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95)
#재능만렙 플레이어 595화
수많은 수호자들이 열광했다.
세니아가 운영하는 채널의 위명은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화살 쏘는 아기천사’가 새로운 막장드라마를 제안하려 합니다.]이제는 부녀관계가 된 고래일족과 김혁진.
그 둘의 관계가 더더욱 막장이 되어가길 바라는 것 같았다.
그러나 김혁진에게 메시지를 보내지는 못했다.
[‘저울의 아낙네’가 크게 분노합니다.] [‘천마산의 진주’가 야유를 퍼붓습니다.] [‘꿈속의 방랑자’가 해당 채널의 격을 떨어뜨리지 말라며 항의합니다.] [‘용맹한 사자왕’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립니다.] [‘풀무불의 요정’이 ‘화살 쏘는 아기천사’의 강제퇴장을 권유합니다.]수많은 수호자들이 아기천사를 질타했고, 결국 아기천사도 여론에 밀려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다.
특히 분노한 것은 ‘꿈속의 방랑자’였다.
그는 최근 세니아의 채널에 접속하였고,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어느덧 그는 세니아와 김혁진의 완벽한 팬이 되어버렸다.
세니아가 말했다.
“퀘스트였던 [새로운 초월종과의 인연]의 클리어 보상에 관하여 추가로 설명을 드리려 합니다.”
그 퀘스트는 무명안을 가진 관찰자만이 획득할 수 있는 퀘스트이기도 했다.
분류상 소(小)퀘스트로 들어가지만 내용도 작은 퀘스트는 아니었다.
“시스템적으로 부녀관계를 획득하는 것은 부차적인 보상이었습니다.”
영상을 다시 재생해 주었다.
[퀘스트. ‘새로운 초월종과의 인연’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퀘스트 클리어 보상이 주어집니다.]이후에 이어지는 보상은 ‘꿈속의 방랑자’를 환희에 젖게 만들었다.
“신(新) 초월종은 신세계를 개척하였으며, 해당 상황은 이미 ‘업적의 석판’에 기록되었습니다. 따라서 김혁진 플레이어에게는 새로운 세계의 탄생에 준하는 성흔이 새겨지게 되었습니다.”
퀘스트 클리어 보상은 눈에 보이는 보상은 아니었다.
[세계창조에 준하는 성흔이 존재값에 새겨집니다.]꿈속의 방랑자의 가슴이 벌렁벌렁뛰었다.
세계창조에 준하는 성흔이라니.
어마어마한 수준의 성흔이다.
-세니아. 내가 보았던 것이 ‘성흔발현’이 틀림없겠지?
-그렇습니다. 일전에 설명해 드렸듯, 파리에 예정되어 있던 대참사를 막아내면서 김혁진 플레이어는 수만에 달하는 성흔을 획득하였고, 그것을 통하여 성흔을 발현시켰습니다.
꿈속의 방랑자는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현 차원에서 그 때의 성흔값과 지금의 성흔값을 수치화하여 비교한다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습니다. 꿈속의 방랑자께서도 아시다시피, 성흔이라는 것은 숫자로 구체화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꿈속의 방랑자가 느끼기에 세니아는 말을 아끼는 것 같았다.
이제 ‘찐팬’이 된 꿈속의 방랑자는 그게 안타까웠다.
많은 수호자들에게 널리널리 알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일종의 덕질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내가 대신 얘기해 주지.
꿈속의 방랑자가 괜스레 우쭐거렸다.
-그때의 무려 10배 이상. 수치로도 그렇고 질적으로도 그렇다. 신세계를 개척한 수준의 성흔이라면, 적어도 중수구간에서는 펑펑 발현시켜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위대한 업적이라는 뜻이지.
즉,
-당분간은 무한에 가까운 성흔 발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지!
* * *
“드디어 나타났구나, 김혁진.”
김혁진이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누구?”
순간,
제럴드의 표정이 굳었다.
김혁진은 아무래도 제럴드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이 상황이 더 화가 났다.
“나를 모른다고?”
“몰라.”
“미 해군 제독임과 더불어, 미셸을 능가하는 군주 플레이어인 나를 모른다고?”
“그 정도로 유명하면 스스로 거창하게 소개 안 해도 될 텐데.”
미셸은 어딜가도 알아본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군주 플레이어를 꼽으라면 대부분 미셸을 꼽는다.
“근데 지금 뭐하냐?”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군.”
제럴드가 흐흐 웃었다.
잠시 화가 났지만 이내 여유를 되찾았다.
“이곳은 네놈의 무덤이 될 자리다.”
“왜?”
“네놈이 마음에 안 드니까.”
김혁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르는 척하고는 있지만, 김혁진의 기억력은 초인수준에 이른다.
얼핏 지나가면서 본 것도 대부분 기억한다.
당연히 제럴드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고, 주변을 뒤덮은 사기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건 알겠어. 근데 어떻게 이렇게 강해진 거지?”
“너도 나의 강함이 느껴지냐?”
신연서가 황급히 말했다.
“대장. 내 아수라 봐봐.”
사기에 잠식당해 상당히 부식되었다.
신연서는 김혁진에게 알려줘야 했다.
저놈이 가지고 있는 아주 특수한 힘에 대해서.
김혁진의 눈에 마상현의 팔이 보였다.
‘손목이 잘렸군.’
반기명 근처에서 핏자국이 멎어있는 것으로 보아 반기명이 회수를 잘 한 모양이다.
아마 빙결마법을 통해 보존시켰겠지.
“자. 슬슬 상황이 눈에 들어오나?”
“그러니까. 어떻게 이렇게 강해졌냐고?”
김혁진은 대화를 나누면서 제럴드의 몸에서 새어 나오는 사기를 읽어냈다.
시체술사 바르테리부터해서 송정희 남매까지.
이미 여러 번 사기를 느껴보았고 이제는 어느 정도 눈에 익었다.
순간.
제럴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걸 가르쳐줄 것 같으냐!”
제럴드의 몸에서 검은색 기운이 뻗어나갔다.
십여갈래의 기운이 김혁진의 몸을 뱀처럼 감싸고 옭아맸다.
“오빠!”
김선화가 검은색 기운 중 하나를 방패로 잘라냈다.
턱!
잘려나간 검은색 기운이 허공에서 꿈틀거렸다.
“잡년은 빠져.”
검은색 기운이 김선화의 몸을 감싸고 집어던졌다.
휙!
김선화의 몸이 속절없이 날아갔다.
“선화야!”
곽태운이 바람을 운용하여 김선화가 날아가는 속도를 늦췄고,
몸놀림이 재빠른 신연서가 몸을 던져 선화를 받아냈다.
“선화야. 너 괜찮아?”
“나는 괜찮아요.”
신연서가 선화의 몸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그 짧은 순간에 선화의 몸에 생채기가 여럿 났다.
그리고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 하는 짓이 짜증 나서. 천천히, 더 자세히 알아보려 했거든.”
김혁진의 눈이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원래 계획은 그랬다.
마왕쪽 놈들은 김혁진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알아보려 노력하고 있다.
덕분에 극상마법에 대한 대비책을 내놓았고, 김혁진의 모든 능력에 대한 방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김혁진도 그러려고 했다.
마왕쪽 놈들의 능력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힘의 근원에 대해 연구해 볼 생각이었다.
“감히 누굴 건드려?”
가끔은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날도 있기 마련이었다.
* * *
맨 처음.
제럴드는 자신만만했다.
놈이 자랑하는 그 어떤 능력도 자신의 몸에는 닿을 수 없을 것이라 자부했다.
“개가 짖어봐야 개지.”
그는 김혁진이 흥분한 모습을 보니 즐거웠다.
“저 계집이 네 약점이로구나!”
제럴드는 킬킬대며 김선화쪽으로 몸을 돌렸다.
김혁진을 아예 등졌다.
김혁진의 공격 따위는 무마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음?’
왜 몸이 움직이지 않지?
어딘가 몸이 잠깐 고장 난 것 같았다.
‘음?’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제멋대로 움직였다.
제럴드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이건 마상현 몫.”
쿵!
제럴드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제럴드의 발목이 잘려나갔다.
제럴드가 자랑하는 그 검은 기운은 제럴드의 몸을 회복시켜주지 못했다.
[‘백색 사냥꾼’이 흡족해합니다.]제럴드는 이해하지 못했다.
“뭐지?”
약 2초 후.
그에게 극심한 통증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악!”
발목에서는 쉴 새 없이 피가 뿜어져 나왔다.
검은 기운이 제럴드의 발목을 회복시키려 계속 시도했다.
그러나 검은 기운은 제럴드의 몸에 닿지 못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막이라도 있는 것처럼, 검은 기운이 계속해서 튕겨 나갔다.
김혁진이 하늘을 향해 활을 쏘아 올렸다.
활에는 강대한 궁기(弓氣)가 서려 있었다.
궁수인 슈르트는 저 궁기가 얼마나 세밀하게 컨트롤된 궁기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배를 박살 내지 않는 선에서…… 가장 강력한 궁기.’
그 궁기를 머금은 화살이 하늘을 향해 쏘아졌다.
그리고 이내 수직으로 낙하했다.
탁! 탁!
화살 두 발이 제럴드의 손등에 꽂혔다.
슈르트는 침음성을 삼켰다.
‘두 발이었어?’
고도의 컨트롤을 필요로 하는 궁기를 사용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연속으로 두 발을 발사한 것까지는 몰랐다. 두 발을 발사하는 모습을 아예 못 봤다.
‘스킬이 아니야.’
이른바 더블샷처럼, 두 발을 한 번에 발사하는 스킬도 존재한다.
그러나 김혁진이 사용한 것은 그런 스킬이 아니었다.
‘순수 피지컬로 두 발을 빠르게 발사했고, 난 그걸 읽지 못했다.’
두 발의 화살이 제럴드의 손을 배에 꽂아버렸다.
“크아아아아악!”
김혁진이 가까이 다가가 제럴드의 등을 지그시 밟았다.
“네가 어떻게 강해졌는지, 내가 설명해 줘?”
단순히 밟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렇지 않았다.
김혁진의 발에는 천공의 마나가 깃들어 있었다.
방금까지 천공에서 숨을 쉬다 돌아왔다.
제2의 심장 이사벨이 천공의 마나를 받아들여 김혁진의 마나로 전환 중이었다.
그중 일부를 꺼내왔다.
치이이익!
제럴드의 등에서 하얀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화기(火氣)에 누구보다 민감한 강상구는 두 눈을 비볐다.
저건 지금 불 계통 마법이 아니었다.
열을 발생시키고 있지 않았다.
‘저 수증기는…… 열에 의한 수증기가 아니야.’
강상구는 직감했다.
‘존재를 불태우고 있다.’
저 존재 자체를 불태우고 있다.
존재가 사그라드는 것. 그것이 수증기로 표현되고 있었다.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현재 플레이어의 수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능력이었다.
“네가 친밀하게 생각했던 누군가의 죽음.”
대충은 느껴진다.
누군가가 큰 연결고리가 되어주었다.
“이를테면 헬렌이라든가.”
어쩐지 헬렌이 너무 쉽게 죽었다.
“그것을 매개체로 하여, 수많은 생명들의 죽음.”
“크아아아아악!”
제럴드는 김혁진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너무 괴로워서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김혁진이 천공의 마나 운용을 멈추었다.
“사, 사, 살려줘. 제발.”
천공의 마나는 없애주었지만, 발까지 치워주지는 않았다.
“어쩐지 해양군대가 너무 약하더라.”
놈들은 그저 제물이었다.
마왕이 판 함정은 해양군대 따위가 아니었다.
그의 함정은 제럴드였다.
“내가 놈들을 모조리 죽이게 설계했고.”
그 덕택에 수많은 사기(死氣)를 끌어모아 제럴드를 각성시켰다.
헬렌이라는 친밀한 사람의 사기를 중심 매개체로 하여.
김혁진이 발에 힘을 주었다.
꾹- 짓눌렀다.
“내가 여기서 널 죽여 버리면.”
그것은 아마도 마왕이 원하는 시나리오일 것이다.
“또 너와 각별한 누군가에게 접근하여 힘을 전해주겠지. 네가 머금은 사기까지 전부 넘겨서.”
놈들의 사기는 전이된다.
죽이면 죽일수록, 점점 더 강한 놈들이 튀어나오게 되는 구조인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내 전력도 파악하고.”
놈들로서는 일거양득이다.
김혁진이 이센을 꺼내 들었다.
활도 좋지만, 역시 손에 더 잘 감기는 건 검이다.
김혁진은 그 상태 그대로 검을 찔러넣었다.
이센의 검날 끝이 슈르트의 함선 바닥을 관통했다.
제럴드는 눈을 까뒤집고 게거품을 물었다.
“주, 주, 죽여줘……!”
차라리 죽여 달라고 빌었다.
김혁진의 눈이 선화에 닿았다.
선화의 몸 여기저기에 작은 생채기가 나 있었다.
“누구 좋으라고?”
죽이지 않을 것이다.
마왕 놈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는 없었다.
[‘천마산의 진주’가 흥분합니다.] [‘저울의 아낙네’가 지나친 잔혹함을 경계할 것을 권고합니다.]김혁진이 제럴드의 귀에 속삭였다.
“아직 끝 아니잖아. 왜 패를 안 보여?”
끄르륵.
제럴드는 거의 기절한 상태로 침을 흘렸다.
“숨긴 패를 다 보여봐. 그러면 내가 널 어떻게 공격했는지 알려줄 테니까.”
마왕은 아마 이 상황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말은 마왕에게 하는 말이었다.
마왕은 제럴드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을 터.
어떻게 김혁진이 제럴드를 이렇게 쉽게 무력화시켰는지.
그것이 궁금할 것이다.
‘물어라. 미끼.’
마왕에게 그 미끼는 굉장히 달콤하리라.
그 순간.
검은 안개가 뒤덮은 바다에 변화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