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51)
#재능만렙 플레이어 551화
[‘투사들의 전당’의 시험이 시작됩니다.] [‘위대한 영령’들 중 당신을 시험할 감독관을 선택하여 주십시오.]김혁진에게 1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귀곡성이 들려왔다.
옥암 안쪽.
수많은 귀신이 각자의 소리를 내며 아우성치는 것 같았다.
‘누굴 선택해야 하지?’
정체를 알 수는 없었다.
‘자길 선택해 달라고 아우성치는 놈들은 보나마나 어중이떠중이들.’
진짜배기들은 침묵하고 있다.
주어진 시간은 10분이다.
빠르게 걸러내야 했다.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강선일이 팔짱을 끼고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강선일이라는 존재도 신경 쓰였다.
‘무명안을 사용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고.’
어느새 1분의 시간이 흘렀다.
‘단서를 조합해야 해.’
라푼델이 말했다.
“이곳이 낭군님에게 아주 중요한 곳이라는 건 알겠네요.”
“나 결혼했어.”
그 말에 라푼델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결혼했다고요?”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저는 지금 결혼을 한 남자에게 요망한 짓을 벌인 요사한 인간이 된 건가요?”
혼자서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그러면 당신은 절 도대체 왜 안았던 거죠!”
또 혼자서 결론을 내렸다.
“저를 구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이죠. 당신은 강한 남자니까요.”
“…….”
“실례를 범했네요. 당신의 부인께도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해주세요.”
김혁진은 라푼델의 캐릭터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눈빛이 변했다. 굳이 따지자면 처음 만났을 때. 방금까지는 기사님을 만난 소녀 같았다면, 지금은 대장부 같은 눈빛이었다.
이중인격자 같은 모양새였다. 이쪽이 더 자연스럽기는 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늘 말씀하셨어요. [포식수 군락지]를 만들 것이라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포식수는 인위적인 재배가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아버지는 그걸 해내셨어요.”
“…….”
김혁진은 잠자코 라푼델의 말을 들었다.
‘남은 시간은 8분.’
라푼델의 말을 무시하려면 할 수 있었지만, 무시하지 않았다.
타이밍상 서버급 퀘스트가 걸려있는 ‘포식수 군락지’와, 이곳 ‘투사들의 전당’이 무관하지 않을 것 같았다.
뭐랄까.
퀘스트 NPC가 단서를 주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아버지께서는 [포식수 군락지]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어떤 위대한 분과 계약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계약? 무슨 계약?”
“그것까지는 알 수 없어요. 그렇지만 위대한 분과의 계약을 통해 [포식수 군락지]를 완성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김혁진을 기억을 더듬어봤다.
무엇인가 보일듯 보이지 않을 듯, 희미했다.
하나의 단서를 떠올렸다.
‘포식수 군락지.’
강상구와 함께 빈사 상태의 포식수들을 몰살했던 적이 있다.
그때에도 생각했었다.
일반 포식수를 대량으로 사냥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지만 거의 다 죽어가는 포식수라면?
힘을 아예 쓸 수 없는 상태의 포식수라면?
나는 그러한 상태의 ‘포식수 군락지’를 사냥했던 과거의 플레이어를 알고 있다.
-전신 살바레토와 비슷한 루트인가.
회귀 전 과거에서,
살바레토가 포식수 군락지에서 죽어가던 포식수들을 사냥했었다.
저번에 나를 지원해주었던 이탈리아의 대표 수호자. ‘소음의 지휘자’와 계약한 전신(戰神) 살바레토.
살바레토가 그러한 상태의 ‘포식수 군락지’를 발견했고, 그곳에서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고 했다.
그러니까 회귀 전 과거에서 포식수 군락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던 수호자는 ‘소음의 지휘자’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소음의 지휘자.’
그리고 [투사들의 전당]에 진입하기 전.
김혁진에게 ‘—’으로 가려진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었다.
그 내용은 다름 아닌,
[수호자. ‘소음의 지휘자’가 ‘궁극의 투사(鬪士)’를 제안합니다.]궁극의 투사를 제안하는 내용이었었다.
시스템은 김혁진이 더이상 성장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궁극의 투사’라는 내용에 간섭하여 ‘—’으로 가려 버렸다.
김혁진은 기어이 그 내용을 알아냈고, 결국 투사들의 전당을 열어냈다.
‘그리고 이 안에 라푼델이 있었고.’
따로 떨어져 있는 요소들이 한 가지 키워드로 인해 이어진다.
소음의 지휘자.
이 위대한 수호자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이어지고 있다.
투사들의 전당.
포식수 군락지.
회귀 이전의 정보.
라푼델.
하필이면 제안했던 것도 ‘궁극의 투사’로서, ‘투사들의 전당’과도 깊은 관련이 있어 보였다.
‘알겠다.’
이제 남은 시간은 4분여가량.
‘묶음 후원을 통해 수호자들은 나를 이곳으로 보냈어.’
수많은 수호자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번 후원에 있어서 가장 앞장서고 있는 수호자는 다름 아닌 ‘소음의 지휘자’였다.
소음의 지휘자는 이미 가르쳐 줬었다.
‘궁극의 투사’가 내뿜는 기운은 다른 무언가와 반응하여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낸다.
이 곳에 들어오기 전,
궁극의 투사가 가진 기운인 ‘천공의 마나’와 반응하여 게이트를 열었었다.
‘아까는 연습이었네.’
아까는 믿음직한 동료들이 옆에 있었다.
옆에 김선화와 강솜이가 든든하게 버텨주었다. 그래서 오로지 투기를 다스리고 컨트롤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세니아는 수호자들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작게 읊조렸다.
“많은 분들께서 이미 알고 계시다시피, 김혁진의 플레이어로서의 재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단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것에 대해서는 이미 숙달된 장인처럼 운용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 이번에도 그럴 것입니다.”
투기를 다스리는 것.
안정된 상태에서 그것을 경험했었다.
‘이게 투기인가.’
남은 시간은 이제 2분가량.
임시 특성. ‘궁극의 투사’가 가지는 기운인 투기를 끌어 올렸다.
김혁진의 몸에서 회색빛이 일렁거렸다.
아군의 사기를 끌어 올리고,
적군의 사기를 꺾어버리는 힘.
그리고 적을 부숴 버리고자 하는 굳센 의지.
세니아가 계속 말했다.
“아까 보셨던 투기를 다시금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눈썰미가 좋으신 분들께서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아까보다 흐름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강선일이 호오, 하고 짧은 감탄성을 내뱉었다.
강선일로서도 저 정도의 기운 컨트롤은 의외인 듯했다.
강선일이 씨익 웃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놈이란 말이야.”
강선일이 목을 돌렸다.
“아무래도 또, 재주껏 살아남을 것 같군.”
* * *
김혁진이 투기를 끌어올리자, 그와 반응하는 영령들이 몇몇 존재했다.
그 영령들에게서는 노란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보인다.’
김혁진에게만 보이는 노란 빛.
행운을 가져다주는 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강렬한 빛을 가진…….’
김혁진의 눈에 가장 강렬한 노란빛이 보였다.
지금은 마치 유령형태의 몬스터처럼 보였다.
──────────
?
──────────
이렇게만 표시되어 있었다. 눈으로 클릭 자체는 가능했다.
남은 시간은 1분여가량.
김혁진은 판단을 끝냈다.
투기와 반응하는 저 영령을 선택하기로 했다.
“아직 1분여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선택하시겠습니까?”
“그래.”
선택했다.
돌연,
화아악-!
노란빛이 폭발할 듯 거세졌다.
번쩍!
빛이 터져 나왔다.
물음표로 표시되던 이름이 보였다.
──────────
[소음의 지휘자]──────────
돌이켜보니 강선일의 말 역시 힌트였다.
-수호자가 된 이도 있고, 수호자가 되지 못한 이도 있지. 불멸자로 태어나 이곳에 갇힌 놈들도 있고.
수호자가 된 이 역시도, 이 안에 있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시험의 감독관을 선택하였습니다.] [감독관은 ‘소음의 지휘자’입니다.]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이 알림은 라푼델에게도 들렸다. 라푼델이 고개를 갸웃했다.
“소음의 지휘자가 누구에요? 시험은 또 뭐고요? 제가 뭘 도우면 되죠?”
라푼델은 혼자서 또 생각했다.
‘내가 큰 결례를 저질렀으니…….’
그러니까 여기서는 큰 도움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소음의 지휘자.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았다.
낯이 익은 이름이었다. 아버지가 몇 번인가 언급했던 것 같은데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았다.
‘도와야 해.’
시험이 시작되었다.
[시험이 통과되었습니다.]라푼델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통과?’
[시험관이 시험관의 재량으로 ‘프리패스’를 사용하였습니다.]도우려 했다.
그런데 도울 기회가 없었다.
‘프리패스?’
그녀의 황당함을 아는 듯, 알림이 이어졌다.
[‘프리패스’는 많은 시험관 중 오직 네 명의 시험관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권능입니다.]강선일이 김혁진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프리패스를 받았나 보군. 좋은 선택이었다.”
“……프리패스에 대해 알고 있나?”
“알고 있지. 이 공간을 창조하는데 크게 기여한 존재들에게 부여되는 시험의 면제권이다.”
“오로지 네 명만이 가지고 있다는데.”
강선일이 피식 웃었다.
“한 명은 나고.”
“…….”
“한 명은 방금 네가 선택한 놈일 테고.”
‘놈’이라고 지칭했다.
수호자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을 텐데.
“하나는 [영원의 투사]. 이곳의 문을 열어준 놈이지. 또 다른 한 놈은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 된 놈이다. 네가 누굴 선택했는지 궁금한데. 과연 어떤 놈일까?”
저 말을 통해 김혁진은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 공간은,
강선일.
소음의 지휘자.
영원한 투사의 방패의 주인이자 영원의 투사라고 불렸던 시론.
그리고 7번째 약속으로 깨어난 ‘영면을 선택한 거신’이 관여하여 창조해낸 공간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강선일이 김혁진의 목을 움켜쥐었다.
강선일을 많이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강선일의 움직임을 읽지도 못했다.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나 역시 이 공간에 대한 권한을 많이 가지고 있거든.”
“…….”
숨쉬기가 곤란했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강선일 역시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이용은 할지라도 죽이지는 않을 놈이다.
죽이려면 진작에 죽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듯, 강선일도 죽이겠다는 협박은 하지 않았다.
“프리패스 사용을 무효화시킬 수는 없어도, 제한은 둘 수 있거든.”
강선일이 헤벌쭉 웃었다.
강선일의 눈이 모조리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프리패스를 하기 위해서 네게 세 가지의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투사들의 전당]에 어울리는 위대한 특성이나 칭호. 그런데 이건 이미 가지고 있는 것 같고.”
궁극의 투사.
그걸 말하는 것 같았다.
“또 다른 하나는 최소한 하나 이상의 위대한 업적이 기록되어 있어야 하는데.”
“…….”
김혁진은 몸에서 힘을 풀고 강선일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힘에서 밀리기는 했지만, 기세에서는 밀리지 않았다.
‘마치…… 거인을 보는 것 같다.’
형체가 없는 거대한 무언가.
커다란 눈동자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묻겠다, 김혁진. 솔직한 대답이 좋을 거야.”
“무슨 질문이지?”
“위대한 업적이 기록되어 있나? 솔직하게 말해. 없으면 없다고 하고.”
없다고 말하길 바라는 것 같았다.
“위대한 업적이 기록되어 있지 않더라도, 너는 이곳에서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아무것도 얻지는 못하겠지.”
“……보상을 또 훔쳐가려는 모양이군, 그때처럼.”
강선일이 어깨를 으쓱했다.
김혁진의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제 할 말만 이어갔다.
“그러나 네 스스로 위대한 업적을 기록했다고 주장한다면. 반드시 그것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이 자리에서 널 죽여 버릴 테니까.”
“…….”
“다시 묻겠다. 네 업적이 기록되어 있나?”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강선일이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김혁진의 목을 움켜쥐고 있는 손에 힘을 더 꽉 주었다.
“만약 증명하지 못한다면, 너는 이곳에서 죽는다.”
“…….”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 네 업적이, 기록되어 있나?”
순간,
살기가 폭사되었다.
죽음이 목전에서 아른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김혁진은 그 살기에 위축되지 않았다.
“내 업적의 기록은.”
숨쉬기가 곤란했다.
그렇지만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업적의 석판에 기록되어 있다.”
순간, 세 명의 인영(人影)이 모습을 드러냈다.
셋으로부터 잿빛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