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11)
#재능만렙 플레이어 611화
결단과 행동은 빠르게. 그러나 과정은 신중하게.
김혁진이 여지껏 지켜왔던 플레이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신중하고 길게 생각할 여유와 시간이 없었다.
‘막아야 한다.’
본체가 강림하는 순간 이곳의 모두가 죽을 것이다.
아마 ‘영면을 선택한 거신’도 그 사실을 알고 있겠지.
수많은 수호자들이 ‘영면을 선택한 거신’의 선택을 힐난할 것도 분명했다.
김혁진이라는 독보적인 콘텐츠가 수호자 때문에 망가져 버리는 셈이 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면을 선택한 거신]은 이런 행동을 결정했다.’
그만큼 영면을 선택한 거신도 급하다는 얘기였다.
수호자들은 어떤 한 가지 목표나 재미에 매몰되어 살아간다.
‘영면을 선택한 거신은…… 이게 진짜 목표인 거야.’
마음으로 낳은 딸.
조카인 라푼델을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치는 것이야말로 수호자 ‘영면을 선택한 거신’의 지상과제였던 모양이다.
김혁진이 빠르게 말했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라푼델을 죽이겠습니다.”
진심으로 살기를 품었다.
김혁진으로서는 진심이었다.
라푼델을 죽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라푼델과 다른 일행 중 누군가를 살려야만 한다면, 김혁진은 주저 없이 일행들을 고를 것이다.
‘안서희. 강솜이 씨. 다롱이에 용돌이까지.’
여기서 잃을 수는 없었다.
수호자를 상대로 협박하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김혁진은 ‘영면을 선택한 거신’을 막아야만 했다. 다행히 그 협박이 통했다.
진동하던 세상이 잠깐 멈추었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대적하겠다는 뜻이냐?”
“[영면을 선택한 거신]께서 라푼델을 아끼듯, 저도 제 사람들을 아낍니다.”
“내 소멸을 담보로 너는 살려주겠다.”
“저는 그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건방지구나!”
순간, 김혁진은 휘청거릴 뻔했다.
머릿속에서 폭탄이 터지는 것 같았다.
그나마 수호자와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있다고, 상황이 조금 나았다.
몸이 수호자에게 약간은 적응한 모양이었다.
‘방금 나를 기절시키려고 했어.’
그러나 기절하지 않았다.
그것은 김혁진이 성장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아직까지도 강솜이로부터 마나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강솜이는 여전히 보라색 마정석을 활용하여 마나 커넥션을 유지하고 있던 상태였다.
상황이 급변하자마자 김혁진에게 마나커넥션을 다시 연결했다.
‘[영면을 선택한 거신]의 뜻은 확실해.’
어떤 식으로든 현신하여 라푼델을 살리려고 할 것이다.
라푼델이 이 인간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수행하겠지.
“그리고 또한 저는 라푼델의 죽음도 원치 않습니다. 저는 제 주변의 사람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잃는 기억은 한 번이면 됐다.
같은 과거를 반복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 뜻을 이루어주는 수밖에.’
영면을 선택한 거신에게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
여느 때 같았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김혁진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한순간에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안서희와 강솜이. 그리고 용돌이와 다롱이까지 위협할 수 있다.
“라푼델을 위하여 새 생명 혹은 새 육체를 선물하고 싶다는 것은 잘 알겠습니다. 제가 그것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1분의 시간을 주겠다. 나를 납득시켜.”
“많은 수호자분들께서 알고 계십니다. 저는 강림지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쇼비도비가 발 빠르게 움직여 김혁진이 강림지체를 활용하여 ‘푸른뇌전의 나팔수’를 강림시켰던 장면을 재생시켰다.
세니아의 채널에 처음 입장했거나 비교적 최근에 입장한 수호자들은 감탄을 연발했다.
강림지체는 굉장히 희귀한 특성이다.
그리고 희귀한 만큼 제대로 다루는 플레이어도 거의 없다.
-푸른 뇌전의 나팔수?
-뇌전을 다루는 무시무시한 수호자잖아.
더군다나 푸른 뇌전의 나팔수는 뇌전을 다룬다.
많은 속성들 중에서 뇌전은 파괴적이고 다루기 힘든 힘에 속했다.
그런 힘을 중수 구간의 플레이어가 다루고 소화해냈다니.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 영상 조작 아님?
-아무리 봐도 조작인데. 플레이어가 어떻게 [푸른 뇌전의 나팔수]의 힘을 사용할 수 있지? 그것도 겨우 중수구간의 플레이어가?
최근에 입장한 수호자들이 영상이 조작되었다며 의구심을 표했다.
그들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그러자 ‘푸른 뇌전의 나팔수’ 본인이 등판했다.
[‘푸른 뇌전의 나팔수’가 김혁진의 강림지체를 인정합니다.]단순히 강림지체만 인정한 것이 아니었다.
[‘푸른 뇌전의 나팔수’가 김혁진의 뇌신지체를 인정합니다.]다시 말해,
김혁진이 해냈던 플레이는 진짜배기이니, 어중이떠중이들은 그만 의심하라는 얘기였다.
그 완곡한 표현을 천마산의 진주가 직역했다.
[‘천마산의 진주’가 공표합니다.] [어깨 위에 그것들은 장식이냐? 눈깔을 파버릴라. 조작은 뭔 놈의 조작?]천마산의 진주는 코인을 아끼지 않고 외침 메시지를 보냈다.
[꼬우면 맞짱뜨든가.]* * *
김혁진은 ‘영면을 선택한 거신’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저는 [푸른 뇌전의 나팔수]의 강림을 이미 경험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그 힘을 제법 잘 다루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점이 바로 푸른 뇌전의 나팔수가 김혁진을 인정하는 메시지를 보낼 때였다.
우연히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졌다.
“그 당시의 저보다 지금은 저는 훨씬 더 많이 성장했습니다. 그것은 ‘영면을 선택한 거신’께서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영면을 선택한 거신은 김혁진의 성장을 꽤 오래 지켜봐 왔다.
김혁진의 말은 사실이었다.
“또한 다행히 저는 이미 당신의 분신을 소환했던 적이 있으며, 당신의 힘을 여러 번 활용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사실이었다.
심지어는 기적의 영창을 활용하여 ‘안식의 번개’를 사용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 제 몸은 꽤 훌륭한 재능을 타고났습니다.”
한 번이라도 경험한 것에는 빠르게 익숙해졌다.
심지어 처음 해보는 것조차도 원래 해왔던 것처럼 능숙하게 해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용살반지의 효과 또한 적용받고 있습니다.”
김혁진이 특히 주목한 능력은 이 능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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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거인왕의 영창과 관련된 능력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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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저는 [영창의 군주]의 힘을 내포한 [문무왕] 칭호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 섬김의 탐험가와 마나 커넥션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보라색 마정석의 효용성과 힘을 ‘영면을 선택한 거신’도 지켜봐 왔다.
“따라서 지금 상태의 저라면, 감히 당신의 강림을 몸으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영면을 선택한 거신이 갈등하는 것이 느껴졌다.
김혁진은 도박수를 던지기로 했다.
지금은 더 이상 좋은 수를 찾아낼 수 없었다.
“만약 제 제안을 거절하신다면, 저는 어쩔 수 없이.”
이센을 쥐었다.
순혈의 검제이자 수호자를 사살하는 수호자인 이사벨이 선물해 준 능력.
극상마법 만검우를 운용할 준비를 끝냈다.
“진심으로 라푼델을 소멸시킬 것입니다.”
* * *
김혁진은 온몸이 불타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강림은…… 오랜만이네.’
김혁진의 눈이 금색으로 물들었다.
‘정신을 잃으면 안 돼.’
정신에 대한 장악력은 가지고 있어야 했다.
몸을 빌려주되 정신까지 빼앗기면 안 된다.
‘후우.’
푸른 뇌전의 나팔수를 통해 이미 강림을 경험했고, 그 경험은 김혁진의 훌륭한 자산이 되어 주었다.
‘후우.’
깊게 심호흡했다.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았다.
강림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정신적으로 ‘영면을 선택한 거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 몸의 통제를 넘기겠습니다.
-좋다.
김혁진의 몸을 빌린 ‘영면을 선택한 거신’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네 육체에 각인된 영창의 힘을 끌어내겠다.
-저도 돕겠습니다.
-그래.
김혁진은 ‘영면을 선택한 거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이 느낌은 분명히 ‘안식의 번개’였다.
거인왕 카툴루의 영창을 형상화한 능력인 ‘안식의 번개’.
그 힘을 라푼델에게 사용하려는 것 같았다.
‘그 힘이…… 라푼델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을 거야.’
본래 안식의 번개는 ‘적에게 사형을 내릴 때 읊조리던 영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마나의 흐름이 역으로 재구성되고 있어.’
김혁진은 그 흐름에 집중했다.
영면을 선택한 거신은 곧바로 ‘안식의 번개’를 사용하지 못했다.
‘안식의 번개를 산산조각을 낸 뒤 다시 재구성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급해 보였다.
시간이 정말로 많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결국 영창을 완성했다.
“적에게 영원한 안식을. 깨어날 수 없는 잠에 빠져들기를.”
“내 딸에게 영원한 생명을. 깨어날 수 없는 잠에서 빠져나오기를.”
김혁진의 몸에 황금빛 뇌전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큭!’
수호자의 힘은 역시 상상을 초월했다.
‘뇌신지체의 도움이 없었으면 몸이 타버렸겠는데.’
김혁진은 김혁진 나름대로 자신의 몸을 다스리는 데에 애써야 했다.
지금의 카툴루는 김혁진의 신체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어떻게든 ‘안식의 번개’를 활용하여 라푼델을 되살리는 것에만 미쳐있는 것 같았다.
‘동화.’
뇌신지체 특성.
제2의 심장인 이사벨과 동화권능.
김혁진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카툴루의 기운을 다스렸다.
콰지직!
거대한 번개가 라푼델의 몸을 관통했다.
라푼델의 몸이 허공에 붕! 떴다.
‘라푼델의 신체와 연결됐다.’
김혁진은 깨달았다.
‘신체를 재구성하는 거야.’
카툴루의 수호력.
영창의 힘.
거기에 안식의 번개라는 특수한 권능을 사용하여 라푼델의 육체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거 아니야.’
김혁진이 황급히 말했다.
-너무 급합니다.
-시끄럽다.
영면을 선택한 거신의 다급함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아마도 영면을 선택한 거신에게 허락된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이건 아닌데.’
느껴졌다.
라푼델의 지금 몸 상태로는 이 뇌전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신체가 재구성되기 전에 소멸해 버릴 것이 거의 확실했다.
‘지금의 카툴루는 정상이 아니야.’
라푼델 앞에서 이성을 잃은 지 이미 오래였다.
‘서두르면 될 것도 안 돼.’
콰직!
콰지지직!
안식의 번개가 내포한 뇌전이 라푼델의 혈관을 타고 흘렀다.
퍽!
혈관 여기저기가 퍽퍽!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김혁진(카툴루)의 눈에 핏발이 섰다.
-안 됩니다. 몸이 못 버텨요.
-라푼델이라면 버텨줄 것이다!
김혁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실제로 카툴루가 지배하고 있는 김혁진의 입이 움직였다.
지금 이성을 잃고 목표에 매몰되어 버린 카툴루는 그걸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움직였다?’
신체의 지배력이 100%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이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역시 지금의 카툴루는 정상이 아니었다.
‘정상 상태라면 어림도 없었겠지만. 지금은 가능해.’
이대로 두면 라푼델이 죽는다.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거. 김혁진은 더 좋은 방향으로 플레이하기를 원했다.
일부러 육성으로 말했다.
다른 수호자들에게 들리도록 말이다.
“몸을 다시 빼앗겠습니다. 이대로면 라푼델이 죽습니다. 저는 라푼델이 죽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정신을 집중했다.
높아진 정신력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마치 상상 속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갈이 터져 나왔다.
-뭐하는 짓이냐!
김혁진의 세계가 어두워졌다.
또다시 기절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아까보다 버틸 만해.’
이 정신계 공격을 한 번 경험했고, 덕분에 좀 더 수월하게 방어해냈다.
김혁진은 동요하지 않고 계속해서 집중했다.
‘손가락 끝부터 조금씩.’
새끼손가락 끝을 움직여보았다.
생각대로 잘되지 않았다.
‘조금만 더.’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김혁진은 그 줄다리기에서 승리했다.
“무례를 저지른 점은 죄송합니다.”
김혁진의 정신세계 속에서 ‘카툴루’가 발광하는 것이 느껴졌다.
까딱하면 몸의 지배력을 빼앗길 것만 같았다.
‘미친 힘이다.’
만약 카툴루가 정상인 상태였다면?
카툴루가 이성을 찾고 제힘을 온전히 발휘했다면 이런 상황은 있을 수도 없었다.
‘이성을 잃었는데도 이 정도라니.’
어쨌든 몸의 지배력은 가져왔다.
김혁진은 ‘안식의 번개’와 ‘라푼델’이 이어져 있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전 차원을 통틀어 단 한 번도 진행된 적 없던 새로운 플레이가 이어졌다.
“이제는 제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