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8)
#재능만렙 플레이어 58화
29. 우물 속 엘프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당신에게 한 가지를 제안합니다.]나는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 금자탑이라는 이명을 가진 미셸의 수호자라는 것 외에,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은 ‘도박’을 굉장히 즐겨하는 성향의 수호자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짓궂은 도박내기를 많이 걸었다고 했다.’
플레이어라면 참기 힘든 달콤한 제안.
‘그렇지만 그 도박내기에서 살아남아 성공한 사람은…… 미셸이 유일해.’
그래서 ‘성공적인’ 계약자는 미셸이 유일하다는 거다.
‘분명히 거절하기 힘든, 매력적인 제안을 할 거다.’
그 제안이 이어졌다.
[스페셜 히든 필드. ‘미지의 숲’을 3일 내에 클리어하는 데에 100,000 COIN 하사를 제안합니다.]귀가 번쩍 뜨일만한 코인 액수다. 수호자들이 후원하는 COIN이라고 해봐야 늘 100, 200, 많아봐야 300이다. 그런데 무려 100,000 COIN. 그야말로 플레이어계의 로또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퀘스트. ‘3일 내에 클리어’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가만 보니 좀 양아치다. 성공했을 때의 달콤한 보상은 알림으로 알려주면서, 실패했을 때의 페널티는 알려주지 않았다. 10만 코인이라는 저 숫자에만 집중했다가는 파산나기 딱 좋다.
“세니아. 이 퀘스트를 실패하면 어떻게 되지?”
“플레이어의 요청에 따라 퀘스트 정보를 공개합니다.”
왜일까. 세니아가 약간 안도하는 것 같기도 했다.
“3일 내에 클리어하지 못하면…….”
세니아의 날개 끝이 파르르-떨렸다. 요즘 유독 자주 떨리는 것 같은데.
‘뭔데 저래?’
왜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추후, 수호자들을 선택하는 시기가 다가왔을 때. 무조건적으로 ‘라스베이거스의 목동‘님을 계약 수호자로 설정해야만 합니다.”
나도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겨우 저게 페널티?’
무려 10만 코인을 걸었다.
‘겨우 저 정도가 페널티라고?’
초보 등급 구간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어쩌면 있어서도 안 되는 수준의 무지막지한 보상이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페널티가 겨우 ‘나를 골라줘’다.
‘사실상 라스베이거스의 목동 정도면…… 계약 수호자로 선택해도 나쁘지 않아.’
그 유명한 금자탑. 미셸의 수호자 아닌가. ‘라스베이거스의 목동’ 정도면, 세계의 탑 랭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줄 수 있다. 지금 도박의 스케일만 봐도 그렇다. 한 번 작정하면, 플레이어를 미친 듯이 육성해 줄 수 있는 든든한 수호자다.
‘3일이라.’
세니아가 내게 물었다.
“김혁진 플레이어는 퀘스트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잠시 고민해야만 했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
자신이 아끼는 플레이어에게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 수호자. 조금 더 생각해봤다. 계속 생각해봤는데, 결국 내 답은 하나였다.
“아니. 나는 이 퀘스트를 받아들일 수 없어.”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당신의 생각을 궁금해합니다.]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은 내게 실망감을 표하지는 않았다. 그저 ‘궁금해한다’로 표현했다. 좀팽이 같은 놈은 확실히 아니다.
세니아는 여전한 무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어째서입니까?”
그야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도박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수호자니까. 미셸의 경우야 운이 좋게 그 도박에 성공했지만, 나는 도박을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나는…….’
도박을 할 필요가 없다. 가능성이 적은 것에, 미래의 지식을 바탕으로 ‘투자’를 할 수는 있다. 그런데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에, 적은 가능성을 바탕으로 ‘도박’을 할 필요는 없다.
‘투자만 해도 충분해.’
그런 상황에서 굳이 위험부담이 큰 도박을 한다? 그건 그리 현명하지 못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라스베이거스의 목동’ 같은, 이른바 네임드 수호자의 기분을 최대한 상하지 않게 하면서 내 뜻을 전달해야 했다. 아울러 지금의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을 다른 수호자들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했다.
“베팅은 내게 승산이 있을 때에 하는 거니까.”
“라스베이거스의 목동께서 하신 제안은 수행 불가능한 제안이었습니까?”
“아니. 그건 아냐.”
3일 안에 클리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확률을 내가 만들지 못해. 적어도 지금의 이 필드에서는.”
아직 정보가 너무 없다.
“나는 내가 확률을 만들어서, 내가 승리할 수 있는 판을 만들기를 원해. 그저 달콤한 보상에 눈이 멀어, 아무 정보 없이 미련하게 베팅하는 짓은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이지.”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좋아하는 성향이다. 미셸도 분명히 이렇게 말했다. 도박은 확률 싸움이지만, 그 확률은 플레이어인 자신이 만들어간다고. 조금 더 성공확률이 높도록. 아무런 준비 없이 베팅하는 놈은 멍청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거절한 거야. 그저 운빨에 맡긴 도박은 오물 투척행위나 다름없으니까.”
만족할만한 대답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알림이 들려왔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당신의 대답에 만족합니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당신을 생각을 존중합니다.]다른 알림들도 들려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다수의 수호자들이 당신의 대답에 감탄합니다.]같은 상황을 봤고, 같은 내용을 들었는데, 수호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다수의 수호자들이 당신을 비웃습니다.]비웃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래봐야 나는 레벨 29다. 저들의 입장에서는 입김만 불어도 사라져 버릴 촛불 같은 존재. 그런 놈이 확률을 만들어서 베팅을 하겠다며 무려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의 제안을 거절했다. 온갖 똥폼을 다 잡으면서 말이다.
‘맘껏 비웃어봐.’
언젠가. 수호자들이 나를 비웃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올 거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다.
* * *
나는 동쪽으로 이동했다. 서쪽 끝 마을. 편지지에 따르면 ‘도트’라 이름 붙은 그곳으로부터 동쪽의 ‘단테’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사이 나는 식량을 마련해야 했다.
푸욱!
내 몸집만한 멧돼지의 몸에 올라타 단도를 내리찍었다.
꿰에에에엑!
멧돼지의 이름은 ‘어금니 멧돼지’. 레벨은 약 25 정도인데, 성격이 꽤 난폭한 놈이다.
[어금니 멧돼지를 사냥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17 COIN]동레벨의 다른 몬스터들에 비해 코인을 턱없이 적게 주지만, 그래도 이놈은 잡을 만한 가치가 있는 놈이다.
[‘과일 꾸러미’를 획득하였습니다.]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어금니 멧돼지가 ‘과일 꾸러미’를 드랍한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는데. 일반적인 건 아니었다.
‘일단 생존을 할 수 있도록 배려는 해준 히든 필드인 건가?’
일단 그렇게 생각했지만 약간 이상하기는 했다. 어금니 멧돼지 몇 마리를 더 사냥했다.
[‘과일 꾸러미’를 획득하였습니다.]그 사이. 나는 정보를 조금 더 캐치할 수 있었다.
‘놈들은 주변을 경계하지 않아.’
원래 ‘어금니 멧돼지’는 주변을 경계하는 몬스터다. 특히 주변에 ‘맹수형 몬스터’가 있으면 더욱 그렇다.
‘나무의 흔적으로 보면 분명히 맹수형 몬스터가 존재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놈들은 주변 경계를 하지 않고 있다. 약한 맹수형 몬스터들이 존재하거나, 그도 아니면 맹수형 몬스터들이 어금니 멧돼지를 공격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저 흔적은 분명…… 레드 타이거의 흔적. 레드 타이거가 존재하는데. 어금니 멧돼지를 공격하지 않는다?’
이것 역시 이상하다. 감각안에 잡히는 묘한 시선도 계속 거슬린다. 어쩌면 ‘숲의 주인’이라는 자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건…….’
트랩이다. 밧줄로 만든 트랩을 발견했다. 밧줄과 그물을 이용하여 동물을 사냥하는 덫. 아주 기본적인 ‘포획 마법’이 걸려 있는 트랩이었다.
‘이것 봐라?’
아주 작은 규모의 화전민 마을이 존재하는 이 필드에, 아티팩트가 존재한다?
그것도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가?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이런 아티팩트를 사용한다? 기본적인 마법이라 할지라도, 일단 마법이 걸린 물건은 비싸다. 이 정도 규모의 화전민 마을에서 사용할만한 아이템은 절대로 아니다.
‘뭔가 있네.’
역시 뭔가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이상하다. 나는 지금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인벤토리에 챙겨놓았다. 나는 계속해서 동쪽으로 이동했고, 결국 동쪽 끝 마을 ‘단테’를 발견했다.
서쪽 끝 마을과 같은 알림이 들려왔다.
[‘불타버린 화전민의 마을 2’에 입장합니다.] [‘안전지대’에 진입합니다.]마을 안을 샅샅이 수색했다. 그곳에도 제법 멀쩡한 오두막이 하나 있었고, 그 안에 클릭 가능한 서랍이 하나 있었다. 그 안을 열어보니 마찬가지로 글자가 적힌 종이 하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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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친애하는 두디아 영감에게.
동쪽 끝 마을 단테에서 서쪽 끝 마을 도트로 보내는 서신이네. 두디아 영감. 제물이 필요하네. 숲의 주인이 우리에게 제물을 요구했네. 그러나 자네도 알지 않는가. 이 숲의 제약을. 그러니 고민이 많네. 아참. 숲의 주인에게 바칠 제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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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제약?’
뭔지 모르겠다.
‘숲의 주인에게 바칠 제물이라.’
확실한 건, 이곳에는 어떠한 ‘제약‘과 ‘숲의 주인‘이 존재하고 있고 그 ‘숲의 주인’에게 바칠 ‘제물’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숲의 주인에게 제물을 바치지 못하면…….’
어쩌면 나도 이들과 같은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숲의 주인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오두막 밖으로 나왔다. 주변을 한 번 둘러봤다. 불타버린 오두막들.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
그리고 마을 중앙에 있는 우물.
‘어?’
감각안이 우물 안에서 무엇인가를 잡아냈다. 그쪽으로 다가갔다. 우물 안은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있다.’
우물 안에 누군가 있었다. 숨이 겨우 붙어 있는 수준.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기척이 잡혔다.
‘플레이어는 아니겠지.’
그렇다면 NPC라는 소리다. 이곳을 클리어하는 데에 커다란 힌트를 줄 지도 모를 NPC.
‘꺼내야 해.’
감각안을 통해 느낀 바에 의하면, 지금 우물 안에 있는 사람은 사망하기 일보 직전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꺼낼 수 있다.’
주변을 샅샅이 살피며 이동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됐다. 포획 마법이 걸려 있는 밧줄 트랩. 어쩐지 이상하다했다. 이런 곳에 존재할 리 없는 물체가 이곳에 존재한다는 건, 분명히 클리어에 도움이 된다는 소리. 조금 시간이 걸려도 꼼꼼히 주변을 탐색하면서 오기를 잘했다.
[‘밧줄’을 사용하시겠습니까?]포획마법이 걸려 있는 밧줄. 우물 안으로 던졌다.
[포획에 성공하였습니다.]힘을 주어 밧줄을 끌어 올렸다. 감각안을 통해 느껴진다. 분명히 사람이다. 사람이 딸려 올라왔다. 머리카락이 굉장히 길고, 옷이 다 헤진 여자였다. 오랫동안 굶었는지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일단 체력포션과 치유포션을 입에 넣었다.
그러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