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48)
#재능만렙 플레이어 648화
며칠 전.
세니아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김혁진 플레이어가 연결할 수 있는 차원은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천공.
또 다른 하나는 검림.
마지막 하나는 신(新) 천공.
“이 세 가지 차원은 김혁진 플레이어와의 접점이 있으며 연결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연결이 실패할 수도 있는 거야?”
“그렇습니다.”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데?”
“신서버의 일부가 붕괴될 것입니다. 그리고 신서버의 마스터인 김혁진 플레이어와 마스터 권한대행인 제 존재값에 상처가 날 것입니다.”
“존재값에 상처가 난다고?”
“그렇습니다.”
세니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늘 그렇듯 오늘도 무표정을 유지한 상태.
그러나 지금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저는 침착해야만 합니다.’
혹여 연결이 실패하더라도 아마 소멸까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저는 육익천사로 승급하였고, [업적의 석판]을 3회나 활성화시킨 플레이어의 독점 계약 중간 관리자입니다.’
그렇기에 존재값에 커다란 상처가 난다 할지라도 버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플레이어와 제가 리스크를 분산하여 짊어진다면 존재의 소멸은 막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소멸이 두렵지 않은 건 아니었다.
솔직한 말로 김혁진이 ‘차원 연결’을 거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지구 차원의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초보 아니면 중수구간에 속해있다.
비록 최후의 시나리오 ‘심판’이 클리어되기는 했으나 지구 차원에는 아직도 수많은 시나리오가 숨겨져 있다.
지구 차원은 지구 차원의 플레이어 전원을 수용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굳이 차원 연결을 감행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김혁진 플레이어는 차원 연결을 원하겠지요.’
김혁진이 그 누구보다 원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
그 사람은 검림의 지배자였고 세니아가 인정하는 김혁진의 반려였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 김혁진 플레이어는 그 어떤 리스크라도 짊어지겠지요.’
그래서 겉으로는 크게 티 내지 않았다.
‘제가 권한대행이어서 다행입니다.’
혹시라도 실패하면 상처를 나눠서 같이 받을 테니까.
그렇게 되면 김혁진에게도 큰 도움이 될 테니까.
‘이렇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쁩니다.’
* * *
“신중국 서버를 연결통로로 하는, 지구 차원과 연결될 차원은 어느 곳입니까?”
김혁진은 대답을 끌지 않았다.
사실 생각할 가치도 없던 문제였다.
“검림(劍林).”
“역시나군요.”
세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원 연결을 진행하기 전, 몇 가지 주의사항을 일러주었다.
“검림 차원은 지구 차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차원입니다. 일례로 검림의 지배자인 순혈의 검제는…….”
이사벨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사벨이 혼자서 폭주하면 지구 차원을 멸망시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검림 차원에 존재하는 7종의 대마물(大魔物) 또한 지구 차원을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의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싸운다면?”
“김혁진 플레이어 역시 지구 차원에 속한 플레이어입니다.”
다시 말해 김혁진이 나서서 싸워도 이길 수 없는 수준의 강력한 마물이라는 소리였다.
“김혁진 플레이어를 얕잡아 보는 것이 아닙니다. 순혈의 검제조차 7종의 대마물을 토벌하지 못하였습니다.”
“…….”
김혁진은 그 말에 곧바로 납득했다.
검림이라는 차원은 그런 차원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수호자로 태어나는 이사벨을 품었고, 그 이사벨조차 토벌하지 못하는 7종의 대마물이 서식하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
“초월종과 비교하면 어때?”
“상성의 우위가 존재할 뿐, 어떤 종이 더 강맹하다고 확언하기 어렵습니다.”
김혁진은 할 말을 잃었다.
고래일족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다.
또한 세계를 창조해낸 세계구의 어마어마한 존재값도 알고 있다.
그런 초월종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마물이 존재한다니.
“한 가지를 첨언하자면 순혈의 검제가 약해서 대마물 토벌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다른 이유가 존재하지만 더 이상은 밝힐 수 없습니다.”
어쩐지 평소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고 했다.
“이 많은 정보들도 네가 마스터 권한대행이 되었기 때문에 전해줄 수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김혁진이 다시 물었다.
“내가 검림과 지구를 연결했을 때, 7종의 대마물이 지구 차원을 침략할 확률은?”
“매우 희박합니다. 저는 신서버의 총책임 중간 관리자이자 마스터 권한대행으로서 한 가지 방책을 세우려 합니다.”
검림은 너무 강한 차원이다.
지구 차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도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검림의 장난에 지구는 휘청거릴 수도 있다.
“김혁진 플레이어가 허락한다면 인버팅된 생기(生氣)를 활용하여 차원 연결을 통제하려 합니다.”
“구체적으로 그게 무슨 뜻이야?”
“지나치게 강력한 존재값을 가진 검림의 존재들은 차원문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통과하면?”
“검림 출신의 모든 생명체는 그 힘이 대폭 약화될 것입니다. 이 권능은 김혁진 플레이어가 신서버에 축적한 생기(生氣)가 모두 소모되는 시점까지 유효할 것입니다.”
세니아는 중간 관리자로서 다시 한번 물었다.
“검림과의 연결을 시도하시겠습니까?”
* * *
쿵!
거대한 황소의 머리를 가진 마물의 몸이 쓰러졌다.
흡사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다.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돋아 있었는데 그 뿔의 크기가 작은 산만 했다.
“후회…… 할 것이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산이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순혈의 검제.”
거대한 눈이 꿈뻑꿈뻑 움직였다.
그러나 입은 쉬지 않았다.
마치 프로그래밍이라도 된 존재처럼 기계처럼 말을 이었다.
“나의 존재 의의는 균형을 지키는 것이었다. 나를 비롯한 또 다른 나의 형제들도 그러했다. 그들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이 차원의 균형을 지켜왔다. 조물주가 우리에게 최후의 권능을 선물한 것도 그 이유였다. 검림 차원의 균형은 깨지기 시작하였으며, 검림의 또 다른 지배자인 그대는 오늘을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나의 형제들도 오랜 잠에서 깨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거기까지 말한 거대한 마물은 마지막 한 마디를 내뱉었다.
“졸립군. 이제 자야겠어.”
이내 그 커다란 눈이 감겼다.
그러자 황소 머리가 돌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쩌적- 쩍- 쩍-
석화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온몸이 돌로 굳어갔다.
그 마체(魔體)가 얼마나 큰지 시체는 그대로 산맥이 되어 버렸다.
돌로 이루어진 산맥.
“해내셨군요, 이사벨 님.”
“그래.”
이사벨의 온몸 여기저기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크게 다치기는 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저도 살았네요, 용케.”
이사벨의 부관 베른은 대마물 ‘아브락카’의 몸체에 등을 기댔다.
마물 시체의 몸에 등을 기댄 것이 아니라, 그냥 거대한 절벽에 몸을 기댄 느낌이었다.
“산맥만 한 마물이라니. 진짜로 실존할 줄이야.”
쿨럭.
베른이 피를 토했다.
베른의 몸 상태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저도 졸리네요.”
아브락카와 똑같은 상태였다.
꿈뻑꿈뻑 눈을 감았다 떴다.
“이사벨 님을 위해 다칠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사벨은 잠자코 베른을 바라보았다.
“죽지는 않을 것이다.”
이사벨은 마지막 남아 있던 한 움큼 힘을 끌어 올려 치유마법을 걸어주었다.
‘어지러워.’
대마물 아브락카는 거대하고 교활했다.
최후의 순간, 아브락카가 가진 ‘최후의 권능’인 리플렉션을 사용했다.
리플렉션은 대마물 아브락카의 마지막 권능이었고, 상대의 공격을 되돌리는 아브락카만의 고유능력이었다.
‘검림천살검에 내가 당하다니.’
어쨌든 베른은 살렸다.
‘이제, 내가 자고 싶네.’
이제 7종이었던 대마물은 6종이 되었다.
털썩.
이사벨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이사벨과 베른은 3일 동안 쓰러져 있었고, 먼저 눈을 뜬 사람은 베른이었다.
“이사벨…… 님.”
베른은 이사벨 앞으로 가서 호흡을 먼저 체크했다.
‘다행입니다.’
30여 일간 지속된 전투에 많이 지치신 모양이었다.
베른은 무릎을 꿇고 이사벨 옆에 앉아 이사벨의 들숨과 날숨을 관찰했다.
‘오늘도 여전히 아름다우시군요.’
가슴 속으로부터 뜨거운 욕망이 끓어 올랐다.
이사벨을 향한 존경과 경외는 어느덧 이사벨을 향한 사랑으로 변해갔다.
‘갖고 싶어요.’
이사벨의 힘을 갖고 싶고, 이사벨을 갖고 싶었다.
남은 모든 시간을, 이사벨을 위해 살아갈 자신도 있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내 목숨도 아깝지 않아.’
실제로 베른은 그렇게 행동했다.
베른이 검림천살검을 대신 맞아주지 않았다면, 어쩌면 이사벨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내가, 이사벨 님 옆에 어울리는 남자입니다.’
이사벨의 입술이 보였다.
문득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이 피어올랐으나 베른은 가까스로 참아냈다.
‘저는 당당하게 제 사랑을 쟁취할 것입니다, 이사벨 님.’
대마물을 토벌하고 쓰러진 이사벨에게 키스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것은 도둑질이나 다름없었으며 베른의 긍지에 반하는 일이었다.
베른은 무릎을 꿇은 채 이틀을 지새웠다.
아브락카가 소멸되고 총 5일이 흘렀다.
이사벨은 눈을 뜨지 못했다.
‘이사벨 님. 언제 눈을 뜨실 겁니까? 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틀 동안 이사벨의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동안 또 깨달았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이사벨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그런데 그때.
쿠구궁-
이상한 진동이 느껴졌다.
‘설마?’
대마물 아브락카가 부활하는 것인가.
황급히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이 진동은 아브락카의 시신으로부터 생성된 진동은 아니었다.
‘다행이기는 한데.’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뭐랄까. 세계 전체에 진동이 있는 느낌인데.’
이런 진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순혈의 검제와 7종의 대마물밖에 없을 텐데.
‘또 다른 대마물인가?’
대마물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나름대로 균형을 이루어가며 살아간다.
어쩌면 아브락카가 소멸되면서 다른 대마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아냐. 마물 느낌이 아니야.’
그때.
이사벨도 그 진동을 느꼈는지 눈을 떴다.
“이사벨 님. 괜찮으십니까?”
“그래.”
이사벨은 베른보다 이 진동의 실체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차원이 반응하고 있어.’
외부 차원의 힘이 느껴진다.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김혁진이었다.
언젠가 검림으로 오는 문을 찾아올 것이 확실한 내 사람.
‘아냐. 그럴 리는 없겠지.’
김혁진을 간절히 원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였다.
차원문을 열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년 이상은 걸릴 거라고 봤다.
김혁진의 어마어마한 성장속도를 감안한다고 해도 말이다.
‘남편은 아닐 거고.’
그렇다면 가장 높은 가능성은 ‘마탑의 침범’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안 좋은데.’
이사벨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이사벨의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직감한 마탑이 마탑의 마법사들을 이끌고 검림을 침공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검왕대를 소집한다.”
“이사벨 님. 입에서 피가 흐르는데요.”
이사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탑의 침범이라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서.”
이사벨은 마탑의 침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들을 떠올렸다.
‘차원과 차원이 연결되기 위해 가장 유리한 곳은…… 해당 차원의 커다란 균열이 발생하여 차원의 존재값이 흔들린 곳.’
다시 말해 차원의 안정성이 깨진 곳이었다.
이사벨은 그곳이 어디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검왕대를 이끌고 이곳으로 복귀해.”
검림의 대마물인 아브락카가 소멸한 이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