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63)
#재능만렙 플레이어 563화
라푼델은 비명을 질렀다.
‘이, 이, 인공호흡!’
인공호흡을 해야 했다.
황급히 몸을 낮추었다.
김혁진의 자세를 정돈한 뒤 입술을 맞대고 바람을 크게 불어 넣었다.
훅-! 훅-!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숨을 불어 넣었다.
다행히 김혁진은 몇 분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렸다.
“나 정신 차렸어.”
“꺄, 꺄악!”
라푼델은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다.
“이, 이건 그러니까…….”
“인공호흡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괜찮냐고 물어봐야 하는 거 아냐?”
“마, 맞아요.”
라푼델이 번뜩 정신을 차렸다.
“괘, 괜찮아요?”
김혁진이 몸을 일으켰다.
눈이 아직도 지끈지끈 아팠고 덩달아 두통도 느껴졌다.
“지금 내 능력으로는 네 존재값을 완전히 읽지 못하는 것 같네.”
“왜요?”
“내가 해석하기에 너한테 뭔가 거대한 것이 숨겨져 있으니까.”
격이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생긴다.
수호자들의 대화를 엿듣는 것만으로도 김혁진은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와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았다.
라푼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한테 뭔가 있는 거 같기는 해요. 제가 환청에 대해서도 말했었죠?”
“그래.”
환청들을 떠올렸다.
-깨어나라.
-깨어나라, 딸아. 네 진정한 자아를 되찾거라.
김혁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여기서는 안 될 거 같네.”
많은 요소가 관여하겠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위치 같았다.
“나랑 어디 좀 가자.”
“어디요?”
“후보가 몇 군데 있기는 한데.”
라푼델을 데리고 다니다 보면 보일 것 같았다.
강화에도 최적의 장소가 있듯, 라푼델을 관찰하는 데에도 최적의 장소가 존재할 것이다. 후보군이 몇 군데 떠올랐다.
그곳들을 중점적으로 가보기로 했다.
그사이,
알림이 들려왔다.
[‘무명의 관찰자’ 클래스의 격이 회복되었습니다.] [‘무명안’ 권능의 등급이 회복되었습니다.]* * *
성신 일가의 막둥이.
송기영 회장의 손자이자, 송기열의 늦둥이 동생인 송진철은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사실 그는 학교를 다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신문명이 도래한 시점.
과거의 공부방법으로는 도저히 이 시대에 적응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쳇.’
그래도 할아버지의 엄명이 있어 학교를 중퇴하지는 못했다.
최소한 고등학교까지는 나와야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할아버지의 말이었다.
수업은 늘 따분하기만 했다.
‘이딴 게 뭐가 중요해?’
수학이니.
국어니.
국사니.
이딴 게 플레이에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이게 김혁진 그 개자식을 따라잡는 데 뭐가 중요하냐고!’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송진철이 망나니여도 할아버지가 직접 엄명을 내린 것을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할아버지!”
“어허. 집무실에서는 회장님.”
“아, 알았어요, 회장님.”
송기영 회장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손자에게는 유독 약했다.
늦게 얻은 막둥이라서 더 그랬다.
“무슨 일이냐?”
“몇 달 내로, 큰 기회가 올 거예요.”
“큰 기회?”
송기영은 잠자코 손자의 말을 들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몇 달 내로 뽑기 상점이 열린단 뜻이냐?”
“네. 그 뽑기에는 코인이 엄청나게 필요해요.”
“믿을만한 정보냐?
“네. 걱정 마세요.”
송진철이 자기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송기영 회장은 그 모습을 귀엽게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김혁진과 거신길드원들이 코인을 모으기 시작한 건가.’
송진철의 말대로라면,
그것이 설명이 된다.
‘그런데 그런 정보를 이 아이가 어디서 어떻게 얻었지?’
김혁진이 얻는 정보는 궤를 달리하는 고급 정보들이다.
그러한 정보를, 송진철이 어떻게 얻는단 말인가.
“대단하구나, 우리 진철이.”
“히히.”
“이렇게 대단한 정보를 어디서 얻었느냐?”
“목소리가 들렸어요.”
“목소리?”
“네. 수호자님 같았어요.”
“그랬구나. 대단하다.”
송기영 회장은 손자를 한껏 칭찬했다.
“형은 못했지만, 제가 반드시 김혁진보다 더 잘해볼게요.”
“그래. 꿈은 높을수록 좋은 게지. 허허.”
송진철은 어리다.
그래서 현실보다는 이상과 꿈이 더 중요하다.
송기영 회장은 그렇게 생각해서, 굳이 현실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송진철이 밖으로 나간 뒤에야 송기영 회장이 눈썹을 찡그렸다.
곧바로 김혁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혁진에게 물었다.
-혹시 수호자가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보내기도 하는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요.
-원칙적이라 함은……?
-엄청난 격의 상승이 필요합니다. 인간은 수호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요.
-그래도 듣는다면?
-존재값에 상처를 입습니다. 잘못하면 죽어요.
-역시 그렇군.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십니까?
-진철이가…… 수호자로부터 목소리를 들었다고 하네. 힘을 가지고 싶냐고.
-수호자로부터요?
김혁진이 인상을 찡그렸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대화가 깊어졌다.
* * *
송진철은 옷을 탁탁 털었다.
‘어우, 더러워.’
저만치 앞.
지하철역 앞에서 구걸을 하고 있는 노숙자가 보였다.
송진철에게 있어서 저런 인간들은 구역질 나는 인간상이었다.
얼마나 노력을 안 했으면 저기서 저러고 있을까.
‘더러움 옮을라.’
송진철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저런 인생 패배자와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신다는 게 역겨울 정도였다.
‘어디 보자.’
그의 핸드폰에는 주소가 하나 적혀 있었다.
‘이쪽…… 인가?’
낯익은 건물이 하나 보였다.
‘응?’
누나의 건물이다.
누나는 플레이어로서의 자격을 잃고서 칩거에 들어갔다.
최근 송진철과의 만남도 거의 없었다.
건물 내 49층.
꼭대기에 마련된 송정희의 집무실에서 송진철은 송정희와 만났다.
“누나도?”
“그래.”
한 명을 더 기다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헬렌이라고 합니다.”
“아. 그 아줌마구나.”
송진철도 헬렌에 대해 알았다.
이번에 공개적으로 연일 사과하고 울던 아줌마였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욕을 얻어먹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송정희.
송진철.
헬렌.
세 사람이 한 군데 모였다.
송정희가 말했다.
“뒤처리는 제가 합니다.”
“그래요. 믿죠.”
헬렌의 눈이 송진철을 향했다.
“당신도…… 김혁진을 미워하나요?”
* * *
김혁진은 라푼델을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
‘무명안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장소가 어디지?’
라푼델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는 장소.
그런 장소가 어디가 있을까.
라푼델은 ‘포식수 군락지를 만든 장본인’의 딸이다.
그렇다면 포식수 군락지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곳일 확률이 컸다.
포식수 군락지는,
지저거인과도 관련이 있고 용과도 관련이 있다.
폭넓게 본다면 거인들과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도 아니면…….’
라푼델의 의념을 처음 만났던 ‘타이콘의 저택’일 수도 있고.
‘그것도 아니면…….’
포식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오공굴’일 확률도 있었다.
일단은 하나하나, 가까운 것부터 차근차근 해보기로 했다.
DMC리버뷰자이 근처.
중앙공원에 오공굴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아보았다.
‘없어졌네.’
게이트가 있다가 없어지는 것이 신기한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오공굴의 입구인 매화도까지 가야 한다는 건데, 그건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서희.
-네, 오빠.
안서희를 통해 포식수 군락지를 열어보기로 했다.
안서희가 중앙공원 쪽으로 걸어왔다.
안서희가 라푼델을 힐끗 쳐다봤다.
“처음 뵙겠습니다, 비서 라푼델입니다.”
“그래요, 안녕하세요, 저는 수호탑인 안서희라고 해요.”
“말씀은 많이 들었어요.”
“그래요. 예쁘시네요.”
“네?”
“비서라면, 오빠랑 늘 함께 있겠어요.”
“비서의 역할이니까요.”
“그렇군요.”
안서희는 어딘지 모르게 약간 쌀쌀맞게 굴었다.
‘허튼 마음 품지 마세요. 죽여버릴 수도 있으니.’
속으로만 생각한 안서희가 밝게 웃었다.
“그럼 시작할까요?”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돌멩이가 필요했고 삽으로 땅을 파는 등의 준비과정이 필요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냥 시동어만으로도 가능했다.
안서희도 그만큼 많이 성장했다는 뜻이었다.
“이동진 생성.”
붉은 실이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결계술사(結界術師)의 이동진이 활성화됩니다.] [이동진의 명칭이 확립됩니다.]검은색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검은색 일렁거림을 클릭하자 정보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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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수 군락지]포식수 군락지로 이동할 수 있는 게이트입니다.
입장자격 :
1) 게이트를 활성화시킨 자이면서 30레벨 이상.
2) 포식수를 사냥한 경험이 있는 자이면서 30레벨 이상.
3) 게이트를 활성화시킨 자가 허락한 자.
4) 포식수 군락지의 지배자가 허락한 자.
입장 자격 중 하나를 만족시킨 플레이어에 한하여 입장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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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성장했네, 서희도.”
“네. 오빠 덕분에요.”
입장 자격 조건이 두 개나 늘어났다.
3번과 4번 조건이 새로이 생성되었다. 쉽게 말하면 안서희나 김혁진이 허락한 자는 누구든 들어올 수 있다는 뜻.
옛날에 비해, 안서희의 의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어두운 동굴로 들어왔다.
안서희가 말했다.
“더 이상, 포식수들은 오빠의 위협이 되지 않겠네요.”
“그러게.”
예전에는 포식수를 두려워했었다.
그게 불과 2년 전이었다.
이제 김혁진에게 있어서 포식수들은 위협의 대상이 아니었다.
“전과 똑같이 할 거야.”
“알았어요.”
예전에도 같은 방식으로 ‘타이콘의 정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라푼델의 의념과 만났었고.
라푼델이 말했다.
“두 분, 사이에 추억이 많으신가 봐요. 유대감이 엄청 깊게 형성되어 있네요.”
라푼델의 눈이 안서희를 향했다.
“얼굴도 예쁘시고.”
“칭찬 고마워요.”
둘의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김혁진은 그리 어렵지 않게 포식수 군락지를 벗어날 수 있었다.
저 레벨 때 한 번 해봤던 것이라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동굴을 벗어납니다.] [‘타이콘의 정원’에 입장합니다.]늙어버린 필드가 눈에 들어왔다.
강상구는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 이렇게 표현했었다.
-그냥 숲 같은데 정원이라니.
-아. 이 진한 부자의 냄새.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랐다.
울타리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
나무들은 대부분 죽어서 시꺼멓게 물들어 있었다.
그 흔한 풀벌레 소리도 하나 들리지 않았다.
잡초마저도 생명을 잃고 바스러져 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저만치 앞.
타이콘의 저택이 보였다.
김혁진은 망설임 없이 타이콘의 저택에 들어갔다.
[‘타이콘의 저택’에 입장합니다.]김혁진이 물었다.
“라푼델. 이곳에 대해 알아?”
“……잘 모르겠어요.”
모르겠다.
그런데 가슴이 알 수 없이 답답했다.
“가슴이 답답해요.”
좀 어지럽기도 했다.
휘청.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김혁진이 라푼델을 부축하려 했다.
그런데 안서희가 재빠르게 움직였다.
“오빠. 제가 할게요.”
붉은 실이 라푼델을 감쌌다.
라푼델의 모습은 마치 고치가 된 애벌레 같았다.
안서희가 라푼델을 살펴봤다.
‘이 여자…… 기절했잖아?’
이곳이, 이 여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았다.
김혁진도 라푼델이 기절한 사실을 알아차렸다.
‘여긴 도대체…….’
악령 타이콘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다 할 위협도 없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불길했다.
라푼델의 초상화도 보이지 않았다.
피눈물을 흘리던 초상화.
원래 있던 것이 사라졌다. 낡아서 없어졌다면 흔적이라도 남아 있어야 하는데 흔적조차 없었다.
김혁진은 깨달았다.
‘누군가…… 가져간 거야.’
그리고 그 누군가는,
‘내가 이곳에 다시 올 것이라는 걸 대비하고 있었고.’
후웅-
바람이 불었다.
사방이 막혀 있는 곳인데 말이다.
김혁진이 작게 말했다.
“서희. 전투 준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