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86)
#재능만렙 플레이어 586화
-전함을 공격하고 있는 거 같은데, 제가 끼어들어도 되나 애매해서요. 훈련치고 너무 치열하기도 하고. 약해 보이는데, 그냥 지나가도 되겠죠?
미셸이 다급히 외쳤다.
-도와줘요!
-네?
-그거 훈련 같은 게 아니에요.
-설마 진짜 실제상황인가요?
-네. 최근 제7항로 근방에서 나타나 무역선과 군함을 격침한 놈이에요!
-아. 그래요? 어쨌든 제가 잡을까요?
-물론이죠! 안 그래도 지금 골머리를 앓고 있던 참이었어요. 아참! 김혁진씨! 제가 거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발표해도 돼요?
-그러세요.
미셸사단과의 동맹은 굳건하면 좋다.
김혁진은 미셸에게 등 뒤를 맡길 정도로 미셸을 신뢰한다.
미셸이 어떻게 발표할지는 모르겠다만 거신길드에 피해가 가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통해 미셸사단과 거신길드의 강건한 동맹을 과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때마침,
구조를 요청하는 듯한 사이렌이 울렸다.
무전이 도착했다.
-Emergency! Run. Run away! (응급상황, 도망쳐라!)
저쪽 군함은 이 쪽을 민간선으로 본 모양이었다.
그사이.
펭귄형태의 몬스터가 바닷물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쿵!
육중한 몸체로 군함의 함포를 짓뭉개 버렸다.
쾅!
발포하던 함포가 박살 났다.
“몸이 엄청나게 단단한 놈이네요.”
“그러게요. 길드장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김혁진이 활을 꺼내들었다.
“이 정도 거리면 맞출만한데요.”
“500미터는 떨어져 있습니다만.”
“태운이가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괜찮을 것 같네요.”
정상상점에서 무려 2만 코인을 사용하여 구매했었던 연옥궁을 꺼내 들었다.
‘오랜만이네.’
웅웅-
공명음이 일었다.
인벤토리에 잠자고 있던 연옥궁이 마치 자신을 왜 이제야 불러주었냐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았다. 확실히 어느 정도의 자아를 가진 녀석 같았다.
맨 처음 연옥궁을 고른 것도 연옥궁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기 때문 아니던가.
슈르트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저건.’
활을 잡은 김혁진에게서 형용하기 어려운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슈르트도 알지 못했다.
김혁진이 이 연옥궁을 사용하여 궁기를 발현시켰고, 그 힘으로 지저거인(비록 가짜였지만)의 미간을 꿰뚫었다는 사실을.
[내재된 고유 능력. ‘궁기(弓氣)’가 활성화합니다.]김혁진과 연옥궁이 뿜어내는 기세에 배 주변으로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었다.
이곳에는 곽태운과 같은 바람계열 마법사가 없는데도 그랬다.
슈르트가 확인했다.
‘저놈의 이름이…… 오로라 펭귄?’
자세히 보니 온몸에 오로라 같은 특별한 기운을 두르고 있었다.
저것이 펭귄을 강화시키는 모양이었다.
펭귄이 위협을 느꼈는지 바닷속으로 뛰어내리려 했다.
거대한 덩치에 비해 몸놀림이 굉장히 민첩했다.
김혁진이 말했다.
“그림자 침묵.”
그림자 속박의 상위 권능.
상대의 물리적/비물리적 모든 움직임과 더불어 주변의 마나까지 동결시켜버리는 권능이 발현되었다.
끼이익?
펭귄의 몸이 허공에 떴다.
아까까지만 해도 펭귄의 몸을 보호해주던 형형색색의 마나가 굳어버리면서, 오히려 족쇄의 역할을 하게 됐다.
김혁진이 활 시위를 놓았다.
궁기(弓氣)를 머금은 검은색 화살이 바다를 갈랐다.
깊이 약 2m.
바닷길이 열렸다.
바닷길 좌우로 커다란 파도가 일었다.
연옥궁의 화살이 펭귄의 미간을 뚫었다.
[‘오로라 펭귄’을 사냥하였습니다.] [+850 COIN]그사이.
용돌이에게 무시당하던 김다롱이 천추의 한을 풀 듯, 하늘로 뛰어올랐다.
마치 하늘다람쥐처럼 양팔을 벌리고 뛰어올라 바다로 질주했다.
무엇인가 아이템을 회수해 오려는 것 같았다.
* * *
김혁진이 태평양에 나가 있을 무렵.
이오베의 주장은 터무니없이 허황되고 근거 없는 선동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사실을 밝힌 사람은 스트리머인 슈퍼망원경이었다.
슈퍼망원경이 공개한 영상은 거신군주 김혁진의 솔로잉 영상이었다.
-충격! 인어군주의 레벨은 무려 94!
-레벨 94의 인어군주를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사냥!
이오베의 주장과는 사뭇 달랐다.
이오베는 마치 한국에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처럼 주장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없었다.
“그냥, 거신군주가 규격 외로 강할 뿐이었던 거잖아.”
“이오베는 왜 그런 주장을 펼친 거지?”
“한국을 나쁜 놈 만들어야 지가 욕 덜 먹으니까.”
기자회견 도중 죽은 이오베를 향했던 약간의 동정 어린 시선조차도 자취를 감추었다.
“죽을 짓 했네.”
“뭔 놈의 특별한 기술이 있어? 그걸 한국과 거신이 일부러 숨겼다고? 그냥 솔로잉이었구만.”
거신군주의 솔로잉 영상은 세계에 큰 충격을 일으켰다.
“그런데 군주 아니야?”
“군주…… 지.”
그런데 그 ‘군주’가 일격에 레벨 94짜리 몬스터를 죽였다.
그 어떤 검술가 계열의 플레이어도 보여주지 못한 무위를 보여주었다.
그것도 물속에서.
“듀얼 클래스인가?”
“듀얼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하지 않아?”
인어군주를 죽인 건 검술이었지만,
인어떼를 사냥한 건 테이밍이었다.
“테이머인 거 같기도 하던데.”
“그럼 군주 겸 검술가 겸 테이머?”
“아무래도…… 그런 거 아닐까?”
“트리플 클래스가 가능해?”
“우리가 봤잖아. 슈퍼망원경의 영상이 조작된 게 아니라면 그렇겠지.”
김혁진의 플레이는 지나치게 상식 밖이었고.
슈퍼망원경의 영상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미국의 제럴드 해군 제독이었다.
그는 준장의 자리에 올라있는 군인이었으며 동시에 뛰어난 군주로 평가받는 플레이어이기도 했다.
또한, 그는 최근에 정치생명을 잃어버린 헬렌의 오랜 친구이기도 했다.
-거신군주가 위대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거신군주를 추종하는 세력 및 한국은 지나치게 과대망상을 하고 있다.
-그것을 나는 허황된 ‘국뽕’이라 칭하겠다.
이른바 한국의 국뽕을 비판했다.
거신군주가 대단한 것은 맞지만, 레벨 94짜리 히든 보스 몬스터를 일격에 쓸어버리고, 혼자서 인어 떼를 몰살시켰다는 건 너무 터무니없다는 주장이었다.
-한국은 뛰어난 나라이며, 플레이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하는 기술이 굉장히 발전되어 있는 국가다.
-그들은 거신군주라는 위대한 영웅을 만들어 자신들의 국격을 높이려는 술수를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제럴드 준장은 그 대표적인 예로 미국 제7항로에 출몰하는 오로라 펭귄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과 일본은 인어 떼를 육지에 상륙시키는 우를 저질렀지만, 미국은 바다에서 괴수를 막아내고 있다.
-오로라 펭귄은 인어군주나 인어떼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진 몬스터다.
-우리는 훨씬 더 강력한 괴수를 상대로, 보다 더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미합중국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권을 수호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가지고 미합중국의 위대함을 설파하고 자랑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제럴드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한국은 ‘코리안 스타일’로 유명한 만큼, 영상을 실제처럼 조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미 세계는 신문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기존의 과학기술이 아닌.
플레이로서의 영상 편집기법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봤다.
‘한국에는 영웅이 필요하니까.’
한국의 지리적 특성상,
한국은 특출나기 어렵다.
주변에 강대국이 너무 많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한국은 ‘거신군주’라는 말도 안 되는 허황된 허구적 영웅을 만들어내, 어마어마하게 국격을 높이려는 계획을 짜고 있는 것이다.
……라고 제럴드는 판단했다.
‘놈 때문에 헬렌의 정치 인생도 끝났고.’
김혁진.
여러모로 마음에 안 드는 놈이었다.
그런 그에게 보고가 올라왔다.
“3분 전. 정체불명의 플레이어가 오로라 펭귄을 사냥하였습니다.”
“오로라 펭귄을? 플레이어가?”
“예. 화살을 사용했다 합니다.”
“오! 마크인가!”
미국의 자존심.
미셸사단의 마크가 오로라 펭귄을 사냥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원을 어서 확인해 보도록!”
“알겠습니다.”
제럴드는 핫라인을 통해 백악관에 문의했고, 백악관은 또다시 미셸에게 연락했다.
-미셸사단에서 태평양에 지원을 나간 상태입니까?
-음, 그렇죠?
미셸은 고민하던 중이었다.
어떤 식으로 홍보를 해야 할까.
그래야 미셸사단과 거신길드 양쪽에 가장 큰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차, 백악관의 확인 전화를 받았다.
‘뭐야? 그새 솔로잉 해버렸어?’
미셸이 말했다.
-자세한 건, 2시간 내로 브리핑할게요. 어쨌든 오로라 펭귄을 사살한 것은 확실해요.
그리고 그 소식은 제럴드에게도 전해졌다.
‘마크다!’
마크라고 확신했다.
“오로라 펭귄을 사냥한 뒤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고 합니다.”
“추적은?”
“함선이 고장 나서 어려웠고 무전은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 미국의 히어로(영웅)지.’
거신군주처럼 떠들썩하고 요란하게 움직이는 건 영웅이 아니다.
영웅이라면 자고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는 혼자서 헤드라인을 뽑아봤다.
“마크의 위대한 궁술이 폭풍치는 태평양을 고요케하였다…… 인가.”
뭐랄까.
심적으로는 거신군주의 위명을 누를 위대한 영웅의 발자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언론에 발표하는 게 좋겠어. 미국의 히어로에 관하여.”
* * *
김혁진이 머쓱한 듯 웃었다.
“생각보다 너무 약하네요.”
“그러게요.”
생각보다 약했다.
최근에 너무 강한 놈들을 많이 봐왔다.
거인부터 시작해서 인어군주까지.
그런 놈들을 상대하다가 오로라 펭귄을 상대하니 너무 쉬웠다.
“힘을 너무 낭비한 것 같아요.”
“아주 손쉽게 사냥하시던데요?”
“그래도 낭비된 힘이 컸어요. 힘의 절반만 사용했어도 사냥 가능했을 거예요.”
“그렇군요.”
처음에 떨떠름해하던 슈르트도 더이상 떨떠름해하지 않았다.
거신길드 내에서 유행하는 말처럼, 그냥 김혁진이 김혁진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아이템을 하나 획득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죠.”
김혁진이 아이템을 살펴보았다.
편지형태의 아이템이었다.
“편지네요?”
“네. 저는 이 오로라 펭귄이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나타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저와 관련된.”
오로라 펭귄은 과거에는 없던 몬스터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시기에 오로라 펭귄이, 하필이면 태평양에 나타났다.
‘원래 청색 인어 전쟁은 단발성 퀘스트로 끝났을 퀘스트였다.’
그런데 김혁진이 4,000마리의 인어를 학살했고, 그에 따라 추가적인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결국 인어군주를 특별한 방식으로 사냥하는 데 성공하자 새로운 몬스터인 오로라 펭귄이 나타났다.
“아. 그래서 굳이 미셸길드장에게 연락하여 사냥 여부를 물어보신 거군요.”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다.
아무리 봐도 훈련이 아니었는데, 김혁진이 훈련이냐고 물었다.
“여러 가지를 계산하신 모양이네요.”
괜스레 또 정치적인 이슈가 생기지 않도록, 애초에 그 단초를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굳이 미셸에게 확인하여 미셸에게 도움 요청을 받은 상황을 만들었다.
전화 한 번으로 먼저 나서서 사냥한 게 아니라, 도움을 받아 사냥한 것으로 탈바꿈시켜 버렸다.
‘대외적으로 미국이 도움을 요청해서, 그 요청을 김혁진 길드장님이 받아들인 모양이 됐어.’
김혁진은 필요해서 오로라 펭귄을 사냥했을 뿐인데,
미국과 미셸사단에도 은혜를 입힌 것처럼 됐다.
동시에 미셸사단과의 동맹을 과시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활을 너무 잘 쏴서 잠시 잊을 뻔했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확실히 군주다웠다.
“그…… 편지에 뭐라고 적혀 있습니까?”
“초대장입니다.”
“초대장이요?”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초대장의 내용이 참 재미있었다.
[위대한 힘을 가진 먹잇감을 초대하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김혁진이며 인간종입니다.] [그러나 먹잇감이 지나치게 강성하여 우리들의 힘으로는 잡아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친구들을 초대합니다.]슈르트가 물었다.
“저한테는 해석이 안 되는데요, 길드장님은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까?”
“네. 저한테는 보이네요.”
내용을 설명해줬다.
“발신인이 룬타라고 되어 있어요.”
“룬타요?”
슈르트는 고개를 갸웃했다.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흰 범고래 일족의 왕자 이름이 룬타입니다.”
동명이인일 수도 없었다.
편지 끝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우리를 도와준 친우들에게, 그의 고기를 나눠주겠습니다.] [당신들의 진정한 친우. 흰 범고래 일족의 후계자. 룬타.]일이 재미있게 돌아갔다.
그들은 분명 김혁진에게 테이밍된 범고래들이었다.
테이밍된 범고래들이 김혁진을 배신했다.
‘불가능한 일이 벌어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