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74)
#재능만렙 플레이어 574화
김혁진이 상주 송기열 옆을 쳐다보았다.
꼬맹이가 한 명 보였다.
‘송진철.’
송진철은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할아버지를 잃은 철부지 손자 같은 모양새였다.
‘여기에 있단 말이지.’
송진철이 송기영 회장을 죽였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복기분석시와 수호탑의 영상 재생능력을 활용한 증거제시도 불가능했다.
-오빠의 복기분석시를 통해 보는 영상이 엄청 흐릿해요.
-대화 내용도 노이즈가 잔뜩 껴서 제대로 들리지 않아요.
아마도 ‘마왕’이라고 추정되는 그자가 손을 쓴 것 같았다.
심지어는 중간 관리자의 영상도 내려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다.
안서희가 영상을 제대로 재생하지 못한 시점에서 이미 예상은 했다.
-진철이가…… 수호자로부터 목소리를 들었다고 하네. 힘을 가지고 싶냐고.
-수호자로부터요?
그놈은 수호자를 흉내 내어 송진철에게 접근할 수 있는 힘까지 갖춘 놈이었다.
시스템을 교묘히 이용해 먹을 수 있는 놈이라는 뜻이었다.
‘악의적이고, 철두철미한 놈이야.’
그리고 그놈과 송진철이 손잡았다.
송진철은 가증스럽게도 슬픈 표정을 하고 서 있었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혁진은 그다지 내색하지 않고 조문객으로서의 예를 갖추었다.
김혁진이 송기열에게 절을 올리자,
송기열도 김혁진에게 맞절했다.
송진철도 마찬가지였다.
김혁진의 감각안에 송진철의 상태가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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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즐거움/호기심/재미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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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를 잃은 막내의 슬픔 따위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마성에 집어 삼켜진 것 같았다.
송진철이 송기열의 손을 꼭 붙잡았다.
“걱정 마, 형. 할아버지는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야.”
“……그래.”
“형이 힘을 잃으면 안 되잖아. 형이 이제 우리 집안의 대들보야. 누나도 어디 갔는지 안 보이고.”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송정희도 죽었다.
김혁진이 직접 봤다.
송진철이 송정희도 죽였고, 송정희의 심장마저 씹어 먹었다.
‘가증스러운 놈.’
참 얄궂은 운명이었다.
전생에서도 그토록 악연이었는데,
회귀를 한 이후에도 이렇게 악연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아니야.’
여기서 난동을 부린다면 부릴 수 있겠지만, 이곳은 송 회장을 보내는 마지막 장소였다.
죽은 송 회장을 기념하고 추모하는 자리에서 피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김혁진이 귓속말 구슬을 사용했다.
-세니아. 일시 정지 권능 사용 가능해?
-지금은 플레이 도중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만. 일시 정지 권능을 사용하려면 중계를 시작해야 합니다.
-중계 시작해.
세니아는 만류하려다가 참았다.
김혁진을 믿었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허튼짓은 하지 않을 거다.
플레이가 아닌 이 상황을 어련히 플레이로 풀어가겠지.
-일시 정지 권능을 사용하겠습니다.
-대상은 송진철과 김혁진입니다.
세상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세니아가 빠르게 말했다.
“일시 정지 권능은 1분으로 제한 됩니다.”
시스템상 제한이 걸렸다.
“1분이면 충분해.”
일시정지 속.
잿빛 세상에서 송진철은 진심을 숨기지 않았다.
“용케 잘 참네?”
“내가 맨날 해오던 짓이 이거라.”
연출하고 연기하는 것.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어가는 것.
그 모든 것이 김혁진이 해오던 것이다.
“과연. 이 정도로 평정심이 무너질 만큼의 하수는 아니란 거네.”
송진철이 씨익 웃었다.
“그래서, 갑자기 웬 일시 정지?”
“경고 하나 하려고.”
송진철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경고? 무섭다, 그거. 무슨 경고?”
“죽여줄게.”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 것은 처음이었다.
김혁진이 송진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김혁진 플레이어. 일시 정지 권능 공간 내에서 물리적 힘의 행사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송진철의 귀에 속삭였다.
“너랑 내가 풀어야 할 실타래가 많을 것 같아서.”
김혁진의 눈이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투기를 내뿜은 것도 아니고, 영창의 도움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김혁진의 몸에서 회색빛 투기가 일렁거렸다.
송진철의 몸이 움찔했다.
‘뭐야, 이놈?’
칭호효과가 적용된 것도 아니었다.
기세 자체가 바뀌었다.
김혁진이 작게 속삭였다.
“너는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어.”
“…….”
앞으로도 자주 넘을 생각인데.
송진철은 그 말을 하지 못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송진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은 공포였다.
‘내가?’
그분의 은총을 받은 내가?
할아버지의 심장과 누나의 심장마저 씹어먹고 훨씬 강해진 내가?
부들부들.
몸이 떨려왔다.
분노와 공포가 뒤범벅된 복잡한 감정이 그의 머릿속에 휘몰아쳤다.
“앞으로 재미있을 거야, 우리.”
일시정지 권능이 끝났다.
[‘백색 사냥꾼’이 즐거워합니다.] [‘천마산의 진주’가 집중합니다.]그리고 의외의 수호자마저 메시지를 보내왔다.
절대 선을 추구하는, 플레이어들의 표현을 빌리면 ‘씹선비 기질이 다분한’ 저울의 아낙네마저 김혁진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저울의 아낙네’가 김혁진 플레이어를 지지합니다.]거기에 한 명 더.
[‘황금 뿔의 도깨비’가 ‘도깨비 돋보기’를 후원합니다.]* * *
3일이 지났다.
발인을 했고, 고인의 유언에 따라 화장절차까지 끝마쳤다.
장례식이 끝나고 나서,
김혁진이 송기열의 사무실을 찾았다.
“마음이 어지러울 것을 알고는 있습니다만.”
“잠시만요.”
송기열이 김혁진의 말을 먼저 끊었다.
“할아버지께서 며칠 전, 제게 쪽지를 하나 남기셨습니다.”
“쪽지요?”
송기열이 자리에서 일어나 금고로 가까이 다가갔다.
띡-띡-띡-띡
비밀번호를 누르자 금고 안에 또다른 금고가 보였다.
송기열은 센서 부근에 눈을 가져다댔다.
홍채인식으로만 열리는 금고였다.
“여기 있습니다. 특별한 눈을 가진 자만이 읽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송 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나요?”
“네.”
김혁진은 쪽지를 받아들었다.
‘송 회장 혼자서 이걸 만들 수 있었을 리는 없어.’
송회장은 황금 군주였고, ‘황금뿔의 도깨비’와의 계약을 통해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내기는 했었다. 그러나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어야만 해석할 수 있는 쪽지를 혼자서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게 가능하려면 황금 군주가 아니라, 이탈리아의 명인쯤 되어야겠지.’
그렇다면 아마도 이 쪽지는 ‘황금뿔의 도깨비’가 손을 쓴 것일 터.
[‘황금 뿔의 도깨비’가 ‘도깨비 돋보기’를 후원합니다.]황금 뿔의 도깨비가 관여한 것이 틀림없었다.
쪽지는 밀봉되어 있었다.
김혁진이 밀봉을 뜯어내자, 쪽지에서 노란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뭐지?’
쪽지 내용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김혁진은 알 수 있었다.
쪽지와 도깨비 돋보기가 반응하고 있었다.
도깨비 돋보기를 사용하면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김혁진은 쪽지를 인벤토리 속에 넣었다.
“지금은 해석이 어려울 것 같네요.”
저 쪽지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해석하는 것은 송기열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안 그래도 힘든 송기열에게 더 힘든 얘기를 꺼내야 하는 지금 시점이다.
굳이 여기서 해석하지는 않았다.
“중요한 얘기를 할 겁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으시길 바랍니다.”
“그러려고 하고 있습니다.”
송기열에게 있어 할아버지는 정신적 지주였다.
무참히 살해된 할아버지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이 송기열이었다.
송기열은 여전히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
“저는 송 회장님을 죽인 자를 알고 있습니다. 그자는…….”
모든 것을 얘기해주었다.
송정희의 죽음. 그리고 송진철의 등장까지.
얘기를 모두 듣고 난 송기열은 오히려 차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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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냉철하게 가라앉은 극한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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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속마음을 다스리며 차분히 물었다.
“혹시…… 증거 있습니까?”
“아뇨, 없습니다. 원래는 있었는데 못 쓰도록 만들었어요.”
김혁진이 말을 이었다.
“믿든 믿지 않든 그건 송기열 길드장님의 판단입니다. 저는 제가 보고 들었던 모든 것을 전달했을 뿐입니다.”
* * *
김혁진은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이 무겁네.’
가족을 잃어본 김혁진이다.
그래서 그 상실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쾅! 쾅!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집을 찾아왔다.
김혁진이 문을 열어주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상남자라고 해도 문을 함부로 두드리지는 않습니다, 페드로.”
“그, 그런 거 아닙니까?”
여전히 상남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페드로는 자신의 행동이 과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머리를 긁적거렸다.
“상남자는 그렇게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지도 않아요. 긴장이 좀 풀린 모양이네요.”
“…….”
페드로는 하아- 한숨을 내쉬고서 소파에 앉았다.
“상대가 거신 길드장이라서요.”
“……예?”
“제가 뭘 하든, 어떻게 하든, 무슨 생각을 하든, 다 꿰뚫어 보고 있을 걸 아니까. 힘이 빠져 버리네요.”
김혁진은 페드로의 진짜 모습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
그래서 페드로는 김혁진 앞에서는 긴장을 풀었다.
“당신 앞에서는 상남자일 수가 없어요. 아무튼, 그래서 왜 호출했어요?”
“거래를 하나 제안하려고 했습니다만.”
“습니다만?”
“더 급한 일이 있어서 조금 기다려주셔야겠습니다.”
페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 좋죠, 뭐.”
김혁진과의 거래라면 두 팔을 걷어붙이고 환영이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상관없었다.
“거신 길드장이 직접 호출했으니, 분명 무자비하게 중요한 거래겠죠?”
“아, 근데 이것 좀 봐주세요.”
김혁진은 조각조각이 난 아이템을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누군가가 사용한 [은천비단]이란 짐작되는 아이템이요.”
“은천비단요?”
페드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페드로도 알고 있는 아이템이었다. 고대명인 플루토의 걸작.
“은천비단이 어떻게 이렇게 됐어요?”
페드로는 아이템을 받아들고서 만지작거렸다.
촉감은 은천비단과 거의 비슷했다.
페드로가 은천비단 쪼가리와 김혁진을 번갈아가면서 쳐다봤다.
“설마…….”
“네. 제가 그랬습니다.”
“말도…… 안…… 아니. 말 돼.”
말이 안 되는데, 말이 되었다.
말이 안 되는 걸 말 되게 하는 것이 김혁진의 특기 아니던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은천비단을 어떻게?’
김혁진이 말했다.
“제가 생각해도 이상해서요. 은천비단과 똑같은 것 같았는데, 진짜 은천비단이라면 제가 이렇게 산산조각낼 수 없잖아요.”
“……오케이. 알았어요. 급한 일 처리하고 오세요, 저는 이거 좀 알아보고 있을 테니.”
* * *
김혁진은 책상에 앉아 쪽지와 도깨비 돋보기를 동시에 꺼내들었다.
[도깨비 돋보기를 사용하기 위하여 100만 코인이 필요합니다.]황금 뿔의 도깨비다운 아이템이었다.
본래 100만 코인은 엄청난 양이었다.
다만, 김혁진은 시스템으로부터 200만 코인을 획득했으며, 그 외에도 충분한 양의 코인을 이미 확보한 상태여서 100만 코인을 소모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돋보기를 사용하자 쪽지 안에 숨겨져 있던 글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만약 이 글을 누군가가 읽고 있다면, 아마도 김혁진. 자네일 테지.]글자가 생성되었다가 저절로 사라졌다.
[2020년 5월 12일. 나는 절망스러운 소식을 하나 들었네.] [최근 코인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나는 많은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었어.] [나는 내가 구매한 생명줄 초침을 통해 내 남은 생명을 알아볼 수 있었네.] [내게 남은 생명은 30여 일에 불과하네.]시한부를 선고받았다고 했다.
[중간 관리자를 통해 들어보니 정확도는 99%에 육박한다고 하더군.] [혹시 내가 자연적으로 죽지 않는다면, 어떤 방식을 써서라도 날 죽일 거라고 얘기했어.] [그것이 ‘생명줄 초침’을 사용한 자가 맞이하게 되는 숙명이라더군.]이내 송기영 회장의 모습이 쪽지에서 재생되었다.
홀로그램이었다.
“꼭 그런 게 아니어도, 나는 죽음을 직감하고 있었네. 내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었어.”
그래서 유종의 미를 거둘 준비를 했다.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유서도 작성해 놓았다.
“어차피 살다 갈 인생.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어.”
“그렇지만 내가 사랑하는 아이가 잘못된 길로 갈 것은 두려웠지.”
송기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래서 나는 확인해야만 했네.”
그 날의 일이 재생되었다.
“대단하구나, 우리 진철이.”
“히히.”
“이렇게 대단한 정보를 어디서 얻었느냐?”
“목소리가 들렸어요.”
“목소리?”
“네. 수호자님 같았어요.”
“그랬구나. 대단하다.”
“형은 못했지만, 제가 반드시 김혁진보다 더 잘해볼게요.”
“그래. 꿈은 높을수록 좋은 게지. 허허.”
죽음을 직감한 송 회장은 일부러 송진철을 자극했다.
송진철 내면에 숨겨진 무엇인가를 끄집어내기 위하여.
정황상,
송기영 회장은 의도적으로 손자에게 죽임을 당해준 것 같았다.
“만약 이 쪽지가 전달되었다면…….”
송 회장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한참 동안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큰 잘못이 있을 걸세.”
“…….”
“부디 잘못을 바로잡아주게.”
동시에 알림이 들려왔다.
[진명 퀘스트가 발발하였습니다.] [‘황금 뿔의 도깨비’의 진명 퀘스트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오랜만에 진명 퀘스트가 발동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