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50)
#재능만렙 플레이어 550화
[서버급 퀘스트. ‘아버지의 실종’이 생성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실종]라푼델과 라푼델의 아버지는 사이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라푼델의 아버지는 라푼델을 사랑했고, 라푼델은 아버지를 존경했습니다.
어느 날.
라푼델의 아버지는 실종되었습니다.
라푼델은 아버지를 찾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하였습니다. 라푼델의 아버지를 찾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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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실종되었단다.
실종된 아버지를 찾는 퀘스트. 이 퀘스트가 무려 ‘서버급 퀘스트’였다.
‘단순 실종이 아니라는 얘기네.’
무엇인가가 숨겨져 있다.
“저희 아버지는 납치당하셨어요.”
“납치?”
퀘스트 창에는 분명히 ‘실종’이라고 쓰여 있는데, 라푼델은 납치로 확신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네.”
라푼델의 눈에 눈물이 잔뜩 고였다.
아버지를 떠올리기만 해도 감정이 북받치는 모양이었다.
김혁진도 어머니를 잃어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남 일 같지는 않았다.
“어째서 납치라고 생각해?”
“납치가 아니고서야, 아빠가 저를 버리고 사라질 리 없잖아요.”
“아버지랑 사이가 좋았나 보네.”
“제가 태어났을 때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대요.”
“…….”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저를 손가락질하고 욕했어요. 엄마를 잡아먹은 괴물이라고.”
얘기를 들어보니 라푼델은 어느 귀족가의 영애였다고 했다. 라푼델의 어머니 역시 명망 있는 귀부인이었다고 했다. 그 귀부인을 잡아먹은 괴물. 그게 바로 라푼델이라고 했다.
라푼델이 태어난 곳의 시대상과 풍습은 현대인인 김혁진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빠는 늘 제 편이었어요. 세상에 제 편은 아빠 한 명밖에 없었어요.”
그랬던 아빠가 어느 순간 실종되었다. 편지 하나, 쪽지 하나 없었단다. 어떤 단서도 없어서 라푼델은 찰스와 함께 아버지를 찾으러 무턱대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고 했다.
“다음 얘기는 나중에 듣는 게 좋을 거 같네.”
김혁진은 라푼델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다.
함께 여정을 떠났지만 결국 아버지를 찾지 못한다.
아버지를 찾기는커녕 찰스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주변이 변하고 있어요.”
“그래.”
라푼델이 잔뜩 긴장했다.
어두웠던 공간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투사들의 전당’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것 같았다.
화악-!
여기저기서 마법횃불의 불이 피어올랐다.
주변이 삽시간에 밝아졌다.
네모난 공간이었다.
공간의 너비가 꽤 넓었고, 바닥은 청색의 잘 다듬어진 돌로 만들어져 있었다.
“넓은 대련장…… 같은데요?”
라푼델이 쪼그리고 앉아 바닥을 톡톡 두드려 보았다.
톡! 톡!
소리를 들어본 라푼델이 말했다.
“옥암(鈺巖)이에요.”
“옥암?”
“네. 관을 만드는 특별한 돌이에요. 후작가 이상의 위대한 가문 사람이 죽었을 때 사용했다고 알고 있어요.”
쉽게 말해 비싼 돌이었다.
“단단하고 무거워서 금고로도 사용했다고 해요.”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닥이 상당히 딱딱했다. 시멘트 바닥보다 더욱 단단한 것 같았다.
“저쪽에 통로가 있는 것 같아요.”
저만치 멀리.
사람 두어 명이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의 통로가 보였다.
통로는 굉장히 어두웠다.
김혁진이 통로 쪽을 쳐다보았다.
‘저쪽으로 가야 하나?’
일단 움직여 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득, 찰스가 눈에 들어왔다.
찰스의 꼬리가 완전히 내려가 있었다.
꼬리가 배 안쪽으로 말려서 생식기 부근을 가렸다.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여기저기 눈치를 살피는데, 굉장히 불안해 보였다.
‘얘는 왜 이렇게 겁을 먹었어?’
동물적인 감각으로 무엇인가를 느낀 것 같았다.
찰스가 곁눈질로 살피는 곳은 바로 저 통로 쪽이었다.
휘잉-!
통로 쪽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바깥과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였다.
“가보자.”
“……네.”
찰스와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라푼델의 몸도 바들바들 떨려왔다. 김혁진이 라푼델을 힐끗 보고서 말했다.
“아까까지는 반말 하더니.”
“그, 그건…….”
라푼델의 얼굴이 붉어졌다. 고개를 푹 숙였다.
“저희 아버지가 강한 사람한테는 꼭 존댓말을 쓰라고 했어요.”
“강한 사람한테?”
모든 사람도 아니고,
강한 사람한테 존댓말을 쓰란다.
“네. 특히 강한 남자한테는 더더욱이요.”
“왜?”
“강한 남자는 저를 지켜주잖아요.”
“지켜준다고?”
김혁진은 황당했다.
지금 진심을 말하고 있다는 게 더 충격적이었다.
“누가 그래?”
“아빠가요. 사실 아빠는 제가 테이밍을 익히는 것도 싫어했어요.”
저벅저벅.
걸음을 계속 옮겼다. 김혁진이 말을 걸자, 라푼델의 두려움이 약간은 가신 것 같았다.
“왜?”
“레이디는 조신하게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고, 청아한 목소리를 가다듬는 것이 미덕이니까요.”
“…….”
김혁진은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어느 시대를 살던 인물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렇게 덩치가 크고 외모가 흉악한 강아지를 테이밍했으니, 아빠는 싫어할 법도 했지요.”
“…….”
“당신은 강한 남자니까, 제가 존댓말을 써야 하는 것이 맞고, 그러면 저를 지켜주시겠지요. 맞지요?”
“아니.”
라푼델은 크게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어느새 가까워진 ‘어두운 통로’에 대한 두려움은 거의 다 잊었다.
“지켜주시지 않나요?”
울상을 지었다.
“아빠가 그랬는데요……. 강한 남자는 저를 지켜주실 거라고.”
“지켜주기는 할 거야.”
무려 서버급 퀘스트가 걸려있다. 안 지켜주고 싶어도 지켜줘야 한다.
“지켜주기는 할 건데, 내가 널 도와주는 건 내게도 이득이 되기 때문이지, 네가 조신한 영애여서 그런 게 아니야.”
확실하게 해야 했다.
서버급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과정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합당한 보상을 내놓아야 하는데, ‘당신이 저를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나요?’ 등의 황당한 말을 할 수도 있다.
“저를 돕는 게 이득이 된다고요?”
“네 아버지를 찾아 주는 것이 내게 큰 도움이 될 거 같거든.”
이 대화를 알 수 있었다.
사실 알고 있었지만, 더욱 확실하게 알아냈다.
‘라푼델이 준 퀘스트가 아니네.’
이 서버급 퀘스트는 라푼델 개인과는 크게 연관이 없었다.
시스템이 준 퀘스트였다.
‘시스템은 내게 이런 큰 퀘스트 주고 싶지 않을 텐데.’
어두운 통로에 거의 다다랐다.
안쪽에서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거대한 그림자가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한테 이런 퀘스트를 줄 때면, 분명 나를 잡아먹기 위한 합법적인 함정도 마련했겠지.’
김혁진이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너를 돕고, 너도 나를 돕는 거야. 우리의 동행은 서로의 이득이 전제되어야 해.”
“……이해하기 어려워요.”
“네가 날 돕지 않으면, 난 널 버리겠다는 소리야.”
“어, 어찌 그리 사내답지 못한 말을 하시는 건가요?”
“날 제대로 돕기만 하면 버릴 일도 없어.”
라푼델의 생각을 뜯어고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애초에 다른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다.
퀘스트에 도움만 되면,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었다.
라푼델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알았어요. 도울게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우면 될까요?”
“그건 차차 생각해보자. 찰스를 통해 느껴지는 게 없어?”
김혁진의 감각안에는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찰스는 아까부터 크게 두려워하고 있다.
찰스만이 느낄 수 있는 뭔가가 있다는 얘기였다.
“불길하고 음습한 기운이 있어요. 마치 사기(死氣)가 한데 뭉쳐져서 움직이는 것 같아요.”
“몬스터 같아?”
“몬스터 같지는 않아요.”
김혁진은 어두운 공간 안쪽을 관찰했다.
관찰로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특수한 결계가 존재하는 것 같았다.
‘결국 몸으로 직접 부딪쳐야 하는 건가?’
그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라푼델이 말했다.
“제가 당신을 잘 도와준다면, 제 남편이 되어주시는 건가요?”
김혁진은 순간 컥, 하고 헛기침을 내뱉을 뻔했다.
‘투사들의 전당’에 들어온 이후.
그러니까 가짜 투사들의 전당부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통틀어서 가장 황당한 질문이었다.
라푼델의 얼굴이 붉어졌다.
“당신께서 저를 안으셨잖아요.”
“…….”
“처음이었단 말이에요. 그것이 강한 남자의 프로포즈 아닌가요?”
저런 건 어디서 어떻게 배웠단 말인가.
무슨 황당무계한 소설로 배운 것 같은 느낌도 나고.
“제 몸을 가져가셨으니 남자로서 응당 저를 책임져야 하는 거잖아요. 마침 당신은 강하시고, 저와 전부터 연이 있다고 하니, 기쁘게 당신에게 시집을 가겠어요.”
“…….”
“저는 조신하게 자라왔고, 최고의 신부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왔으니, 당신을 실망시키지는 않을 거예요.”
김혁진은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강한 남자라서 존댓말을 한다. 그럼 강한 남자가 나를 지켜준다.
이건 라푼델이 그냥 아무렇게나 해댄 말이었다.
진짜 속마음은 저것이었다.
라푼델의 황당한 논리를 드디어 깨달을 수 있었다.
나를 안았다.
나를 안았으니 저 사람이 내 남편이 되어줄 것이다.
남편에게는 응당 존대를 해야 한다.
그리고 남편은 아내를 지켜준다.
어차피 내친걸음인 건지, 라푼델이 계속 말했다.
“저는 당신을 위하여, 매일 아침 아침상을 차리겠어요. 밤낮으로 당신을 위하여 내조할 수 있어요.”
김혁진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 왔다.
라푼델의 초상화를 처음 봤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다.
저 불길함이 느껴지는 통로보다,
지금 라푼델의 말들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화살 쏘는 아기천사’가 현재의 상황을 즐깁니다.] [‘속삭이는 악마’가 크게 웃습니다.]불길했다.
화살 쏘는 아기천사까지는 그렇다 치고.
‘갑자기 속삭이는 악마는 왜?’
저놈은 아주 음흉한 계략을 즐기는 놈이다. 잘만 이용하면 김혁진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만, 까딱 잘못하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는 수호자.
[‘화살 쏘는 아기천사’와 ‘속삭이는 악마’가 손을 맞잡습니다.]지금은 플레이 도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메시지를 보낸다는 건, 허투루 흘릴 내용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화살 쏘는 아기천사’와 ‘속삭이는 악마’의 공개 의뢰가 시작됩니다.]도대체 뭘 공개 의뢰했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내용까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김혁진은 내심 크게 불안했지만, 일단은 지금의 상황에 집중하기로 했다.
“일단 들어가 보는 게 좋을 것 같네.”
어두운 통로 안쪽으로 한 발자국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휙-!
뭔가가 날아들었다.
김혁진이 황급히 몸을 뒤틀었다.
무엇인가가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김혁진이 목을 매만졌다.
‘피?’
목에서 핏물이 새어 나왔다. 방금의 공격. 반응하는 게 전부였다. 조금이라도 늦게 반응했다면 동맥이 잘렸을 것 같았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에서 기다린다고 했잖아.”
“환영 인사 한 번 격하군.”
“그 정도도 못 피하면 여기서 죽는 게 낫겠지.”
어둠 속에, 검은 눈동자가 보였다.
어두운 곳에서 검은 눈동자가 보인다는 게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검은 눈동자’로 인식되는 것이 보였다.
“그게 흑안(黑眼)인가?”
“오. 그거까지 알았나?”
저벅저벅.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강선일이었다.
강선일이 씨익 웃었다.
“네가 천공에서 잘해준 덕택이지. 어떠냐, 흑안을 마주한 기분은?”
“속이 메스껍고 어지럽군.”
“또?”
“거인의 눈동자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인데.”
“흠. 정신력이 레벨 100 초반 정도 수준이겠군.”
레벨 시스템이 사라지기 전, 김혁진의 레벨은 70대였다. 스탯이 높은 편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100은 아니었다.
“준수한 성장이야. 저 여자는 네 여자냐?”
“아니.”
확실히 못을 박아 둬야 했다.
바람을 핀 적이 없는데, 괜히 바람을 핀 것으로 오해받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라푼델이 치맛자락을 붙잡고 다소곳하게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제 낭군님의 친구 되시는 분인가요?”
“…….”
“격하게 사이가 좋은 강한 남성들은 환영 인사를 거칠게 한다고 배웠답니다.”
강선일조차 약간 황당한 듯했다.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재미있는 걸 주워왔군.”
“…….”
강선일이 단도를 들어 올렸다.
“자. 그러면 네가 과연 [투사들의 전당]에 어울리는지, 한 번 볼까?”
강선일이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이곳은 수많은 투사의 영령이 잠든 곳이다.”
“…….”
“수호자가 된 이도 있고, 수호자가 되지 못한 이도 있지. 불멸자로 태어나 이곳에 갇힌 놈들도 있고.”
강선일이 대련장 위로 올라섰다.
강선일의 손에 검은색 기운이 피어올랐다.
손바닥을 땅에 댔다.
기분 나쁜 귀곡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라푼델의 말이 떠올랐다.
-네. 관을 만드는 특별한 돌이에요. 후작가 이상의 위대한 가문 사람이 죽었을 때 사용했다고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곳은 하나의 거대한 관이었다.
위대한 투사들의 영령이 갇혀 있는 곳.
“보이나?”
옥암 안쪽으로, 유령형태의 기운들이 넘실거리는 것이 보였다.
강선일의 몸이 사라졌다.
마치 이형환위 같은 움직임이었다.
강선일은 대련장 밖으로 이동해서 벽 쪽에 몸을 기대고 삐딱하게 섰다.
예전과 비슷하게 말했다.
“어디 한 번 재주껏, 살아남아 봐라.”
알림이 들려왔다.
[‘투사들의 전당’의 시험이 시작됩니다.] [‘위대한 영령’들 중 당신을 시험할 감독관을 선택하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