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61)
#재능만렙 플레이어 561화
김혁진이 플레이 영상 일부를 공개했다.
중간 관리자인 세니아로부터 직접 내려받은 영상이었다.
그것은 세계를 충격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인간 스트리머가 촬영한 것이 아니라 중간 관리자의 영상이라는 점이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미셸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런 게 원래 됐어요?”
하얀 피부에 보라색 머리카락.
큰 키에 깔끔한 검은색 정장.
길다란 지팡이를 든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셸의 중간 관리자.
세론이었다.
세론은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사용했고 늘 예의바르게 행동했다.
그러나 선을 넘는 플레이어는 가차 없이 죽여 버리는 중간 관리자이기도 했다.
“규정상 되기는 합니다.”
“규정상 된다는 말은……?”
“실질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째서요?”
“사실 그 영상은 수호자를 위한 영상이지, 인간을 위한 영상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해당 영상은 플레이어도 코인을 소모하여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저도 구매할 수 있어요?”
“미리 말씀드렸듯,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 역시, 해당 영상을 판매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요?”
매뉴얼상 가능은 하지만,
중간 관리자들은 이렇게까지 직접적인 개입은 꺼린다고 했다.
“전 차원을 통틀어서 매우 희귀한 일입니다. 이 정도면 엄청나게 적극적인 개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혁진의 독점 계약 중간 관리자가 큰 위험부담을 감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위험부담…… 이군요.”
사실 중간 관리자가 담은 플레이 영상은 수호자들을 위한 영상이다.
수호자 중 일부는 이 영상이 인간에게 공개되는 것을 싫어할 수 있다고 했다.
인간과 같은 콘텐츠를 소모하는 입장이 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의 수호자가 많았다.
매뉴얼상 가능은 하지만,
일부 수호자들이 매우 싫어하는 행동.
중간 관리자들에게 전해지는 말이 있다.
-아군은 못 만들어도 적은 만들지 말라.
특히 수호자를 상대로 할 때 통용되는 말이었다.
대부분의 중간 관리자들이 그 말을 진리처럼 따랐다. 어지간하면, 그 어떤 수호자들도 적으로 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런 위험부담들을 감수하고서라도, 중간 관리자가 직접 영상을 제공해준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말을 반대로 하면…….”
미셸이 말을 이었다.
“중간 관리자께서 그 정도 수고를 해줄 정도로 독보적인 플레이어라는 뜻……으로 해석이 될까요?”
“……저도 그렇게 파악은 하고 있습니다.”
김혁진은 플레이 영상을 공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공식적인 루트로 할 수 있는 것은 했다.
성명발표도 했고, 저들의 말이 거짓이라는 증거도 제출했다.
이 모든 행동이 불과 하루 만에 이루어졌다.
“다만, 매우 이례적으로…… 이 모든 절차가 하루만에 이루어졌다는 것이 특이점입니다.”
“특이점이요?”
“중간 관리자들의 표현으로는 간을 본다고 표현합니다. 본래 영상 판매는 수호자들의 눈치를 살피고, 간을 보면서, 최대한 위험부담 없이 진행합니다. 우호적인 수호자들을 섭외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등의 행위를 수반해야 합니다. 보통 3일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미셸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혁진은 그걸 하루만에 한 거고요.”
“네. 그렇게 되었네요.”
미셸은 세론만큼 놀라지는 않았다.
‘뭐…….’
최근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말이 있다.
한국 국적 플레이어들이 무언가 뛰어난 일을 해내고 나면, ‘코리안이 코리안했네’라는 말을 하곤 한다.
또는 이탈리아 국적 플레이어들이 뛰어난 것을 제작하면 ‘이탈리안이 이탈리안했네’ 등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다만.
미셸은 그 말의 어원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김혁진이 김혁진 했네.’
* * *
김혁진은 거실 소파에 앉은 채 말했다.
“그런데 결국, 이 주장을 제기한 사람들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할 것 같거든.”
허공을 올려다봤다.
“무색용을 지원해 줄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관련자들 전원에게 지옥을 보여주고.”
증거를 남기지 말라는 등의 기초적인 얘기는 하지도 않았다.
미래의 무색살왕이다.
심지어 무색용 용돌이의 지원까지 등에 업는다.
현대 과학 기술력과 플레이어들의 능력으로는 티끌만 한 단서나 증거조차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천장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웅이 그래도 돼?”
“누가 영웅이래?”
“사람들이.”
“나 영웅 아니다.”
“영웅처럼 안 해도 되겠네?”
“그래. 얼마든지.”
조커가 씨익 웃었다.
김혁진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다.
악랄한 놈들에게 좋은 말은 소용없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에게나 통하는 것이다.
“죽여도 돼?”
“원칙적으로 죽이는 거 빼고 다해.”
“원칙이라. 좋은 말이네.”
원칙.
원칙은 깨질 수도 있다.
그 말을 끝으로,
천장에서 인기척이 사라졌다.
헬렌의 예상은 반만 맞았다.
비공식적인 루트로 움직인 것까지만 맞았다.
거신길드의 살수와 무색용이 움직였다.
* * *
헬렌은 뉴욕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올드 팝을 들었다.
뉴욕의 야경은 그녀가 좋아하는 풍경 중 하나였다.
이러고 있노라면 성공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자신이 뉴욕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늘따라, 와인이 달콤하네.”
가끔 이런 날이 있다.
평소보다 더 맛있는 날.
투명한 유리잔에 담겨 찰랑거리는 와인은 그녀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김혁진. 넌 분명 영웅놀이가 하고 싶을 거야.”
그녀는 뛰어난 통찰력으로 김혁진을 꿰뚫어 봤다고 자부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을 이렇게 벌일 리 없다.
“네가 영웅을 원하는 시점에서, 너는 내 상대가 되지 못해.”
헬렌은 호호 웃었다.
뉴욕의 아름다운 야경.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선율.
입속에서 느껴지는 오밀조밀하고 상큼한 기포.
기분이 좋아졌다.
“너는 내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겠지.”
김혁진이라는 핫한 패를 이용하여,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을 폭넓게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수많은 미국인이 자신을 지지하도록 만들겠다는 초록빛 미래를 그렸다.
그런데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표정 좋네. 그게 그렇게 맛있어?”
“뭐…….”
순간, 헬렌의 몸이 경직됐다.
경호원을 부르려고 했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뭐야?’
몸이 움직이지 않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무형의 기운에 의하여 완벽하게 제압되었다.
‘저 소년은…….’
금발 머리의 소년이 보였다.
꽤 익숙한 얼굴이었다.
‘어디선가 많이 봤는데.’
그녀는 최대한 침착하려고 애썼다.
정치판에서 오래 살아남았다. 이 정도 일은 위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마법을 활용한 암습.
그것이 틀림없었다.
미셸을 건드렸으니 미셸사단 혹은 음지에서 활동 중인 블랙 크로우일 것이라 생각했다.
이윽고 그녀는 저 소년이 누군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
최근 SNS에서 크게 이름을 떨치고 있는 셀럽 중 한 명.
저스틴이었다.
‘저스틴이 왜?’
저스틴이 사실은 블랙 크로우의 소속이었나.
블랙 크로우 소속인데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하여 셀럽으로 위장 중이었던 건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순간,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목덜미에 단도가 하나 닿았다.
“예상하고 있겠지만, 나는 살수로서 파견된 자다.”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전력.
훗날 무색살왕의 이명을 가지게 될 조커였다.
“지금 느끼고 있겠지만 네 경호인력은 널 지키지 못해.”
“…….”
“그리고 나는 지금 당장에라도 널.”
조커가 힘을 살짝 주었다.
헬렌은 순간 비명을 지를 뻔했다. 날카로운 칼붙이가 살갗을 살짝 뚫고 들어왔다.
피가 몇 방울 흘러내렸다.
“죽이고서.”
조커가 제 스스로의 입술을 핥았다.
“네 살점을 하나하나 뜯어먹고 싶긴 한데.”
“…….”
“저스틴. 마법 좀 풀어. 말이라도 좀 하게.”
“알았어.”
이윽고 헬렌의 몸을 감싸고 있던 마법력이 사라졌다.
헬렌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경비!!!”
그러나 그 목소리는 밖에 새어나가지 못했다.
“사일런스.”
용돌이는 온갖 마법에 능통했고, 헬렌의 음성을 소거시키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헬렌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마법사가 아니야.’
그리고 굳이 속박을 풀어주는 이유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를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하나 더.
‘증거를 하나도 남기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과감히 움직일 수 있을 리 없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찾아온 것 같았다.
‘침착해야 해.’
최대한 침착하기로 했다.
저들은 자신을 죽이는 게 목표가 아니다.
죽이려고 했다면 진작에 죽였겠지.
방법이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 길드장이, 사실 그렇게 생각만큼 착한 사람은 아니거든.”
“……원하는 게 뭐야?”
“마음 같아서는 널 죽여 버리고 싶어. 사실 살인이 내 취미라.”
헬렌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조커의 스킬. ‘살인귀의 공포’가 적용되었다.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진짜로 날 죽이고 싶어 해.’
그것이 느껴졌다.
죽음의 공포가 눈앞까지 다가왔다.
“근데 우리 길드장이 죽이지는 말라더라.”
“……원하는 걸 말해.”
“근데 뭐, 내가 안 죽이면 되는 거잖아.”
조커가 눈짓했다.
그러자 용돌이가 씨익 웃었다. 용돌이의 손바닥 위에 작은 마법진이 하나 생성되었다.
후웅-
작게 소용돌이치며 마나가 새어 나왔다.
헬렌의 와인잔에 담겨 있던 와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방울방울진 붉은 액체가 용돌이의 손바닥 위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용돌이가 입을 열었다.
[Marsi Neun gottia Merr Gopuaa-]인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무색용의 목소리.
용언(龍言)이었다.
조커마저도 움찔할 정도의 압박감을 가진 언어가 새어 나왔다.
조커의 스킬인 ‘살인귀의 공포’의 적용을 받고 있는 헬렌은 순간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언어 자체가 가진 힘에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도, 도대체 뭐야……?’
저스틴의 손바닥 위에서 빙글빙글 돌던 와인 방울들이 커다란 한 덩이로 합쳐졌다.
커다란 붉은 방울이 되었다.
그 붉은 방울에는 기이한 자줏빛 마나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입 벌려.”
용돌이가 말하자, 헬렌의 입이 저절로 움직였다.
‘아, 아, 안 돼!’
버티려 했지만 버티지 못했다.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붉은 방울이 헬렌의 입속에 들어갔다.
꿀꺽.
의지와 상관없이 붉은 방울을 삼켰다.
쏴아-!
이루 말할 수 없는 청량감이 온몸을 헤집었다.
붉은 방울은 차가웠다.
엄청나게 차가운 기운이 혈관 구석구석을 꽝꽝 얼리는 것 같았다.
용돌이가 탁!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으아아악!”
헬렌은 비명을 질렀다.
순간, 심장이 터지는 것 같았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끔찍한 고통이었다.
탁!
또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고통이 사라졌다.
용돌이가 후후 웃었다.
“우리 길드장이 ‘지금’ 죽이지는 말라고 해서.”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이거 튕기면 너 죽는다?”
“노, 농담하지 마.”
“농담 같아? 또 튕겨볼까?”
“…….”
“5분 이상 가만 놔두면 너 죽을 거야. 아마 심장마비 정도로 파악될걸?”
헬렌이 침을 꿀꺽 삼켰다. 농담 같지 않았다.
조커가 말했다.
“시키는 대로만 해. 그럼 목숨은 살려줄게. 덧붙여 이것도 없애줄 수 있어.”
조커의 손에는 몇몇 서류와 USB가 들려 있었다.
용돌이가 허공에 손을 휘젓자 USB로부터 영상이 재생되었다.
-대중. 아니 우리 미국 국민들에게 그게 뭐가 중요해?
-그들에게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이번 이슈로 인해 이득을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
헬렌은 당황함을 감추고서 영상을 살폈다.
‘도대체 언제?’
언제 영상을 촬영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언제 침입한 거지.
‘언제부터?’
언제부터 지켜봤던 거지.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쩌면 참모진에 첩자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미셸의 마수가 여기까지 퍼져있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저스틴이 믿기 어려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방금 내가 보여준 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