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08)
#재능만렙 플레이어 608화
[나찰급 환상 ‘악령들의 절규’가 적용됩니다.]보라색 마정석으로부터 마나를 공급받고 있는 김혁진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 여길 훔쳐보고 있어.’
중간 관리자의 채널을 통한 시청이 아니었다.
누군가 다른 이가 이곳을 훔쳐보고 있었다.
‘숭고한 염원은 아니고.’
이곳을 몰래 관찰한다?
관찰이라기보다는 염탐에 가까웠다.
김혁진의 무명안은 그 능력을 정확하게 읽어냈다.
‘염탐안.’
누군가 염탐안을 사용하여 이곳을 몰래 훔쳐보았다.
누군지 유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둘 중 하나겠지.’
마왕 쪽 세력이거나,
마탑 쪽 세력이거나.
어느 쪽이든 아주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알베론의 실험실을 눈에 불을 켜고 찾기 시작하겠네.’
특히 마왕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마왕 측 놈들은 사람을 죽여서라도 강해지는 것이 목적인 놈들.
용혈을 통해 강해질 수 있다면 목숨이라도 팔아버릴 놈들이다.
‘물론 자기 목숨이 아닌 타인의 목숨을 갖다 팔겠지만.’
그나마 마탑 쪽 세력이 염탐안을 사용한 것이라면 상황이 나았다.
마탑의 마법사들은 불멸자들이고, 김혁진은 ‘대적하는 영웅’ 칭호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탑의 마법사들이 개입하면 이사벨의 권능인 ‘검제의 낙인’이 작용할 것이다.
불멸자들을 쫓는 권능이니까.
‘마탑 쪽 세력이라는 건 일단 염두에 두지 말자.’
마탑이 훔쳐봤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탑이 깊게 개입하는 순간, 이사벨이 움직인다.
그러니 마탑의 개입은 염두에 두지 않기로 했다.
‘일단은 마왕이라고 가정하고 움직여야 해.’
놈들이라면 어떻게든 용혈을 손에 넣고 싶어 안달이 났을 것이다.
또한 알베론의 연구기록을 훔치고 싶을 터.
“다행인 것은, 놈들의 운신이 자유롭지 않다는 거지.”
“무슨 뜻입니까?”
“무명안을 통해 나를 염탐하는 눈동자를 봤어.”
염탐안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 뒤, 김혁진 자신이 생각했던 바를 요약하여 설명하였다.
세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마왕도 알베론의 실험실을 찾아 나서겠군요. 그런데 김혁진 플레이어가 그들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았으니…….”
전 세계가 마왕과 마왕군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다.
김혁진이 판을 벌인 덕택에, 그들은 세계의 공적이 되어 버렸다.
“맞아. 놈들이 대놓고 움직이지는 못해. 그렇지만 나도 서두르기는 해야겠지. 그리고 하나 더.”
무명안으로 하나를 더 읽어냈다.
보라색 마정석은 그저 부족한 마나와 체력을 공급해 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특별한 시스템 알림은 없었지만 무명안의 등급 자체가 향상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말씀하십시오.”
“아직 확실한 건 아닌데 [집단감염 추종자]를 만들어낸 수호자를 알 것 같아.”
“[집단감염 추종자]는 새벽의 묵시록으로부터 태어났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새벽의 묵시록은 도구. 그리고 새벽의 묵시록을 통해 악성 수호자들을 만들어내는 진짜 수호자가 있어.”
세니아가 또 끄덕였다.
사실 세니아는 알고 있었다.
김혁진의 플레이에 따라 중간 관리자의 매뉴얼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중이다.
김혁진이 ‘새벽의 묵시록’의 근본을 알아차리는 순간, 이미 매뉴얼이 업데이트된 상태다.
“그 수호자가 누군지 파악하셨습니까?”
“대충. 그러나 확실하지 않아.”
확실하다.
무명안으로 정확히 읽어냈다.
‘집단감염 추종자’라는 악성 수호자를 만들어낸 수호자는 ‘당나귀 장인’이었다.
‘당나귀 장인이 왜?’
인류를 사랑하는 수호자라고 가정했었다.
‘내 판단이 틀렸나?’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다.
인류를 사랑하는 척, 정보를 흘리는 척하면서 뒤통수를 때리는 수호자들도 분명 존재하니까.
“확실하지 않으니 말은 하지 않을게.”
악성 수호자를 만들어낸 ‘당나귀 장인’에 대해서도 조금 느껴졌다.
그런데 악의나 살의같이 부정적인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마저도 속임수일 수 있겠지만, 김혁진은 그게 아닐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당나귀 장인]이 일부러 집단감염 추종자를 만들어냈다고 가정하면 어떨까?’
악성 수호자를 만드는 행위.
그 행위는 수호자들 사이에서도 지탄받는 행위다.
대다수의 수호자들이 싫어하는 행위이며, 보편적인 수호자라면 악성 수호자 따위를 만들어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 정도 능력을 가진 수호자인데……. 내 무명안에 보인다고? 정체가?’
그것도 ‘집단감염 추종자’를 죽이고 얻은 보라색 마정석의 힘을 빌려서?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는 얘기였다.
정체를 숨기고 싶었다면 보라색 마정석을 드랍한 집단감염 추종자를 만들어내지 않았을 거다.
‘심지어 당나귀 장인은 누나에게도 특별한 힘을 부여했어.’
영웅력을 높여주는 음식까지 만들게 해주었다.
지금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영웅력을 선물해주고, 거기에 보라색 마정석까지 마련해 주었다.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나타나 내게 말도 안 되는 제안들을 했고.’
──────────
[당나귀 장인의 제안]당나귀 장인이 해당 음식의 레시피를 구매하기 원합니다.
1. 해당 음식의 레시피를 위하여 1,000만 코인을 제시합니다.
2. 해당 음식의 레시피를 위하여 ‘극상 무신지체의 서’를 제시합니다.
3. 해당 음식의 레시피를 위하여 ‘통합 속성지체의 서’를 제시합니다.
──────────
‘그 제안들을 통해 무신지체 위에는 극상 무신지체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각종 속성지체의 서들을 통합한 통합 속성지체의 서가 있다는 사실까지도 알려줬어.’
결정적으로,
‘시스템이 [당나귀 장인]을 배척했지.’
당나귀 장인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시스템이 개입했었다.
[‘#!&#@*^ @#!$’가 제안합니다.]만약 당나귀 장인이 스스로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김혁진은 ‘당나귀 장인’이라는 이름을 수호자들 사이에 공표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타이밍이 너무 치밀해.’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당나귀 장인은 적으로 보기 어려웠다.
만에 하나 의도를 숨긴 사악한 수호자라는 사실도 배제할 수는 없었으나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어차피 내가 모든 것을 전부 다 알기는 어렵고.’
충분히 생각하고 깊이 고민한 뒤, 결단과 행동은 빨라야 했다.
수호자들에게 ‘당나귀 장인’이 ‘집단감염 추종자’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사실은 알리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하나 더. 이 공간의 비밀까지도 읽어냈어.”
“이 공간의 비밀이 무엇입니까?”
김혁진을 감싸고 있던 어둠이 완전히 사라졌다.
집단감염 추종자가 남긴 마지막 안배는 김혁진 앞에서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김혁진에게 많은 정보들만 선물해 준 꼴이 되어 버렸다.
“이 공간은 [영면을 선택한 거신]이 자신이 마음으로 낳은 딸을 위하여 준비한 무덤이야.”
* * *
강솜이의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보라색 마정석을 활용하여 ‘마나 커넥션’을 운용하는 것이 마냥 쉽지 않았다.
“길드장님. 환상 부수고 나오셨네요.”
“네. 별로 어렵지는 않았습니다만…….”
김혁진의 눈이 강솜이를 향했다.
환상을 부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만 강솜이가 체력적으로 힘들어 보였다.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노력할게요.”
강솜이의 굳센 정신력이라면 좀 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김혁진이 할 수 있는 것은 섬김의 탐험가를 믿어주는 것이었다.
“마나 커넥션을 제가 아닌 용돌이에게 사용해 주세요.”
“용돌이에게요?”
용돌이가 김혁진을 쳐다봤고 다롱이의 머리 위에 [?]가 생겼다.
처음 어리둥절해 하던 용돌이는 다롱이를 보자마자 기세등등해졌다.
“이 몸에게는 위대한 임무가 어울리지. 후후. 솜이. 나한테 마나 커넥션을 사용해.”
이유는 잘 몰랐지만 아무튼 김다롱보다 잘하면 되었다.
용돌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김다롱은 [!] 표시를 머리 위로 띄우며 고개를 휙! 저었다.
누가 봐도 자존심이 상한 것 같은 모양새였다.
“사용했어요.”
“그러면 버텨주세요.”
“언제까지요?”
“이 공간이 충분한 용기(龍氣)를 흡수할 때까지.”
그 말과 동시에 용돌이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어, 잠깐만.”
마나 커넥션을 통해 용돌이가 체력을 회복하고 마나가 차오르기 시작하자, 도서관 전체가 웅웅- 울리기 시작했다.
‘이게 보라색 마정석의 힘.’
용돌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는 평소 용돌이의 마나와는 사뭇 달랐다.
그 농도와 정순함이 차원을 달리했다.
“으어어!”
용돌이는 어마어마한 탈력감에 주저앉았다.
강솜이가 얼른 달려가 용돌이를 부축하며 안아주었다.
“용돌아!”
“강솜이 씨. 마나 커넥션에 집중하세요.”
밀접한 신체접촉이 있을수록 마나커넥션의 연결은 단단해진다.
용돌이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안서희도 이 공간에서 소용돌이치는 마나의 폭풍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오빠. 도대체 이건…….”
“이 공간의 특수성이야.”
알베론이 가르쳐줬다.
이 공간은 ‘용기’를 잡아먹고 용을 포획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 공간에는 알베론도 몰랐던 특수한 안배가 걸려 있었어.”
“어떤 안배요?”
“용의 마나를 한계치까지 흡수하면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되는 안배. 알베론의 힘을 이용하여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 거야.”
김혁진은 용돌이와 강솜이를 쳐다보았다.
둘 다 많이 지쳐 보였다.
‘믿는다.’
많이 지쳐 보였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만약 저 둘이 버티지 못한다면 차원급 퀘스트는 실패하고 말 거다.
“오빠!”
안서희에게 위험이 감지되었다.
어마어마하게 높은 책장이 김혁진 쪽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위험해요!”
안서희가 붉은 실로 김혁진을 감싸려 했다.
그런데 안서희보다 김혁진이 더 빨랐다.
김혁진이 재빠르게 움직여 안서희의 몸을 안아 들었다.
“너도 위험했어.”
김혁진은 쓰러지는 책장을 어렵지 않게 피해냈다.
신기하게도 수많은 책장과 책들이 용돌이와 강솜이. 그리고 라푼델 쪽으로는 넘어지지 않았다.
“나는 괜찮으니까 너는 네 스스로의 방어에 집중해.”
안서희는 결계를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고, 김혁진은 무너지는 책장과 책들 사이를 요리조리 비집고 돌아다녔다.
바닥에 넘어진 책장과 책은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점차 도서관의 형체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어느덧 도서관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돌로 쌓아 올린 제단이 하나 형성되었다.
‘제단?’
돌로 만들어진 제단.
그 주변에는 거대한 두 개의 횃불이 보였다.
태양만큼 밝게 타오르는 불꽃에는 감히 항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위압감이 느껴졌다.
‘불거인의 불이다.’
제단 주변에 물이 차올랐다.
그 물이 김혁진의 무릎까지 차올랐다.
“오빠. 몸이 안 움직여요.”
“거인의 권능이 깃든 물이라서 그래.”
이건 물거인의 물이다.
“근데 오빠는 움직일 수 있네요?”
“그러게.”
“어떻게 가능한 거예요? 전 아예 꼼짝도 못 하겠어요.”
“그건…… 내가 [영면을 선택한 거신]을 깨운 자거든.”
7번째 약속을 통해 영면을 선택한 거신을 깨운 사람이 바로 김혁진이다.
그리고 그 시점은 ‘물거인의 농장’을 클리어했을 때였다.
“아무래도 내가 선택받은 거 같네.”
김혁진이 라푼델 쪽으로 걸어갔다.
라푼델을 안아 들었다.
그러고서 제단의 돌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강솜이가 소리쳤다.
“길드장님!”
계단을 오르던 김혁진이 뒤를 힐끗 쳐다보았다.
섬김의 탐험가.
“그…….”
털썩.
강솜이는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
본래 ‘제단의 불꽃이 지나치게 위험해요.’라는 경고를 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탈력감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했다.
“솜이!”
용돌이는 기절하지는 않았지만, 체력이 고갈 난 것처럼 보였다.
아까 강솜이가 용돌이를 안아주었듯, 이번에는 용돌이가 강솜이를 안아주었다.
김혁진이 라푼델을 안아 들고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뜨거운 작열감이 느껴졌다.
‘불거인의 불꽃이라.’
시스템 알림이 들려왔다.
[불거인의 불꽃 ‘아라테사’가 묻습니다.] [불거인의 초대를 받았습니까?]순간, 눈이 아파왔다.
삐이이이-!
귀에서는 이명이 들렸다.
화르륵!
어마어마한 불꽃이 피어올라 김혁진의 몸을 뒤덮었다.
[‘아라테사’는 불거인의 초대를 받지 않은 자를 영원히 소멸시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