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46)
#재능만렙 플레이어 546화
“길들이면, 정보가 좀 나오려나.”
김혁진이 앞으로 걸어갔다. 마나를 못 써도 괜찮았다.
이런 철 구속구 따위 힘으로 부수면 된다. 나무젓가락을 부수는데 마나가 필요하지 않은 것과 똑같았다.
사실 김혁진은 알고 있었다.
이까짓 마나 구속 도구는 힘을 주면 부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김혁진 원래의 몸보다는 약했지만, 이 몸도 충분히 강했다. 더군다나 정신은 김혁진이었다.
힘을 어떻게 써야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지, 이미 영혼에 각인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힘쓰기는 쉬웠고, 마나 구속 도구를 쉽게 깨뜨렸다.
실라비아는 약간 당황한 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찰스. 공격해.”
김혁진이 멈칫했다.
‘찰스?’
쌍두 태흑견 찰스.
우연치고는 좀 기묘했다.
테이밍된 몬스터가 쌍두태흑견이고,
하필이면 이름이 찰스라니.
김혁진이 유플렉스 던전에서 길들였던 쌍두태흑견도 이름이 찰스였었다.
쌍두태흑견이 으르렁거리면서 몸을 낮추었다.
으르릉거리는 주둥이 사이로 끈적끈적한 침이 질질 흘러나왔다. 지금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만 같은 모양새였다.
그래서 말했다.
“엎드려.”
쌍두태흑견은 계속 으르렁거렸다. 감각안으로 쌍두태흑견의 레벨을 살펴보았다.
“엎드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찰스, 공격해!”
그 사이, 김혁진 뒤에 서 있던 남자가 철퇴를 꺼내 들고 휘둘렀다.
“죽어!!!”
김혁진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후웅-!
철퇴가 허공을 갈랐다.
김혁진이 대검을 휘둘렀다. 철퇴의 쇠사슬을 끊어 버렸다. 짧은 한 수였지만 그 발검에는 ‘통찰지검’의 묘리가 섞여 있었다.
쿵!
철퇴의 머리 부분이 땅에 떨어졌다.
남자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어, 어떻게……!”
이 철퇴는 그가 아끼는 보물 중 보물이었다.
목숨을 구해준 어떤 노인에게 선물 받은 것으로 한철(寒鐵)이라 하여 일반적인 철보다 훨씬 더 단단한 철이었다. 그 노인이 이렇게 말했었다.
[“한철은 깨질지언정 잘리지는 않는다네. 그러니 마음껏 휘두르게. 이 철퇴는 이제 자네 것이야.”]실제로 이 철퇴는 그동안 그 위용을 자랑해왔었다.
무수히 많은 놈이 쇠사슬 부분을 공략했지만, 아무도 쇠사슬을 끊어내지 못했다.
그런데 너무 쉽게 잘렸다. 대충 휘두른 공격 같았는데 말이다.
“은빛기사……! 실력을 숨겼구나!”
김혁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저 남자도 사람이다. 죽이지는 않았다. 가까이 다가갔다.
“오, 오지 마라!”
그는 철퇴의 쇠사슬 부분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김혁진이 몇 걸음 옮겼다. 쇠사슬을 너무 쉽게 피해냈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아무런 방해 없이 걷는 것 같았다.
“잠깐 자라.”
김혁진이 검지를 들어 올렸다.
딱!
딱밤을 때렸다.
이거면 충분했다.
이 곳의 최종보스라 할 수 있는 실라비아의 레벨이 70대였고, 70대레벨은 맨몸 선에서 손쉽게 제압이 가능했다.
“꺽……!”
남자는 그 상태 그대로 기절했다.
으르렁-
찰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혁진이 뒤를 돌아봤다.
“아직 안 엎드렸어?”
“찰스! 정신 차려!”
실라비아가 앙칼지게 소리쳤다. 쌍두태흑견들은 혼란스러운 듯 했다.
원래 섬기던 주인의 말을 들어야할지, 저 무시무시한 인간의 말을 들어야할 지.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칭찬은 할게. 너희 충성심이 엄청나네.”
김혁진이 쌍두태흑견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쌍두태흑견들이 뒷걸음질 쳤다.
실라비아로서는 처음 겪는 현상이었다. 용맹한 쌍두태흑견들이 뒷걸음질 치다니.
“너, 너희 도대체 왜 이래!”
마나를 끌어 올렸다.
쌍두태흑견들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올려봤지만 소용없었다.
김혁진이 말했다.
“너. 백견주네?”
“정체가 뭐야, 너.”
“나?”
피식 웃었다.
“천견주.”
김혁진은 천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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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견주]백견주의 상위등급 칭호.
레벨 40 이하 모든 순수견(犬) 종 몬스터를 완벽하게 복종시킵니다.
레벨 40 ~ 50 이하의 모든 순수견(犬) 종 몬스터와 극도의 친밀감을 가집니다.
레벨 50~ 60 이하의 모든 순수견(犬)종 몬스터와 미약한 친밀감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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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찰스의 레벨은 47이었다.
40 이하였다면 완벽하게 복종시킬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은 불가능했다.
‘저 여자와의 친밀감이 극도로 높은 덕택에…… 내 천견주 칭호효과에 저항하고 있는 거야.’
김혁진은 잠시 생각했다.
저 여자는 뭘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것투성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결투는 치러지고 있을 거다.
관중들이 환호하고 소리를 치고 있어야 한다.
‘소리가 하나도 안 들려.’
마치 왜곡된 공간인 것처럼 말이다. 다른 필드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또한 경기장의 규모로 봤을 때, 실라비아를 호위하는 다른 인원들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아무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김혁진이 물었다.
“네 이름이 실라비아냐?”
감각안에는 분명히 실라비아라고 잡혔다.
실라비아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이 와중에 갑자기 이름을 묻다니.
이상하기는 했지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빨리 쌍두태흑견에 대한 지배력을 찾아와야 했다.
“무슨 소리야?”
“내게는 이름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눈이 있어. 네 이름이 실라비아라는데.”
“헛소리하지 마.”
김혁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감각안이 틀렸나.
“그럼 네 이름이 뭐냐?”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실라비아는 대화에 응하는 척 하면서, 쌍두태흑견 테이밍에 힘썼다.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내 이름은…….”
실라비아는 순간 움찔했다.
‘어?’
실라비아는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여태까지 실라비아라고 불려오기는 했다. 그런데 실라비아가 아니다. 요상한 감각이었다. 이름을 모르겠다.
“내 이름이 뭐지?”
김혁진은 확신했다.
‘다른 세계인 줄 알았더니.’
다른 세계가 아니다.
이 곳은 게이트가 맞았다. 그리고 이 곳에 있는 이들도 모두 ‘사람’이 맞기는 하다.
‘나랑 똑같아.’
모두 자신처럼 들어와서 다른 몸을 얻게 된 것 같았다.
‘나는 정신력이 너무 높아서 자아를 안 잃은 거고.’
다른 이들은 자아를 잃고 살아갔던 것 같다. 이제 이해되었다. 맹목적으로 진행되던 전투. 의미 없이 진행되는 것 같던 사건들.
이들은 자아를 잃었고, 마치 누군가가 프로그래밍한 것 같은 세상 속에서 살아갔을 뿐이었다.
순간 알림이 들려왔다.
[‘투사들의 전당’ 내 17개의 시나리오 방향 중 17번 방향이 선택되었습니다.] [1차 퀘스트. ‘실라비아의 정체성’이 생성되었습니다.]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찾았다.’
단서를 찾았다.
이렇게 시작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이 공간을 클리어해나가는 방법은 17개가 존재하고, 그중 하나를 제대로 시작했다.
“실라비아. 네 진짜 이름을 알려줘?”
“내 이름은…….”
실라비아는 혼란스러웠다. 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이곳은 교묘하게 조작된 공간이거든.”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너는 진짜 실라비아가 아니고, 진짜 이곳의 지배자가 아니야.”
한 마디를 더했다.
“너. 저놈들의 이름은 알아?”
“당연히 알지. 찰스랑…….”
찰스까지는 알겠다. 그러나 한 마리는 모르겠다. 실라비아는 혼란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이럴 리 있어.”
김혁진이 대검을 들어 올렸다.
‘통찰지검.’
쌍두태흑견.
두 마리 중 한 마리의 목을 베어 버렸다. 두 개의 목이 댕겅! 잘려 나갔다. 땅에 떨어졌다.
실라비아가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실라비아의 눈이 출혈되었다.
그녀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극도로 분노했다.
“죽여 버릴 거야!!!”
“진정하고.”
김혁진이 쌍두태흑견의 시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시체가 없잖아.”
“…….”
시체가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던 것처럼.
“네 이름은 실라비아가 아니야. 네 이름은 [라푼델]이야.”
“라푼델?”
이름을 들은 순간, 실라비아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라푼델.
라푼델.
라푼델.
그 이름이 극도의 두통을 불러왔다.
김혁진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라푼델을 그냥 쳐다보기만 했다.
‘시공간이 엉망진창으로 뒤바뀐 곳. 사람의 몸마저 바뀌어 있는 괴상한 공간.’
이곳이 원하는 건 과연 무엇일까.
왜 강선일은 이곳에서 나를 기다린다고 했으며,
잭슨은 서주환을 이용한 함정을 팠던 걸까.
김혁진은 조금 더 생각했다.
‘단발적으로 급작스레 생긴 퀘스트가 아니야.’
예전부터 그래왔다.
따로따로 흩어져 있던 것들이 합쳐놓으면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나?’
순간, 하나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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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수 군락지 지도(해석본)]포식수 군락지는 많은 포식수가 자리 잡고 있는 산림입니다. 라푼델의 아버지는 라푼델을 위하여 포식수 군락지를 만들었습니다.
‘포식수의 씨앗’이 ‘붉은 꽃의 눈물’에 큰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위적으로 생성한 ‘포식수 군락지’의 수명은 최장 300년입니다. 300년 이내에 포식수들은 생태계를 유지하지 못한 채 멸종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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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단서가 포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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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델의 아버지는 라푼델을 위하여 포식수 군락지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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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라푼델은 포식수와 관련이 있었고, 포식수는 또 거인 및 용과도 연결된다. 관계가 하나도 없던 것처럼 보였던 것들이 일부 연결이 되어 있었다.
‘일단 라푼델을 도와야 해.’
저대로 놔두면 고통에 집어 삼켜져 죽어버릴 것 같았다. 동공이 반쯤 풀렸다. 간헐적으로 몸을 꿈틀대며 정신을 차리려 하고는 있지만 이지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생각보다 정신력이 약했다.
“하나를 확실히 하자면, 우리는 다른 시공간에서 이미 만났었어. 너는 찰스를 잃어버렸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지.”
정확히 말하자면 ‘타이콘의 저택’에서 초상화를 봤었다.
그곳에 라푼델의 초상화가 있었다. 초상화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강상구가 기겁하며 놀랐었다.
“결국 나는 찰스를 찾아줬었지.”
말을 하다 보니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슈밤. 친구야. 나 쫌 무섭다. 왜 갑자기 다 이렇게 늙어버렸냐?
-갑자기 다 삭아 버렸어.
그리고 그 당시, 김혁진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었다.
-300년.
-이 필드의 시간이 300년이나 흘렀다면.
갑작스레 300년의 시간이 지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라푼델은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김혁진의 말들을 들었다.
‘저게…… 무슨 소리야……?’
그렇지만 하나씩, 하나씩,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라푼델.’
저 남자의 말이 맞았다. 자신의 이름은 라푼델이었다. 남자가 계속 말했다.
“아마 이곳은, 그 시점으로부터 300년쯤 전인 것 같아.”
이름 라푼델.
친구 찰스.
그리고 300년.
그 키워드들을 모두 듣자 라푼델의 두통이 모두 사라졌다. 씻은 듯이 없어져 버렸다.
“정신이 좀 드나 보네.”
“……덕분에.”
라푼델이 몸을 일으켰고, 김혁진이 계속 말했다.
“아마도 이곳에 있는 인간들은 모두 각 시공에서 불려와 원래의 시간 축과 상관없이 왜곡된 시간 속에서, 남의 몸으로 살아갔던 것 같아.”
“…….”
라푼델은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너는?”
“나는 정신력이 좀 높아.”
“……그런 것 같네.”
김혁진을 쳐다보았다. 김혁진의 눈은 맑았다. 굳은 심지가 엿보이는 것 같았다. 마음의 문을 조금 열었다.
“내 이름이 라푼델이라는 것. 그리고 이 아이가 진짜 찰스라는 건 기억났어.”
라푼델이 물었다.
“쌍두태흑견을 죽일 필요까지 있었어?”
“그게 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했거든.”
쌍두태흑견 찰스.
그 주인 라푼델.
이 둘은 원래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없던 쌍두태흑견이 옆에 있었다. 충성심을 가진 것처럼 굴면서.
“가짜 세상을 이렇게 완벽하게 구현하려면 반드시 매개체가 필요해. 나는 그걸 없애버린 거고.”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덕분에 네가 정신을 차릴 수 있었잖아?”
“혼란스러워. 네 말을 믿기도 어렵고.”
“증거를 보여줘?”
김혁진이 아이템 하나를 내밀었다.
‘포식수 군락지 지도의 해석본’이었다.
“이, 이건?”
“네 아버지가 너를 위해 준비했던 거야. 너는 붉은 꽃의 눈물이라는 병을 앓고 있었지?”
“…….”
라푼델은 입을 다물었다.
김혁진의 말이 모두 맞는 것 같았다.
“사실 나는 [투사들의 전당]을 찾아 이곳에 들어왔어. 그런데 여기가 진짜 [투사들의 전당]이 아닌 것 같네.”
이곳은 중간 관문인 것 같았다.
진짜 ‘투사들의 전당’으로 가기 위한.
[1차 퀘스트. ‘실라비아의 정체성’이 클리어되었습니다.] [2차 퀘스트. ‘분노한 수호자’가 생성되었습니다.]김혁진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분노한 수호자라.’
이 퀘스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이 공간을 누가, 왜, 어떻게 꾸며냈는지도 알 것 같았다.
“라푼델. 내 손을 잡아.”
“무슨 소리야?”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
김혁진이 라푼델을 안아 들었다.
“뭐, 뭐하는 짓이야! 꺄, 꺄악!”
김혁진이 달리기 시작했다. 라푼델은 떨어질 것 같았다.
‘뭐, 뭐가 이렇게 빨라!’
세상이 뒤로 휙휙 밀려가는 것 같았다.
무서워서 눈을 꾹 감고 김혁진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눈을 감은 그녀의 예민한 감각을 통해,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말도……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