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60)
#재능만렙 플레이어 560화
전 세계 방송국을 비롯하여 엄청나게 많은 플랫폼에서 이른바 ‘Mr. Kim in Yellow stone’사건을 다뤘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가졌다.
김혁진의 집 거실 TV에서도 각종 속보가 연일 방송되었다.
저녁 8시.
김혁진과 함께 과일을 먹던 김선화가 포크를 꽉 쥐었다.
“오빠. 나 지금 진짜 진지하게 매우 매우 열 받았어요.”
쇠로 만든 포크가 휘어졌다.
휘어진 포크로 사과를 찍었다. 힘 조절을 최대한 잘했는데도 접시에 구멍이 뚫렸다.
사기그릇이 아니라 스테인리스 그릇이었다.
“왜 이렇게 개소리들을 하는 거예요?”
“…….”
“제일 화가 나는 건, 저런 개소리를 믿고 추종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예요?”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그냥, 원래 그래, 세상이.”
“원래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진실은 바로잡아야죠!”
“진실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야, 어차피.”
“진실이 왜 안 중요해요!”
“원래 사람들은 믿고 싶은 대로 믿고, 듣고 싶은 대로 들어.”
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플레이어의 양분’이라는 보물을 독차지하고서 휘두르는 꼴이, 많은 수의 미국인들을 자극했을 거다. 자존심도 상할 테고.
“내가 마음에 안 들 거야.”
“그렇다고 저런 구라를 쳐요?”
“구라?”
“아, 아니, 거짓말이요.”
선화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물었다.
“그럼 그냥 둘 거예요?”
“글쎄.”
미셸도 연관되어 있으니 미셸 쪽에서 조치하지 않을까.
미셸에게 연락이 오면 그냥 알아서 조치하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
미셸은 대단히 유능한 인물이고, 이 정도 이슈는 얼마든지 컨트롤이 가능할 거라고 믿었으니까.
김혁진은 태연스레 사과를 집어 먹었다.
“정치인들도 엮여 있을 거야.”
이 정도로 사건이 커졌다.
아마 뒤에서 누군가 개입했을 거다.
“그러니까요! 더 본때를 보여줘야죠.”
“정치인들과 엮이는 순간, 플레이에 지장이 생겨.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아지고.”
김혁진은 그 상황이 귀찮았다.
플레이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플레이 외적인 것들에 주의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오빠!”
“괜찮아, 괜찮아. 미셸이 알아서 하겠지.”
심지어 김혁진은 ‘플레이어의 양분의 유통’이라는 커다란 문제도 송기열에게 맡겨놓은 상태다.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어차피 저들이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혹여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실이라 믿는다 할지라도 김혁진은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었다.
[‘무명의 관찰자’ 클래스의 격이 손상되었습니다.] [‘무명안’ 권능의 등급이 하락합니다.]김혁진이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오빠, 화났어요? 아니, 기분 상하게 하려고 한 건 아닌데요…….”
“아냐. 화 안 났어.”
괜스레 눈치 보는 선화에게 미안해졌다.
선화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어주자, 선화는 안심한 듯 헤헤 웃었다.
그러다가 선화는 문득 발견했다.
“……어? 이 포크가 왜?”
휘어진 포크를 얼른 뒤로 숨겼다.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제가 그런 거 아니에요.”
* * *
린하이는 분노했다.
“그 쓰레기놈들. 그냥 다 죽일걸.”
마이커의 전장.
그때 김혁진이 없었다면 그들은 모두 죽었을 것이다.
김혁진이 퀘스트 때문에 그들을 모두 보호했던 거지,
그들을 강제하거나 목숨을 담보로 협박한 적은 없었다.
등평이 핀잔을 줬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뭐가?”
“그러니까 애를 왜 패?”
“내가 팼냐? 말을 안 들으니까 훈육을 좀 한 거지.”
성 바깥으로 나갔을 때,
린하이는 약간의 무력을 사용했었다.
린하이에게는 김혁진과 같은 카리스마와 상황응용력이 부족했고, 결국 그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빠른 수단은 물리력이었으니까.
린하이가 벌떡 일어섰다.
“내가 그 자식들 찾아내서 다 죽인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너는 화 안 나냐?”
“화나지.”
“근데 왜 가만히 있어?”
“잘 생각해봐.”
등평은 과자를 집어 먹었다.
분노는 했지만, 등평의 이성은 지극히 평화로웠다.
달콤하고 짭짤한 과자가 혀 끝에서 살살 녹았다.
“겨우 너 같은 X밥에게 혼나는 게 무섭겠냐, 우리 길드장한테 혼나는 게 무섭겠냐?”
“…….”
“너는 가서 때리겠지. 육체가 아프겠지. 그게 끝이겠지?”
“…….”
“우리 길드장을 아직도 몰라?”
린하이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생각해 보니 그건 그렇네.”
린하이도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린하이는 김혁진만큼 악랄한 플레이어를 본 적이 없다.
주변의 모든 상황을 끊임없이 이용하여, 그 어떤 불리한 상황이라도 유리하게 만들어낸다.
린하이가 보는 김혁진은 괴물 그 자체였다.
“걔네는 김혁진을 왜 건드리는 거야?”
“걔네는 실체를 모르니까.”
“…….”
“세계의 영웅. 희망을 선물하는 위대한 플레이어. 거신길드라는 거함을 이끄는 선장. 한국의 국격을 끌어올린 압도적인 랭커.”
사람들은 대충 거신길드장을 그렇게 평가한다.
“사람들은 그런 줄로만 알지.”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잖아?”
“그런데 그 이면의 다른 모습을 모르잖아.”
사람들은 영웅에게 기대하는 영웅의 모습이 있다.
그러나 등평이 파악한 김혁진은 선한 영웅은 절대로 아니었다.
“이번 이슈를 크게 키운 사람이 누군지 알지?”
“뭐라더라. 헬렌인가 뭔가 하는 여자 아냐?”
52세.
공화당 소속의,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대권주자였다.
“그 여자는 노선 잘못 잡았어.”
* * *
헬렌은 차기 대선을 노리는 대권후보였다.
원래 대선 후보가 아니었으나, 최근 급격한 지지율 상승곡선을 보여주었다.
지지율 상승의 기반에는 이번 이슈가 있었다.
현재 전 세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플레이어의 양분’이었다.
“그래도 거신길드와 미셸사단을 동시에 건드리는 것은 위험하지 않을까요?”
“명분이 이쪽에 있잖아.”
“사실이…… 아니지 않습니까?”
“대중에게 그게 뭐가 중요해?”
헬렌이 파악한 바로는 그랬다.
그녀는 그녀의 시각으로, 대중의 심리를 꿰뚫어 봤다.
“그들에게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이번 이슈로 인해 이득을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
혹시라도 일이 잘되면,
‘플레이어의 양분’을 미국으로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인들이 바라마지않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유럽도 아니고, 아시아 변방의 작은 나라가 미국보다 뛰어날 수 없다는 것. 이 두 개지.”
헬렌은 직접적으로 나서서 미셸과 거신길드를 강하게 비판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성장하여 그 뛰어난 결과를 이룩했다.
-그들에게 죄를 물을 것이고, ‘플레이어의 양분’을 얻어낼 것이다.
-한국 정부도 이에 동참하게 만들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이 국민들의 민심을 뒤흔들었다.
특히 저소득 백인층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수많은 사람이 헬렌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헬렌의 보좌관들과 정치 참모들이 걱정하기는 했으나 헬렌의 의지는 확고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김혁진은 지극히 정치적이고 차가운 자야.”
“…….”
“절대로 감정적으로 움직이지 않아.”
“왜 그렇게 보십니까?”
헬렌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모르냐는 듯 말했다.
“[플레이어의 양분]을 어떻게 활용해 먹는지 봤잖아. 그의 목적이 단순히 돈에 있지 않고, 그것을 활용하여 전 세계의 민심을 얻으려고 노력했지.”
물론 아니었다.
귀찮아서 송기열에게 모두 맡긴 결과였다.
“그는 그만큼 세계인들의 민심과 평판에 크게 신경을 쓰는 인물이라는 얘기야. 혹은 그것이 그의 클래스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고.”
딱 반 정도만 정확하게 봤다.
“그에게는 영웅의 이름값과 민심이 필요해. 그래서 그에 걸맞게 행동할 수밖에 없을 거야. 신사적으로. 매너 있게.”
아마도 미셸 등과 함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거다.
그것이 이성적인 김혁진의 방법일 것이 분명했다.
김혁진을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헬렌은 김혁진과 매우 친숙한 것처럼 느꼈다.
“영웅들의 방법은 아름답고 합리적인 방법이겠지만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지. 그렇기에 다른 쪽으로도 손을 쓸 거야.”
김혁진처럼 냉철한 플레이어라면 다른 쪽으로도 손을 쓸 것이 분명했다.
이쪽에 비공식적인 루트로 접근할 것이 확실했다.
“여론을 잠재울 수 있도록 내게 협상을 시도할 거야.”
공식적, 비공식적 방법 두 가지를 사용할 거다.
김혁진 측도 이런 이슈를 오래 끌어서 좋을 것이 없을 거다. 그러니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상황을 처리하고 싶을 것이다.
“실제로 플레이어의 양분을 받아내지는 못해도, 우선권 정도는 따낼 수 있겠지.”
그거면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도 지지율을 급격히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김혁진이 정말로 그렇게 나올까요?”
“나를 믿어. 나와 같은 부류야.”
선동하는 데에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근데 그걸 바로잡기 위해서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바로잡은 이후에는 너무 늦다.
미셸과 김혁진이라면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칼자루는 우리가 쥐었어. 비공식적인 만남을 기다리면 돼.”
헬렌이 씨익 웃었다.
“운이 좋다면, [플레이어의 양분] 몇 병 정도는 얻을 수도 있겠지.”
그렇게만 된다면,
정계를 은퇴해도 된다.
평생 노력해도 얻지 못할 수준의 부를 얻게 될 수도 있었다.
‘모든 건 내 생각대로 될 거야.’
* * *
김혁진은 기분이 나빠졌다.
격이 손상되었단다.
무명안의 권능도 약화되었단다.
플레이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 모를까, 플레이에 직접 영향을 줬다.
미셸이 재차 확인했다.
-직접 움직일 거라고요?
미셸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김혁진의 성격이라면 이런 자잘한(?) 이슈 따위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일에 묵묵히 집중하리라고 생각했다.
‘나한테 떠맡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전화를 끝낸 미셸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마침 미셸의 사무실로 들어온 토마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저렇게 웃고 있을 때가 아닌데 왜 웃고 있는 거지?
“좋은 일이라도 있어?”
“김혁진이 직접 움직인대.”
“진짜?”
토마스도 골머리를 앓고 있던 차였다.
눈물 한 방울.
그것이 폭탄이 되었다.
저소득 백인층을 중심으로, 미셸사단과 미셸을 향해 비난의 여론이 쏟아지던 중이었다.
공식입장을 내놓기는 해야 했다.
토마스는 앓던 이가 빠진 느낌이었다.
토마스가 자리엔 앉았다.
“신기하긴 하네.”
“뭐가?”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는데,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졌어.”
토마스는 진심으로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아직 해결된 것은 없다.
김혁진이 뭘 어떻게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지도 않았다.
그런데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사람을 곧잘 의심해야 하는 자리가 바로 미셸의 부관 자리다.
늘 의심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미셸이 더 좋은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가 나태해진 건가?’
혼자서는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미셸.”
길드장이 아니라 미셸이라고 불렀다.
상관인 미셸이 아닌, 친구인 미셸에게 물었다.
“나 많이 나태해진 건가?”
“아냐.”
미셸이 빙그레 웃었다.
“나도 지금 너랑 똑같아.”
그리고 하루가 흘렀다. 기분이 나빠진 김혁진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