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09)
#재능만렙 플레이어 609화
[불거인의 불꽃 ‘아라테사’가 묻습니다.] [불거인의 초대를 받았습니까?]김혁진의 몸을 뒤덮은 불꽃이 하나의 세계가 되었다.
모든 것이 불로 이루어진 세계.
그곳에 김혁진이 섰다.
마치 정순한 불꽃 아테네 속에 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불거인의 초대를 받았습니까?]김혁진이 대답하지 않자 같은 질문이 여러번 재차 들려왔다.
이윽고 세계를 둘러싼 불꽃이 하나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인간처럼 보이는 불꽃이 생성되어 김혁진 앞에 일렁거렸다.
‘수호자다.’
김혁진은 투사들의 전당에서 수호자들과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다.
무명안을 통해 수호자들의 직접적인 대화까지 엿들은 적이 있었다.
말로 표현하기는 애매하지만 수호자의 존재값이 느껴졌다.
[불거인의 불꽃 ‘아라테사’가 대리인을 내세웁니다.] [‘아라테사’가 대리인에게 심판의 권능과 판결의 채찍을 양도합니다.]김혁진은 잠자코 인간형상의 불꽃을 바라보았다.
‘수호자인 것은 확실한데.’
수호자에 따라 그 대답을 달리할 필요가 있었다.
불거인의 불꽃 아라테사가 대리인으로 내세운 수호자라.
‘누가 있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놈. 불거인의 초대를 받은 적이 있냐고 물었다.”
목소리를 들으니 알 것 같았다.
이 기운. 익숙한 기운이다.
과거, 김혁진은 이 수호자가 직접 만들어낸 공간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석양의 거인!’
최애캐인 강상구를 육성하기 위한 숏테이블 던전을 이미 경험했었다.
덕분에 ‘석양의 거인’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잘됐다.’
석양의 거인은 김혁진에게 극도로 우호적인 수호자다.
강상구의 계약 수호자이기도 했고.
‘잘 풀어갈 수 있겠어.’
마음이 조금 놓였다.
“당신께서 아시다시피 저는 불거인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네가 불거인과 만났느냐?”
석양의 거인이 정말 모르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건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김혁진은 김혁진의 플레이를 이어갔다.
“네. 그가 저를 초대했습니다.”
“초대했다고?”
위압감이 느껴졌다.
불거인 이상의 위압감.
사실상 이 정도 급이 되면 ‘이상’이라는 개념이 의미가 없기는 했다.
9,999나 10,000이나 어차피 매한가지 아니겠는가.
“그가 제게 말했습니다.”
“뭐라고?”
“선물을 하나 준다고 했습니다.”
김혁진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무튼 좋다. 네 거래를 받아들인다. 나는 돌아가겠다. 단, 선물을 하나 받아라.”
당시 김혁진은 온몸이 불타버릴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었다.
[‘이사벨’에 마나지도가 각인 됩니다.] [히든 시나리오. ‘불거인의 궁전’이 생성 됩니다.]그리고 불거인이 직접 말했었다.
“먼 훗날. 궁전을 찾아와라.”
김혁진이 그 말을 그대로 읊었다.
“먼 훗날. 자신의 궁전을 찾아오라고 말했습니다.”
“그 증거가 있나?”
제2의 심장.
이사벨에 각인된 마나지도가 그 증거입니다.
김혁진은 그렇게 말을 하려다가 잠시 참았다.
‘근데…….’
석양의 거인은 강상구를 가장 좋아하는 수호자이면서, 동시에 김혁진 자신을 굉장히 아끼는 수호자이기도 했다.
-세니아. 수호자들 사이에서 과거 영상을 볼 수 있는 채널이 따로 존재하지?
-그렇습니다.
-내 과거 영상 조회 수 높은 편이고?
-전 차원에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십니까?
세니아는 조금 의아했다.
김혁진이 이 타이밍에 왜 그런 걸 묻는 걸까?
어차피 알고 있는 내용일 텐데 왜 굳이 확인하는 걸까?
“증거는…… [석양의 거인]께서 알고 계실 텐데요.”
세니아의 몸이 움찔했다.
저도 모르게 귓말로 플레이에 간섭하고 말았다.
-김혁진 플레이어?
실수였다.
그런데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
김혁진의 태도와 플레이의 방향이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위험했다.
‘저 [대리인]이 석양의 거인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만약 석양의 거인이 아니라면, 그 후의 이야기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
김혁진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수많은 수호자들이 감히 수호자를 함부로 언급한 김혁진에게 화를 낼 것이고,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질 것이다.
수호자를 건드리는 과감한 플레이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용케 나를 읽어냈구나.”
“제게 많은 사랑을 주고 계시니까요.”
김혁진 역시 긴장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수호자를 상대하는 것은 일반적인 보스 몬스터나 NPC를 상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어마어마한 중압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성장했다.’
투사들의 전당에서는 대화를 엿듣는 것만으로도 벅찼었다.
그런데 지금은 ‘석양의 거인’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도 괜찮았다.
아라테사의 영역이라는 특수한 공간과 보라색 마정석의 힘이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큰 성장임에는 분명했다.
“그리고 [석양의 거인]께서는 제 증거를 익히 알고 계실 것입니다.”
“…….”
석양의 거인은 순간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그도 알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즐겨보는 것은 강상구의 플레이지만 김혁진의 플레이도 놓치지 않고 시청하고 있다.
더더군다나 ‘불거인 관련 영상’은 여러 번 봤었다.
“그때는 제가 [테헤란로의 강철포식수]라는 퀘스트를 클리어했던 시점이었죠. 기억이 나지 않으십니까?”
기억나지 않을 리가 없다.
테헤란로의 강철포식수가 클리어된 뒤, 해당 퀘스트는 ‘성물의 주인’으로 이어졌었다.
그 과정에서 나찰사를 만났고, 연계 퀘스트인 ‘성물의 진정한 주인’으로 발전된 형태로 진행되었었다.
“저는 모든 것이 우연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오늘 여기에 도달하기 직전, 나찰사급의 환상을 마주하였고, 환상이 제게 물었습니다.”
“무엇을 말이냐?”
“나찰사의 염원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나찰사의 염원이 무엇이더냐?
아무런 맥락 없이 나찰사의 염원을 물을 리는 없었다.
이것은 하나의 힌트였다.
당시 김혁진이 클리어했었던 차원급 퀘스트인 ‘테헤란로의 기적’과 지금의 차원급 퀘스트인 ‘영면을 선택한 거신의 기록’은 하나의 흐름으로 연계된 퀘스트인 것 같았다.
저번 차원급 퀘스트에도 나찰사와 거인들이 등장했고,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세니아는 놀라운 광경을 직접 목격 중이었다.
‘석양의 거인’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김혁진은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다.
‘김혁진 플레이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거의 없어.’
김혁진이 석양의 거인을 반쯤 시험하는 듯한 태도를 하고 있는데도 그랬다.
굉장히 신기한 현상이었다.
“플레이의 양상이 상당히 비슷합니다. 당시 불거인이 등장했었고, 저는 [석양의 거인]께서 당시의 제 플레이를 여러 차례 감상해 주셨다고 자만하였습니다.”
허리를 숙였다.
“아무래도 제 불찰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자 ‘천마산의 진주’가 대놓고 ‘외침 메시지’를 보냈다.
이 외침 메시지는 하루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고 1,000코인을 지불해야만 한다.
[에라이. X신아. 네가 그러고도 김혁진을 후원한다고 할 수나 있겠냐?]천마산의 진주의 의도는 명확했다.
‘석양의 거인’ 따위는 너를 별로 애정하지 않는다.
너의 플레이를 별로 즐겨보지 않는 것이 여기서 드러났다.
그러니 석양의 거인을 염두에 둔 플레이는 안 해도 그만이다.
‘대충 이런 뜻이겠지.’
그러자 석양의 거인이 당황한 것이 느껴졌다.
수호자들은 그 가진 강대한 힘에 비하여 단순한 편이다.
오랜 세월 하나의 목적과 재미에 매몰되어 살아가다 보니 더욱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아니. 물론 알고 있다. 그러나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번에는 ‘풀무불의 요정’이 등판했다.
[김혁진이 가진 제2의 심장에는 불거인의 마나지도가 각인되어 있어요. 혹시 모르실까 봐 알려드립니다.]혹시 모를까 봐 알려주는 것치고는 목소리가 지나치게 컸다.
이 역시 외침 메시지였다.
굳이 코인을 소모해가면서 외침 메시지를 사용했다.
세니아는 더없이 신선한 경험을 갱신하는 중이었다.
‘석양의 거인이…… 당황스러워하고 있어.’
그리고 몇몇 수호자들이 굉장히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석양의 거인이 당혹해 하는 모습을 즐거워했다.
보편적인 현상은 절대로 아니었다.
마치 ‘너는 김혁진을 잘 모르지롱!’ 하고 놀려대는 어린아이들을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김혁진이 약간 죄송스러운 듯 말했다.
“그렇습니다. 제가 가진 제2의 심장에 불거인의 마나지도가 각인되어 있습니다.”
사실 100% 확신은 아니었다.
불거인이 새겨준 마나지도가 있기는 했지만, 이것이 이 퀘스트에서 요구하는 ‘불거인의 초대’라고 확신하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수호자들이 알아서 공증해 주었다.
“……알고 있었다.”
불덩이에 불과한 형상이지만 분명히 느껴졌다.
석양의 거인은 지금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석양의 거인이 당혹해 하는 만큼 다른 수호자들은 즐거워했다.
[‘아라테사’가 당신의 입장을 허락합니다.]* * *
마치 천공에 들어온 것 같았다.
위험하고 폭압적인 불꽃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데 김혁진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여기가 꼭대기인가.’
제단 앞에 섰다.
그곳에 라푼델을 눕혔다.
“으음…….”
라푼델은 괴로운지 신음성을 흘리고 있었다.
얼굴이 창백했다.
몸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김혁진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곳은 [영면을 선택한 거신]이 자신이 마음으로 낳은 딸을 위하여 준비한 무덤입니다.”
잠시 말을 멈추었다.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무덤은 죽은 이를 담는 그릇이겠지요.”
김혁진이 영웅력을 끌어 올렸다.
무엇인가를 찌르려는 것 같았다.
저만치 밑.
제단 아래에서 그 말을 들은 안서희는 불길한 예감을 받았다.
‘무덤이라고?’
저기가 무덤?
그러면 라푼델을 무덤에 눕혔다는 얘기가 되는 건가?
‘설마.’
김혁진이 라푼델을 죽이려는 건가 싶었다.
안서희가 본 김혁진은, 목적이나 필요에 의해서 생명을 죽이는 사람은 아니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크게 실망할 것 같았다.
안서희가 크게 외쳤다.
“오빠!”
김혁진이 이센을 꺼내든 모습이 눈에 보였다.
라푼델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간 김혁진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제가 할게요!”
멀리 떨어져 있어 움직일 수는 없지만 붉은 실을 뻗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안서희는 보고 싶지 않았다.
김혁진이 아무 죄도 없는, 그것도 자아를 가진 생명을 죽이는 것을.
“제가 죽일게요!”
김혁진이 그저 목적 때문에 라푼델을 이렇게 보호해 왔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오빠가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목적이 있든, 저는 하나도 안 중요해요.”
김혁진이 죄 없는 사람들을 학살해도 안서희는 끝까지 김혁진을 믿고 따를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다짐했다.
그렇지만 막을 수 있는 건 막고 싶었다.
“제가! 제가 하면 돼요.”
김혁진이 밝은 길만 걸으면 좋겠다.
더럽고 추잡한 길은 수호탑인 자신이 걸으면 된다.
“오빠!”
그러나 안서희의 외침은 김혁진에게 들리지 않았다.
김혁진이 이센을 역수로 들고서 라푼델의 심장에 꽂아 넣었다.
초월급 아티팩트.
명검(名劍) 이센이 라푼델의 몸을 그대로 관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