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7)
#재능만렙 플레이어 57화
퀘스트같지도 않은 퀘스트 클리어로 인해 나는 300 코인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감각안에 대한 얘기는 전혀 안 했는데?’
감각안의 등급 상승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퀘스트가 클리어되었다.
‘이건 뭘 의미하지?’
무명의 관찰자가 내게 준 선물을, 중간 관리자인 세니아가 모르고 있다는 뜻이 된다.
‘왜 그랬을까?’
알 수 없었다.
‘이럴 수가 있나?’
있는 것 같다. 세니아는 내 감각안의 등급이 일시적으로 높아졌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다.
“됐지?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지?”
“완벽합니다. 그러나 김혁진 플레이어는 제 설명에 보다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생존과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다 외웠으면 된 거 아냐?”
“……그건 그렇습니다만.”
BJ와의 대화를 너무 오래하는 것은 좋지 않다. 수호자들은 나와 BJ가 떠드는 걸 보고 싶은 게 아니다. 저들이 보고 싶은 영상은 내가 이 ‘스페셜 히든 피스’를 어떻게 클리어하느냐. 그거다.
‘속삭이는 악마 같은 놈은 내가 구르고 또 구르는 걸 좋아하겠지만.’
어쨌든 나는 걸음을 옮겼다. 감각안에 잡히는 이 숲의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현재의 내 능력으로는 이 숲이 얼마나 넓은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시간이 꽤 오래 걸리겠는데.’
다른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엄마랑 누나가 조금 걱정될 뿐.
‘지금 걱정해 봐야 달라지는 건 없어.’
이 길은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이다. 돌이킬 수 없다. 되돌아 나갈 수 있는 길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단서는 숲의 주인을 찾는 것.’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지금은 저녁시간.’
이 히든 피스 내에는 ‘시간의 흐름’이 존재했다.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그 말은 저쪽이 서쪽이라는 뜻이다.
‘던전 나침반이 없는 지금. 저걸 기준으로 방향을 잡는 수밖에.’
위대한 탐험가 잭슨의 공략에 따르면, 길을 아예 모를 때에는 ‘동쪽’으로 길을 잡는 것이 유리하다고 했다. 어떤 법칙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경험적으로 그렇다고 했다.
‘수시로 방향이 바뀌는 고난이도의 던전은 아닐 테니까.’
기준점을 잡아놓고 탐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 * *
수호자들이 지원해준 야영도구들을 활용하여 텐트를 펼쳤다. 마법 모닥불과 마법 캠핑세트의 효과 알림이 들려왔다.
[안전지대가 설정됩니다.] [안전지대는 초록색으로 표시됩니다.]내심 흡족스러웠다.
‘이만하면 반경도 꽤 넓은 편이고.’
지름 약 5미터 정도 되는, 나름대로 넓은 안전지대가 설정되었다. 이 안에 있으면 몬스터로부터 공격당할 일은 없을 거다.
‘여기는 아직 초보구간이니까.’
초보구간에 존재하는 몬스터들 중, 안전지대 설정을 파괴하고 들어올만한 무지막지한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혹시 그런 놈이 있다면.’
안전지대고 뭐고 어차피 죽는다. 그런 놈이 없기를 바라지만 있으면 어차피 사망. 그런 의미에서 이 안전지대는 굉장히 유용하다고 볼 수 있다.
“김혁진 플레이어. 이곳을 탐사하면서 무엇을 얻었습니까?”
직감했다. 이건 세니아의 질문이 아니다.
‘수호자의 질문.’
탐사하는 과정 자체가 그렇게 신나고 즐거운 건 아니다. 나는 지금 단서를 모아야 하고,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한다. 이 과정 전체가 흥미로울 수는 없다. 중간중간, 나를 지켜보지 않은 수호자들도 존재할 것이다.
‘엑기스들을 모아서 설명해 줘야겠네.’
이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나는 최대한 이점을 활용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이곳은 숲 형태의 필드야.”
너무나 당연한 말.
“오늘 하루치 탐사를 하는 동안 약 세 종류의 발톱자국을 봤어. 나무에 발톱이 새겨져 있었지.”
탐험가 잭슨의 기본 공략법에 따라, 나는 그저 기본에 충실했다. 던전 내에 어떤 몬스터가 존재하는지, 어떤 습성을 가졌는지, 지형은 어떠한지. 그러한 기본적인 것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발톱자국이 새겨진 높이와 크기를 봤을 때 아마도 고양이과의 맹수류 몬스터일 확률이 높아.”
“…….”
세니아는 잠자코 내 말을 들었다. 등급이 높아진 감각안에 세니아의 감정이 조금 잡혔다. 세니아는 표현하지 않고 있지만, 그녀 나름대로 감탄하고 있는 중이었다. 수호자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저들의 기준에서 나는 아직 전직도 못한 초보니까.
“놈들은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아. 전투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서로간의 싸움은 암묵적으로 피하고 있어. 싸움이 전혀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야.”
“그것이 김혁진 플레이어에게 어떤 소용이 있습니까?”
“놈들의 영역이 맞닿는 곳들. 영역의 경계를 따라 이동한다면, 나는 몬스터의 습격을 최소로 받을 수 있겠지.”
“…….”
“그리고 밤에는 야행성 맹금류 몬스터들이 활개치고 다니고 있어.”
놈들은 밤에 움직이고 있다. 안전지대 안을 뚫고 들어올 정도는 아니지만 꽤 위협적인 몬스터도 있었다.
‘붉은 눈 올빼미 같은.’
놈의 레벨은 29. 그렇지만 ‘새’ 형태의 몬스터라는 점. 그리고 밤에 시력이 자신보다 월등하게 좋다는 점 등에 있어서, 일반적인 레벨 29 몬스터보다는 상대하기 훨씬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그렇다면 놈들이 사냥할만한 어떤 개체들이 있다는 뜻인데.”
포식자가 있다면 피식자도 존재하게 마련이다. 대부분 그렇다. 던전은 약육강식의 세계니까.
“이상하게도 피식자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아. 이게 뭘 의미할까?”
나도 모른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하긴 하다.
“…….”
세니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천마산의 진주’가 당신의 탐사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속삭이는 악마’가 당신의 플레이에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용맹한 사자왕’이 지루해합니다.] [‘저울의 아낙네’가 당신의 침착함에 경의를 표합니다.] [‘무명의 관찰자’가 당신을 끊임없이 관찰합니다.]하루가 더 지났다. 뭔가를 더 발견하지는 못했다.
‘조급해하지 말자.’
이제 겨우 3일 째다. 위험한 던전의 경우, 몇 달이 걸리는 경우도 흔했다.
‘이상하리만치 침착해.’
사실상 3일 동안 이런 외딴 곳. 위험할지도 모르는 곳에 있으면 약간 무서워야 정상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이상하게 안 무섭네.’
나는 솔직히 내 감정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안 무서운 정도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재미있어.’
재미있었다. 이 플레이 자체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는 중이다. 플레이에 재미를 느끼는 것 역시 재능의 영역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표현했다.
‘초반 반짝형이 아니길.’
내가 초반 반짝형 플레이어인지 아닌지는, 레벨 40을 돌파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로 갈리게 될 거다. 보통의 초반 반짝형 플레이어는 레벨 30-40 구간을 뚫지 못한다.
4일 째가 되었을 때. 나는 불타버린 마을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불타 버린 화전민의 마을’에 입장합니다.] [‘안전지대’에 진입합니다.]스페셜 히든 필드인 ‘미지의 숲’에 존재하는 ‘불타 버린 화전민의 마을’. 대부분의 집들이 터만 남아있는 상태. 설정상 ‘안전지대’에 속해 있는 곳이었다.
‘여기에 단서가 있으려나?’
모른다. 발로 뛰어봐야 안다. 혹시라도 ‘클릭’ 가능한 물체가 있으면 단서를 획득할 수 있을 거다.
‘이 집은 제법 멀쩡하네.’
제법 멀쩡한 집도 보였다. 나무로 대충 만든 집이지만, 어쨌든 ‘집’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갔다.
‘어?’
순간 뒤를 돌아봤다.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방금 뭐지?’
분명 안전지대였는데,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아주 미세했지만 분명히 뭔가가 있었다.
‘감각안이……. 말해주고 있다.’
시선이 느껴졌다.
‘뭔가 있어.’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지금 무엇인가가 나를 주시하고 있다. 등급이 높아진 감각안에 겨우 잡히는 감각. 원래의 내 능력이었다면 아예 느끼지도 못했을 거다.
‘안전지대이기는 한데.’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될 것 같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분이 든다.
‘저건 클릭이 가능하네.’
검게 그을린 서랍이 보였다. 클릭이 가능한 물체. 눈으로 클릭하자 서랍의 문이 저절로 열렸다. 그 안에는 편지지 하나가 보였다.
[‘화전민 촌장의 편지지’를 획득하였습니다.]편지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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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친애하는 레프리 영감에게.
서쪽 끝 마을 도트에서 동쪽 끝 마을 단테에 보내는 서신이네. 레프리 영감. 우리는 이미 끝이네. 숲의 주인이 분노했네. 그분께서 우리에게 진노를 내리셨어. 우리는 그 진노를 피할 길이 없네. 부디 영감은…….
──────────
편지지가 불타 있어서 다음 내용은 알 수 없었다.
‘숲의 주인이 분노했고. 때문에 여기가 불타 없어졌다는 설정인가?’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설정이다. 그러면 나는 이 편지지를 바탕으로 또 다른 단서를 찾아 그 숲의 주인을 만나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편지지 상으로는 여기가 서쪽 끝 마을 도트.’
동쪽으로 이동하면 동쪽 끝에도 마을이 하나 존재한다는 얘기가 된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동쪽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아니.”
서쪽 끝 마을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미지의 숲’의 서쪽 끝에 거의 다다랐을 확률이 높다. 이 필드의 끝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알아놓으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서쪽을 조금 더 탐사한 뒤에 동쪽으로 이동할 거야. 그게 오히려 시간을 아끼는 공략이 될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불타버린 화전민의 마을‘에서 또 다른 정보를 획득하지는 못했다. 조금 더, 서쪽으로 이동했다.
어느 순간. 나는 투명한 벽에 가로막혔다.
[더 이상 이동할 수 없습니다.]눈에는 필드가 펼쳐져 있다. 빼곡한 나무숲이 보인다. 그렇지만 지나갈 수는 없었다.
‘이곳이 필드의 끝일 확률.’
그리고,
‘아니면 특별한 조건을 만족해야만 이동이 가능한 설정일 확률.’
내가 판단하기에는 후자일 확률이 높았다. 일단 육안으로는 필드가 더 보였으니까.
‘별다른 소득은 없네.’
그러면 이제 다시 방향을 동쪽으로 잡아야 했다. 공략을 모르고 진행하는 던전 클리어는 약간 지루했다. 내가 처음 예상했던 대로였다. 맹수류 몬스터들은 서로를 의식했는지 자기 영역을 벗어나지 않았고, 덕분에 나는 이렇다 할 공격 없이 탐사를 진행할 수 있었으니까.
‘동쪽으로 가보면 뭔가 있을지도 몰라.’
지루해도 어쩔 수 없었다. 수호자들에게는 게임이나 유희일지 몰라도, 내게는 목숨이 걸린 문제다. 도전을 할 때 하더라도, 최대한 안전하게 하는 것이 옳다.
‘마을에서 느껴졌던 미세한 시선.’
그것이 드문드문 느껴진다. 정체를 전혀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당장 공격할 생각은 없어 보이지만, 내게는 부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
그런데 그때. 새로운 알림이 들려왔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당신에게 한 가지를 제안합니다.]이 알림으로 인해, 이 시나리오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