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39)
#재능만렙 플레이어 639화
“그리고 잭슨은 과거 김혁진 길드장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에게 기름 붓기 위하여, 당신이 사랑하는 이의 피가 필요합니다’라고 말입니다. 당연히, 김혁진 길드장은 그 제안을 거부했었습니다.”
말을 끝마친 피에트로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리고 사기(死氣)를 모으는 것에도 반대하였습니다.”
자신의 꿈을 이룬 소년 같은 그 느낌에 취했다.
평생에 다시는 없을 것만 같은 이 성취감에 그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다만 사람들이 보기에 그 모습은 마치 김혁진 길드장의 ‘이유 있는 결단’에 깊은 감동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가 터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또 그 모습에 감명받았다.
실시간으로 기사가 작성되었다.
-거신 군주. 그는 달랐다.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마왕을 선택한 송진철과 대단히 비교되는 행보였다.
-김혁진. ‘왕’을 거부하다.
피에트로가 말한 모든 정보들은 입에서 입을 거쳐 수많은 형태로 재생산되고 퍼져나갔다.
-피의 세례를 선택한 송진철. 그리고 그 세례를 거절한 김혁진.
하필이면 지금 ‘슈퍼망원경’이 실시간 영상을 내보내는 중.
모든 것이 밝혀졌고 송진철과 대비된 김혁진의 모습은 가히 영웅의 모습이었다.
송진철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한편, 피에트로는 지금의 상황에 취했다.
정보 길드의 수장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황홀경을 느끼며 말을 이어갔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김혁진 길드장이 대단히 용기 있는 결단을 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자들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피에트로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특종이었고 기삿거리였다.
“사람을 죽여 힘을 얻는 행위는 어떻게 보아도 비상식적인 일이니까요. 김혁진 길드장은 비상식적인 일을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 말은 약간 와전되었다.
피에트로의 기자회견은 김혁진과 약속된 것이고, 피에트로의 말은 곧 김혁진의 말이기도 했다.
피에트로의 말은 마치 김혁진이 제 스스로 ‘저는 그저 상식적으로 행동했을 뿐입니다.’라는 말처럼 비쳤다.
사실 김혁진의 행동이 대단히 영웅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사람들을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업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러나 오늘은 상황이 그 말조차 겸손으로 만들었다.
-겸손의 군주, 김혁진.
하필이면 오늘.
송진철이 제 입으로 모든 것을 술술 불었다.
평소였다면 그다지 위대하지 않았을 일도, 송진철이라는 존재 때문에 더욱 부각되었다.
-김혁진, “그저 저는 상식을 지켰을 뿐.”
수호자들이 유일무이 콘텐츠 김혁진에게 열광하고 있듯, 세계의 사람들도 거신군주 김혁진에게 열광하기 시작했다.
김혁진은 ‘피의 세례자’의 제안을 거절한 뒤, ‘피의 세례자의 세례를 받은 마왕’을 처단하는 세계의 영웅처럼 인식되었다.
슈퍼망원경의 영상 속 김혁진이 말했다.
“여기서 송진철을 죽이면, 결국 모든 것이 네 뜻대로 되는 셈이잖아. 미안하지만 남이 설계해놓은 판 위에서 뛰노는 건 내 취향이 아니라서.”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잭슨은 오늘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생각인 것 같았다.
그리고 피에트로가 말했다.
“김혁진 길드장이 구매했던 아이템이 하나 더 있습니다.”
김혁진은 피에트로와 미셸. 그리고 송기열에게 도합 400억을 빌렸었다.
그리고 5개의 아이템을 구매하면서 375억을 사용해서 25억 코인 가량이 남았었다.
“오늘과 같은 상황을 위하여 구매한 아이템이라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뇌전창술사 린하이에게 코인을 넘겨서 대리 구매했다고 했지만 그런 정보까지는 풀지 않았다.
중요한 건 김혁진이 또 다른 아이템을 구매했다는 사실이니까.
“사실 D스토어를 열 수 있고 돈이 있어도 구매할 수 없는 아이템입니다. 왜냐하면 D스토어에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템이니까요.”
피에트로는 또다시 전율을 느꼈다.
남들은 모르는 정보.
그 정보를 세상에 풀어낼 때의 쾌감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김혁진 길드장은 D스토어 상점의 블랙 다이아몬드 등급을 부여받은 유일한 플레이어입니다.”
김혁진은 블랙 다이아몬드 등급을 부여받기 위해 추가로 100억 코인의 가입비까지 냈다.
그러나 시스템은 그저 잠시 등급을 부여하는 것으로 100억 코인을 지불하게 하지는 않았다.
시스템은 D스토어에 ‘마왕을 위한 안배’를 마련해 놓았다.
마왕을 위해 ‘환불 시스템’을 적용해 놓았다.
그런 특전을 베풀기 위하여서는, 그 반대되는 세력인 김혁진을 위한 안배도 숨겨놓아야 했다.
“김혁진 플레이어는 블랙 다이아몬드 등급에 선정된 기념품을 선택할 수 있었고, 그는 [차원 감옥]이라는 일회성 아이템을 선택하였습니다.”
여러 가지 물건 중, 김혁진이 선택한 것은 ‘차원 감옥’이었다.
그 사실을 오로지 피에트로에게만 알려주었다.
피에트로가 큰 코인을 빌려주었으니 그 은혜를 김혁진의 방식으로 갚은 셈이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권능. [차원 감옥]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 *
정신을 잃었던 송진철은 어딘지 오싹한 기분에 정신을 차렸다.
‘어?’
발버둥 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어두워.’
근본을 알 수 없는 미지의 두려움이 그의 정신을 잠식했다.
‘뭐지?’
마치 존재하면 안 될 세상에 끼어버린 이물질 같은 느낌이었다.
“김혁진!!!”
소리를 질러보았다.
그러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손발을 움직여 보았으나, 손발이 움직이는 느낌이 없었다.
‘내 몸!’
몸에 감각이 없었다.
손이 존재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괴리된 감각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여긴 어디야.’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모든 감각이 이상하고 어지러웠다.
눈으로 보아도 보는 것 같지 않고, 귀로 들어도 들리는 것 같지 않았다.
살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죽어 있는 것 같기도 한 괴상하고 끔찍한 기분이었다.
나 자신의 존재가 세계로부터 부정당하는 괴이한 느낌.
김혁진은 보이지 않았다.
끝없이 펼쳐진 검은 우주 안에 갇힌 것만 같았다.
‘환상인가?’
송진철은 환상이라고 생각했다.
‘파훼법, 아니, 출구를…… 찾아야 해.’
출구를 찾아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걷는데 걷는 느낌이 아니었다.
의식은 걷고 있는데 몸은 걷지 않는 간극이 느껴졌다.
‘출구…….’
그는 계속해서 걷고 또 걸었다.
시간의 흐름조차 완전히 잊어버린 채.
‘출구…….’
출구 없는 영원한 미로에 갇혀 그는 걷고 또 걷기만 했다.
한편, 세계인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김혁진이 송진철을 집어던졌기 때문이었다.
송진철은 마치 쏘아진 탄환처럼 한 곳을 향해 날아갔다.
“선화.”
“네!”
김선화는 정신을 집중했다.
‘은천망의 능력에 집중하는 거야.’
이 필드는 지금 특별한 필드가 된 상태였다.
검은 안개가 흘러가는 바깥세상과 은천망 안 속 세상은 다른 세상이었다.
턱!
포탄처럼 쏘아진 송진철의 몸이 은천망과 닿았다.
송진철은 은천망에 스르르 흡수되는가 싶더니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추어 피에트로가 말했다.
“거신의 탱커. 은빛 하늘 김선화의 고유 능력인 ‘은천망’은 아주 특별한 능력입니다. 아까 그녀가 직접 말했죠. 시간의 단차와 괴리를 만들었다고.”
세계의 이목이 모두 쏠려있는 지금.
슈퍼망원경은 때맞추어 아까의 영상을 다시 재생해 주었다.
“저쪽 시공간과 이쪽 시공간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발생했고.”
“그 간극은 깊고 거대한 계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피에트로의 기자회견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는 슈퍼망원경이 침을 튀겨가며 중계를 이어갔다.
“그렇다면 저 은천망이라는 것이 곧 시간의 계곡이라는 소리고. 그를 통해 [차원 감옥]을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형님들. 아니.”
말을 정정했다.
“여건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구현했다는 쪽에 가깝겠죠. 결국, 마왕을 선택한 송진철은 ‘차원감옥’ 안에 영원히 갇혀 부랑하는 수감자가 된 것 같습니다!”
슈퍼망원경은 ‘줌’을 통해 김혁진의 표정을 클로즈업했다.
김혁진은 마냥 기쁘지는 않은 모양새였다.
김혁진은 인벤토리에서 하얀 국화꽃 한 송이를 꺼냈다.
“김혁진 길드장이 하얀 꽃을 꺼냈는데, 저건 뭐하는 거죠?”
검은 안개가 차차 걷혀갔다.
송진철이 사라졌고, 이제 이곳은 정상적인 필드로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거신길드원들의 모습도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거신길드원들이 군주를 향해 걷고 있습니다.”
10만의 플레이어를 몰살하고, 마왕을 차원감옥에 가두면서 완벽한 승리를 쟁취해낸 길드원답지 않은 모양새였다.
그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고 엄숙했다.
평소 말이 많은 강상구조차도 입을 다물었다.
“거신군주 김혁진 뒤에 서서…….”
거신길드원들이 일렬로 서서 국화꽃을 내려놓았다.
중계하던 슈퍼망원경은 찔끔 놀랐다.
저 멀리 있는 김혁진과 눈이 마주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등골이 서늘했다.
마치 거대한 눈동자가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김혁진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마왕으로 인하여. 그리고 마왕을 돕고 동조한 세력으로 인하여 목숨을 잃고,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이들을 위하여 깊이 묵념합니다.”
김혁진이 고개를 숙이자 거신길드원들도 함께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 * *
전 세계적으로 애도의 물결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정확히 집계할 수 없지만, 중국 내에서 생체실험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희생되었다.
다만, 중국은 대대적으로 김혁진을 비난하고 나섰다.
-증거 없는 증언뿐인 주장. 철저히 자신을 위한 연출.
-플레이는 플레이로 끝내야 한다.
김혁진은 자신을 영웅화하기 위하여 애꿎은 중국과 중국 정부를 악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이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또한 플레이는 플레이로 끝내야만 할 것이며, 근거 없는 날조와 선동에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에트로가 말했다.
“역시나가 역시나네요.”
“저들도 방법이 없을 겁니다.”
이미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중국을 비난하고 있는 상황.
중국은 중국 내에서의 결속력이라도 굳게 다지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았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죠.”
“가끔은 제가 정보 길드의 수장인지, 김혁진 길드장이 정보 길드의 수장인지 헷갈리네요. 설마 그때 모사꾼을 이중첩자로 심어버리시다니.”
악몽의 1급 간부 모사꾼.
진법가 최욱현을 이중첩자로 삼았었다.
최욱현은 저 스스로 모사꾼인지 모르는 자아를 가지고 있고, 은밀한 그림자를 다룰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능력은 무려 ‘지저거인의 분신’까지도 소환해낼 수 있을 정도로 고급능력이었다.
상대가 김혁진이어서 무력화되었던 것일 뿐, 사실 모사꾼도 대단한 능력자라 할 수 있었다.
“이 정도 정보면 충분합니다.”
피에트로는 곧바로 이중첩자인 모사꾼이 전해준 정보를 세상에 뿌렸다.
그와 동시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미셸사단과 크로우. 검은나비의 길드원들. 그리고 거신과 태극방패의 길드원들. 그리고 살바레토와 벨라가 이끄는 길드원들까지 총동원되어 모사꾼이 가르쳐준 지점들을 급습했다.
미리 파악해놓았고 준비해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토록 광범위하고 많은 곳에 산 사람들을 몰래 가둬놓다니. 배짱도 참 좋네요.”
“들키지 않을 거란 자신이 있었겠죠.”
중국 정부의 비밀시설, 요양원, 심지어는 학교로 위장된 곳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발견되었다. 수많은 시체까지도.
중국은 더 이상 발뺌할 수 없게 되었다.
전 세계인들이 이 사태에 엄청난 분노를 표출했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제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패가 몇 개 없었다.
“아마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거고. 핵전쟁을 할 게 아니라면, 전 세계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살수 플레이어를 찾겠죠. 일단 어떻게든 저를 죽여야 수습이 될 테니까.”
피에트로는 김혁진의 입가에 서린 미소를 발견했다.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설마?”
“이를테면 무색살왕(無色殺王)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