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25)
#재능만렙 플레이어 625화
“근데 진짜야? 네가 청일 가족을 몰살시켰어? 늦둥이 여동생은 7살이었다던데…….”
그 말에 살바레토가 벨라의 뒤통수를 탁! 쳤다.
“그랬겠냐?”
“아씨! 왜 때리냐? 요즘 안 맞았지?”
벨라가 살바레토의 멱살을 쥐었다.
사실관계야 아무래도 상관없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이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멱살을 잡힌 살바레토는 이 정도는 익숙하다는 듯 피식 웃고 말했다.
“꼬우면 전쟁 때리시든가.”
“남자는 일대일이지, 전쟁은 뭔 놈의 전쟁?”
“그 말은 지금 김혁진 길드장 무시하는 거? 현존 최강의 군주를?”
“쟤는 현존 최강의 군주 이전에 현존 최강의 무투가인데?”
페드로가 인상을 찡그렸다.
벨라와 살바레토의 말을 듣다 보니 어딘가 이상했다.
“둘 다 닥쳐. 현존 최강의 명인이시니.”
벨라와 살바레토는 두 눈에 불만이 가득했으나 페드로에게 반기를 들지는 못했다.
페드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희는 그래도 나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플레이어들인데 왜 그렇게 유치하냐?”
“아니, 얘가 시비를 걸잖아, 일대일은 발릴 것이.”
“말 좀 예쁘게 해라 무식한 놈아. 그러니까 네가 싸움만 잘하는 돌대가리라는 소리를 듣지.”
더 이상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 살바레토는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김혁진에게 말했다.
“말이 안 된다는 건 압니다. 제가 제 나름대로 정보력을 통해 알아본 결과 청일에게는 가족이 없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무슨 뜻이죠?”
“청일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입니다.”
무턱대고 찾아와 ‘네가 진짜 죽였어?’라고 묻는 벨라와는 확실히 달랐다.
살바레토는 이곳에 오기 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피에트로와 연락을 취했고 정보를 함께 공유했다.
“원래 이 세상에 없던 사람처럼요. 그런데 서류상으로는 완벽하더라고요.”
“그렇군요.”
“짐작 가는 것이라도?”
“아마 생체실험을 통해 만들어낸 인조인간 같은 것일 겁니다.”
게다가 국영기업이나 다름없는 화센기업이 대놓고 스폰을 하고 있다.
“중국이 좀 더 대놓고 움직일 것 같네요.”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체실험기술이 농익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
살바레토는 잠시 침묵했다.
생체실험을 통해 만들어낸 인조인간이라니.
윤리적으로 그런 것이 허락될 리 없다.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대에 부딪히게 될 거다.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증거를 잡아낼 수 없다고 확신하거나, 증거를 잡더라도 상관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보유했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세계정세에 있어서 명분은 중요하다.
그러나 압도적인 힘의 격차가 있을 때, 명분은 중요하지 않다.
냉정한 현실이었다.
“저는 아마도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무모할까요?”
“무모하니 그런 실험을 진행했죠.”
이미 사기(死氣)를 사용한 실험체들을 여럿 만나왔다.
김혁진에게는 새로울 것도 없었다.
“아마도 지금 자신감에 가득 찬 상태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인간들 혼자서 이런 짓을 했을 리는 없다.
아직 인간들의 ‘신문명’은 그 정도 기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수호자와 중간 관리자들까지 합세하여 돕고 있으니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는 거 같네요.”
김혁진을 본 벨라의 몸이 움찔했다.
그는 투기에 민감하다. 살기와는 또 다른 기운 투기.
살기는 끈적하게 옭아매는 기운이라면 투기는 상대를 집어삼켜 부숴버리는 기운이다.
‘잿빛 투기?’
김혁진에게서 잿빛 투기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 기운만으로도 무투가인 벨라의 몸이 떨리게 만들었다.
‘싸워보고 싶다.’
김혁진과 부딪혀보고 싶다는 욕망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싸운다면…….’
재고의 여지조차 없었다.
무조건 필패다.
‘단 한 대라도 때릴 수 있을까?’
김혁진과 싸우는 상상을 해봤다.
머릿속으로 치열한 공방을 치러봤다.
그러고서 퉁명스러운 표정을 짓고 의자에 앉았다.
페드로가 물었다.
“왜 그래 갑자기? 물에 빠진 쥐마냥.”
“몰라. 말 시키지 마. 우울해졌어.”
“왜 우울해졌는데?”
“아 몰라. 넌 얼른 정신병원이나 가. 상남자가 그게 뭐냐?”
살바레토가 대놓고 비웃었다.
“쟤 잘하는 거 있잖아. 머릿속으로 모의전투 하는 거. 페드로, 너도 알고 있지?”
“응. 알아. 근데 그게 왜?”
“쟤 김혁진 길드장이랑 싸워본 거 같아.”
살바레토는 군주답게 통찰력과 판단력이 뛰어났다.
소꿉친구의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어 봤다.
“아마 치열한 공방을 치렀다고 자부했을 텐데.”
“야. 닥쳐.”
“아마 지 혼자 치열했을걸?”
살바레토의 눈에도 보였다.
벨라 혼자 헥헥대고 있는 모습이 말이다.
김혁진은 마치 강아지와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여유로운 상태로 벨라를 상대했을 것이다. 조카와 놀아주는 삼촌처럼 말이다.
“닥치라고 했다!”
김혁진은 이들의 말싸움에 꽤 익숙했고 그다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혁진도 김혁진 나름대로 할 말만 했다.
“운전이 가장 위험한 시기에 대해 다들 알죠?”
“허접 주제에 자신감이 조금 붙었을 때?”
“통계상 1~2년차라고 알고 있습니다.”
운전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영역에서 그렇다.
페드로도 고개를 끄덕였다.
비슷한 예시가 떠올랐다.
“보통 레벨 60대 정도 되는 애들이 제일 깝치는 거랑 비슷하잖아요. 아주 개허접은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대가도 아닌 애들이 제일 까불던데.”
김혁진이 말했다.
“중국이 그런 상태인 것 같네요.”
운전 1~2년차.
어중간하게 자신감이 붙었을 그 무렵.
혹은 레벨 50~60대.
아주 약하지도 아주 강하지도 않고, 굳이 따지자면 강한 축에 속하나 진짜 강자들이 보면 약한 어중간한 수준의 플레이어들.
김혁진은 현 중국의 상태를 그렇게 봤다.
“그 구간에서는 그 어떤 조언도 들리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생체실험체인 청일을 대놓고 활동하게 밀어주는 것 아니겠는가.
과거까지 교묘하게 조작해가면서 말이다.
“제가 청일의 가족을 죽였다는 누명까지 씌웠죠.”
벨라탁 손바닥을 탁! 쳤다.
김혁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그러니까 지금 눈에 뵈는 게 없다? 반쯤 돌아버린 상태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혁진이 판단하기에는 그랬다.
자신감에 충만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자신이 세계에서 최고인 줄 알 때.
중국 혹은 마왕군이 바로 그 상태인 것 같았다.
벨라가 하늘(천장)을 바라보았다.
“두들겨 맞기 딱 좋은 날씨네.”
간만에 살바레토도 벨라의 말에 동의해주었다.
“그 상태에서는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법이죠. 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많이 맞아야할 것 같네요.”
* * *
김혁진은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자신을 변호하지는 않았다.
그저 중간 관리자 세니아를 대변인으로 내세워 ‘나는 그런 적이 없다.’라는 짧은 성명을 냈을 뿐이다.
김선화는 굉장히 억울해했다.
“아오! 열 받아!”
오빠가 그럴 리 없지 않은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청일이라는 놈이 주장하고 있는 시각에, 오빠는 태백산맥에 있었다.
“근데 왜 이걸 믿냐고!”
신문명으로 인하여 언어 장벽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고, 김선화는 이제 한국 웹사이트뿐만 아니라 중국 웹사이트도 거리낌 없이 드나들었다. 중국 내에서는 청일의 주장을 믿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듯했다.
“오빠가 무슨 사지를 토막내!”
김선화는 속이 터져 죽을 것 같았다.
“오빠가 만약 그랬다 하더라도, 뒷처리를 그렇게 어수룩하게 했을까봐! 울 오빠가 얼마나 철두철미하고 완벽한 플레이어인데!”
마침 집에 들어온 김혁진이 크흠, 헛기침을 했다.
선화가 어딘가 이상한 포인트를 짚은 것 같았다.
“도대체 어느 포인트가 더 억울한 거야?”
“그냥 다요! 이런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믿는 게 어이없잖아요.”
“믿기도 하고, 믿고 싶기도 한 거야.”
중국이 아닌 한국처럼 작은 나라에서 세계 최강의 플레이어가 탄생했다는 사실이 못내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았다.
적어도 김혁진과 김선화가 체감하기로는 그랬다.
“곧 쳐들어올 거라는데 어떡해요?”
“어떡하긴.”
이 근처에서 싸울 생각은 없었다.
이건 중국에서 벌린 판이다.
화센기업이 등장한 시점에서, 이미 중국정부도 김혁진의 적이었다.
“중국으로 넘어가서 싸울 거야.”
“그러다가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면요?”
“그런 건 최소화할 거긴 한데.”
전쟁은 저 쪽에서 먼저 걸어왔다.
그쪽의 모든 사정을 다 고려해 줄 수는 없다.
“혹여라도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책임은 그들이 져야할 거야.”
* * *
피에트로로부터 연락이 왔다.
청일이 묵던 호텔의 위치를 알아냈다는 연락이었다.
위치는 베이징이었다.
김혁진은 그 쪽으로 조커를 먼저 파견보냈다.
-변장술같은 걸 사용해서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청일이라 짐작되는 놈이 있기는 해.
-계속 감시하면서 위치 파악해 줘.
-알았어.
청일과 그를 따르는 일명 ‘적혈 결사대’가 7일 내로 DMC리버뷰 자이로 진격한다고 사전 통보해 왔다.
한국정부는 대놓고 나서지 못했다.
중간 관리자들이 이것 또한 ‘플레이의 일환’이니 군대는 나서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DMC리버뷰 자이에 사는 사람들이 피난을 가게 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청일은 이렇게 홍보했다.
-저와 함께해주실 웅혼과 정의로 가득찬 영웅들을 모십니다.
자신들의 이름을 ‘적혈 결사대’로 이름 짓고서 중국의 플레이어들을 불러모았다.
인해전술이라도 펼칠 모양인 것 같았다.
중국 매스컴에서는 끔찍하게 살해된 청일 가족에 대해 집중 조명하며 수많은 자원자들을 불러보았다.
순식간에 수만 명에 달하는 적혈 결사대가 이루어졌다.
단일 전쟁 규모로는 가장 거대한 규모의 전쟁이 코앞으로 다가온 셈이었다.
그토록 많은 인원들을 화센기업이 지원했다.
-중국 정부. “화센은 민영기업.”
중국 정부는 화센이 민영기업이라고 선을 그었다.
저들이 지분 40%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다.
한편, 한국 정부의 발에 불이 떨어졌다.
긴급 회의를 소집하며 대책을 강구했다.
“사실상 대책이 없습니다.”
세금으로 거신길드를 지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 정도 규모의 전쟁이라면 하루이틀에 끝날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상자 수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중국인이 많이 죽든, 한국인이 많이 죽든, 한국 정부로서는 굉장히 부담스런 일이기도 했다.
“결국 성신이 스스로 나서서 거신을 도와야 하는데…….”
마냥 그렇기도 쉽지 않은 것이 성신그룹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가 중국이었다. 중국을 아예 거스르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김혁진이 먼저 전화를 걸었다.
-송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여러모로 걱정이 많으실 줄로 압니다.
김선화가 ‘송 회장님’이라는 말에 몸을 움찔 떨었다. 핸드폰 너머로 껄껄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네. 우리 최대 고객 중 하나를 잘라내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프기는 하네만.
송기영은 확신하는 듯했다.
김혁진과 중국.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반드시 김혁진을 선택해야만 한다는 듯 말했다.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만 한다면 당연히 자네지. 내가 무엇을 도우면 되겠는가?
-아무것도 도우실 게 없습니다.
-……응?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수만 단위의 전쟁이 펼쳐질 예정이다.
기업의 도움 없이 전쟁을 치르기는 쉽지 않다.
-자네가 충분히 강하고,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할 만큼 위대하다는 사실은 진즉에 알고 있네.
그러나 전쟁은 혼자하는 것이 아니다.
송기영은 진심으로 김혁진이 걱정되는 듯했다.
김혁진이 단언했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뭐?
-오늘부로 청일은 사망할 테니까요. 그리고 준비 단단히 하셔야할 겁니다.
김혁진의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송기영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환상 아닌 환상이 보였다.
-무슨 준비를 말하나?
김혁진이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댔다.
-저는 중국을 통째로 부숴 버릴 겁니다. 저를 건드렸을 때, 그만한 각오는 되어있었겠지요.
중국이 대놓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혁진도 대놓고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김선화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왜 그래요? 송기영 회장님은 죽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