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68)
#재능만렙 플레이어 568화
“네가 말했지? 강화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요소가 적용된다고.”
이전부터 경험해 왔다.
모르면 당한다.
눈 뜨고 코 베일 수도 있다.
자기 권리는 자기가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 누구도 자신의 권리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지 않는다.
시스템도 김혁진 자신의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일부러 짚었다.
“내 강화에 대한 재능은 이미 여러 차례 증명해 왔어.”
쇼비도비가 알아서 관련 영상을 만들어서 업로드할 것이다.
사정을 잘 아는 수호자들도 있을 테고, 모르는 수호자들도 있을 거다.
“맞습니다. 김혁진 플레이어는 그간 수없이 증명해 왔습니다.”
“거기에 더해 마탑의 마법사가 직접 [천능(天能)]을 언급했잖아.”
“그렇습니다.”
“뿐만 아니라 [풀무불의 요정]께서 내게 거는 기대도 상당하시고.”
일부러 풀무불의 요정을 언급했다.
수호자를 직접 언급하여 지목하는 것에는 위험부담이 따르지만, 지금은 그 위험부담을 감수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풀무불의 요정’이 인정합니다.]풀무불의 요정도 인정했다.
시스템이 대놓고 수작을 부리지는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나는 아직도 무명안 활성화가 가능하거든.”
“……어떻게 그것이 가능합니까?”
“아까 마이커의 권능이 내게 적용된 것 같아.”
덕분에 라푼델의 자아를 일깨울 수 있었다.
“그 힘이 아직도 남아 있거든.”
그렇다는 말은, ‘무명안’을 활용하여 더욱더 정교하고 정확한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소리였다.
이 정도 언급했으면 고추장 대신 딸기우유가 섞일 일은 없을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즐거워합니다.]라스베이거스의 목동 외 다수의 수호자들까지 깊게 관여하게 되었다. ‘칭호값 확장’을 걸고서 말이다. 이제 모든 판을 깔아 놓았다.
“시작하자.”
순간, 주변이 어두워졌다.
마치 디지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 보이는 건 아니지만 0과 1만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스쳐 지나갔다.
‘강화와 비슷해.’
강화에는 재료 아이템이 필요하다.
재료 아이템을 소모해 더 뛰어난 아이템을 만들어 낸다.
‘지금도 마찬가지.’
김혁진의 눈에 칭호들이 보였다.
다수의 칭호가 아무런 규칙도 없이 0과 1로 이루어진 어두운 세계에서 이리저리 날뛰었다.
‘무작위로 섞이는 건 맞기는 해.’
조합을 완전히 컨트롤 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조합이 완성되도록 칭호들의 순서를 배열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업적을 포식하는 자’가 김혁진 플레이어를 관찰하기 시작합니다.]세니아는 귀를 의심했다.
‘업적을 포식하는 자?’
업적을 포식하는 자는 아주 오래전 활동했었던, 진명을 가진 수호자였다.
1세대 중간 관리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전설로 불린 수호자로 통했다.
채팅창 내에서도 난리가 났다.
그는 1세대 수호자 중에서도 가장 유명했고,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수호자였다.
어지간하면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수호자이기도 했다.
-업적을 포식하는 자?
-또 활동을 시작한 건가?
-왜, 갑자기?
업적을 포식하는 자는 어중이떠중이들의 대화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중간 관리자와의 단독 면담창을 요구했고, 세니아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업적을 포식하는 자가 물었다.
-김혁진은 자신의 능력과 몸을 충분히 관조한 상태인가?
-저는 그렇다고 판단합니다.
-그럼 지금 김혁진에게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무명안을 사용한 뒤 눈을 감은 상태입니다.
업적을 포식하는 자는 잠시 침묵했다.
-수많은 요소와 변수들을 고려하여, 칭호들을 배치하고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하다.
세니아가 보기에는 벌써 3분이 흘렀다.
그렇지만 김혁진 본인에게는 찰나처럼 느껴진다는 얘기였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정신력이 최소 300은 넘어야 한다. 김혁진은 정신력 스탯 300을 초과했는가?
-그건…….
세니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김혁진의 스탯은 사라진 지 오래고, 그것을 수치화했을 때 300을 넘을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만약 300이 넘지 못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미쳐 버리겠지. 그 수많은 계산값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어쩌면 시스템은 그것을 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세니아는 괜스레 불안해졌다.
정신력 100은 초과했었다. 그건 확실했다. 그런데 300이라니.
300은 지나치게 높은 스탯이다.
세니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저는…….’
그녀의 마음을 인정했다.
‘김혁진 플레이어가 걱정됩니다.’
독점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배제하고서라도, 인간 김혁진이 걱정되었다.
김혁진에게 아무 이득이 없어도 괜찮았다. 고추장 대신 딸기우유를 섞은 비빔밥 같은 결과가 나와도 괜찮았다.
-끝났군.
그와 동시에 업적을 포식하는 자는 개인 면담창을 종료했다.
김혁진에게 크게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았다.
김혁진이 천천히 눈을 떴다.
“바로 공개해야겠지?”
* * *
김혁진에게는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마치 슈퍼컴퓨터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호칭을 배열하고, 뭐가 나을지. 어떤 조합이 괜찮을지. 순식간에 생각하고 정리해야 했다.
김혁진은 거기서 크게 느꼈다.
‘이것이…… 재능의 영역.’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재능의 영역이었다.
누군가는 어릴 때부터 달리기를 잘한다.
또 누군가는 어릴 때부터 힘이 세다.
그것은 타고나는 영역이다. 김혁진은 지금도 그걸 느꼈다.
호칭을 조합하고 새로운 호칭을 창조해내는 능력.
그 재능이 김혁진 자신에게 있었다.
“처음으로 생성된 칭호는…….”
완전히 선택하여 모든 것을 김혁진 마음대로 하지는 못했지만, 그에 준하는 결과는 얻을 수 있었다.
세니아가 물었다.
“괜찮으십니…… 까?”
정신력 스탯 300.
그 이상의 경지여야 가능하다고 했다.
세니아가 파악한 김혁진의 경지는, 정신력 300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김혁진은 멀쩡해 보였다.
“괜찮아. 걱정 마.”
김혁진에게 있어서 지금은 플레이가 우선이었다.
“처음 조합된 칭호는 세 개였어.”
[탁월한 플레이어] [최초의 대적자] [마탑 사냥꾼]탁월한 플레이어는 처음 튜토리얼 보스 몬스터를 사냥했을 때 얻은 칭호.
최초의 대적자는 최초의 PVP에서 승리했을 때 얻은 칭호.
마탑 사냥꾼은 최초로 마탑의 마법사를 죽였을 때 얻은 칭호였다.
“완벽한 조합은 실패했어.”
뜻대로 되지 않았다.
“탁월한 플레이어가 재료로서 소진되어 버렸어.”
탁월한 플레이어는 사라져 버렸다.
재료 아이템이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최초의 대적자와 마탑 사냥꾼이 합성되어 [대적하는 영웅]이 생성되었다.
“특이한 점은 [최초의 대적자]를 성분으로 분해하여 절반만 사용된 것 같은 느낌이야.”
“무슨 뜻입니까?”
“[최초의 대적자]가 또 다른 칭호 조합에도 영향을 끼쳤거든.”
또 다른 조합이 존재했다.
[최초의 대적자] [궁극의 투사] [영창의 군주]마찬가지였다.
최초의 대적자는 절반 정도만 관여했고, 궁극의 투사와 영창의 군주가 조합되었다.
“투사와 군주가 조합된 건 의외지만…….”
투사계열의 ‘백색 사냥꾼’과 군주계열의 ‘소음의 지휘자’는 서로 앙숙 관계였다.
그래서 둘의 상성은 물과 기름 같다고 생각했었다.
세니아가 물었다.
“선택에 어느 정도 관여하신 거 아닙니까?”
“맞아. 무명안을 믿었어.”
무명안이 노란빛을 보여주었다.
저 둘의 조합이 좋다고.
[‘소음의 지휘자’가 기대합니다.] [‘백색 사냥꾼’이 더 크게 기대합니다.] [‘소음의 지휘자’가 더욱더 크게 기대합니다.] [‘백색 사냥꾼’이 아주 크게 더 기대합니다.] [‘소음의 지휘자’가 그보다 훨씬 더 많이 기대합니다.]김혁진은 순간 황당함에 웃을 뻔했다.
5개의 메시지가 이런 식으로 소진되는 건 또 처음이었다.
‘동족 혐오. 아니면 애증. 뭐 그런 건가?’
아무튼 ‘궁극의 투사’와 ‘영창의 군주’가 조합되어 ‘문무왕(文武王)’이 생성되었다.
“문무왕이 생성되었어. 그리고 하나 더.”
“…….”
[괴도 다람쥐의 주인] [천견주]그리고 [용의 아버지] 가 조합되었다.
“정확히는 천견주 호칭이 소모된 것 같아. 재료로서.”
[괴도 다람쥐의 주인] [용의 아버지]두 조합을 완벽하게 만들어내기 위하여 천견주는 소모되었다.
“그러면 어떤 호칭이 생성되었습니까?”
“테르마.”
“……테르마입니까?”
보통 호칭은 그 뜻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게 설정된다.
문무왕만 하더라도 문무를 겸비한 왕 정도로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름만으로는 테르마는 전혀 해석이 되지 않는 호칭이었다.
하지만 수호자들은 그 호칭에 열광했다.
-테르마?
-테르마라고?
-테르마?
세니아가 약간 설명을 덧붙였다.
“일반적이지 않은 칭호이므로,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그래.”
“테르마에 대해서는 들어보셨습니까?”
“대충. [없는]이 호들갑을 떨면서 설명했었어. 전에.”
조커의 중간 관리자이자 1세대 중간 관리자로서 아직 살아남은 ‘없는’이 테르마에 대해 말해줬었다.
테르마는 ‘없는’이 개인적인 기준으로 선정한, 역사상 위대했던 테이머였다.
‘저 호칭들은 도대체 뭐지?’
괴도 다람쥐의 주인.
저 호칭은 ‘없는’도 알고 있는 호칭이다. ‘없는’이 개인적인 기준으로 선정한, 역사상 위대했던 테이머인 ‘테르마’가 가지고 있었던 호칭이다.
‘김혁진이 왜 테이머들의 칭호를?’
이후 ‘없는’은 김혁진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었다.
“그의 이름은 [업적의 석판]에 수차례 기록되었으며, 이름 자체가 위대한 호칭으로 정립되기에 이르렀습니다.”
“…….”
“이렇게 특별한 형태의 칭호를 관리자들은 [절대 칭호]라고 표현합니다. 김혁진 플레이어는 지구 차원 최초로 절대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한 거네. 어쩐지.”
알림을 확인했다.
시스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새로이 얻게 된 [대적하는 영웅]과 [문무왕]까지는 터치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테르마]에는 관여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테르마는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테이머 중 한 명이라고 하네. 그 의지를 잇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의 유지를 받들어야 한대.”
그 유지를 제대로 받들지 못하면 칭호가 삭제된단다.
“유지가…… 무엇입니까?”
“나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래.”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돕는 것.
그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
그것이 테르마의 신념이라나 뭐라나.
“제한시간은 24시간.”
세니아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24시간이라니.
조건도 지나치게 모호하고, 시간도 굉장히 짧았다.
‘용의 아버지와 괴도 다람쥐의 주인. 두 칭호를 없애버리고 싶은 모양이군요.’
김혁진도 난처하기는 했다.
두 칭호는 김혁진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칭호이기도 했다.
용돌이와 다롱이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칭호였으니까.
그렇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단, 성공했을 때의 보상도 있어.”
“무엇입니까?”
“칭호 조합에 수많은 요소가 관여한다는 건 아까도 언급했었지?”
수많은 요소 중.
‘상황’이 있었다.
지금의 상황은 김혁진이 ‘마탑의 마법사’를 소멸시킨 상황이었다.
“그 마탑의 마법사는 업적이 기록될 정도로 위대한 힘을 만들어냈단 말이야.”
그것이 업적의 석판에 기록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업적이기는 했다.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업적의 석판도 그렇고. 강선일을 말을 떠올려보면 업적을 기록하는 다른 도구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얘기지. 그렇다는 말은.”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시스템은 업적을 기록하고 싶어 해. 다른 말로 하면, 노아의 업적을 없애고 싶지 않아. 그리고 이 보상에는 괴도 다람쥐의 능력이 연동됐어.”
그런 인과관계를 거쳐 이러한 보상이 설정되었다.
“내가 만약 [테르마]의 의지를 확실하게 잇게 된다면, 나는 노아의 능력 중 한 가지를 루팅 해올 수 있어.”
그리고 알림이 이어졌다.
[‘업적을 포식하는 자’가 수호력을 소모합니다.]어디에 수호력을 소모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약 30분이 흘렀을 때.
김혁진은 ‘업적을 포식하는 자’가 어디에 수호력을 소모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속보가 쏟아져 나왔다.
-클리어 된 던전의 최초 붕괴!
-유플렉스 던전, 브레이크 발생!
신촌 일대에 큰 난리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