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99)
#재능만렙 플레이어 599화
[마그나 게이트]찰나에 불과한 시간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마그나 게이트’라는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마그나 게이트가 왜 여기서 나와?’
마그나 게이트에 대해서 처음 알려준 사람은 단천우였다.
“명심하거라. 튜토리얼이 끝나면, 언젠가 진짜 세계가 도래한다.”
“언제까지가 튜토리얼입니까?”
“마그나 게이트가 열릴 것이다.”
회귀 전.
마그나 게이트를 주장했던 사람들이 또 있었다.
[미래를 대비하여야 한다.] [신문물의 달콤함에 속아 있을 때. 종말의 날이 다가온다.]그들을 마그나 이도교라고 불렀다.
뿐만 아니라 강선일도 마그나 게이트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들었나? 마그나 게이트는 들었어?”
단천우. 마그나 이도교. 강선일. 마그나 게이트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위대한 탐험가 잭슨 역시 마그나 게이트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
“인류를 구원할 구원자. 마그나 게이트로부터 인류를 지켜낼 세 개의 별 중 하나입니다.”
마그나 게이트에 대한 정보들을 하나둘 떠올리며 정리해봤다.
허투루 넘길 단서는 아닌 것 같았다.
수호자들도 마그나 게이트에는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했었다.
“[소음의 지휘자]께서 수호력을 일부 더하셨습니다. 또한 [백색 사냥꾼]께서도 수호력을 일부 더하셨습니다. 또한 [무명의 관찰자]께서도 수호력을 일부 더하셨습니다. 또한 [원탁의 안개꽃]께서 수호력을 일부 더하셨습니다. 현재 안서희의 적안이 내포할 수 있는 최대치의 수호력이 내재된 상태입니다.”
“도대체 완성된 수호탑이 무엇이길래, 수호자분들께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완성된 수호탑은 마그나 게이트를 막아내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키워드가 존재했다.
지금 김혁진 자신이 클리어해야 하는 차원급 퀘스트인 ‘영면을 선택한 거신의 기록’에 등장하는 ‘영면을 선택한 거신’ 역시도 마그나 게이트와 관련이 있었다.
‘영면을 선택한 거신은…… 마그나 게이트를 열 수 있는 수호자 중 한 명이라고 했지.’
마그나 게이트는 김혁진의 플레이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 타이밍에 [당나귀 장인]이 나타난 것도 우연은 아닐 수 있겠네.’
우연이 아닐 확률이 높았다.
애초에 영면을 선택한 거신이 깨어난 것도 무색의 권좌가 7번째 약속을 이행했기 때문이었다.
우연히 깨어난 게 아니었다.
‘거대한 흐름이 있어.’
당나귀 장인은 누구일까.
왜 굳이 나타나서 거래를 제안하며 정보를 흘렸을까.
‘알 것 같다.’
요약집을 살펴보았다.
[2026년. 1월 1일. 최초의 마그나 이도교 발견.] [마그나 이도교들은 급격하게 성장세를 불리며 세계에 종말을 고하기 시작하였다.]마그나 이도교에 대한 정보들을 떠올려봤다.
좋은 기억은 별로 없었다.
‘그들은 세상에 혼란을 야기하며 살인, 방화, 약탈 등의 강력범죄들을 스스럼없이 저지르며 세계의 공적이 되었어.’
그때는 그냥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조금 이상했다.
‘그런 특수한 집단이 어떻게 그렇게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지?’
누군가가 개입해서 의도적으로 그들을 성장시키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그나 이도교는 척살대상이었고, 세상 사람들의 적이었다.
그때, 선화가 노크한 뒤 김혁진의 방으로 들어왔다.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굉장히 졸려 보였다.
“오빠. 내일 태백산맥으로 출발할 거죠?”
“12시가 넘었는데, 갑자기 왜?”
“그냥. 오빠 방에 있으려고요.”
“왜?”
선화 뒤에서 아영이 말했다.
“너 또 연락 두절 될 거잖아.”
선화와 아영이 동시에 김혁진의 방으로 들어와서 앉았다.
이번에 태백산맥으로 들어가면 한동안 못 보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오빠랑 시간 더 보내려고요.”
김혁진이 아영을 쳐다봤다.
“누나도?”
“나는 딱히 뭐 관심은 없는데.”
인벤토리에서 도시락 몇 개를 꺼냈다.
“새벽에 출발한다며. 이거나 가져가.”
“뭔데?”
“보면 몰라? 도시락.”
“누나가 준비한 거야?”
“그럼 샀겠냐?”
아영의 표정은 냉랭했지만, 귓불이 조금 붉었다.
김혁진이 킥킥대며 웃었다.
“동생한테 잘해주는 게 뭐 그리 부끄러운 일이라고.”
도시락에서 찬란한 노란빛이 새어 나왔다.
“혹시 마이클 씨랑 같이 만들었어?”
“응.”
역시 같이 만들어야 더 훌륭한 아이템(?)이 만들어지는 모양이었다.
“근데 오빠, 무슨 생각 중이었어요? 노크 여러 번 해도 못 듣던데.”
“……아. 그냥. 새로운 수호자분이 있는데, 누굴까 해서.”
“이름이 뭔데요?”
“당나귀 장인. 들어본 적 있어?”
“못 들어봤어요.”
선화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아영이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누나는 들어본 이름이야?”
“어.”
손가락으로 도시락을 가리켰다.
“이 도시락을 만들어서 주는 게 내 퀘스트였어.”
* * *
태백산맥으로 이동하는 헬기 안.
김혁진은 생각에 잠겼다.
-이 도시락을 만들어서 주는 게 내 퀘스트였어.
뭐였을까.
당나귀 장인은 분명 누나의 레시피를 구매하고 싶다고 했었다.
──────────
[당나귀 장인의 제안]당나귀 장인이 해당 음식의 레시피를 구매하기 원합니다.
1. 해당 음식의 레시피를 위하여 1,000만 코인을 제시합니다.
2. 해당 음식의 레시피를 위하여 ‘극상 무신지체의 서’를 제시합니다.
3. 해당 음식의 레시피를 위하여 ‘통합 속성지체의 서’를 제시합니다.
──────────
여기서의 레시피란 ‘영웅력을 높여주는 레시피’를 뜻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누나는 그 레시피를 당나귀 장인에게 받았단다.
‘지가 주고, 지가 다시 사? 그것도 그렇게 어마어마한 조건들을 제시하면서?’
결코 제정신이라고 볼 수 없었다.
제정신이라면 이런 거래를 제안할 리가 없다.
‘이상하잖아.’
시끄러운 헬기의 엔진음도 들리지 않았다.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강솜이가 귓속말 구슬을 사용해서 물었다.
-길드장님. 표정이 심각해 보이는데요?
-아.
강솜이에게 한 번 물어봤다.
-자기가 준 걸 비싼 값에 되사는 사람도 있을까요?
-뭐 실수로 줬다거나, 다시 꼭 필요해졌다거나 그런 경우 아닐까요?
하지만 수호자가 실수로 줬을 리는 없다.
다시 꼭 필요해졌다? 사실 그것도 잘 모르겠다.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싫어하는 행동을 했어요.
-누가요?
-누군가가요. 아무튼 사람들 앞에서 그런 행동을 했어요. 원래대로라면 사람들이 당연히 그걸 막고 제지했을 상황을 가정해 봐요.
-흠. 네.
– 근데 안 막고 구경만 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요?
강솜이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겉으로는 싫어하는 행동이지만, 실제로는 아닌 거 아닐까요?
-예를 들면?
-돈으로 때린다거나…….
강솜이가 피식 웃었다.
-농담이에요.
돈으로 맞아도 기분은 나쁘다.
강솜이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김혁진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아.’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수의 수호자들은 내게 극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세니아의 채널에 입장하는 수호자들은 대부분 그렇다.
대부분의 수호자가 김혁진에게 우호적인 상황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나서서 ‘더욱 우호적인 상황’을 펼쳐준다면?
‘당나귀 장인의 적극적인 개입이…… 사실은 나를 위한 것이었다면?’
만약 그렇게 가정한다면,
‘내가 영웅력을 올려주는 음식을 획득하든, 당나귀 장인이 제안한 것들을 받든, 어차피 둘 다 상관없었겠지.’
그 둘 모두가 당나귀 장인을 비롯한 다수의 수호자들이 원하는 상황이었을 테니까.
‘그리고 그 순간, 내게 시스템은 적이었어.’
시스템이 그걸 용인하고 인정해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인전쟁 사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시스템은 [당나귀 장인]의 이름조차 보지 못하게 막아버렸고.’
눈앞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강솜이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돈으로 때린다라.’
겉으로 보기에는 때리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돈을 뿌려주고 있는 거라면 말이 된다.
시스템이 그토록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도, 다른 수호자들이 딱히 불만을 표하지 않은 것도.
‘당나귀 장인은 내게 굉장히 우호적이면서, [마그나 게이트]에 대한 주요한 키를 가지고 있는 수호자인 거야.’
이번 개입을 통해 그것을 넌지시 알려준 셈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자연스레 또 다른 것들도 자연스레 떠오르기 시작했다.
생각을 정리하면서 강솜이에게 물었다.
-돈으로 때린 사람이 착하다고 가정하면요.
-네.
-착한 사람이 왜 돈으로 때렸을까요?
-그냥 돈 주기에는 좀 그래서 그러지 않았을까요?
강솜이가 킬킬대며 말을 이었다.
-저도 엄청 부자가 되면 돈으로 사람들 패고 다니고 싶어요. 돈벼락이나 맞아라! 이러고요.
강솜이에게 악의는 없었다.
그냥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뿌려주는 것도 나름대로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히히 웃는 강솜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 돈 뿌리는 츤데레로 유명해질 수 있을 거예요.
차원급 퀘스트로 향하는 탐험가의 긴장감은 볼 수 없었다.
꽤 기분이 좋아 보였는데, 세상에 돈 뿌리고 다니는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역시 태어난 김에 열심히 잘 사는 사람답네.’
생각은 정리 됐다.
‘과거, 세상에 [마그나 게이트]에 대한 정보를 뿌린 수호자는 [당나귀 장인]일 거야.’
당나귀 장인이 마그나 게이트에 대한 정보를 여기저기 뿌리고 다녔다.
그 정보를 ‘마그나 이도교’가 사용하며 그릇된 방법으로 범법을 저지르고 다녔다.
그 정도 얘기가 될 것 같다.
‘그러니까 [당나귀 장인]은…….’
어쩌면,
‘인류를 사랑하는 수호자. 그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
수호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에 따라 플레이의 연출과 방향이 많이 달라지니까.
‘당나귀 장인.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겠어.’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어느덧 강원도에 도착했다.
태백산맥.
대관령 인근.
“한여름이 다 됐는데도 쌀쌀하네요.”
강솜이와 함께 탐사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김혁진이 앞장섰다.
환상 속에서 봤었던 곳을 찾아 헤맸다.
6시간 정도 흘렀을 때, 김혁진은 환상 속에서 보았던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근처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동굴.
‘영면을 선택한 거신의 기록’이 잠든 곳을 발견했다.
“저 절벽 위에 뭔가 있다는 거죠?”
“네. 눈에는 안 보입니다.”
“활성화가 된 것은 맞나요?”
“모르겠어요.”
천공의 숨결을 머금은 상태에서는 분명히 보였는데 지금은 분명하지 않았다.
환상을 통해 동굴이 있는 것을 발견했으나 지금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절벽이었다.
강솜이가 안전지대를 선포했다.
“숲속이라 해가 빨리 지네요. 오늘은 여기서 야영할까요?”
“그러죠.”
하루 이틀 정도 이 곳을 관찰하면서 무명안을 운용해 보면 답이 나올 것 같았다.
일단은 그냥 무명안을 사용해 보았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는 않았다.
예전에 보았던 환상이 거짓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아니. 여기가 맞아.’
무엇인가 놓치고 있으리라.
‘천공의 숨결’을 통해 이곳의 위치를 알아냈으니, 이제 다른 것을 통해 입구를 열면 될 거다.
‘조바심을 갖지 말고 천천히.’
너무 서두르면 될 것도 안 된다.
김혁진은 텐트 안에 잠시 몸을 뉘었다.
무명안을 사용한 직후라 휴식이 조금 필요했다.
“길드장님, 텐트 밖에 모닥불 피워놓을게요.”
“네.”
강솜이는 모닥불을 피웠다.
각종 벌레들과 몬스터들의 침입을 막아주는 효능을 가진 마법 모닥불이었다.
“룰루.”
강솜이는 기본적으로 야영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캠핑하는 기분도 났다.
“이따가 고기 꿔 먹자고 해야지.”
부슬부슬.
비가 떨어져 내렸다.
“흠흠, 비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 없지롱.”
이곳은 안전지대 안이고 일정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공간이다.
비가 침투하지도 못한다.
“비가 들어와도 괜찮지롱.”
이 마법 모닥불은 비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불이다.
고기를 구워 먹는 것에는 아무런 지장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휘익-! 바람이 불었다.
‘응?’
태풍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마법 모닥불의 불이 꺼져 버렸다.
순식간에 주변이 어두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