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24)
#재능만렙 플레이어 624화
“위대함과 권능을 머금은 비석이 필요해요.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인간의 힘으로는 구할 수 없는 아티팩트인 것 같아요.”
페드로는 내심 아쉬웠다.
‘이건 뭐 사람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이럴 거면 많은 것을 알려주질 말든가.
알게 돼서 너무 아쉽고 아까웠다.
‘이 정도로 제약이 잔뜩 걸려 있는 거라면 분명 엄청난 것일 텐데.’
인간의 힘으로 구할 수 없는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어야만 획득할 수 있는 은안.
얼마나 대단한 능력이겠는가.
그 능력을 코앞에서 놓치는 기분이라 아까워 죽을 것 같았다.
차라리 모르면 몰랐으되 알고 나니 더 그랬다.
‘방법이 없을까?’
여러모로 생각해 봤지만 없는 방법이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말을 하지 말걸.
나 혼자 끙끙 앓으면 될 걸, 괜히 길드장에게 말해서 길드장도 아쉽게 만든 건가.
아주 잠깐 후회의 감정까지 일었다.
“위대함과 권능을 머금은 비석이라면 이거면 되겠네요.”
“죄송해요. 제가 괜한…… 예?”
페드로는 두 눈을 꿈뻑거렸다.
김혁진의 손에 비석이 하나 들려 있었다.
“그게…… 뭐죠?”
척 봐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눈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비석이었지만 그 안에서 풍겨 나오는 존재감이 어마어마했다.
아까 나타났던 ‘은안 거인’이라는 희귀종보다 더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명인 페드로는 보자마자 직감했다.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아티팩트.’
도대체 저건 어디서 어떻게 구했단 말인가.
페드로가 황급히 비석을 받아들었다.
──────────
[거인의 비석]──────────
페드로의 능력으로는 아이템 설명창조차 활성화 시킬 수 없었다.
그저 이름을 알아보는 것이 전부였다.
“이건 어디서 구하신 건가요?”
“그냥 여차여차 구했습니다.”
설명하기에는 너무 길었다.
페드로는 비석을 받아든 상태로 감탄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데…….”
이 정도 존재감을 지니고 있으려면 절대 평범할 수 없다.
이건 일반적인 돌이 아니었다.
“인위적으로 구현해낸 새로운 형태의 화합물인 것 같아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그 어떤 돌도 이 존재감을 가둘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적어도 페드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그랬다.
“혹시 이걸 언제쯤 획득하셨어요?”
“며칠 안 됐어요.”
“……아.”
페드로는 알 수 있었다.
‘풀무불의 요정’의 관심과 후원이 뚝 끊긴 것이 요 며칠 사이였다.
이 비석을 보니 알 것 같았다.
‘[풀무불의 요정]이…… 내가 아니라 길드장에게 관심을 모조리 쏟기 시작한 거였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제작 클래스의 플레이어로서 패배한 거니까.
패배가 쓰라리기는 했지만, 페드로는 자신을 패배시킨 상대를 존경할 정도의 성품은 되었다.
‘이해가 돼.’
페드로는 왼손으로 비석을 들고서 오른손으로 눈동자에 손을 대었다.
‘윽……!’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세계가 핑핑 돌았다.
‘쓰러질 것 같아.’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다행히 김혁진이 페드로를 부축해주었다.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페드로는 아득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정신 속에 존재하는 깊은 늪에 빠지는 느낌이었다.
‘은안에게…… 잡아먹힌다.’
‘비석’ 덕택에 은안에 손을 가져다 댈 수 있었지만, 이 ‘은안’은 자신을 허락하지 않을 모양인 것 같았다.
은안이 거대한 안개가 되어 자신의 몸을 뒤덮는 것 같았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은안이 가진 거대한 권능에 잡아먹히고 말 것이다.
“……차려요.”
김혁진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정신 차려요.”
김혁진도 긴장했다.
위대한 비석인 ‘거인의 비석’을 매개체로 하여 페드로와 정신적으로 연결되었다.
비석의 주인은 김혁진이었고, 비석의 사용자는 페드로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인과 사용자의 연결은 더욱 단단해졌다.
‘페드로의 의식이 흐려진다.’
지금의 페드로가 감당하기에 은안의 권능이 너무 강한 것 같았다.
은안의 힘은 약화시키고 페드로의 힘은 강화시켜야 했다.
‘시간이 없어.’
빠르게 말했다.
“잘 들어요. 페드로는 내가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나 또한 페드로가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김혁진은 ‘문무왕’의 칭호효과를 사용했다.
[적군토벌(敵軍討伐)을 사용합니다.]──────────
2. 적군 토벌.
-아군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능력입니다.
-적과의 대치 시, 랜덤으로 아군의 신체 스텟을 상승시킵니다.
──────────
이를 통해 페드로를 강화시켰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페드로는 은안을 얻고 싶어 해.’
그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마음의 본질에 ‘길드장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염원이었고, 특별한 파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의 염원과 페드로의 염원이 일치한다.’
파장을 일치시키는 작업이 필요했다.
누가 가르쳐주었거나 특별한 스킬을 사용한 것이 아니었다.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이렇게 하면.’
눈에는 보이지 않는 특별한 파장 두 개가 겹쳐졌다.
[‘거인의 비석’을 통한 확고한 연결이 확인되었습니다.] [‘거인의 비석’을 통해 연결된 두 개체의 염원이 일치합니다.]거인의 비석이 새로운 기연을 가져다주었다.
의식을 잃어가던 페드로의 귀에 새로운 알림이 들려왔다.
[‘섬김 클래스’로 전직이 가능합니다.] [‘섬김의 명인(名人)’으로 전직하시겠습니까?]페드로는 흐릿해져 가는 의식을 부여잡았다.
섬김의 명인.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뭐가 됐든, 변화가 필요했다.
이대로 있으면 은안에게 잡아먹힐 테니까.
그와 동시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 * *
페드로는 자신의 작업실 벽면에 등을 대고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어쨌든…… 해냈네요.”
우여곡절 끝에 은안을 얻었다.
완벽하게 얻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은안이 귀속되었다는 알림과 함께 사라져 버렸으니까.
“특별한 조건을 달성하면 은안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어째 저에 대해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신 것 같네요.”
“섬김 클래스가 그래요.”
김혁진은 조금 조심스러웠다.
본래 제작계열 플레이어들은 자존심이 강한 편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명인이라 불리는 이들의 자존심은 감히 측량하기도 어려울 정도라는 소문이 많았다.
그래서 명예 길드원으로 받을 때도 아주 조심스럽게 제안하지 않았던가.
김혁진이 조심스레 말했다.
“섬김 클래스는 제약이 많습니다. 저를 배신할 수도 없고, 제 명령에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페드로에 대한 대부분의 것들을 제가 읽어낼 수 있어요. 제게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들도, 저는 대부분 느낄 수 있어요.”
“굉장히 조심스럽게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제 느낌이 맞나요?”
“네. 조심스럽긴 하네요. 너무 급작스레 결정된 것이라.”
어차피 ‘섬김’ 클래스를 선택한 이상, 페드로는 김혁진의 말에 따라야 한다.
좋든 싫든 그것은 필수였다.
그러나 마음으로 기꺼이 따르느냐,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따르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한다.
김혁진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그것이었다.
“만약 머리로만 섬김 클래스를 알고 있었다면 저는 질색했을지도 몰라요.”
“…….”
“이 느낌이 굉장히 낯설거든요.”
누군가가 자신을 샅샅이 훑어보는 느낌이었다.
감추고 싶은 과거, 숨기고 싶은 기억들,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의 모든 모습들.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의 것들을 모조리 침해당하는 기분이었다.
프라이버시를 강탈당한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상대가 김혁진 길드장님이니까.”
페드로는 은성 공방에서 김혁진의 모습을 기억했다.
페드로는 김혁진에게 기대고 싶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저 안전한 품에 안기고 싶었다.
그 안에서는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그건 괜찮은 것 같아요. 근데…….”
페드로가 몸을 일으켰다.
두 손바닥을 쫙 펼쳐 자신의 손끝 이모저모를 뜯어보았다.
“일순간이지만 저는 [섬김]을 경험했어요.”
“무슨 뜻이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느낌이었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고,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지게 되었으며,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이해하게 된 기분이에요.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는 애매한데……. 급격히 성장한 기분이에요. 말하자면 레벨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깨달음의 성취까지 높아진 것 같다고나 할까요?”
김혁진은 현재 레벨 시스템을 초월한 상태다.
그래서 섬김 클래스에 대한 레벨 동기화는 적용되지 않았다.
‘레벨 동기화가 없어진 대신…… 전반적인 모든 능력을 강제적으로 끌어올린 건가.’
그렇게밖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쨌든 페드로는 자신의 달라진 몸과 정신에 대단히 만족하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두려웠거든요,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게.”
그래서 상남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상남자를 열심히 외쳐댔다.
마치 상남자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처럼.
“근데 이제 괜찮을 것 같아요.”
김혁진 앞에서 좀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사실 저 치마도 입어보고 싶고 구두도 신어보고 싶었거든요.”
김혁진도 알고 있다.
레프리의 여장 세트를 착용했을 때, 페드로는 상당히 흡족해했었다.
“명인의 자존심을 건드렸을까 봐 걱정했습니다.”
“전혀요. 상할 수도 없고, 상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페드로는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다.
‘섬김 클래스’는 자존심 운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섬김’이 아니었다면 은안에게 잡아먹혔을 것이다.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엄청나게 성장한 기분이에요.”
자존심이 전혀 상하지 않은 페드로가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드려요, 길드장님.”
“……저도 잘 부탁합니다.”
이제는 그냥 명인이 아니라 섬김의 명인이 된 페드로는 속으로 다짐했다.
‘[은안의 권능]을 제대로 다루어야 해.’
세밀하게 짜인 안배 속에서 ‘은안’을 획득했다.
만약 그 안에서 ‘시간을 다루는 능력’을 미리 연습하지 않았다면 은안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은안을 획득하면서 [섬김 클래스]를 획득한 것 역시 치밀하고 정교한 안배 속에 계획된 것이겠지.’
어쩌면 그것은 운명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다면 이다음은 ‘은안의 권능’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는 것이었다.
‘열심히 할게요.’
그러던 찰나.
벨라가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페드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벌써 몇 번째냐! 돈도 안 물어주면서!”
뛰어온 벨라는 두 눈을 꿈뻑거렸다.
목소리가 원래의 페드로였다.
변장을 전혀 하지 않았다.
수염도 없어졌고 부리부리한 눈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페, 페드로? 너 뭐 잘못 먹었냐? 상남자가 왜 그래?”
그 뒤로 살바레토가 따라 들어왔다.
살바레토도 크게 충격을 받은 듯했다.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냐?”
페드로는 아주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소꿉친구들을 이해시키는데 무려 10분의 시간을 써야 했다.
“근데 왜 이렇게 헐레벌떡 뛰어든 건데?”
“아 맞다. 그 얘기 해야지.”
벨라의 시선이 김혁진을 향했다.
“사실 김혁진한테 볼 일이 있어서 뛰어온 거야.”
은성 공방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혹시라도 클리어가 되었을까 해서 뛰어왔는데, 마침 타이밍이 잘 맞았다.
“자. 봐.”
벨라가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핸드폰에는 속보들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청일이라는 놈이 있는데. 그놈이 화센기업을 등에 업고 거신과 전쟁을 하겠대. 거신군주 김혁진을 콕 짚어서 죽이겠다고 선언했어.”
화센기업은 중국의 거대기업 중 하나로 지분의 40%를 중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사실상 국영기업이었다. 주력 분야는 화학과 배터리로서, 최근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기도 했다.
“전쟁필드가 아닌 진짜 목숨을 걸고 전쟁을 하자고 해서 가타부타 말이 많은데…… 청일이 너한테 가족을 모두 잃었다고 주장 중이야. 덕분에 중국 내에서 반 김혁진 여론이 상당해.”
청일이 내건 슬로건은 하나였다.
타도 김혁진.
‘플레이어의 양분’을 통해 지나치게 폭리를 취하고 있는 불합리한 플레이어이자 위선자인 김혁진을 타도하여 새로운 질서와 정의를 확립하겠다는 것이 청일의 주장이었다.
‘사실상 국영기업인데…… 정부 측에서도 좀 더 과감해지겠다는 건가?’
여태까지 몸을 그렇게 사렸으면서, 이제는 자신감이 조금 생긴 건가.
조금 의아하기는 했다.
“근데 진짜야? 네가 청일 가족을 몰살시켰어? 늦둥이 여동생은 7살이었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