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73)
#재능만렙 플레이어 573화
김혁진의 몸에서 투기가 피어올랐다.
눈앞에 있는 송정희의 존재를 잠시 잊었다.
‘이게…… 영웅력을 소모한 힘.’
영웅력을 소모했다.
[1 영웅력을 소모합니다.] [칭호효과. 일인전쟁(一人戰爭)을 활성화합니다.]주먹을 쥐어보았다.
김혁진의 몸에서 은은한 잿빛 기운이 새어 나왔다.
‘이 느낌은 마치…….’
투사들의 전당에서 만났던 수호자들이 내뿜던 기백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송정희는 순간 움찔했다.
그녀 역시 김혁진의 달라진 기세를 읽었다.
“네가 무슨 짓을 벌이든, 네놈은 날 공격할 수 없어.”
송정희는 그렇게 믿었다.
김혁진이 자랑하는 극상마법조차도 자신의 몸에 해를 끼치지 못했다.
김혁진의 그 어떤 공격도, 자신의 몸을 다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휘익-!
채찍을 휘둘렀다.
김혁진이 왼손을 들어 올렸다.
차르륵!
채찍이 김혁진의 왼팔을 감쌌다.
송정희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걸렸구나.”
송정희의 몸으로부터 검은 기운이 새어 나왔다.
채찍을 타고 넘실넘실 넘어와 김혁진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내가 가져야 할 모든 것을 빼앗아간 죄. 그 죄를 묻겠다.”
김혁진은 자신의 팔에 감긴 채찍을 한 번 쳐다봤다.
자신을 향해 덮쳐오는 검은 기운도 느껴봤다.
“별거 아니네.”
김혁진이 채찍을 잡아당겼다.
송정희는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김혁진 쪽으로 딸려왔다.
김혁진이 송정희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어?”
송정희는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너 눈이……!”
순간적으로 공포감이 송정희의 몸을 집어삼켰다.
“금안(金眼)?”
김혁진이 읊조렸다.
“안식의 번개.”
거인왕 카툴루의 힘을 담은 번개가 내리쳤다.
강렬한 뇌기에 투기까지 더해졌다.
순간,
주변이 밝아졌다.
섬광탄이 터진 것 같았다.
밝은 빛이 터져 나오고,
주변은 공허해졌다.
더이상 김혁진 앞에 송정희는 없었다.
가루가 되어 바스러진 채찍만 남았다.
김혁진의 몸에서는 잿빛 투기가 일렁거렸고,
황금색 눈동자가 송정희가 사라져 버린 자리를 응시했다.
최현수는 두 눈을 꿈뻑거렸다.
그는 자신이 뭘 보고 있는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방금 그건…….’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데도 느껴졌다.
감히 다가갈 수 없는 위압적인 기운이 터져 나왔다.
‘눈이 너무 부셔서 못 봤어.’
눈을 잠깐 감았다가 떴다.
눈을 감은 사이로 어마어마한 무엇인가가 주변을 휩쓸었다는 것까지는 알겠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송정희가 사라져 있었다.
‘어디 갔지?’
바닥에 널브러진 채찍이 보였다.
송정희가 들고 있을 때는 윤기가 흐르는 채찍이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삭아버렸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바스러질 것만 같았다.
김혁진이 말했다.
“그게 마지막 숨겨진 한 수였나?”
최현수의 그림자 속에서 송정희가 튀어나왔다.
최현수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으악!”
송정희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머리카락은 다 타버렸고 몸 여기저기에 큰 화상을 입었다.
얼굴 가죽이 거의 벗겨지다시피 한 상태였고, 몸에서는 여지껏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잘나신 [그분]께서 주신 힘으로도 투기를 막아내지는 못하나 보네.”
송정희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자의가 아니었다. 더 이상 서 있기가 힘들었다.
무릎 꿇은 송정희의 두 눈에서 검붉은 눈물이 흘러나왔다.
“……어째서.”
“…….”
“어째서 너 따위가 내 모든 걸 빼앗는 거지?”
“진심으로 내가 네 모든 걸 빼앗았다고 생각하는 거냐?”
진심이라는 걸 감각안으로 확인했지만 그래도 다시 물어보았다.
“너만 없었어도, 성신은 나의 것이 되었을 거야.”
“의미 없는 가정이네.”
김혁진이 송정희를 향해 걸어갔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센을 겨누었다.
송정희와의 인연이 참 길었다.
이제는 끝낼 때가 왔다.
‘그분’은 강선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누군지 대략적으로는 감이 온다.
딱 한 번 만났었다.
“제법이군. 나를 알아차리다니.”
“세례자가 왕의 재목을 아주 잘 골랐어.”
“아무튼. 나도 타격을 좀 입었으니까, 당분간은 활동을 못 하겠네. 좋겠어, 세례자. 시간을 벌었군.”
그때 이후로 시간이 흘렀다.
마왕이 어느덧 힘을 회복하여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았다.
‘언젠가 있을 마그나 게이트. 강선일. 마탑의 준동. 지저거인의 유산에 진짜 마왕까지.’
플레이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더 많은 것들이 펼쳐지고 있다.
머리가 아파왔지만 또 나름대로 그것이 즐겁기도 했다.
송정희도 삶을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넌 내 모든 것을 훔쳐간 도둑놈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해.”
대답해줄 가치가 없었다.
김혁진이 이센을 휘둘렀다.
후웅-!
이센이 허공을 갈랐다.
눈을 질끈 감았던 천수지는 찔끔 놀랐다.
‘피했어?’
아무런 힘도 없어 보였던 송정희가 김혁진의 검을 피했다.
힘을 빼고 쉽게 휘두른 것처럼 보여도, 김혁진 정도의 실력자가 휘두른 검은 피하기 어렵다.
‘저 몸 상태로 피했다고?’
아니.
피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잡아당겼…….’
몸이 작았다.
아직 성장기의 소년 같았다.
눈에 익은 얼굴이었다.
‘송진철?’
성신의 망나니.
송진철이었다. 숨어 있던 송진철이 모습을 드러냈다.
눈치를 보아하니, 김혁진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숨어서 뭘 꾸미나 봤더니.”
김혁진은 인상을 찡그렸다.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 눈앞에 연출되었다.
* * *
송진철의 입가에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우물우물.
무엇인가를 씹는 사이, 핏물이 입 밖으로 삐져나와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송진철이 말했다.
“그래도 누나의 심장은 맛있는 편이네.”
“…….”
김혁진은 잿빛 투기를 발산하면서 송진철을 바라보았다.
송진철이 키득대며 웃었다.
“왜? 나한테도 그 번개를 쓰지그래?”
“너도 그분을 만났나?”
예전에는 버릇없는 망나니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김혁진은 무명의 관찰자와의 만남을 통해, 회귀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알고 있다.
‘후우. 침착하자.’
송정희는 말했다.
김혁진이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고.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김혁진은 송정희가 아닌 송기열을 선택했을 뿐이고, 송정희의 모든 것을 직접적으로 빼앗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송진철은 경우가 달랐다.
‘송진철.’
회귀 전 송진철의 모습이 떠올랐다.
-재능판 67개? 개소리하고 있어.
-이 새X.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들어.
때문에 김혁진은 플레이어로서 재능을 꽃피우지도 못했고,
가족이 죽어가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며,
공시에 번번이 떨어지는 고배를 마셔야만 했었다.
회귀 전 김혁진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빛이 바랜 가족사진과 반지하 단칸방.
그게 김혁진이 가진 전부였다.
‘흥분하지 말자.’
송진철이 아무 생각 없이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마왕’이라는 자는 송정희를 통해 김혁진 자신을 힘을 시험해보고, 다음 패로 송진철을 준비했던 것 같다.
송진철이 여전히 키득대며 웃었다.
“다 너 때문이야.”
“…….”
“너 때문에 누나가 죽은 거고. 너 때문에 할아버지가 죽은 거야.”
김혁진은 귀를 의심했다.
“송기영 회장이 죽었다고?”
“응. 너 때문에.”
김혁진도 예상하지 못한 말에 충격을 받았다.
송기영 회장이 갑자기 죽다니? 왜?
‘설마.’
자기 누나의 심장을 씹어 먹은 소악귀가 눈앞에 보였다.
-“그래도 누나의 심장은 맛있는 편이네.”
그 말은 즉,
다른 심장도 먹어보았단 얘기일 터.
“네 할아버지를, 네가 죽였나?”
“아니, 아니지. 네가 죽였지.”
송진철이 손가락을 까딱까딱 흔들었다.
“원래 나는 할아버지를 좋아했어. 최근에도 할아버지랑 만나서 즐겁게 얘기했단 말이야.”
“…….”
“그런데 할아버지가 날 인정해 주지 않더라.”
송진철의 눈이 충혈되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형은 못했지만, 제가 반드시 김혁진보다 더 잘해볼게요.”
-“그래. 꿈은 높을수록 좋은 게지. 허허.”
그 말에 송진철은 상처받았었다.
평소의 할아버지였다면 ‘반드시 해내거라.’ 이렇게 독려했을 거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내가 널 뛰어넘을 수 없는 것처럼 얘기하더라. 영감탱이.”
“…….”
“노망이 들어서 눈이 썩어버린 거 같더라고.”
“그래서 죽였다?”
송진철이 킬킬대며 웃었다.
“그 썩은 눈동자도 씹어 먹었고, 심장도 씹어 먹었어. 맛없었어.”
“…….”
“할아버지는 네가 죽인 거야. 너만 없었어도, 할아버지는 나한테 죽을 일이 없었어.”
김혁진이 인상을 찡그렸다.
“사실 널 살려두려고 했거든.”
회귀 전 있었던 일.
그 일은 일단 묻어두려고 했었다.
여전히 화가 나지만, 현재 시점으로 그 일은 벌어지지 않은 일이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로 송진철을 단죄할 수는 없었다.
김혁진의 이성은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분]에 대한 단서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그렇지만 살려두면 안 될 것 같았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렸네.”
극상마법은 M/P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다.
김혁진은 지금 이 자리에서, 저 소악귀를 완전히 죽여 없애기로 결정했다.
극상마법.
만검우.
순간, 주변의 모든 세계에 일만 개의 검이 가득 들어찼다.
하나하나가 잿빛 투기를 머금었다.
김혁진은 그 모든 검 하나하나에 의지를 심었다.
현재 일인전쟁이 활성화된 상태.
‘죽인다.’
김혁진의 살의가 만 개의 검에 모두 깃들었다.
이전의 만검우보다 훨씬 진보된 형태의 만검우였다.
극상마법에 의지를 심었다.
이것은 곧, 극상마법에 영창을 심은 것과 비슷했다.
기적의 영창.
그 힘을 만검우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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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칭호를 가진 자는 대적자와의 전투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적과의 전투에서 ‘대적하는 영웅’에게는 ‘기적의 영창’의 힘이 깃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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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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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칭호의 속성값은 ‘불멸자’ 및 ‘불멸자를 추종하는 세력’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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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철은 ‘불멸자’ 혹은 ‘불멸자를 추종하는 세력’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불멸자는 아닐 터. 그렇다면 송진철은 ‘불멸자를 추종하는 세력’이었고,
‘그 말은 즉, [마왕]이 불멸자라는 얘기겠지.’
마왕이 불멸자라는 단서도 얻었다.
‘죽어라.’
만 개의 검이 송진철을 향해 쏟아졌다.
순간,
은천비단이 여러 개가 펼쳐졌다.
‘은천비단?’
김혁진이 알고 있는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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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천비단(銀天緋緞)]은빛 하늘을 실로 엮어 만들어낸 비단. 단 한 번, 비단을 펼쳐 은빛의 하늘을 소환한다. 은빛의 하늘은 지옥의 겁화조차 막아낼 수 있는 보물로서, 고대 명인 ‘플루토’의 걸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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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철의 발밑에서 마법진이 생성되었고, 그 마법진을 통해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은천비단 여러 겹이 송진철과 그 누군가를 덮었다.
기적의 영창을 품은,
일인전쟁 상태의 김혁진이 사용한 극상마법은 은천비단마저도 뚫어냈다.
만 개의 검이 결국 은천비단을 찢었다.
김혁진이 가까이 다가갔다.
찢어진 은천비단을 들어 올렸다.
‘없다.’
도망쳤다.
누군가가 도와줬다.
김혁진은 그 자리에서 복기분석시를 활성화하여 방금 있었던 일을 해석했다.
자세히 해석해 보았다.
‘잭슨이야.’
잭슨이 송진철을 구해서 도망쳤다.
김다롱이 김혁진의 볼을 콕콕 찔렀다.
“왜?”
김다롱의 앙증맞은 손에 쪽지가 하나 들려 있었다.
[이 아이도 왕의 후보인지라, 지켜내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하루가 지났다.
한국이 발칵 뒤집혔다.
-송기영 회장. 의문의 피살!
-한국의 거인. 무너지다.
송기영 회장이 자택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발견되었다.
엽기적인 사건이었다.
살인자는 송기영 회장의 눈과 심장을 파먹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정·재계 인사들이 성신회장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김혁진도 검은 정장을 차려입고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장 안.
눈이 붉어진 송기열이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태극방패 송기열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때.
김혁진의 몸이 움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