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48)
#재능만렙 플레이어 548화
잭슨의 모습은 경건한 제사를 지내는 제사장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진중하고 진지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심을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단은 들어보기로 했다.
“당신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는 당신을 방해하려 하였습니다.”
“…….”
“하나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방해가 아니었습니다.”
방해.
강선일과 만나는 것을 방해하려 했다는 뜻이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자는 마왕입니다. 당신은 그자와 만나서는 안 됩니다.”
“마왕이 뭔데?”
“모든 것을 파멸시키기 위하여 태어난 존재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불멸자로 태어나 모든 것을 포식하는 존재입니다.”
“계속 말해봐.”
“또한 그의 궁극적 목적 중 하나는 차원의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김혁진의 몸이 움찔했다.
시스템을 파괴한다니.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리고 [시스템]이 존재하는 곳에 늘 존재하는 자이기도 합니다.”
모종의 이유로 시스템이 발생한다.
그러면 그곳에는 플레이어가 나타나게 되고, 중간 관리자들을 통하여 수호자들과 연결된다.
그리고,
“시스템이 생겨나면 마왕도 저절로 생성된다는 얘기야?”
“그렇습니다. 창조가 있으면 파괴도 있는 법이니까요.”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것은 시스템의 율법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어떠한 현상이나 설정값이 존재하면, 반드시 그와 상응하는 현상이나 설정값이 존재하기 마련이었으니까.
“나를 배척하려는 시스템의 의지가 있으면, 반대로 나를 보호하려는 시스템의 의지가 있는 것처럼?”
“네. 맞습니다. 역시 이해가 빠르시군요.”
잭슨의 말은 간단했다.
시스템이 생기면 그곳에는 반드시 ‘마왕’이 생긴다. 마왕은 시스템을 파괴하고 싶어 하고, 시스템은 마왕을 저지하기 위한 안배들을 마련한다.
“그리하여 저는 마왕을 막기 위한 또 다른 왕을 세우는 세례자로서 태어났습니다.”
잭슨이 설명을 이었다.
“세례자는 세계각지에서 [왕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자들을 추려냅니다.”
“…….”
“그리고 그들을 알게 모르게 지원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필요한 공략법과 정보들을 제공합니다.”
거기까지는 이해했다.
‘그래서 과거의 잭슨도…… 공략법을 공유하고 뿌렸던 건가.’
잭슨은 왕을 세우고 싶어 한다.
마왕에 대적하기 위해서.
아주 대놓고 돕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수많은 공략법을 공유하고 뿌리면서, 왕의 자질을 가진 자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었던 것 같다.
“네가 나한테 했던 모든 짓이, 나를 돕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겠지?”
“왕의 후보는 한 명이 아니니까요. 저는 공익을 위하여 움직였습니다. 최대한 다수의 후보에게 선한 영향력이 행사될 수 있도록. 그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원하신다면 해드리겠습니다.”
“이런 얘기를 오픈하는 이유는?”
“왕의 후보를 추리고 추려서…….”
“나를 유일한 왕의 후보로 삼았다?”
“거의 유일합니다.”
말하자면 예전에 했던 것은 광역 버프였고, 이제는 김혁진을 비롯한 소수에게만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소리였다.
“그래서 나를 죽이기 위한 함정을 팠다고?”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양치기 소년]을 완벽하게 소멸시키기 위한 안배였습니다.”
김혁진은 잭슨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
‘잭슨은 내가 회귀한 걸 모른다.’
아무리 위대한 탐험가여도, 회귀라는 요소를 빼놓고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회귀’라는 키워드만 제외하면 잭슨의 말은 모두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창조된 시스템.
시스템을 파괴하고자 하는 마왕.
마왕을 막고자 하는 세례자.
세례자가 세운 새로운 왕.
모든 것의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진다.
‘그렇지만 미래의 마왕군은?’
스스로 ‘마왕’을 섬긴다고 했다. 악몽이라고도 불리는 그들은 온갖 패악질을 일삼으며 그 세를 넓혀 나갔었다.
적어도 김혁진 자신의 눈으로 본 ‘마왕 강선일’은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김혁진은 자신의 눈을 믿었다.
김혁진이 말했다.
“단순히 나를 보호하기 위해 [양치기 소년]을 죽인 건 아닐 것 같은데.”
“그는 [적안]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적안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면.”
잭슨이 입술을 깨물었다.
“마왕이 나타나 적절한 순간을 노려 적안을 강탈했을 것입니다.”
“마왕이? 왜?”
이것도 약간 이상했다.
“마왕은 진정한 힘을 얻기 위하여 6개의 눈을 필요로 합니다. ”
금안, 은안, 백안, 흑안, 청안, 적안.
6개의 눈이 필요하단다.
“현재 그는 6개의 눈 중 하나를 얻은 상태입니다. 흑안. 그것은 마왕의 잠재능력 속에 봉인되어 있던 눈입니다. 그 눈의 봉인을 해제하기 위하여 고래일족의 보물이 필요했었습니다.”
김혁진의 몸이 움찔했다.
그때도 이상하다고 느꼈었다. 고래일족이 스스로 ‘보물’이라 불렀던 작은 상자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게 왜 보물인지 알지 못했었다.
이사벨과의 대화에서도 그들은 이게 왜 보물인지 설명하지 못했었다.
-고래의 아이들아. 너희는 이 보물이 무엇인지 아니?”
-대대로부터 저희의 보물로 간직해왔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용도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 묻는 것이다.”
-…….
이상함을 느낀 김혁진이 물었었다.
-왜? 이거. 뭔지 알겠어?
-고래일족의 보물 치고. 고래일족의 냄새가 하나도 안 나.
-그럼 고래일족의 보물이 아니라는 뜻이야?
– — — —-.
말이 들리지 않았었다. 시스템의 간섭이 존재했었다. 그리고 그 보물을 마왕 강선일에게 강탈당했었다.
마왕 강선일이 스스로 획득할 수 없던 보물.
‘그게. 마왕의 봉인을 풀어줄 장치였던 건가.’
김혁진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복기분석시를 사용해 보았다.
지금은 단서를 훨씬 많이 얻었다. 지금 보면, 저 때 이사벨이 무슨 말을 했는지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잭슨은 김혁진의 의중을 눈치챘는지 방해하지 않았다.
복기분석시의 세계 속.
김혁진은 이사벨과의 대화에 집중했다.
그 세계 속에서 김혁진이 물었다.
“그럼 고래일족의 보물이 아니라는 뜻이야?”
“고래일족이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파멸의 기운이 느껴져. 적어도 보물은 아닌 것 같은데.”
김혁진은 여러 번 저 말에 대해 생각했다. 잭슨의 말이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고래일족이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파멸의 기운.
적어도 보물은 아닐 것 같다.
이 두 가지 단서는 사실 특별한 단서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문맥만 보면, 굳이 시스템이 나서서 차단할 정도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단했다는 건 잭슨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 같은데.’
결국, 그때 마왕은 ‘보물’을 손에 넣고 6개의 눈 중 ‘흑안’의 봉인을 해제했다는 것 같다.
김혁진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마왕에게는 나를 죽이고 적안을 강탈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어.”
“그랬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를 죽이지 못했던 이유는 설마.”
잭슨이 빙그레 웃었다.
“맞습니다. 제가 왕의 후보로 지목하였기 때문입니다.”
세례자인 잭슨은 마왕보다 현저히 약하다.
그래서 잭슨은 마왕을 피해 도망 다녀야 했다.
도망 다니면서 왕의 후보들을 지목한다.
세례자로부터 왕의 후보로 지목된 플레이어는 마왕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
그것이 마왕-세례자간의 먹이사슬 관계였고,
세례자가 세운 왕이 마왕을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위대한 탐험가 잭슨이 가진 시나리오인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네게 세례를 받고, 마왕을 제거해야 한다?”
“그렇습니다. 저는 당신보다 뛰어난 왕의 재목을 발견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은 위대한 왕이 되어 전 차원을 통합하고 다스리는 위대한 별이 될 것입니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잭슨의 말은 모두 맞아.’
잭슨의 시나리오.
마왕의 탄생 배경.
마왕을 막는 세례자의 존재.
마왕이 김혁진 자신을 결국 죽이지 못한 이유.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진다.
딱 하나.
‘회귀를 빼면.’
회귀했다.
미래를 알고 있다.
강선일은 스스로 ‘마왕’이라고 밝힌 적이 없다.
강선일을 마왕이라 부른 것은 오로지 ‘마왕군’과 ‘위대한 탐험가’뿐이다.
‘곧 마왕군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겠지.’
악몽.
그들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날 거다.
이미 활동을 시작한 것을 확인한 지 오래다.
전 세계에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을 뿐.
전 세계에서 악행을 떨치게 될 거다.
악몽을 이끄는 자는 마왕이지만 강선일은 분명히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몽’은 ‘마왕 강선일’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건 아마도 강선일을 악의 축으로 몰아가야 할 잭슨이 벌인 짓일 거야.’
잭슨이 악몽과 깊게 관계되어 있을 것이다.
김혁진은 악몽이 무슨 짓을 할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고 힘들게 할지 다 알고 있다.
‘그 모든 게 단순히 강선일을 악마로 만들기 위함이었다고?’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아니. 설명이 된다 할지라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마왕군을 만들고, 마왕이라는 공적을 만드는 것.
과연 그것이 단순히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일까.
그것은 알 수 없었다.
‘다만.’
적어도 악몽이 했던 모든 짓은 인간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짓들이었다.
김혁진에게 죽은 3급 간부 서주환만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끔찍한 짓을 저질렀던가.
보호받아 마땅할 어린아이들이 서주환에게 끔찍한 짓을 당했다.
그들은 ‘사기(死氣)’를 얻기 위하여 파리 대참사를 일으켰고, 중국과 협력하여 수많은 사람을 가지고 생체실험을 하고 있다.
“근데 말이야.”
확인을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악몽.”
“……예?”
“마왕군은 왜 만든 거야?”
잭슨이 고개를 저었다.
“악몽은 제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그래.”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한 가지를 더 확인하기로 했다.
“잭슨. 나한테 뭔가를 숨기는 거 없어?”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김혁진에게는 회귀 외에도 한 가지 단서가 더 있었다.
-당대 순례자. 아니 세례자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
-잭슨.
-잭슨? 지금 잭슨이라고 말했어? 도살자의 이명을 가진?
뷰켈이 가르쳐줬었다.
잭슨의 이명이 ‘도살자(屠殺者)’라고.
“잭슨. 하나만 묻자.”
“얼마든지요.”
“나한테 말하지 않은 네 이명이 뭐야?”
“제게는 여러 개의 이명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위대한 탐험가가 있지요.”
잭슨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다지 당황하지 않은 것 같았다.
김혁진이 말했다.
“도살자.”
“…….”
도살자의 사전적 의미는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왜, 세례자가, 도살자여야만 할까?”
“그것은…….”
잭슨이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도대체 그런 정보는 어디서 얻는 겁니까, 묻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마왕을 상대하기 위하여 강대한 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힘은 인위적으로 추출해내야만 하며, 그러기 위한 많은 이들의 생명값이 필요합니다.”
잭슨은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계속 말했다.
“세계를 구하고 통치하기 위하여, 작은 희생이 필요한 것입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자들이 양분이 되어, 왕을 키울 것입니다. 왕이 될 재목이시여.”
“…….”
김혁진은 잭슨을 한참 동안이나 쳐다보았다.
잭슨은 진심 같았다.
저 표정에서는 숭고한 의지까지 읽어낼 수 있었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저 모습은, 진실로 왕을 경배하는 세례자 같은 모양새였다.
방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잭슨의 말은 진실 같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
모사꾼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모사꾼이 ‘악몽의 위대한 예언가’의 예언을 전해줬었다.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