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9)
#재능만렙 플레이어 59화
포션을 흡수한 여자는 급속도로 체력을 회복했다. 뼈만 남아 있었던 것 같은 앙상했던 몸이 어느새 살이 자라났다. 말 그대로 ‘자라났다’는 표현이 어울리 정도. 푸석하고 윤기 없었던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고 그 자리에 싱그러운 녹색 머리카락이 새로 생겨났다.
그 여자가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이곳에 싱그러운 나무향을 머금은 바람이 불어왔다.
‘엘프잖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구해준 여자는 ‘엘프족’이었다.
‘엘프족.’
치유마법과 회복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평화를 사랑하며, 외모가 매우 아름다운 종족으로 통한다. 그중에서도 ‘떡갈나무 엘프’ 종족은 무조건적인 ‘비폭력주의’를 고수하는 엘프족으로 유명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이러한 특성을 악용하는 놈들도 나타나게 돼.’
이를테면 그 악명 높은 노예상인 ‘서준’ 같은 놈들 말이다. 어쨌든 나는 지금 엘프족을 구해냈다.
유튜브로 많이 봤었다. 엘프족의 아름다움은 이미 유명했고, 엘프족만을 촬영하러 다니는 스트리머도 많이 있었으니까.
‘실제로 보니까…….’
넋이 빠질 정도로 아름답다는 말은 조금 과장된 것 같다.
‘세니아가 옆에 있어서 그런가?’
지금은 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하여튼 세니아의 외모에 익숙한 상태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엘프의 아름다움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어마어마하게 아름답다는 것을 머리로만 알 것 같은 그런 느낌. 아. 엄청 예쁘네. 딱 이 정도 느낌이다.
감각안의 등급이 일시적으로나마 올라간 덕분에 이 엘프의 정보를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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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이름 : 린디아
나이 : 91세
레벨 : ?
종족 : 떡갈나무 엘프
상태 : 혼란/배고픔/두려움
요약 : 혼란스러운 평화주의자
+ 레벨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 감각안의 숙련도가 높지 않아 상세 정보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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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으레 그렇듯, 퀘스트를 주거나 단서를 주는 NPC와의 대화는 간단한 인사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이곳에 왜 왔는지. 혹시 도와줄만한 것이 없는지. 그러한 것들을 묻고 답한다. 거의 공식처럼 정해져 있어서 나는 그리 어렵지 않게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었다.
내가 말했다.
“이 곳의 주민이었나보군요. 숲의 주인에게……. 화를 당하신 것 같고.”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숲의 주인을 피해 우물로 도망쳐서 자신만 겨우 살아남았다고 했다. 얼마간 대화가 이어졌다. 결국 답은 이거였다.
“숲의 주인에게 제물을 바쳐야만 해요.”
“제물을요?”
“네.”
편지지에도 등장했던 ‘제물’.
“그 제물이 뭐죠?”
“그건…….”
린디아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제물이 뭔지 모르는군요.”
“네. 그 것을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알기라도 한다면……. 남쪽의 제단에 제물을 바칠 텐데…….”
남쪽 방향에 제단이 존재한다는 것 까지는 알아냈다.
“저는 곧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거예요.”
“…….”
우리들. 그러니까 인간의 표현으로 하자면 죽는다는 얘기다. 린디아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지금 완전히 회복한 것이 아니라, 아주 잠깐 기운을 차렸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요?”
“네. 나를 낳아주신 대지의 품으로 돌아갈 거예요. 놀라지 마세요. 저는 가루가 되어 떡갈나무의 양식이 될테니.”
가슴에 손을 모으며 말하는 모습이, 그야말로 숲을 사랑하는 여신과도 같았다.
“그러시겠죠.”
그러나 그 여신같은 겉모습만이 전부는 아니다. 내 코를 간지럽히는, 이 숲 내음도 이제는 그렇게 상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야.”
엘프를 만나고 나서 확실해졌다.
“정말로. 네가 떡갈나무로 돌아갈 수 있기는 한 거냐?”
한 마디를 더했다.
“가짜.”
* * *
이 숲. 그러니까 ‘미지의 숲’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이상했다.
‘포식자의 흔적은 존재하는데. 잡아먹힌 흔적이 없었고.’
멧돼지들도 누군가로부터 사냥당한 적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맹수형 몬스터들답지 않게, 서로간의 영역싸움도 하지 않고.’
또한 밤이 되면 야행성 맹금류 몬스터들의 소리가 들렸는데, 실제로 그놈들이 잡아먹을만한 몬스터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 생태계였다.
‘생뚱맞게……. 어금니 멧돼지들이 과일 꾸러미를 드랍하지 않나.’
그것뿐만이 아니다.
‘이런 곳에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까지 존재했지.’
시스템은 기본적인 ‘설정’과 ‘개연성’을 제법 중시하는 편에 속한다. 물론, 맥락도 없고 뜬금없는 내용의 시나리오들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겨우 ‘초보 구간’에서 나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여기에 엘프가 있다고?’
엘프의 회복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겨우 ‘초급’ 회복포션만으로 이렇게까지 급속도로 회복할 수는 없다.
“뭐. 백번 양보해서 이곳에 엘프가 있을 수 있다 쳐.”
그런데.
“어째서 너는 이곳의 주민이라고 했지?”
엘프들은 나무를 상하게 하지 않는다. 나무 위에 살지언정, 나무에 톱을 대는 행위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마을에 엘프가 살려면, 오두막이 존재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오두막이 존재한다. 그리고 엘프도 있다. 그래서 일부러 ‘이 마을의 주민이냐‘고 물어본 거다.
“엘프가 오두막을 짓고 살 수 있나?”
하나부터 열까지. 이상한 것투성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모순점들이 존재한다. 개연성에 아주 많이 어긋나는.
가루가 되어 사라져가는 엘프를 쳐다봤다. 엘프. 린디아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지 모르겠어요.”
그녀가 내게 당부했다.
“숲의 주인에게 제물을 바치세요. 제단은 남쪽 끝에 있어요.”
표정과 태도로 보면 진심처럼 보였다.
‘진심이……. 맞겠지.’
아마 저렇게 설정된 상태로 태어난 존재 같다. 저 정보 전달을 위해 가공된 NPC. 다시 말해, 진짜 ‘떡갈나무 엘프’는 아니라는 소리다. 이곳. 스페셜 히든 필드인 ‘미지의 숲’에 맞도록 적당히 재가공된 가짜라는 뜻.
‘감각안에 잡혔던 건……. 그냥 린디아의 설정값을 읽은 것이겠지.’
스스로를 엘프라 믿는 린디아는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나는 피식 웃었다.
“떡갈나무 엘프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게 맞기는 해.”
그런데 조금 엉성하다.
“그와 동시에 초록빛 바람이 불어야지.”
뒤를 한 번 돌아봤다. 그리고서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감각안에도 걸리는 건 없었다.
“이상하잖아.”
지금 나는 계속해서 숲 속이다.
“왜 숲 내음이 새로 나? 엘프가 정신을 차렸다는 이유로.”
엘프는 새로운 숲 내음을 만들지 않는다. 그저 그 엘프가 사는 곳의 숲 내음이, 그 몸에 강하게 배어있을 뿐. 따지고 보면 뭔가 이상하다.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필드. ‘미지의 숲’은 가짜다. 누군가에 의해 엉성하게 조립된 가짜 세상. 세상을 책으로만 배운 누군가가, 정교하지 못하게 만들어낸 가짜.
“누군가 나를 계속해서 쳐다보는 것만 같은 기분.”
그 것도 설명이 된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가짜 필드라면, 이곳을 관장하는 누군가가 있을 테고. 그놈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을 테니까.
“거슬려.”
[‘미지의 숲’의 ‘마법 효과’를 인지합니다.] [‘감각안‘이 ‘마법 효과’에 저항하기 시작합니다.]순간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 정도 거대한 규모의 가짜를 만들어내려면…….’
마법력이 굉장히 많이 필요할 거다. 누군가, 이 가짜 세상을 만들어낸 누군가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윽……!”
황급히 슬롯에 저장된 회복포션을 사용했다. 온몸의 기운이 빨려나가는 것 같은 기분. 극심한 두통이 밀려들었다.
[‘감각안’이 실체를 파악하기 시작합니다.] [‘감각안’이 왜곡된 공간을 바로보기 시작합니다.]“컥!”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이 특수한 공간을 깨부수기에, 내 힘이 많이 부족한 듯 느껴졌다.
‘아니.’
나는 할 수 있다. 하고 싶은 게 많다. 보란듯이, 떵떵거리면서 살 거다. 여기서 겨우 이 정도에 무너지지 않는다.
[‘감각안’이 플레이어의 ‘강력한 의지’에 반응합니다.]눈이 터질 것 같았다. 눈에 핏줄이 솟아나는 느낌. 나는 여기서 직감했다.
‘여기서 이 가짜를 부수지 못하면……. 나는 죽는다.’
그게 아니라면?
‘이 가짜의 공간에서, 가짜 엘프처럼 가짜를 진짜로 믿으면서 살아가겠지.’
후에 누군가. 이곳을 발견하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가짜 퀘스트를 주는 NPC화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럴 수는 없다. 내가 살아야 할 곳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니까.
‘부순다……!’
이를 악물었다.
‘이 가짜에도 한계는 분명히 존재했다.’
아마도 이 가짜를 만들어낸 누군가는 자신의 한계를 들키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굳이 편지에 ‘동쪽 끝’ 혹은 ‘서쪽 끝’이라는 얘기를 넣은 것 같다. 더 이상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필드의 끝.
‘분명 놈은 내 말을 듣고 있겠지.’
놈을 조금이라도 흔들 수 있으면 내게 유리할 터. 눈이 터질 것 같고, 머리가 깨질 것 같고,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이 밀려들었지만 참았다. 겉으로는 최대한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겨우 거기까지가 한계인 네 놈의 가짜 따위. 지금 부숴줄게.”
[‘감각안’이 ‘마법효과’를 파쇄하기 시작합니다.] [‘미지의 숲’의 파괴조건이 만족되었습니다.] [‘미지의 숲’이 파괴되기 시작합니다.]나도 정신을 잃었다.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떴다.
‘살았네.’
여전히 ‘미지의 숲’을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렇지만 확실히 느껴졌다.
‘범위가 엄청나게 축소되었다.’
원래 이곳은 내 감각안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광활하고 넓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아니다. 화전민 마을 정도로 작아졌다. 아주 작은, 숲 형태로 꾸며놓은 정원 같은 느낌.
감각안에 무엇인가가 잡혔다. 사람은 아니었다.
‘뭔가 있어.’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금 내게 남아 있으니까.
“가짜는 부쉈어.”
솔직히 나도 조금 위험했지만 어찌됐든 부쉈다.
“근데 말이야.”
듣고 있겠지, 숲의 주인.
“아무리 생각해도, 네놈의 진짜 능력으로 그렇게 넓은 필드를 만들어낼 수는 없을 것 같단 말이야.”
그 정도 능력을 가진 ‘놈’이라면 분명 더 정교하게 만들었을 텐데. 어딘가 어설프고 엉성했다.
“그렇다면.”
이 넓지 않은 곳을 탐색하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터.
“무엇인가로부터 도움을 얻었겠지.”
이를테면,
“마력을 획기적으로 증폭시켜주는 아티팩트 같은 거.”
그러한 아이템들은 매우 비싼 값에 거래된다. 아니. 거래자체가 안 된다. 너무 희귀하기 때문이다. 가끔 있더라도 1회성 혹은 끽해야 2회성 정도의 아티팩트가 다다.
“그게 어디에 있을까?”
전화위복이라고 했다. 이 필드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하고 나니, 이 필드에서 내가 취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매우 값비싼 보물이라는 것도 알겠다. 과연, 히든 필드 속에 존재하는 스페셜 히든 필드다웠다.
“근데 내 눈에. 그게 아주 잘 보이네?”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때.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