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6)
#재능만렙 플레이어 56화
28. 라스베이거스의 목동
* * *
세니아의 날개가 파르르-떨렸다. 겉으로는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적잖이 놀랐다.
‘이 곳에 스페셜 히든 피스가 존재했단 말입니까?’
중간 관리자인 세니아도 모르고 있는 내용이다. 좀 더 상위등급의 구간도 아니고, 겨우 초보 구간에서 이런 히든 피스가 존재할 줄이야.
스페셜 히든 피스. 구경꾼이라 할 수 있는 수호자들이 환장하는 내용이다.
수호자들의 접속과 반응이 거의 폭주 수준이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수호자들이 채널 #19207번에 대거 입장합니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채널 #19207에 정기 후원 계약을 신청하였습니다.] [‘천마산의 진주’가 중간 관리자에게 200코인을 후원합니다.]…….
[‘저울의 아낙네’가 중간 관리자에게 120코인을 후원합니다.]세니아에게 알림이 끝없이 이어졌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초보구간에서 무려 ‘스페셜 히든 피스’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걸 세니아 혼자서 독점적으로 중계하고 있다. 수호자들은 이 기특한(?) 중간 관리자에게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막 들어온 수호자들.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수호자들. 그중에서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수호자들이 질문 세례를 쏟아냈다.
[도대체 뭐임?] [여기 지금 초보구간 아님? 스페셜 히든 필드가 존재했음?] [혹시 이거 어느 수호자님께서 만드신 특수 공간인가요?] [지금 이거 설명 좀 해주실 분.]이런 어중이떠중이들 말고 진짜 수호자라 할 수 있는 ‘진명 수호자’들은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봤다. 말을 아끼고 있을 뿐, 그들도 지금 이 상황에 대단히 주목하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세니아는 얼떨떨했다.
‘이것이 질 좋은 콘텐츠가 가지는 힘.’
사실 그녀도 안다. 자신은 말을 잘 못한다. 다른 중간 관리자들처럼 재미있게 진행하지도 못하고, 수호자들의 비위를 잘 맞춰주지도 못한다. 자신이 가진 강점이라고는 중간 관리자들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미모뿐이다.
‘외모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어.’
세니아도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벌써 ‘정기 후원’을 하겠다는 수호자가 나타났고, 수많은 수호자들이 코인을 후원했다.
다른 중간 관리자의 채널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의 채널인 #19207번에 입장하는 수호자들도 많이 생겼다.
세니아는 ‘미지의 숲’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선 김혁진을 쳐다봤다. 김혁진의 걸음에는 망설임이나 머뭇거림이 없었다.
김혁진에게는 분명히 미지의 땅일 텐데, 전혀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
‘김혁진 플레이어.’
김혁진이 장담했던 대로, 그는 ‘질 좋은 콘텐츠’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해 냈다. 김혁진이 없었다면 세니아 자신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
[‘용맹한 사자왕’이 채널 #19207에 정기 후원 계약을 신청하였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다수의 수호자들이 흥분하기 시작합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다수의 수호자들이 김혁진 플레이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김혁진이 다시 보였다. 김혁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죽지 마십시오.’
그러다가 문득, 세니아는 스스로의 감정에 소스라치게 놀라야 했다.
‘아니. 이건 내 착각일 뿐.’
세니아는 남몰래 고개를 저었다. 그 것도 세 번이나.
‘이것은 김혁진 플레이어를 걱정하는 감정이 아닙니다.’
세니아. 그녀 자신은 걱정 따위 하지 않는다. 그런 감정은 무가치한 감정이다. 자신에게는 감정이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방금 든 생각은 절대로 걱정이 아니다.
‘이것은 질 좋은 콘텐츠가 혹시 어떻게 되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일 뿐입니다.’
듣는 사람도 없건만 그녀는 혼자서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토록 훌륭한 콘텐츠는 또다시 찾기 어려울 테니까 말입니다.’
그사이 김혁진이 ‘미지의 숲’에 입장했다.
‘이걸 발견하다니.’
세니아도 뒤따랐다. 필드가 변했다. ‘숲’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굉장히 울창한 수풀이 보였다.
[‘미지의 숲’에 입장하였습니다.] [클리어 퀘스트가 주어집니다.] [‘미지의 숲’의 주인을 찾아 대화를 나누십시오.]클리어 퀘스트가 주어졌다. 숲의 주인을 찾으란다. 세니아는 기감을 널리 퍼뜨렸다.
‘넓다.’
초보 등급 구간에는 존재하지 않는, 거대한 숲이었다. 숲 하나의 크기가 거의 서울시 전체의 크기와 비슷했다.
‘이렇게 넓은 곳에서 숲의 주인을 찾으라는 퀘스트가 주어지다니. 클리어가 가능한 히든 피스인 것입니까?’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고, 누가 숲의 주인인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발로 뛰는 퀘스트.
김혁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잘못하면 아사하겠어. 이제 곧 레벨 30인데.”
“…….”
세니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김혁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아사할 수도 있다. 이렇게 넓은 곳에, 식량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김혁진은 기대했다. 이곳은 수호자들도 환장할 만한 곳. 이름 하여 스페셜 히든 피스.
이런 곳에서 자신 같은 슈퍼루키가 사망하는 것을 바라는 수호자들은 별로 없을 거다.
‘내 레벨 29. 곧 수호자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자. 그러면 수호자들아. 너희들은 어떤 패를 내게 내밀 거냐. 순식간에 알림이 밀려들었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당신에게 ‘마법 캠핑 세트’를 대여합니다.] [‘저울의 아낙네’가 당신에게 ‘마법 샘물’을 대여합니다.] [‘천마산의 진주’가 당신에게 ‘천마심공’을 대여합니다.] [‘용맹한 사자왕’이 당신에게 ‘마법 모닥불’을 대여합니다.] [‘무명의 관찰자’가 당신의 ‘감각안’의 등급을 일시적으로 상승시킵니다.]이 상황을 설계한 김혁진도 순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뭐냐, 이건?’
한 번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수호자의 숫자는 다섯으로 제한된다. 그러니까 지금 한계치를 꽉꽉 채워서 메시지를 보냈다는 소리가 낸다.
‘마법 캠핑 세트, 마법샘물, 천마심공, 감각안의 등급 상승, 마법 모닥불?’
마법 캠핑 세트는 쉽게 말해 간단한 취사도구와 캠핑에 필요한 장비들이 모아져 있는 아이템 세트라고 할 수 있다.
세니아가 내게 다가왔다.
“아이템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마법 캠핑 세트는…….”
설명 없어도 다 안다.
‘마법 캠핑 세트. 허접해 보여도, 3천만 원이 넘는 야영세트인데.’
미래의 랭커들은 최소 하나 이상씩 구비하고 있는 아이템 세트이기도 한 이것은, 초보레벨 구간에 나올만한 아이템은 아니었다. 이게 있으면 약하긴 하지만 안전지대도 설정할 수 있다
“또한 마법샘물은…….”
“식수.”
“……맞습니다.”
장기 던전 탐사에서 마법 캠핑세트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이 ‘마법 샘물’이다. 신선한 식수를 최소 1000L 이상 획득할 수 있다.
“그리고 천마심공은 천마산의 진주께서 잠시 하사하신 특수한 스킬로서…….”
저건 미래의 검후가 얻게 되는 스킬이다. 지친 체력을 순식간에 회복시켜 주는 만병통치약 같은 거라고 보면 쉽다. 검후의 필수능력이라고 했었는데 임시적으로나마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마법 모닥불은…….”
이 역시 마법이 걸려 있는 아이템으로, 자유로이 켰다가 껐다가를 반복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최소 3000시간 이상 불을 피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비가 와도 꺼지지 않고, 몬스터를 위협하는 데에도 큰 효과를 가진 아이템이다.
“김혁진 플레이어. 제 말 듣고 있습니까?”
김혁진은 순간 세니아를 쳐다봤다. 지금 방금, 언성 높아진 것 같은데.
‘내가 말을 무시해서 화가 났나?’
그런데 감각안에 잡히는 세니아의 감정이 조금 묘했다.
‘단순히 화가 난 건 아닌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다. 일단은 ‘무명의 관찰자’의 도움을 얻어, 감각안의 등급을 상승시켰다.
[일시적으로 ‘감각안(感覺眼)’의 등급이 상승합니다.]그에 따라 세니아의 감정이 조금 더 세밀하게 느껴졌다.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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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관리자]이름 : 세니아
나이 : 332세
레벨 : ?
종족 : 천사
정기 후원 수호자 : [용맹한 사자왕] [라스베이거스의 목동] 외 1명.
상태 : 중립/관찰/외면
요약 : 감정을 부정하는 여인
+ 레벨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 감각안의 숙련도가 높지 않아 상세 정보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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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랑 요약이 뭔가 좀 이상하네.’
중립과 관찰은 그렇다 치고. 외면은 뭐란 말인가. 거기에 요약이 ‘감정을 부정하는 여인’이다.
‘감정을 부정하는 천사도 아니고. 감정을 부정하는 여인?’
감정을 부정해야만 하는 어떤 금제가 걸려 있는 건가.
‘상세정보 열람이 가능했다면 좋았을 텐데.’
재미있는 건 ‘용맹한 사자왕’과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세니아를 정기후원하고 있다는 것.
‘빨리도 했네.’
거기에 외 ‘1명’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는데,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감각안에…….’
이상하게도, 세니아의 감정에 미약한 ‘걱정’의 감정에 섞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 느낌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착각이겠지.’
중간 관리자가 플레이어를 걱정하는 일따윈 없다.
중간 관리자와 플레이어는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다. 다시 말해 비즈니스 관계. 비즈니스 상대를 걱정한다는 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김혁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세니아가 다시 말했다.
“김혁진 플레이어. 제 말을 듣고 있냐고 물었습니다.”
“다 들었어. 걱정 마.”
놀랍게도, 세니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날개가 눈에 띄게 파르르 떨렸다.
“저는 걱정 따위 하지 않습니다. 착각 마십시오. 김혁진 플레이어.”
“…….”
저러니까 진짜 걱정한 거 같은데. 그런데 세니아가 다시 말을 이었다.
“중간 관리자의 권한으로 퀘스트를 내리겠습니다.”
중간 관리자가 콘텐츠의 재미를 위해, 시나리오를 변경하지 않는 선에서 퀘스트를 주는 것.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퀘스트가 좀 이상했다. 아니. 아주 많이 이상했다.
[퀘스트. ‘복기(復記)’가 주어집니다.]나는 세니아에게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게 진짜 퀘스트야?”
“예. 분명합니다.”
복기. 말 그대로 다시 쓴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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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復記)]중간 관리자 세니아의 퀘스트입니다. 세니아가 전달했던 정보들을 자세하게 풀어서 다시 설명하십시오.
퀘스트 보상 : 300 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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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같지도 않은 퀘스트. 얘가 진짜로 나를 걱정하나? 일부러 다시 확인시키는 건가? 피 같은 코인까지 걸어가면서?
‘뭐. 쉽지.’
“먼저 마법 캠핑세트는…….”
나는 이 아이템들에 대해서 이미 전부 알고 있다.
“그리고 마법 모닥불은……. 의 능력을 갖고 있어.”
모든 설명을 끝마쳤을 때 퀘스트 클리어 알림이 들려왔다.
[퀘스트. ‘복기(復記)’가 클리어되었습니다.]거기서 나는 한 가지 의문점을 떠올렸다. 하나 이상한 점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뭐야,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