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2)
#재능만렙 플레이어 62화
31. 5개의 쪽지
세니아에게서 시작된 이상한 변화.
‘어? 저건, 설마……!’
나는 저 변화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치직- 치지지직-!
노이즈 현상과 함께 세니아의 몸이 이리저리 기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신체의 일부는 흐릿해졌다가 나타났다가를 반복했다.
‘서버 과부하다.’
세니아의 몸이 계속해서 흐릿해졌다.
“김혁진 플레……!”
세니아가 무엇인가 내게 다급하게 말하려고 했으나 이내 세니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나를 독점적으로 중계하던 중간 관리자. 세니아가 없어졌다.
‘서버 과부하로 튕겼다라.’
나는 한 가지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레벨이 30이 되는 순간. 그 순간을 수많은 수호자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5명의 수호자가 앞다투어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도 흔치 않아.’
6명이 보내든 10명이 보내든, 어쨌든 내게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보낼 수 있는 수호자는 다섯으로 제한된다. 다섯을 꽉 채웠다는 얘기는 곧 다섯 이상의 수호자가 내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세니아는 아직 지나치게 많은 수호자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겠지.’
글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인간 식으로 표현하자면 서버구축이 안 됐다고 해야 하나? 개인방송을 하는 BJ 혹은 스트리머라 불리는 사람들도 원활한 방송을 위해 굉장히 높은 사양의 컴퓨터를 쓴다고 들었다. 중간관리자도 똑같다.
‘폭주하는 수호자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튕긴 거야.’
아주 유명한 사건들에서 몇몇 BJ들이 이렇게 튕겼다.
‘신연서가 크게 활약했던 몰디브 전투에서도 그랬었지.’
아주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또 아주 희귀한 경우도 아니다.
‘시간이 조금 필요해.’
당연히 나도 수호자를 선택하지 않을 거다. 내게 있어서도 굉장히 질 좋은 콘텐츠다. 잠시 아껴두기로 했다. 세니아가 시스템을 복구하여 복귀하는 데에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마지막에 ‘김혁진 플레이어!’라고 다급하게 외친 이유도 짐작이 갔다.
‘자기 없을 때 내가 수호자를 선택할까봐 다급했던 거겠지.’
피식 웃었다.
‘질 좋은 콘텐츠를 잃을까 봐, 그렇게 다급했나?’
세니아와 나는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다. 서로간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그리 이상하지 않은 관계. 플레이어를 위해 헌신하는 BJ가 있다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는 믿지 않는다. 어쨌든 그들은 우리의 목숨을 담보로 해서 플레이를 중계하고, 그들의 욕심을 채운다. 튜토리얼에서 그들 중 몇몇은 튜토리얼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 여럿을 죽이기도 했다.
‘서로 이용하는 관계. 딱 좋아.’
나쁘지 않다. 세니아가 나를 이용하는 것보다, 내가 세니아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을 테니까. 주변을 한 번 살펴봤다.
‘일시정지 권능은 해제되었네.’
그와 동시에 알림이 이어졌다.
[‘증폭 마정석’을 획득하였습니다.] [스페셜 히든 필드 ‘미지의 숲’이 완전히 클리어 되었습니다.] [스페셜 히든 필드 ‘미지의 숲’의 출구가 개방됩니다.]내 눈앞에 다람쥐가 보였다. 그 새 뭘 많이 먹었는지 볼이 빵빵했다. 다람쥐의 머리 위에 [!] 표시가 떴다.
“따라오라고?”
다람쥐가 우쭐거리며 가슴을 쭉 폈다. 그래. 내 말을 듣고 따라와! 라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걸음은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재미있네.”
다람쥐가 잠시 자리에 멈춰 섰다. 머리 위에 [?] 표시가 뜨는 것이 조금 귀엽기는 했다.
“너는 도대체 뭐냐?”
몬스터도 아니고 NPC도 아니다. 인간의 말을 알아들으며 마법-이라 추정되는-까지 사용하는 다람쥐다.
“볼이 어떻게 그렇게 빵빵해?”
또다시 물음표가 떴다. 이번에는 세 개였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볼을 살살 긁었다.
“뭐. 좋아.”
더 이상 추궁해 봐야 뭔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일단은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방금까지 일시정지 권능 상태였잖아.’
이른바 ‘PAUSE’ 상태. 나와 세니아를 제외한 모든 것이 흑백으로 물들며, 세상이 정지되는 권능. 그 권능이 사용된 상태였었다.
‘그 때까지 다람쥐의 볼은 평평했어.’
그런데 일시정지가 끝난 뒤에 보니 볼이 빵빵해져 있다.
‘일시정지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일시정지의 영향을 받지 않고서 내가 준 과일들을 먹어치웠다는 얘기가 된다. 저 녀석. 정체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다람쥐의 머리 위에 느낌표가 떴다.
[!!!]출구로 향하는 ‘워프 크리스탈’을 발견했다.
──────────
[출구]‘미지의 숲’에서 서울역 2번 출구로 연결되는 워프 크리스탈입니다. 파괴 시 ‘미지의 숲’에서 탈출합니다.
──────────
워프 크리스탈을 부수는 것은 딱히 어렵지 않았다.
[‘미지의 숲’을 탈출합니다.] [서울역 2번 출구로 이동합니다.]서울역 2번 출구로 워프 되자마자 나는 곧바로 아이템을 사용하려고 했다. 혹시 귀찮은 일이 벌어질까봐. 기자들이 몰려든다거나. 누군가 신원을 조회하려 든다거나.
‘어?’
그런데 워프할 필요가 없었다.
‘뭔가…… 질서가 잡힌 느낌인데.’
처음의 어수선한 느낌이 없었다. ‘서울역 2번 출구’에서 플레이어들을 관리하는 사람은 더 이상 경찰이 아니었다.
뭔가가 많이 바뀌었다.
* * *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에…… 3개월이 흘렀다고?’
전파가 터지기 시작한 핸드폰을 살펴보니 벌써 9월이다. 튜토리얼 필드가 처음 생성되었을 때. 그 때보다 훨씬 더워졌다.
‘엄청 더워졌네.’
핸드폰 뉴스를 살펴보니 기록적인 폭염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기온을 관측한 이래로 가장 심각한 수준의 폭염.
‘3개월이라.’
놀라운 건 놀라운 거고, 머리도 지끈지끈 아파왔다. 핸드폰에는 부재중 전화가 어마어마하게 찍혀 있었다.
…….
[신연서] [마상현] [누나]튜토리얼 때 라이칸 스로프를 잡는 것보다, 마법 트롤을 상대했던 그때의 무시무시했던 경험보다도 더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나도 모르게 웃었다.
“하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전화…… 해야겠지?”
엄마에게 지금 전화하면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으니까. 일단 누나한테 전화를 하기로 했다.
“어…… 누나?”
-…….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뚝. 끊어져 버렸다. 머리를 긁적거렸다.
“음.”
이건 누나가 화가 나서 끊은 게 아니다. 120프로 확신할 수 있다.
‘울음 터졌나 보네.’
아무래도 눈물이 마구 쏟아져 나온 모양이다. 히끅히끅거리는 목소리를 들려주기 싫어서 황급히 끊은 것 같다.
마침 신연서에게도 전화가 왔다. 신연서가 미친 듯이 말을 쏟아냈다.
-어? 뭐야? 받네? 어떻게 된 거야? 살아 있는 거지?
“당연하지.”
-헐. 대박. 거기 클리어하는 데 3개월이나 걸린 거야? 헐. 대박. 대박. 아무튼. 아무튼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좀 걱정했다고! 아, 아무튼! 뭔가 엄청 중요한 얘기할 것도 있으니까 시간 되는대로 바로 얼굴 좀 봐!
신연서와 마상현이 같이 있었던 모양이다. 눈으로 보지는 않았지만 마상현이 신연서의 핸드폰을 황급히 빼앗은 것 같다. 야! 내 핸드폰! 내놓으라고! 너 같은 근육 뚱땡이가 그러면 내 폰 부서진단 말이야! 라는 절규 아닌 절규가 들려왔다.
-혀, 형님! 옥체 강녕하신 겁니까?
“…….”
저런 이상한 말투는 도대체 배워오는 건지.
“멀쩡해.”
-형니이이이이이이이이임!!!
신연서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야! 근육돼지! 눈물만 흘려! 콧물은 왜 흘리냐! 더러워 죽겠다!
지금 이 세계의 사람들에게 3개월이라는 시간은 굉장히 긴 시간인 것 같다. 어쨌든 나는 3개월 만에 세계에 복귀했다.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DMC 리버뷰자이.
새로이 마련한 우리 집. 엄마와 누나. 그리고 선화가 있는 곳.
“……응?”
그런데 우리 가족의 상태가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물론 다들 울었는지 눈이 붉어져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비교적 괜찮아 보였다. 뭔가 다른 것에 신경이 분산되었다고나 할까.
“뭐야?”
얘가 왜 여기 있어.
“오빠!”
선화가 달려왔다. 총총거리며 달려와서 내게 쏙 안기는 것이, 마치 주인을 반기는 강아지 같았다. 누나는 내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엄마가 현관으로 나와 나를 맞이해 줬다.
“다행이야, 혁진아.”
“그럼요.”
약간 눈시울을 붉히기는 했지만 우려했던 신파극은 펼쳐지지 않았다. ‘저것’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었다.
“얘가 왜 여기 있어?”
머리 위에 노란색 물음표가 떴다.
[!]저 놈. 정체가 뭔지 모르겠는 저 놈이 우리 가족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화가 자기 손바닥 위에 다람쥐를 올려놓았다.
“오빠. 얘 엄청 귀여운 것 같아요.”
자세히 보아하니 해바라기씨 같은 것이 식탁에 펼쳐져 있다. 다람쥐한테 주기 위해 어디 가서 사온 모양이다.
“이름은 다롱이라고 지었어요!”
“……다롱이?”
선화의 손바닥 위에 있는 다람쥐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또 우쭐대며 가슴을 쭉 폈다. ‘미지의 숲’에서와는 다르게 감각안으로 놈의 정보도 조금은 살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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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 다람쥐]1. 이름 : – (네이밍 작업이 필요)
2. 나이 : 7
3. 레벨 : ?
4. 고유 능력 : [채집] [길 찾기] [갉기] [절도] [아공간] [많이 먹기] [땅굴 파기] [은신] [주인 선택]
5. 상태 : 행복/포만감/게으름
6. 성향 : 자신감/식욕제어불가/친밀
6. 요약 : 식탐 강한 절도 천재
+ 상태/ 성향 및 특징은 대표적인 몇 가지가 드러나며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합니다.
+ 감각안의 숙련도가 높지 않아 상세 정보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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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주제에 고유 능력이 뭐 이렇게 많아?’
천재라는 신연서나 마상현도, 아직까지는 끽해봐야 한두 개 정도의 고유능력을 발현한 상태다. 그런데 얘는 벌써 9개의 고유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쯤 되면 뭐하는 다람쥐인가 싶다.
알림이 들려왔다.
[‘괴도 다람쥐’가 주인을 선택하고자 합니다.] [기본 조건으로 ‘서울역의 지배자’ 칭호가 필요합니다.] [‘괴도 다람쥐’의 주인이 되시겠습니까?] [승낙시, ‘서울역의 지배자’ 칭호가 ‘괴도 다람쥐의 주인’으로 전환됩니다.]고유 능력. [주인 선택]이 여기서 발현된 것 같다.
‘어쩌면 내가 감각안으로 지금 녀석의 상태를 살필 수 있는 건…….’
어쩌면 지금 놈이 허락을 해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놈이 내게 큰 친밀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일단은 받아들인다.’
[‘괴도 다람쥐’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칭호. ‘서울역 지배자’가 삭제되었습니다.] [칭호. ‘괴도 다람쥐의 주인’이 생성되었습니다.]주인이 된 것만으로 새로운 칭호가 생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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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 다람쥐의 주인]괴도 다람쥐의 주인이 가지는 칭호입니다. 괴도 다람쥐에게 이름을 내릴 수 있으며, 이름을 받은 괴도 다람쥐는 한평생 주인에게 충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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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 다람쥐’에게 이름을 하사하십시오.]이름. 어차피 정해져 있지 않은가. 선화가 다롱이라 부를 때마다 고개가 휙휙 돌아가는 것이, 놈은 다롱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괴도 다람쥐’의 이름이 ‘다롱이’로 변경되었습니다.]황당하게도 나는 ‘다롱이’의 주인이 되었다. 다롱이 덕택에 엄마와 누나. 그리고 선화의 관심이 분산되어서, 나는 그럭저럭 3개월 만에 다시 가족에 합류(?)할 수 있었다.
‘3개월 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좀 볼까.’
격변기의 3개월이다. 많은 일들이 일어나기에 충분한 시간.
그런데 그때 세상이 흑백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마치, ‘일시정지’ 권능이 발현된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