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문득,
아까 김혁진의 품에 안겼던 것이 생각났다.
‘품이 참 컸는데.’
김혁진의 품 속에 있을 때, 안정감을 느꼈다. 여지껏 플레이해오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의 안락함이었다. 그 때, 김혁진이 그렇게 거대해보였다.
미셸은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그거 알아요?”
“네?”
“김혁진씨랑 같이 있으니까, 허술해지네요, 저.”
“군주로서 좋은 말은 아니네요.”
“알아요.”
군주로서 플러스되는 말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기분은 좋았다.
“누군가한테 의지할 수 있다는 게, 이런 기분이라는 걸 새삼스레 자꾸 느껴요.”
“어떤데요?”
“나쁘지 않아요. 안정감 있고요. 그래서 다들 결혼하나 봐요.”
미셸이 어깨를 으쓱했다.
‘당장에라도 유혹하고 싶지만…….’
그래도 수호자가 관련되어 있다. 김혁진의 마음에도 틈이 보이지 않는다.
유혹한다고 해서 넘어올 것 같지도 않다.
‘일단은 좋은 동료부터 시작해야겠어.’
그래서 말했다.
“아직 클리어되지 않았죠?”
“그런 것 같네요.”
“단서를 좀 알아낸 것 같아요.”
미셸이 빙그레 웃었다. 이건 거의 확신이었다.
“네. 아까 마이커의 분신이 사라지기 직전에 했던 말. 그게 힌트일 거예요.”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제가 말해볼게요.”
“네.”
김혁진이 미셸의 말에 집중했다.
“외부에서 이쪽으로 뚫고 들어와야, 밖으로 나가는 길이 열리는 것 같아요.”
“네.”
김혁진도 거기까지는 생각했다.
다만, 외부에서 이곳으로 어떻게 들어오느냐. 그것이 문제였을 뿐.
“좋은 생각이 있습니까?”
“네. 밖에서 이곳으로 들어오기 위해서, 지저와 일부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랬죠.”
김혁진도 당장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린하이와 등평이야 이미 같은 필드 내에 속해 있으니 의미가 없을 터.
미셸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미셸은 알고 있었다. 이곳과 일부 연결되어 있었던 또 다른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