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
#재능만렙 플레이어 6화
4. 실제로 레벨 8
나는 튜토리얼의 공략을 잘 알고 있다. 아니. 튜토리얼 뿐만 아니라 그 이상 진행되는, 모든 역사를 줄줄 꿰고 있다. 3년 동안 달달 외워왔던 것이 그거였으니까.
‘나는 누구보다 이 필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
나는 시간도 여유도 돈도 없었다. 취미는 내게 사치였지만 그래도 딱 하나. 내가 즐겨하던 것이 하나 있었다. 반지하방의 10년 된 컴퓨터 앞에 앉아 화질을 최대한 낮추고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것.
‘이론으로는 어지간한 플레이어보다 훨씬 나아.’
나는 재능이 없었다. 그렇게 판정을 받았다. 그 어떤 세계보다 재능이 우선시 되는 세계인 플레이어의 세계. 그 세계에서 ‘재능 없음’은 노력으로 위로 갈 수 없다는 얘기다. 재능이 없었던 나는 그냥 유튜브로 던전 공략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는 했었다.
[새끼 고블린이라고 할지라도. 레벨 1의 능력으로는 잡기 매우 힘듭니다.]그 말은 내게 의미 없었다. 단순 사냥은 어렵겠지만 나는 약점을 알고 있으니까.
‘고블린의 약점.’
초급 몬스터답게, 고블린은 공략하기 쉬운 약점을 하나 갖고 있다.
키긱! 키기기긱!
새끼 고블린은 여전히 어린 여자애의 발목을 썰어내려 집중하고 있는 상황.
‘목덜미.’
후우. 심호흡을 했다.
‘목 뒷덜미 중앙.’
중앙에 커다란 검은색 점이 있다. 저곳은 제대로 공격만 한다면 고블린을 한 번에 죽일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사실상 고블린은 약점만 알면 공략하기 쉬운 몬스터다. 떼로 움직이는 특성상, 그 숫자가 문제라서 그렇지.
‘인벤토리.’
내 손에서 미약한 빛이 나는가 싶더니 아이템 하나에 내 손에 놓여졌다. 내게는 그렇게 놀라운 광경은 아니었다.
[녹슨 철검을 장착하였습니다.]살금살금 새끼 고블린의 뒤로 걸어갔다.
‘찌른다.’
커다란 바퀴벌레 한 마리도 잡기 힘들어했던 나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마음 독하게 먹어야 한다.
‘뒤져!’
나는 녹슨 철검을 들고서 새끼 고블린의 목 뒷덜미에 강하게 찔러 넣었다.
푸우욱!
칼끝을 통해. 검 손잡이를 통해. 그리고 내 손을 통해. 살갗을 뚫고 들어가는 섬뜩한 느낌이 느껴졌다.
‘돼, 됐어.’
한 방에 죽였다.
푸악!
피가 튀어 올랐고 그 피의 일부가 내 옷에 튀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새끼 고블린을 사냥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경험치바를 확인할 수 있었다. 머릿속에 저절로 보이는 느낌. 경험치 바의 1/3가량이 차올랐다.
‘진짜로 잡았네.’
그 것도 한 방에 잡았다. 아무리 새끼 고블린이라도. 내가 공략을 알고 있더라도. 그래도 한 방에 죽일 수 있었다는 건 운이 좋았다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운이 좋았어.’
완전히 초심자가, 아무리 초기 스탯이 높다 해도 몬스터를 한 방에 잡기는 결코 쉽지 않다.
‘아니…… 운인가?’
모르겠다. 운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게 맞기는 맞는데.
‘왜 이렇게 쉽지?’
뭐랄까. 너무 쉬웠다. 단순히 ‘운이 좋다’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애매했다. 이미 여러 번 해본 것처럼 손에 익었다. 플레이를 오래 전부터 해온 것처럼 말이다.
이 상황은 BJ인 세니아에게도 의외인 듯했다. 입을 아주 작게 움직이며, 작게 말했다. 아마 수호자들에게 이 내용을 송출하고 있는 것 같다.
[레벨 1의 플레이어가 새끼 고블린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즉사시켰습니다.]담담하게 말을 하고 있지만 세니아의 날개 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천사형 BJ들의 특징 중 하나다. 감정의 동요가 있을 때, 날개 끝이 떨리는 것.
일단은 눈앞의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일어나.”
여자애의 눈동자에는 초점이 나가 있었다.
“정신 차려. 제대로 안 따라오면 버리고 갈 거니까.”
‘버리고 간다’라는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여자애는 정신을 차렸다.
“가, 갈게요.”
내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많지 않다. 얼마 지나지 않아 2차 습격이 시작될 거다.
* * *
나는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고개를 힐끗 돌려 보니 여자애는 반 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나를 잘 따라온 상태. 나는 문을 잠갔다.
세니아는 고블린 떼들 사이에서 홀로 고귀하게 서서 주변의 풍광을 담아내고 있었다. 나를 주 타깃으로 하기로 했는지, 내 주변에서 멀리 떨어지지는 않았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문을 열지 마.”
“…….”
“알아들었어?”
여자애가 엄청난 충격을 받은 건 알겠다. 하지만 지나친 어리광을 받아줄 생각은 없다. 이곳은 15만 명 중 14만 5000명이 사망한 튜토리얼 필드니까. 어린애 한 명 챙긴답시고 내 목숨까지 내놓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거니까.
“대답해. 알아들었냐?”
여자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누가 오더라도. 열어달라 소리치더라도 절대 열지 마.”
“아, 알았어요. 약속할게요.”
여자애는 완전히 공포에 질린 상황. 아마 이 여자애에게 있어서 나는 생명의 은인임과 동시에 무서운 녹색 괴물을 칼로 찔러 죽인 더 괴물 같은 남자가 되어 있을 거다. 공포에 질린 것도 이해는 한다.
[곧 2차 고블린의 습격이 시작됩니다.] [안전지대 설정이 시작됩니다.]내가 물었다.
“너도 알림 들리지?”
“아, 알림이요?”
“머릿속에 들리는 음성.”
“아…….”
이 여자애는 이 음성이 ‘알림’이 아니라 ‘환청’ 같은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뭐라고 들렸냐?”
“곧…… 습격이 시작된대요. 안전지대도 설정하고…….”
“어디 어디?”
“하, 하, 학교와 편의점. 병원이 안전지대로 설정되었대요.”
“그래.”
이 여자애가 플레이어로 각성한 것도 맞다.
‘병원까지 들었단 말이지.’
일반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편의점’까지 듣는다. 더욱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병원’까지 듣는다. 보통 그렇게 알려져 있다.
‘근데 나도 병원까지 들렸잖아?’
그런데 내게 알림이 더 들려왔다.
[또한, 번외 안전지대 D타워 주차장 2층이 설정됩니다.]내가 여자애를 쳐다봤다.
‘얘는 못들은 것 같은데?’
그 이후로 말이 없는 것으로 보아 얘는 ‘D타워 주차장 2층’까지는 듣지 못한 것 같다.
‘뭐지?’
약간 혼란스러웠다. 병원 말고. 또 다른 안전지대가 있었다라.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튜토리얼 종결자. 권왕 마상현의 회고록에도 등장하지 않는 안전지대다. 과거의 그 어떤 플레이어도 튜토리얼에 또 다른 안전지대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것도 하필이면 D타워 주차장?’
튜토리얼의 핵심필드인 ‘D타워’에 안전지대가 존재했던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안전지대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2차 고블린의 습격이 시작됩니다.]나는 마음을 굳게 먹어야 했다. 곧 지옥도가 펼쳐질 거다. 안전지대를 찾지 못한 사람들. 빨리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 그들은 모두 죽는다.
“절대 문 열지 마. 아니. 아예 문 쪽을 보지도 말고 등 돌려서 앉아 있어.”
안전지대로 설정된 곳. 이곳을 강제적으로 침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리문을 깨고 들어오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사람도 몬스터도. 그 설정값을 뛰어넘는 등급의 플레이어나 몬스터가 아니라면, 들어올 수 없다.
‘튜토리얼에는 그런 놈들이 없으니까.’
안에서 문을 여는 순간 안전지대는 해제된다. 그리고 나는 끔찍한 시간을 눈에 담아야만 했다.
[태초의 안개가 걷히기 시작합니다.]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세계는 처참했다. 여기저기. 시체들이 보였다. 도시 위에 시뻘건 물감을 여기저기 뿌려놓은 것 같았다. 마네킹 따위가 아니라 진짜 사람의 조각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고 도로는 그야말로 아비규환.
“무, 무, 문 열어! 문 열란 말이야!”
“문 열어! 문 열라고! 제발!”
쾅쾅대며 편의점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많이 있었다. 나는 문을 열지 않았다.
‘제기랄.’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주먹도 꽉 쥐었다.
‘이거…… 진짜 괴로운 거구나.’
바깥에는 고블린들이 떼를 지어 다닌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고블린에게 저항해 보지만 역시 저 숫자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나는 그냥 이곳. 안전한 곳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산 채로 잡아먹히는 광경들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젠장!!’
나는 이 모든 장면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눈에 담아야 했다.
‘다. 기억하자.’
이 상황을 만들어낸, 빌어먹을 시스템과 이 상황을 게임처럼 즐기며 지켜보고 있을 수호자들에게도 빅엿을 먹여줄 거다. 언젠가.
‘이 순간. 이 장면. 잊지 말자.’
눈에 힘을 줬다.
‘절대로. 잊지 말자.’
* * *
하루가 지났다. 여자애의 이름은 강선화였다. 중학교 1학년. 처음에는 공포에 질려 아무것도 못하더니, 그래도 회복을 제법 빨리 했다. 멘탈이 생각보다는 튼튼한 것 같았다. 다행이다. 금방 정신을 차려서.
“저기…… 근데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오빠가 맞다. 아저씨는 좀 아니니까. 내 정신적 나이는 그렇다 치고 나는 일단 20살로 돌아온 것 같다. 6살 차이면 오빠 맞지 뭐.
2차 습격이 시작된 이후 6시간 정도가 흘렀을 때부터는 제법 조용해졌다. 그 말은, 주변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감사해요. 살려주셔서.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어요. 너무 무서웠어서…….”
말을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니 여전히 충격이 가시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 저게 정상이지. 그래도 제법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꽤 담담해 보이니까.
“오빠를 만난 게 정말 다행이에요.”
“…….”
“정말 고마워요.”
“…….”
대화는 보편적이지 않은 흐름으로 흘러갔다.
“저 버리지 말아주세요. 저 되게 착해요. 설거지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고 옷 정리도 잘해요.”
“……어. 그러냐?”
14살짜리 여자애의 입에서 나온 말 치고는 좀 이상하긴 했다. 대뜸 버리지 말아 달라니. 보통 이런 말 잘 안하지 않나?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버림받는 것이 너무 두려워서 그런가?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 여자애를 구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또 내 나름대로 계산을 해서 살려준 거니까. 마냥 호의는 아니었다.
“됐어. 인사는 넣어둬. 어차피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니까.”
“그래도…….”
“필요한 경우에는 너를 먹이로 던져주고 도망칠 거야.”
선화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확실하게 말해주기로 했다. 또 6시간 정도가 흘렀다. 그사이 선화는 내가 좀 더 편해진 것 같다.
“저는 오빠랑 같이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전히 많이 무섭고 또 무섭지만…….”
강선화는 제법 밝게 웃어보였다. 저렇게라도 씩씩한 모습을 보이려 하는 것 같다.
‘귀엽네.’
그 모습이 꽤 귀여워 보였다. 외모와는 상관없는 얘기다. 그냥 귀엽다는 얘기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자로서의 느낌은 절대로 아니다. 뭐랄까. 조카 같은 느낌이랄까.
“오빠는 되게 강해 보여요.”
“강했으면 이미 나가서 저놈들 다 죽였겠지.”
내가 손가락으로 유리창 밖을 가리켰다. 안전지대 밖에는 고블린들이 이쪽을 쳐다보며 낄낄 웃기도 하고 방망이로 유리창을 두드리기도 하며 쳐다보고 있었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을 쳐다보듯.
선화는 히익! 하고서 앉은 그 상태로 뒷걸음질 쳤다. 내 등 뒤에 숨었다. 선화는 체구가 굉장히 작은 편이었다.
“오, 오빠는 안 무서워요?”
“글쎄.”
무섭긴 하다. 그런데 무서운 것보다는 화가 나는 게 더 컸다.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는 무력감. 그게 더 컸다.
‘2차 습격 이후.’
고블린의 2차 습격까지는 숨어 있기만 하는 게 다였다. 하지만 2차 습격 이후는 조금 다를 거다.
“튜토리얼 기간 7일 동안 너를 안전히 지켜줄 수 없을지도 몰라.”
“…….”
“너를 완전히 책임져줄 수도 없어.”
내 앞가림이 급하니까.
“그렇지만 널 먼저 버리고는 가지 않을 거니까. 일단 자둬.”
선화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나를 쳐다봤다. 자기가 잠들면 자신을 버리고 갈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야. 안 버려. 내 생명 위급한 상황 아니면 안 그럴 테니까 일단 믿고 자.”
“진짜죠? 오빠 믿어도 되죠?”
버림받는 게 어지간히도 무서운 모양이다. 내가 귀찮은 듯 말했다.
“믿어라. 그리고 안 믿으면 네가 어쩔 건데?”
“그, 그건 그렇네요.”
강선화는 풀이 죽었다.
“그니까 일단 한숨 자. 체력 비축해야 하니까.”
“알았어요. 오빠 말대로 할게요.”
2차 습격 후. 나는 시체가 즐비한 도로를 뚫고 이동해야 한다. 튜토리얼 공략의 핵심이 될 곳으로. 내 목적지는 공교롭게도 ‘광화문 D타워’였다. 아무도 듣지 못했던 ‘안전지대 설정’이 있었던 그곳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