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54)
#재능만렙 플레이어 554화
“또한 너는 그 수호자를 직접 선택하여야 하며, 현재 네 계약 중간 관리자의 채널에 입장한 상태여야 한다. 기회는 두 번으로 한정된다.”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그러나 김혁진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얘기를 듣자마자 떠오른 후보가 둘 있었다.
김혁진은 거대한 흐름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중이다.
거인과 용을 대적 관계로 파악했다.
영면을 선택한 거인.
그와 대적관계로 점칠 수 있는 무색의 권좌가 존재한다.
무색의 권좌라면 분명 채널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김혁진 자신에게 상당히 우호적인 진행을 시켜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사실 또 다른 수호자가 끌렸다.
‘공식적으로는 적대관계지만…… 사실은 상당한 친분을 가진 수호자.’
그 수호자를 알고 있다.
바로 소음의 지휘자와 대적하고 있는 백색 사냥꾼이었다.
‘이번 퀘스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수호자가 소음의 지휘자야.’
소음의 지휘자로부터 ‘궁극의 투사’를 제안받기도 했다. ‘투사들의 전당’에 굉장히 깊게 관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수호자가 바로 소음의 지휘자였다.
‘그리고 둘은 엄청난 경쟁상대.’
그걸 경험으로 배워왔다.
소음의 지휘자가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해주면, 백색 사냥꾼도 갑자기 나서서 후원을 해준다.
백색 사냥꾼이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후원하면, 소음의 지휘자도 갑자기 나서서 지원을 해준다.
둘이 보고 싶어 하는 것.
둘이 원하는 상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둘은 이상하게 함께 메시지를 보내고 함께 후원을 이어왔다.
둘 사이의 이런 묘한 관계를, 김혁진은 굉장히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백색 사냥꾼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선택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
소음의 지휘자가 이토록 깊게 관여하며 활약(?)하는 것이, 백색 사냥꾼의 마음에는 들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백색 사냥꾼]을 선택하겠다.”
순간.
강선일이 피식 웃었다.
“백색 사냥꾼?”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그놈이 어떤 놈인지, 알고나 있는 거냐?”
“……대충은.”
본래 투왕 벨라를 집중적으로 후원했던 수호자다.
이탈리아 서버를 주로 지켜보는 수호자이며, 폭발적이고 과격한 전투를 좋아한다.
그에 따른 폭력적인 장면의 연출이나 파괴적인 힘을 추구하기도 한다.
“충고하나 하지. [백색 사냥꾼]은 [소음의 지휘자]가 잘되는 꼴을 못 봐.”
“…….”
“그놈은 소음의 지휘자가 잘되느니, 차라리 공멸을 택할 놈이다.”
“평소답지 않게 친절하네.”
강선일은 입을 다물었다.
‘눈치 빠른 놈.’
실력 자체는 아직 멀었지만,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른 놈이었다. 눈치 빠른 놈. 김혁진이 입을 열었다.
“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저 말이 맞다.
“그러나 만약에라도 [백색 사냥꾼]께서 승인을 하신다면, 아마도 네게는 큰 타격이 있겠지.”
“…….”
“그래서 그 작은 가능성 때문에, 내게 정보를 흘리는 척을 한 거고.”
강선일이 어깨를 으쓱했다.
저 말이 틀리지 않았다. 백색 사냥꾼이 이 내용을 승인할 리 없다는 걸 안다.
‘승인’할 수 있는 수호자들은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권능을 행사할 수 있는 수호자가 바로 ‘백색 사냥꾼’이었다.
애초에 그렇게 설계했다. 백색 사냥꾼이야말로, 절대로 승인하지 않을 수호자였으니까. 백색 사냥꾼 역시 이 제안을 수락했었다.
강선일은 김혁진의 말을 부정하지 않고, 진짜 정보를 전해주었다.
“[투사들의 전당]은 궁극의 투사를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내 임시특성?”
“그래.”
“임시가 아니라 진짜 궁극의 투사를 얻도록 설계된 공간이지.”
설명을 들어보니 재미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곳을 클리어하면 [백색 사냥꾼]이 마련한 공간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거네.’
소음의 지휘자.
백색 사냥꾼.
둘은 공식적인 적대관계에 있다.
만약 소음의 지휘자가 남긴 안배를 획득하면,
백색 사냥꾼이 남긴 안배를 획득하지 못한다.
반대로,
백색 사냥꾼의 안배를 획득하게 되면,
소음의 지휘자의 안배는 얻을 수 없게 된다.
“[백색 사냥꾼]이 네놈을 진심으로 좋게 보고 있다면, 절대로 승인을 할 리가 없겠지.”
김혁진은 깨달았다.
지금 강선일은 김혁진 자신에게 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수호자인 백색 사냥꾼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네놈이 제정신이면 승인하지 말라고.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좋게 보고 있다면 승인을 해줄 리 없고. 반대로 나를 안 좋게 봐도 승인하지 않도록 설계된 공간이군.”
어찌 됐든 승인을 방해하도록 구조가 짜여 있었다.
“그래도 나는 [백색 사냥꾼]을 선택하겠다.”
* * *
[‘백색 사냥꾼’의 자격을 확인합니다.] [승인자로서 매우 적합한 수호자입니다.]김혁진은 ‘백색 사냥꾼’을 선택했고 ‘백색 사냥꾼’은 대뜸 승인해주었다.
[세 가지 조건이 만족 되었습니다.] [최종 승인자는 ‘백색 사냥꾼’입니다.]강선일이 허탈한 듯 웃었다.
“진심이냐?”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심이다.”
“제정신이 아니군. [궁극의 투사]를 얻게 되면 네놈이 추구하는 — —는 획득할 수 없다는 걸 잘 알텐데.”
“그건 —- –가 도와주기로 했다.”
“—- –?”
강선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놈들. 단체로 미치기라도 한 것이냐? 애초에 네가 승인자의 자격을 획득했을 때, 그 누구도 승인하지 않겠다고 나와 약속을 했던 것 같은데.”
“그 약속에 강제성은 없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적으로 돌리게 될 텐데.”
“…….”
대답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그것을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 같았다.
강선일이 김혁진 쪽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제정신인 놈들이 없는 것 같군.”
그리고서 씨익 웃었다.
“그만큼 네 놈이 강렬한 자극을 선물해 준 건가.”
“…….”
김혁진의 눈 앞에 클리어 크리스탈이 생성되었다. 라푼델이 잽싸게 뛰어가 클리어 크리스탈을 품에 꼭 안았다.
“제가 가져왔어요.”
클리어 크리스탈을 김혁진에게 넘겨 주었다.
김혁진은 그것을 받아들었다.
특별한 조건이 걸려있는 클리어 크리스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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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진도 씨익 웃었다.
“처음으로, 네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것 같군.”
“그래. 수호자들이 이토록 집단 광기에 젖어있을 줄 몰랐다.”
강선일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네놈이 아무리 플레이를 잘했다 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다. [백색 사냥꾼]이 승인을 할 줄이야.”
“……나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입에 발린 말은 잘하는군.”
김혁진도 어깨를 으쓱했다.
강선일과의 대치에서 처음으로 작은 승리를 가져가는 느낌이었다.
김혁진이 말했다.
“너는 모든 일을 합리적이고 냉정하게, 이득과 손해를 계산하여 움직이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그러나 때로는 비논리적인 감성이 세상을 움직일 때가 존재한다.”
“내게 설교를 하려는 거냐?”
“아니. 그냥 그렇다고.”
이번에는 강선일이 약간 실수한 것 같았다.
수호자들은 철저하게 재미와 자극을 추구하는 존재다.
만약 그들이 원하는 것 이상의 재미와 자극을 줄 수만 있다면, 그들은 충분히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김혁진이 클리어 크리스탈을 움켜쥐었다.
“그럼, 나는 이만.”
클리어 크리스탈이 부서졌다.
[프리패스 사용으로 인하여 ‘투사들의 전당’ 내 모든 관문이 클리어됩니다.] [‘투사들의 전당’이 클리어되었습니다.] [‘투사들의 전당’ 클리어 보상이 주어집니다.]아까 강선일에게 들었던 그대로였다.
[‘투사들의 전당’ 클리어 보상으로 특성 ‘궁극의 투사’가 주어집니다.]그때.
강선일이 히죽 웃었다.
“내가 지나치게 친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
김혁진은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강선일은 안전장치를 이중, 삼중, 사중으로 걸어놓은 모양이었다.
‘철두철미한 놈……!’
클리어되었지만 ‘투사들의 전당’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뭐하는 거야?
-무슨 수작을 부려놓은 거냐, 강선일?
강선일은 세 명의 인영에게는 대답하지 않았다.
“궁극의 투사. 그건 나한테도 필요한 거라서. 보험은 들어놔야 했거든.”
* * *
이사벨이 검제에 등극한 이후, 검림은 빠르게 안정화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미개척지 개척에 앞장섰던 이사벨은 이제 개척보다는 안정화에 힘썼다. 그녀는 매일매일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그녀의 부관인 베른이 보고를 올리다가 멈칫했다.
책상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던 이사벨에게 말했다.
“……이걸 보고를 올려도 괜찮을까요?”
“뭔데?”
“[화살 쏘는 아기천사], [속삭이는 악마] 외 다수 수호자들의 서명이 들어 있는 제안서입니다.”
“화살 쏘는 아기천사?”
이사벨이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이사벨은 화살 쏘는 아기천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속삭이는 악마도 마찬가지다. 둘 다, 음흉한 놈들이다. 이사벨은 그렇게 보고 있었다.
이사벨이 눈을 들어 서류뭉치를 쳐다보았다.
특별한 봉인이 걸려 있는 것 같았다.
“가져와.”
이사벨의 손놀림이 조금 빨라졌다. 서류를 확인했다. 베른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사벨 님의 살기……?’
살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저 살기마저 아름답고 섹시하다고 느꼈다. 베른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저분을 보고 있노라면 늘 가슴이 뛴다. 저분을 옆에서 보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러면 자꾸 욕심이 나지 않습니까?’
그 말을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지금 그 말을 했다가는 정말로 목이 잘릴 것 같았다.
‘당신에게 목이 베이는 경험도 황홀할 것 같기는 합니다만.’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언젠가 이사벨에게 죽는 것은 괜찮았지만, 그 전에 이사벨을 얻고 싶었다.
그러니 아직은 죽으면 안 됐다.
“무슨 내용인데 그렇게 심각하세요?”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닌 것 치고는 손이 덜덜 떨리시는데요.”
검림의 강대한 마물들을 사살할 때도 저런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
최근 검림을 급습한 불멸자들과의 전쟁을 치를 때도, 저분은 늘 담대하고 평온했었다.
그런 분이,
지금은 상당히 흔들리고 있었다.
베른은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신에게 그런 모습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늘 고고히 떠 있는 절대자.
이사벨은 그래야 했다. 베른은 조금 화가 났다. 그렇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베른. 준비해.”
“어떤 준비를 할까요?”
“게이트를 열거야.”
“게이트요? 어디로 가는 게이트인가요?”
“투사들의 전당.”
“예? 투사들의 영령이 모여 있는, 일반적인 차원과 다른 공간 말인가요?”
“그래.”
“위대한 영령들이 단체로 미치기라도 한 건가요?”
그들이 미쳐서 갑자기 검림으로 급습한다면?
그러면 큰 전쟁이 일어날 거다.
순혈의 검제가 이끌고 있는 검림이 승리하기는 하겠지만, 검림 역시도 큰 출혈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곳에 잠든 위대한 영령 중 몇몇은, 전대 검제인 이센에게도 필적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곳으로 가는 게이트를 열 수 있나요?”
“그래.”
서류뭉치 안에는 스크롤이 하나 있었다.
이사벨이 이를 바드득 갈았다.
“수호자 놈들이 이 상황을 즐기는 것 같네.”
수호력을 잔뜩 소모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공개의뢰를 한 모양이었다. 공개의뢰를 통해 수호력을 모았고, 그를 통해 게이트를 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사벨이 스크롤을 찢었다.
“이사벨 님, 저도 함께 가도 될……?”
게이트가 열렸다.
검은색 일렁거리는 공간이 보였다.
베른이 입술을 깨물었다.
“왜, 그토록, 허둥대세요?”
이사벨은 그러면 안 된다.
지고지순하며 아름다워야 한다. 흔들리면 안 된다.
“당신을 허둥거리게 만든 것이 무엇이든.”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제가 죽여 버리겠습니다. 당신은 늘 고고하게 자리를 지켜주세요.”
베른도 검은색 게이트 안으로 몸을 던졌다.
이사벨과 베른.
두 사람이 ‘투사들의 전당’에 입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