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89)
#재능만렙 플레이어 589화
“당신이…… 혹시 하늘의 힘을 가진 분이신가요?”
하늘의 힘.
김혁진이 취득한 정보에 따르면 저 힘은 곧 마왕 측의 힘이다.
“제가 보입니까?”
“네. 저는 어려서부터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었어요.”
감각안에 범고래의 상태가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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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설렘/놀라움/기쁨
요약 : 귀인을 만난 금지옥엽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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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진짜 하늘의 힘을 가진 분을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 공주님 아니야?”
“공주님이시다!”
범고래들은 가까이 다가오지 못한 채 저들끼리 쑥덕거렸다.
“역시 아름다우셔.”
“저토록 아름다우신 분을 내 평생에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다니.”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흰 범고래들 사이에서는 아주 뛰어난 미녀인 것 같았다.
다만, 김혁진이 보기에는 그냥 좀 더 하얀 범고래였다.
범고래들의 공주가 지느러미를 김혁진에게 내밀었다.
“당신을 꼭 왕궁으로 초대하고 싶어요.”
“어째서죠?”
“지금은 가짜 하늘의 힘을 가진 자들이 오라버니와 아버님을 현혹하고 있어요.”
“가짜 하늘의 힘?”
“어둡고 불길한 힘이에요. 오라버니와 아버님은 이미 그자에게 넘어갔어요.”
“그자를 봤습니까?”
“네. 당신같은 인간이에요. 성별은 여성이었어요. 머리카락이 노란색이었어요.”
김혁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여자에 노란색 머리카락이라.’
감이 오지 않았다.
“저를 왕궁으로 초대하고 싶다고요?”
“네. 분명, 아버지와 오라버니도 기뻐하실 거예요.”
기뻐하기보다는 아마 많이 당황하겠지.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무엇을 원하고 있습니까?”
“위대한 힘을 빼앗고 싶어 해요. 그 힘이 있으면 새로운 세계로의 문을 열 수 있을 거고, 그곳에 꿈의 낙원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해요.”
김혁진은 거기서 직감했다.
새로운 세계로의 문.
그것은 즉 ‘게이트’를 의미했다.
함소현의 예언을 떠올렸다.
-그때에야 비로소 깊은 잠의 비밀이 깨어나리라.
‘내 차원급 퀘스트와 연관이 있을 거야.’
김혁진이 말했다.
“여기는 보는 눈이 너무 많네요. 저들에게 제 모습은 보이지 않겠지만, 공주님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앗. 생각해 보니 그것도 그렇네요.”
다른 범고래들이 보기에 공주는 허공에 대고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아참, 제 이름은 랄라에요. 제 새우차로 모실게요. 거기서 같이 얘기 나눠요.”
“그러죠.”
김혁진은 랄라의 뒤를 따라 걸었다.
새우차.
거대한 새우 두 마리가 끌고 있는 이동수단이었다.
새우차 옆에는 건장한 체격의 범고래 둘이 서 있었다.
경호원이나 수행원 같은 모양새였다.
“공주님. 새우차 밖을 벗어나시면 곤란합니다.”
“괜찮아, 우폰. 아무 일도 없었잖아.”
“백성들이 공주님의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 상사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건장한 범고래. 우폰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우폰의 눈에 공주는 정말 아름다웠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보물보다도 반짝반짝 빛났고, 그 무엇보다도 싱그러웠다.
“공주님은 봄날의 햇살보다 더 따스한 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또 백성들이 상사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는 것을 두고 보실 생각이십니까?”
“미안해, 우폰. 그렇지만 잔소리는 이제 그만해 줘. 나 지금 기분 좋단 말이야.”
“알겠습니다. 어서 새우차에 오르시지요.”
김혁진은 자연스레 우폰을 스쳐지나갔다.
우폰이 코를 벌렁거렸다.
‘내가 느껴지나?’
공주를 호위하는 아주 특별한 범고래일 것이다.
특수한 능력이 있을 수도 있었다.
‘과연?’
우폰은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김혁진도 새우차에 올라탔다.
새우차 문이 닫혔다.
“출발해, 우폰.”
“알겠습니다.”
새우들이 헤엄치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김혁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이거?’
이 알림부터 심상치 않았다.
[‘화살 쏘는 아기천사’가 공주와의 혼인을 제안합니다.] [‘화살 쏘는 아기천사’의 제안 수락시, 100만 코인을 지급할 것을 약속합니다.] [‘화살 쏘는 아기천사’가 전폭적인 후원을 약속합니다.]그리고 눈앞에 하얀 범고래의 피부가 약간 분홍색으로 변해 있었다.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묘한 초음파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귀가 아닌 감각안에 잡혔다.
이 특이한 초음파가 무엇인지, 김혁진은 알 수 있었다.
감각안이 이 초음파를 읽어냈다.
‘유혹하는 암컷의 초음파……라.’
이것은 랄라가 의도적으로 내뿜는 초음파는 아니었다.
저절로 초음파가 뿜어지는 것 같았다.
‘본능의 영역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랄라는 김혁진이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진정한 하늘의 힘을 가진 귀인.
오라버니와 아버지를 구원해 줄 위대한 사람.
그렇게 인식된 것 같았다.
“가짜 하늘의 힘을 가진 자를 몰아내주신다면…… 부끄럽지만 소녀를 드리겠어요.”
“…….”
범고래의 매끈한 피부가 보였다.
분홍색으로 물든 피부를 가진 그녀(?)는 몸을 배배 꼬았다.
유혹하는 것처럼 윙크하기도 했다.
김혁진의 눈에는 그냥 범고래였다.
예쁘려야 예쁠 수 없었고, 유혹이 되려야 될 수 없었다.
“필요 없습니다.”
“아이참.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
“암컷을 많이 만나보지 못한 수컷인가요? 물론 제가 유달리 특별한 생김새를 가졌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괜찮아요. 제가 잘 리드할 수 있어요. 제가 평생 배우고 익힌 것이 그것이랍니다.”
범고래들의 반응을 익히 봤다.
범고래들 사이에서 랄라는 천상의 여인 같은 느낌이리라.
랄라는 진심으로 자신을 ‘축복된 선물’이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지느러미로 김혁진의 팔을 살짝 쓸었다.
이 역시 유혹이었다.
유혹이 전혀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저를 드릴게요. 그러니까 제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구해주세요. 그들은 지금 미쳤어요.”
그때.
랄라의 몸이 노란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기연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상황이 좀 우스꽝스럽기는 한데, 진심이네.’
그녀에게서 염원이 보였다.
“도와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당분간 저를 만난 건 비밀로 해주셔야 합니다.”
“알겠어요. 약속 지킬게요.”
랄라는 순수했다.
오늘 처음 만난 김혁진을 ‘하늘의 힘을 가진 귀인’이라 확신했고, 스스럼없이 모든 것을 터놓고 말했다.
단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순수하게 김혁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 * *
김혁진은 최근 ‘문무왕’ 칭호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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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왕은 백성들의 염원을 두루 읽어낼 수 있으며 지혜로이 영토를 다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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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의 염원에 귀를 기울이고, 그 염원이 성취되었을 때, 랜덤으로 신체 스탯이 상승한다.
단, 무턱대고 이 능력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무명안을 통해 확실히 읽어내야 해.’
이미 한 번 경험했었다.
무명안을 통해 조금 더 확실한 해석을 하고, 높아진 정신력을 토대로, 지금 김혁진이 반드시 들어야 할 ‘백성의 염원’을 가려낸다.
반드시 무명안이 선행되어야 했다.
무명안을 사용하면 김혁진은 지치게 되고.
그러면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다행히 랄라는 별다른 의심 없이 김혁진이 지낼 곳을 마련해 주겠다고 했다.
자신의 방에서 지내라고 했다.
-제 침대를 허락해드리지만, 아직 순결을 허락해드린 건 아니에요.
……라는 약간 황당한 말을 듣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김혁진은 무명안을 사용했다.
무명안을 통해 랄라가 가진 염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읽어내야 했다.
김혁진의 눈에 밝은 빛이 보였다.
랄라의 몸에서 강렬한 노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됐다.’
랄라의 염원.
‘가짜 하늘의 힘’을 가진 자를 죽이고 싶다는 염원이었다.
‘의외네.’
단순히 오라버니와 아버지를 구해달라는 염원이 아니었다.
일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을 죽이고 싶다니.
‘어라.’
무명안의 사용이 종료되기 직전.
새로운 것이 느껴졌다.
-아버지를 죽여주세요.
-오라버니를 죽여주세요.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죽여줘?’
랄라는 순수하고 백치 같은 범고래처럼 보였었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죽여달라는 염원이 깃들어 있었다.
‘왜?’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랄라는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구원을 간절히 원하는 소녀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가 왜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죽이고 싶어 하는 걸까.
그때.
알림이 들려왔다.
[초월적인 힘이 지속되었습니다.]초월적인 힘.
이 세계는 ‘무명안’을 그렇게 받아들였다.
[초월적인 힘의 발생 및 지속으로 인하여 특별한 설정값이 일부 깨졌습니다.] [은밀한 잠행이 해제됩니다.]유령화되었던 김혁진의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다행히 숨은 계속 쉴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새우차 문이 벌컥 열렸다.
“공주님! 괜찮으십니까!”
* * *
“왜 그래, 우폰?”
랄라는 다소곳한 태도로 앉아 우폰을 쳐다봤다.
“바, 방금 분명히 뭔가가 있었는…….”
“우폰. 공주의 새우차 문을 여는데 문을 그렇게 함부로 열면 되겠어?”
“죄, 죄송합니다. 비상사태라 생각하여 결례를 범했습니다.”
“앞으로 조심해 줘.”
“알겠습니다.”
“알았으면 문 닫아줘.”
김혁진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인지 부조화가 잘 통하네.’
김혁진은 오랜만에 ‘인지 부조화’를 사용했다.
다행히 우폰은 김혁진의 인지 부조화를 뚫지 못했다.
“신기한 능력이네요. 보고 있는데 눈에 안 들어와요. 당신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저는 당신이 이곳에 있는지 몰랐을 거예요.”
붉은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역시 하늘의 힘을 가진 귀인답군요.”
“……예, 뭐.”
김혁진은 잠시 눈을 감았다.
‘피곤하군.’
지나치게 피곤했다.
무명안에 이어 인지 부조화까지 사용했다.
공주의 숨겨진 염원까지 알아냈다.
가짜 하늘의 힘을 가진 자와 더불어 아버지와 오라버니까지 죽여 달라는 염원.
‘일단…… 이 상태로 궁에 잠입하자.’
공주의 새우차 덕에 그들의 궁전에 쉽게 잠입할 수 있었다.
“제 방은 안전할 거예요. 언제쯤 움직이실 건가요?”
“글쎄요.”
“가짜 하늘의 힘을 가진 자는 3일에 한 번, 자정에 궁에 들러서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만난다고 했어요.”
어제 그가 궁에 찾아왔다고 했다.
“모레 그녀가 찾아올 거예요.”
“그렇군요.”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조금 쉬고 싶었다.
하루가 지났다.
김혁진은 새로운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
‘게이트에 군대가 집결 중.’
위대한 힘(테르마의 힘)을 가진 자가 게이트로 들어올 날이 머지않았다는 소문이 완전히 퍼진 상태다.
때문에 흰 범고래 일족의 전사들과 그와 동맹을 맺은 수많은 해양종족이 집결했다고 했다.
‘개중에는 마법을 다루는 해양종족도 있고.’
그들은 위대한 힘을 가진 상대(김혁진)를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았다. 인어 군주를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죽여 버린 김혁진을 목격하고서도 말이다.
‘그만큼 믿는 수가 있다는 거겠지.’
다시 하루가 지났다.
뛰어난 전사들이 모두 궁 외로 나간 상태. 비록 ‘은밀한 잠행’은 깨졌지만, 김혁진의 잠행은 생각보다 쉬웠다.
궁을 샅샅이 뒤져보았다.
체력이 되는 한도 내에서 무명안도 짧게 짧게 사용했다.
‘사기(死氣)가 느껴진다.’
궁 곳곳에 사기가 묻어 있었다.
누군가의 흔적이었다.
마왕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 확실한 것 같았다.
‘오늘이…… 놈이 찾아온다고 했던 날인가.’
그날 밤.
실제로 ‘하늘의 힘을 가진 자’가 궁전을 찾아왔다.
랄라의 방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느껴지시나요, 이 사악한 기운.”
“느껴지네요.”
어쩐지 익숙한 기분이었다.
김혁진은 마치 살수처럼 은밀하게 움직였다.
먼발치서 한 사람을 발견했다.
이 궁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공주의 말대로 ‘인간’이었다.
범고래들의 시중을 받으며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어?’
얼굴이 낯이 익었다.
‘헬렌?’
헬렌이 이곳에 와있었다.
온몸에 검은 마나를 두르고서.
김혁진은 이 익숙한 기운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송정희. 그리고 송진철과 같은 기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