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39)
#재능만렙 플레이어 539화
김혁진이 물었다.
“이곳과 연결되어 있던 사람이 있다는 뜻입니까?”
“네.”
“그게 누구죠?”
미셸이 빙그레 웃었다.
“아까 셀럽이 SNS 하는 거 봤잖아요.”
“……아.”
SNS 등의 문명(?)에는 별 관심이 없던 김혁진은 한 사람을 떠올렸다.
‘슈퍼 망원경?’
아까 용돌이와 DM을 나누었었다.
-주인. 근데 있잖아, 내 친구도 오고 싶어 하는데.
미셸이 말을 이었다.
“김혁진 씨 덕분에 단숨에 스타 스트리머로 성장한 사람. 그새 까먹은 건 아니죠?”
“기억합니다.”
미셸의 말이 맞았다. 김혁진은 곧바로 용돌이에게 귓말을 보냈다.
-용돌이.
-그 무시무시한 거인 녀석은 사라졌나?
-그래.
용돌이가 워프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겁을 먹은 것이 아니다, 주인.”
용돌이는 김혁진 어깨 위에 앉아있는 김다롱을 의식했다. 김다롱이 혀를 내밀고 낄낄대며 웃고 있었다.
용돌이는 분했다.
“나는 잠시 급한 일이 있어 자리를 비웠던 것뿐이다. 김다롱.”
김혁진이 말했다.
“슈퍼 망원경. 초대할 수 있어?”
“오? 진짜 초대해도 되는 건가?”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용돌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체면 구길 뻔했는데. 다행이군.”
아무래도 슈퍼 망원경에게 허세를 부려놓은 모양이었다. 이를테면 ‘내가 부르면 당장에라도 이쪽으로 올 수 있지, 엣헴’ 등의 허세를 말이다.
“지금 불러도 되나?”
“부를 수 있어?”
“아마도? 해봐야 알 것 같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용돌이의 눈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계속해서 김다롱을 의식했다.
“김다롱은 못하지만, 이 몸은 할 수 있지.”
* * *
슈퍼 망원경은 오늘 체면을 크게 구겼다.
“뭐야? 허세였어?”
“그럴 줄 알았지. 소환은 무슨 소환이야?”
오늘은 유명 스트리머들끼리 친목을 다지는 날이었다.
‘슈퍼 망원경’은 평소 친분이 있던 스트리머들과 맥주를 마시던 중이었다. 그 자리의 주인공은 당연히 슈퍼 망원경이었다.
최근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스트리머.
거신길드가 밀어주고 있는 스트리머.
슈퍼 망원경은 거신길드의 선택을 받은, 엘리트 스트리머였다.
그래서 슈퍼 망원경은 이렇게 자랑했다.
-여러분, 그 사실 아십니까?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려주었다.
-저스틴 아시죠?
스트리머들은 대부분 SNS스타인 저스틴(용돌이)을 알았다.
-그 저스틴도 사실은 거신길드원입니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셀럽인 저스틴이 거신 길드원이라니.
거신은 도대체 어디까지 세력을 넓히고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 저스틴이 저를 소환시켜주기로 했습니다.
거신길드장이 아주아주 중요한 퀘스트를 진행 중인데, 곧 소환시켜주겠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저스틴이 갑자기 거부했다. 허세를 잔뜩 부려놨던 슈퍼 망원경은 크게 창피를 당했다.
“자자. 짠이나 하자고.”
다들 킥킥대며 웃었다. 오늘은 슈퍼 망원경의 흑역사로 기록될 날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때. 슈퍼 망원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거봐!”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나. 갔다 옵니다!”
스트리머들이 비웃었다. 개중 슈퍼 망원경과 가장 친한 스트리머인 ‘작은 도서관’이 피식 웃었다.
“야야. 앉아. 이제 안 놀릴게.”
애초에 말이 안 되지 않은가.
저스틴이 거신길드원이라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아무리 거신길드원이라도 어떻게 던전에서 사람을 소환한단 말인가.
“저스틴이랑 친분이 있고, 저스틴이 거신길드원이라는 것까지는 믿어줄게.”
그렇지만 그 이상은 믿어주기 어려웠다.
친구가 최근 자기 성공에 취해 허세가 많이 늘었다. 그 정도로 이해해 줄 수 있었다.
슈퍼 망원경이 핸드폰 액정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이거 안 보이냐?”
[퀘스트. ‘마이커의 흔적’에 동참하시겠습니까?] [YES or NO]선택할 수 있었다. 스트리머들은 황당했다. 핸드폰으로 선택지가 날아오다니.
아무리 봐도 이건 사기였고, 허세였다. 스트리머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플레이어를 봐왔지만, 핸드폰으로 소환을 하는 플레이어는 본 적이 없었다.
“갔다 온다.”
“그래그래, 갔다 와라. 화장실 가냐?”
슈퍼 망원경이 ‘YES’를 선택했다. 순간, 슈퍼 망원경의 몸이 흰빛에 둘러싸였다.
“어?”
스트리머들은 깜짝 놀랐다.
“뭐야?”
정신을 차렸을 때, ‘슈퍼 망원경’은 자리에 없었다. 진짜로 소환이 되어 버렸다.
그들은 몰랐다. 슈퍼 망원경을 소환한 것은 플레이어가 아니라 용이라는 것을.
작은 도서관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진짜 없어졌네?”
다들 조용해졌다.
“핸드폰으로 선택지를 보내서 소환시키는 거, 본 적 있는 사람?”
“저는 한 번도 못 봤어요.”
“저도.”
“나도 못 봤는데.”
그들은 새로운 것을 경험했다. 작은 도서관은 문득 생각했다.
‘대박각이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신기한 기술이다. 게다가 이 기술을 펼친 사람이 SNS스타인 저스틴이고, 그 저스틴이 최근 가장 핫한 길드인 거신길드 소속이다.
대박 요소들이 마구 섞여 있었다. 마침 그의 친형이 기자였다.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형. 특종각 하나 잡은 거 같아.
* * *
용돌이의 콧대가 하늘을 찔렀다.
“일반적인 소환이 아니라서 시간이 좀 걸려. 김다롱 같은 건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김다롱은 고개를 휙 돌려 용돌이를 쳐다보지 않았다. 미셸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소환이 되는 거예요?”
“마법.”
“마법으로 그게 다 돼요?”
“다 되는 건 아니고…….”
용돌이는 눈치를 슬쩍 살폈다.
사실은 ‘나는 다 할 수 있다, 으하핫!’ 하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여기 들어오는 순간 느껴졌어.”
“소환이 가능한 걸요?”
용돌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걸 느끼자마자 ‘슈퍼 망원경’을 소환하겠다며 허세를 부렸었다.
“애초에 그런 설정값이 걸려 있었던 거군요.”
“물론 내 마법이 뛰어나서 가능한 거기는 해.”
“그건 그렇죠. 던전 안에서 바깥의 사람을 소환하는 광경은 처음 봤어요.”
“내가 뛰어난 용이니까.”
미셸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시선을 옮겼다. 김혁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미셸은 김혁진의 속마음을 읽어냈다.
“지금 본인들이 얼마나 대단한 걸 하고 있는 건지, 자각 없는 거죠?”
“예, 뭐, 그냥.”
김혁진이 머쓱하게 웃었다. 실제로 그렇게 대단한 것 같지는 않았다.
이보다는 마이커의 분신을 사냥한 쪽이 더 대단한 거 아닌가 싶었다.
“던전 안과 밖을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그것이 현재 인류가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거잖아요. 저스틴의 마법 매커니즘만 알 수 있다면, 인류의 꿈 하나가 이루어지는 건데요.”
“……그렇습니까?”
미셸은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저렇게 무덤덤한 반응이라니. 얼마나 기적에 익숙하면 이 정도 일에 저렇게 무덤덤하단 말인가.
‘그래서 멋있기는 하지만.’
한편, 소환진이 하나 생성되었다.
하얀색 마법진이었다. 카툴루가 소환되었을 때와는 분위기나 기세가 완전히 달랐다. 하얀색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비슷한 점이 단 한구석도 없었다.
그 안에서 사람 한 명이 튀어나왔다.
“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 ‘슈퍼 망원경’이었다. 그는 용돌이를 발견하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저스틴. 고맙습니다.”
“내가 이 정도지.”
용돌이는 김다롱을 계속 의식하면서 자신의 위대함을 어필했다.
[외부와의 연결통로가 생성되었습니다.]그때, 김혁진이 예상하지 못했던 알림이 이어졌다.
[퀘스트. ‘마이커의 흔적’의 진실 된 이름이 공개됩니다.]‘마이커의 흔적’이라는 글자가 점점 희미해지고, 새로운 글자가 생성되었다.
[퀘스트. ‘마이커의 희망’으로 변경되었습니다.]김혁진은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 처음에 메시지는 이렇게 보였었다.
[수호자. ‘영원의 관찰자’와 계약하시겠습니까?]무명안을 통해 그 메시지를 집중해서 관찰했었다.
[수호자. ‘–의 관-자’와 계약하시겠습니까?] [수호자. ‘— –’와 계약하시겠습니까?]그때도 글자가 사라지고 진짜 글자가 나타났었다.
[수호자. ‘속삭이는 악마’와 계약하시겠습니까?]이번에도 때와 같았다.
‘마이커의 흔적이 아니라, 마이커의 희망?’
그 희망이 무엇인지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외부와의 연결통로가 생성되었습니다.]바로 이것이었던 것 같다.
지저거인들의 왕 마이커는 외부와의 연결통로를 만들어내고 싶었던 것 같다.
아마도 다른 거인들이 와주기를 바랐던 염원이었던 것 같았다. 그 염원이 남아 이런 작은 희망을 만들어낸 것 같았다.
‘그러니까…….’
만약 용돌이가 처음 ‘슈퍼 망원경’을 초대해 버렸다면 어이없이 클리어되었을 수도 있었다.
[퀘스트. ‘마이커의 희망’이 클리어되었습니다.] [클리어 보상이 주어집니다.]미셸은 또다시 입을 쩍 벌렸다.
‘또 레벨 업?’
단숨에 1레벨 업을 해버렸다. 이곳에 들어와서 무려 5레벨 업을 했다.
[현재 레벨 : 75]‘라스베이거스의 목동’과 ‘푸른 뇌전의 나팔수’ 등의 수호자들도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건 김혁진도 마찬가지였다. 김혁진 역시 메시지들을 많이 받았다.
기분이 아주 좋지는 않았다.
‘영양가 있는 후원이…….’
분명히 영양가 있는 후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딱히 없었다.
어느덧, 필드는 이동되었다. 처음 ‘마이커의 전장’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옐로스톤 국립공원 내. 초급 던전 앞으로 이동되었다.
린하이와 등평.
그리고 20레벨 이하 플레이어들도 함께 밖으로 나왔다.
‘후원이 이게 진짜 끝이야?’
‘업적의 석판’이란 것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 ‘거왕 사냥꾼’의 칭호도 얻었으며, 좀 더 강력한 신체를 얻었다.
거기에 ‘뇌신’의 힘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소음의 지휘자로부터 이상한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아쉬웠다.
즐겁다, 좋게 봤다, 집중했다, 말뿐인 메시지는 사실 별 도움이 안 되었다. 이제 그런 말로 감명받기에는 김혁진이 너무 높아졌다.
그런데 그때. 알림이 들려왔다.
[다수의 수호자가 ‘묶음 후원’을 진행합니다.]김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묶음 후원?’
묶음 후원은 회귀 전에는 없던 시스템이었다. 있었다 하더라도, 대중에게 공개되어 있지는 않았다.
세니아가 일시 정지 권능을 사용했다. 세상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다수의 수호자분이 뜻을 합쳐 한 명의 플레이어에게 후원하는 것을 묶음 후원이라고 합니다.”
“그래.”
“전 차원을 통틀어서 네 번 진행되었던 후원이기도 합니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큰 감흥은 없었다. 후원의 내용이 중요했다.
“수호자분들께서 [영원한 투사의 방패]를 후원합니다.”
“영원한 투사의 방패?”
“이는 초월급 아티팩트로서, 오로지 ‘묶음 후원’을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김혁진은 조금 더 기대하기 시작했다.
세니아가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손바닥 위에 방패 형태의 아이템 하나가 생성되었다.
“단,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세니아의 눈동자가 김혁진을 향했다.
“뭔데?”
“김혁진 플레이어는 ‘7번째 약속’을 이행한 것을 확인한 이력이 있습니까?”
7번째 약속.
김혁진은 ‘7번째 약속’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으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대충 눈치는 챘다. ‘7번째 약속’이 먼저 선행되어야만, 저 방패를 획득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말해, 내가 7번째 약속을 인지하고 있느냐 없느냐. 그걸 알아보기 위한 거 같은데.’
세니아가 다시 말했다.
“있어.”
“7번째 약속. 그 이행 내용이 무엇입니까? 만약 거짓을 고했을 경우, 김혁진 플레이어의 플레이어 자격이 박탈될 것입니다.”
세니아의 눈에 은은한 걱정이 서렸다. 김혁진이라면 당연히 기억하겠지만 혹시라도, 아주 혹시라도 기억 못 했다가는 낭패일 테니까.
다행히 김혁진은 기억력이 매우 좋았고, 그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히든 시나리오였던 ‘물거인의 농장’을 클리어했을 때 들었었다.
[‘무색의 권좌’가 ‘7번째 약속’을 이행합니다.] [‘영면을 선택한 거신’의 잠을 깨울 것을 약속합니다.]그대로 말했다.
“무색의 권좌께서 영면을 선택한 거신을 깨웠다는 약속. 그게 7번째 약속이잖아.”
그때.
세니아의 오른손 위에 떠 있던 ‘영원한 투사의 방패’에서 흰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