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50)
#재능만렙 플레이어 650화
이사벨은 자신이 큰 실수를 하나 저질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편을 만난 것이 너무 기뻐서…….’
그 외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꿈에도 그리던 사람을 만났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김혁진이 먼저 말했다.
“사라졌네.”
“……응.”
이사벨은 잠시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베른이 어떤 사람인지.
왜 베른이 김혁진에게 검을 휘둘렀는지.
베른과 관련된 모든 것을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남편. 내 부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능력 있고 유능한 부관.”
김혁진은 거기까지 말한 뒤 한 템포 쉬었다.
“너를 연모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옆에 둘 만큼 유능한 부관.”
“…….”
이사벨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김혁진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괜히 죄를 지은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맞아. 나는 다 알고 있었어.”
베른에 대해 설명했다.
“베른은 검림에서도 가장 험하고 위험한 산맥이라 불리는 얀데라스 산맥에서 발견되었어.”
“발견되었다고?”
“응. 그곳은 검림인들에게 치명적인 특유의 기운이 잔뜩 서려 있는 곳이거든. 인간들 기준으로는 처음부터 강대하게 태어나는 검림인들에게도 위험한 곳이야.”
“내가 가면 어떤데?”
“원래는 엄청 위험하지.”
모든 생명체에게 위험한 곳이라고 했다.
다만 김혁진은 약간 예외였다.
“그렇지만 남편에게는 제2의 심장이 존재하고, 동화 권능도 있고, 천공까지 경험했으니까……. 아마 어지간한 검림인들보다는 훨씬 잘 버틸 수 있을 거야. 어쨌든 베른은 그곳에서 발견됐어. 보호자도 없이 혼자서 살고 있었어.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5살 무렵인 것 같아.”
다시 말해 검림인들에게 끔찍한 환경인 얀데라스 산맥에서 홀로 5년을 버텼다는 얘기였다.
“검림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하고 걷기 시작해. 인간들 기준과는 조금 달라.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곳에서 홀로 5년을 버텼다는 건…….”
“베른이 범상치 않다는 말을 하는 거지?”
“응. 맞아.”
“그래서 나는 베른을 데려왔고 훈련시켰어. 베른은 마치 스폰지처럼 모든 가르침을 빨아들였어. 내 부관으로 삼기 위해 은영검가의 가주에게 특별히 부탁하여 은영검도 가르쳤어. 은영검가의 가주도 깜짝 놀랐어. 베른처럼 빠르게 배우는 아이는 없다고.”
베른은 검림인들 사이에서도 희귀하고 특별한 존재였다.
“검림인을 좀 먹는 얀데라스 산맥에서 벗어나자 베른은 순식간에 성체로 성장했어.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여자로 보았던 것 같아.”
이사벨이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베른이 나를 연모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다.
여러 번 경고도 했다.
“선만 확실히 그으면 나만 확실히 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언젠가는 사춘기 같은 저 마음이 사라지고 부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야.”
“…….”
“근데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아.”
김혁진을 만나보니 알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이 마음은 사랑을 제외한 모든 것을 멈추게 만들 수도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이사벨에게 사랑이란 그런 것이었다.
“내가 남편을 사랑한 것처럼, 베른이 나를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건 선을 긋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 감정의 크기가 이사벨 자신과 똑같다면, 해결할 수 없고 해결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김혁진을 만나고 보니 그것이 더욱 절절하게 느껴졌다.
“내가 베른을 계속 데리고 있던 것이 실수였던 것 같아.”
어떻게보면 베른에게도 몹쓸 짓이었다.
이사벨은 선을 긋는다고 확실히 그었으나, 그의 능력이 탐나 옆에 두었다.
그것은 베른에게 희망 고문이 될 수도 있었다.
“아니. 실수 아니야. 이사벨은 잘못한 것 없어. 너는 검제로서 할 일을 충실히 했을 뿐이야.”
김혁진은 이사벨을 탓할 생각이 없었다.
이사벨은 검제로서 최선을 선택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너를 믿어.”
베른이 어떤 감정을 가졌듯, 이사벨은 단 한 차례의 틈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
김혁진은 그 것을 확실히 믿었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이사벨이 사과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베른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너도, 나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거야.”
이사벨이 지금 정상이 아니듯 베른도 정상이 아니다.
정상 상태가 아닌데 김혁진의 뇌기에 의해 또 다른 부상까지 입었다.
그 상태의 베른이 갑자기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베른 스스로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이사벨은 어떻게 생각해? 이사벨이었다면 그게 가능했겠어?”
이사벨은 잠시 생각해보았다.
“아니. 나였어도 안 될 것 같아.”
“그렇다면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
“다른 가능성?”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혁진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베른이 얀데라스 산맥에서 발견된 것 부터, 어쩌면 계획된 일이었을지도 몰라.”
“계획되었다고? 베른이?”
이사벨로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이었다.
“나는 지구 차원에서 많은 것을 경험했어. 개중에는 암시와 같은 상위능력도 있었거든.”
마왕도 암시를 사용했다.
다만, 그 능력이 그저 흉내 내기에 불과했을 뿐.
“내가 경험했던 암시는 암시라고 할 수도 없었어. 수박 겉핥기식의 흉내였어.”
그런데 만약 ‘진짜 암시’를 사용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베른이 이사벨을 사랑하게 된 것도 암시의 효과였을지도 몰라. 검림인들에게 암시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어?”
“…….”
검림인들은 암시 같은 것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애초에 암시가 통하지 않는 강인한 육체와 정신력을 갖고 있으니까.
여태까지는 그래왔다.
“아니. 그런 쪽 학문이나 기술은 발달하지 않았어.”
필요가 없으니 발달시키지 않았다.
“베른을 안배한 누군가는 사실 네게 부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네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도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런 누군가가 있다고 확신하는 것 같은 말투네?”
김혁진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너는 나를 절대로 배신하지 않으니, 베른은 점점 더 깊은 분노를 가슴 속에 쌓아갔겠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의 분노는 누구에게 향했을까?”
“…….”
“베른이 이사벨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결국 그 분노는 이사벨이 아닌 내게 향할 거야. 그리고 나는 내게 분노를 가진 사람들을 양성하고 그 힘을 이용하는 누군가를 알고 있어.”
만약 베른이 누군가가 치밀하게 준비한 안배라면?
“누군가가 준비한 것이 맞다면, 그 누군가는 우리 둘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어야 하겠지.”
“…….”
“그리고 언젠가 내가 반드시 검림으로 찾아오게 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거고.”
이사벨은 김혁진의 말에 점점 더 귀를 기울였다.
처음에는 남편이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듣다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림으로 찾아와 이사벨을 다시 만날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을 거야. 우리 둘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검림 차원과 지구 차원의 연결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어야겠지.”
검림에 대해서만 잘 알아도 안 되고 지구에 대해서만 잘 알아도 안 된다.
이사벨에 대해서만 잘 알아도 안 되고 김혁진에 대해서만 잘 알아도 안 된다.
이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알고 있어야 이러한 준비가 가능해진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안배된 게 맞다면 베른은 강력한 적이 되어 나타날 거야.”
“……이 모든 걸 안배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는 것 같네.”
“세례자 잭슨.”
결국 지구 차원의 ‘마왕’은 김혁진을 위한 제물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지금을 위한 전초전이기도 한 것 같았다.
“잭슨이 또 다른 왕의 후보로 베른을 선택한 것 같아.”
그리고 그 베른은 또 다른 ‘마왕’의 입장에서 김혁진과 대적할 것이다.
“아무래도 바빠지겠어.”
* * *
이사벨은 검성(劍城)으로 돌아왔다.
‘어마어마하게 발전했네.’
검성안은 하나의 거대한 도시였다.
드워프들의 손에 의해 탄생한 이 도시는 이전의 검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눈부시고 찬란한 대도시가 되어 있었다.
“지구 차원을 보면서 많이 느꼈어.”
지구 차원의 인간들은 약했다.
너무 약해서 지성체라고 하기에도 미안할 만큼 초라했다.
“그렇게 약한 이들이 힘을 모아 운집하고 그들만의 세계와 성벽을 쌓아 올리는 걸 보면서 배웠어.”
약한 이들도 모이면 강하다.
인간들은 때론 기적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래서 나도 생각했어. 인간들을 조금은 닮아야겠다고.”
그래서 번듯한 도시를 만들었다.
검림인들을 응집시켰다.
인간들처럼 어릴 때부터 다각도의 학문을 교육하기로 했고 검림인들의 세력을 넓혀가기로 했다.
“우리도 할 수 있던 거야. 다만 하지 않았을 뿐.”
“나면서부터 강하다는 건 그런 거겠지.”
고래일족도 이와 비슷했다.
고래일족은 태어난 김에 살아가는 종족이었고, 결국 고향에서 쫓겨나 멸족할 뻔 했다.
그렇게 강한 힘을 가지고서도 말이다.
‘고래일족’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이사벨의 몸이 움찔했다.
“생각해 보니……. 고래일족조차도 누군가에게 당했었구나.”
잭슨이라 짐작되는 그 ‘누군가’는 고래일족이 천공으로 돌아오는 것을 바라지 않았었다.
고래일족이 아니면 들어오기 힘든 곳에 누군가가 일부러 수룡들을 몰아넣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검림에 특수한 안배를 펼쳐놓았다는 것도 수긍이 되었다.
“마냥 당했다고 보기에는 또 어려워.”
“어째서?”
“그들이 천공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나와 만날 수 있었거든.”
만약 그들이 계속 천공에 있었다면 김혁진은 영영 그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누군가’는 고래일족과 김혁진을 만나게 하고 싶었다.
그 역시 철저히 계획되어있던 일이었으리라.
김혁진은 당시 고래일족의 수장인 나프탄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려보았다.
“너희들을 운해에 내려보냈고, 덕분에 나는 너희들과 관계를 맺었지. 그리고 이곳에서 버젓이 살아서 숨을 쉬고 있고.”
“그렇게 생각하니 맞아떨어지는군요. 저희들은 이용당한 모양입니다.”
당시에는 ‘미지의 존재’인 강선일이 이 모든 것을 꾸몄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틀린 것 같았다.
강선일은 이런 복잡한 술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방식은 강선일이 아니라 잭슨의 방식이었다.
“그때. 고래일족의 보물과 관련해서 이사벨이 내게 말해줬던 게 뭐야?”
당시 고래일족의 보물을 얻었을 때, 이사벨이 말했었다.
“고래일족의 보물 치고. 고래일족의 냄새가 하나도 안 나.”
“그럼 고래일족의 보물이 아니라는 뜻이야?”
“— — —-.”
이사벨은 머릿속에서 안개가 걷혀가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하지 않는 종족 고래일족은 멸족할 뻔했다.
거기서 깨달았다.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진 종족이어도 생각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사실을.
원래도 알고 있었는데 그 사실이 피부로 와닿았다.
“고래일족은 평화를 사랑하는 종족이야. 그들에게는 그들 특유의 냄새가 있어. 나는 그걸 평화의 냄새라고 표현해.”
“그런데?”
“그런데 그와 상반되는 느낌이 느껴졌어. 굳이 비유하자면 파괴적이고 패도적인 기운. 나도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몰라. 다만 나는 그 기운이 용의 기운과 비슷하다고 판단했어.”
그때에는 시스템이 개입하여 이사벨의 정보전달을 차단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내가 그때 했던 말은…… ‘용군주(龍君主)의 보물인 것 같아’라는 말이었어.”
이사벨도 결론을 내렸다.
“남편 말이 다 맞는 것 같아. 세례자라 짐작되는 그 누군가가 베른을 내게 의도적으로 붙인 것 같아. 차기 마왕으로 키워내기 위해서.”
이사벨이 김혁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서 김혁진을 쳐다보았다.
김혁진은 그 눈빛이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 남편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꼭 들어줬으면 좋겠어.”
그 부탁은 아주 특별한 부탁은 아니었다.
“은영검을 익혀줘. 그건 베른의 검술이고, 익혀 놓으면 남편에게도 도움이 될 거야.”
완벽하게 익히지는 않아도 괜찮았다.
은영검을 구사하기 위해 은영검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은영검의 공격을 읽어내기 위해 은영검을 조금이라도 익혀 놓으라는 얘기였다.
그때 누군가가 헐레벌떡 이사벨의 집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큰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