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54)
#재능만렙 플레이어 654화
미셸사단은 서울 강남의 한 바를 통째로 빌려 자축했다.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안 그래도 전 세계 탑급에 속하던 미셸사단의 위용과 이름값이 이번에 더욱 높아졌다.
전 세계 최초.
시그니엘 던전 90층을 돌파한 전무후무한 길드.
세계는 지금 미셸사단에 집중하고 있었다.
토마스가 맥주를 들어 올렸다.
“오늘 하루는 여유를 즐겨도 됩니다!”
오늘 미셸사단은 89층을 통과하여 90층에 도달하였다.
마의 ‘9’구간을 통과한 세계 최초의 길드였다.
미셸사단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제국주의’와 ‘킹메이커’는 89층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으며 ‘삼색 길드’는 88층에서 답보상태였다.
얼큰하게 술에 취한 토마스는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은 거신길드의 본체가 미셸사단이라는 말도 있어.”
혼자서 데킬라를 홀짝홀짝 마시던 미셸이 어이없다는 듯 웃고 말았다.
“우리가 거신길드의 본체라고?”
“어.”
“웃기긴 한데, 그 논리가 뭐야?”
“미셸사단이 김혁진이라는 슈퍼스타를 내세워서 모든 것에 대한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는 얘기지.”
“우리가?”
미셸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었다.
“이번 대선 후보인 트리키가 언급해서 파장이 좀 있네.”
“트리키가?”
트리키는 사실 미셸사단이 위대한 몸체이며, 김혁진은 미셸사단의 임무를 수행하는 수행원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그 말을 믿는 사람들이 있어?”
“꽤 많던데.”
열광까지는 아니어도 호응하는 사람은 많았다.
“역시 미국은 위대하다나 뭐라나.”
“…….”
미셸은 데킬라를 한 잔 더 주문한 뒤 토마스를 쳐다보았다.
“토마스. 우리랑 트리키랑 연관 없지?”
“소소하게 도움을 주고받고 있기는 한데.”
“그 소소한 관계마저 싹 끊어버려.”
“지지율 상승폭이 심상치 않은데? 혹시라도 대통령이 되면 피곤해질 수도 있어.”
미셸이 피식 웃었다.
“트리키를 적으로 삼을래, 김혁진을 적으로 삼을래?”
“트리키.”
미셸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서버가 박살 나는 거 봤지?”
“봤지.”
“우리도 똑같아. 물론 우리와의 관계를 생각해서 그렇게까지는 안 하겠지만.”
“…….”
미국 내 탑 랭커인 미셸은 자기객관화가 꽤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김혁진 입장에서는 우리나 중국이나 똑같아.”
세상 사람들은 말한다.
미국은 다르다고.
미셸도 일정 부분은 동의하고 있다.
미국은 위대한 나라이며, 세계 최강국이 맞다.
그러나 그것은 김혁진의 기분이 나쁘지 않을 때나 통용되는 말이었다.
“김혁진 길드장이 마음만 먹으면 미국을 신문명 사회 이전으로 돌려버릴 수도 있어. 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리 나오지 않게 입단속 잘하고,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승리를 즐기면 되는 거야.”
토마스와 잔을 마주쳤다.
대화와는 별개로 미셸은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세계의 이목이 미셸사단에 쏠려 있고 미셸사단의 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데 싫을 리는 없었다.
토마스가 키득키득 웃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적어도 시그니엘 던전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거신길드보다 앞선 건 사실이지?”
“그건 사실이지.”
미셸도 그 사실이 싫지 않았다.
물론 거신길드가 마음먹고 나서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아무튼 현재의 세계 1위는 미셸사단이었다.
‘음?’
속보가 전해졌다.
미셸이 핸드폰 액정을 멍하니 쳐다봤다.
‘허.’
어이가 없어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축제 분위기였던 바에 순간적인 정적이 내려앉았다.
토마스도 황당한 듯 눈을 꿈뻑거렸다.
“거신군주가 오늘 시그니엘 던전 등반을 시작했다네?”
“나도 보고 있어.”
오늘 시작했다.
그것 또한 분명히 사실이었다.
“120층이래.”
“나도 봤어.”
미셸이 물었다.
“우리가 거신군주의 본체이자 흑막이라며?”
“그러게.”
토마스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냥 김혁진이 김혁진한 거지 뭐. 자! 자! 우리는 우리끼리 즐기자고. 저긴 다른 세상이니까. 우린 인간 중에 1등이야.”
미셸사단이 90층 입성을 자축하며 건배할 때, 김혁진은 120층에 곧바로 도착했다.
* * *
김혁진은 120층에 도착했다.
떨떠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리세요?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립니다.
-다행이네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차지혜였다.
차지혜는 해당 맵인 시그니엘을 제작하였고, 시그니엘 내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송수신이 가능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오른손을 들어 올려 보세요.
김혁진이 순순히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차지혜는 비로소 안도한 듯했다.
-다 정상이네요.
차지혜는 시그니엘 던전 속 히든 필드인 ‘커맨드 룸’에 마련된 의자에 몸을 축 늘어뜨리고 앉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실 차지혜도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급행 엘리베이터는 차지혜가 만들어낸 장치가 아니었다.
시그니엘 던전 스스로가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120층이라니.’
대단하다 대단하다 말만 들었지 이 정도일 줄이야.
‘어쨌든 120층에서도 잘 작동하는 걸 확인했으니.’
차지혜가 주문했다.
-120층부터 123층까지 등장하는 모든 몬스터들은 철저히 무시해야해요. 그래야 진짜 정상인 124층이 열려요.
시그니엘 던전은 123층까지 존재한다고 알려져있다.
그러나 진짜 정상은 124층이었다.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고, 회귀 전의 김혁진도 모르던 얘기였다.
-알겠습니다.
차지혜는 120층부터 123층까지 등장하는 몬스터들에 대한 정보를 이미 김혁진에게 넘겨준 상태였다.
그렇지만 노파심에 한 번 더 말했다.
-120층에 주로 출몰하는 몬스터는 유령 사신형 몬스터로서 주의할…….
차지혜는 커맨드 룸의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커맨드 룸에는 수백 개의 모니터가 존재했고, 그 모니터를 통해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층에서 열심히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 모니터 속 플레이어들은 치열했다.
-조금쯤…… 치열해 줄 수는 없어요?
차지혜는 허탈한 기분까지 느꼈다.
-클리어 조건에 치열해야 한다는 의무 같은 게 있습니까?
-아뇨, 그런 건 아닌데요.
차지혜는 시그니엘 던전을 제작하였다.
제작하고 싶다고해서 아무렇게나 제작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 정도의 던전은 인생에 단 한 번 설계할 수 있을까 말까.
게다가 수호자의 도움과 몇몇 기연도 있었다.
우연에 우연에 우연에 우연이 겹쳐 만들어낸 것이 바로 이 시그니엘 던전이었다.
차지혜의 계약 수호자인 ‘겨울바다의 등대’ 는 이렇게 표현하였다.
[중수구간의 그 누구도 감히 100층 이상은 올라가지 못할 것이다.]그런데 김혁진은 단번에 120층까지 올라갔다.
[고수구간의 랭커들이 120층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며.] [하이랭커들 중에서도 극소수의 운이 좋은 자들만이 123층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차지혜는 그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현재 지구차원은 ‘중수 구간’을 지나고 있다.
아무리 김혁진이라고 해도 조금은 치열할 줄 알았다.
-그래도…… 거기 120층인데요.
김혁진이 뭘 한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몬스터들이 김혁진이 옆에 지나가는데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몬스터들은 김혁진의 ‘인지부조화’를 뚫지 못했다.
앞장서서 묵묵히 걷던 강솜이가 말했다.
-괜찮아요. 처음에는 다들 그래요.
차지혜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목소리의 떨림이 여기까지 전해졌다.
“길드장님. 우리가 뭘 하고 있는 건지 맵 제작자한테 말해줘도 돼요?”
“탐험가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김혁진의 능력을 보다 정확히 알아야 서로간 호흡을 더 잘 맞출 수 있다고 판단한 강솜이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지금은 인지부조화를 사용한 상태고요, 그래서 몬스터들이 저희를 못 봐요.
-강솜이 씨도 인지부조화를 사용했나요?
-전 그런 능력 없고…… 그냥 능력 공유받았어요.
쿨럭,
차지혜의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받아들이면 편할 거예요.
무수한 몬스터들을 지나쳐 김혁진은 계단 앞에 섰다.
-여기로 올라가면 됩니까?
-네……. 활성화하면 자동 활성화될 거예요.
시그니엘 던전은 크게 세 가지 존으로 나뉘어진다.
1~100층 까지는 노멀 존.
층마다 존재하는 몬스터들을 모조리 사냥한 뒤 리젠 되기 전에 클리어 크리스탈을 부수면 다음 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끝자리가 ‘9’로 끝나는 층에는 항상 강력한 보스몬스터가 존재했다.
미셸사단을 비롯한 세계의 랭커들이 바로 이 구간에서 애를 먹는 중이었다.
그리고 101층부터 120층까지는 하드 존.
101층부터 120층까지는 강력한 보스 몬스터들이 한 마리씩 존재하는 구간이었다.
모든 보스몬스터들을 쓰러뜨리고 그들을 통해 얻게 되는 아이템과 힘을 가지고 121~123층의 슈퍼 하드 존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121층.
122층.
123층.
이 세 층이 ‘슈퍼 하드 존’으로 설정된 상태.
클리어 조건 자체는 노멀 존과 비슷해 보였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슈퍼 하드 존의 몬스터들은 굳이 사냥하지 않아도 다음 층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된다.
‘그게 이렇게 쉽게 가능할 줄은 몰랐지만…….’
적어도 김혁진이 121층에서 열 번은 넘게 죽을 줄 알았다.
그래서 일부러 생로(生路)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생로를 가르쳐줘봐야 어차피 실행을 못 할 테니까.
최소 10번은 죽으면서 몸으로 감을 익혀야 딱 하나 존재하는 생로를 통해 다음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생로가 아닌 길을 생로로 만들어서 가네.’
저런 플레이는 처음 본다.
한국 서버에 기반을 두고 여지껏 플레이해 왔던 차지혜는 진정한 코리안 스타일이 무엇인지 오늘에야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121층에 도착했는데, 클리어 방식은 똑같습니까?
-네. 계단을 찾으세요.
김혁진과 강솜이는 성큼성큼 걸었다.
지옥의 불꽃을 피워 올리는 해골 형태의 몬스터와 도깨비불 형태의 검은색 몬스터.
그리고 새빨간 고깔 모자를 쓴 채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마녀 형태의 마물도 존재했다.
-마녀 형태의 마물은 특히 기척에 매우 민감하니 조심…… 할 필요 없겠네요.
김혁진은 또 그냥 걸어서 121층을 클리어했다.
-여기 계단으로 올라가면 됩니까?
-……네.
122층에 도착했다.
-거기는 광역계 공격에 매우 능한 데몬 크라이시라는 마계의 생물체가…….
차지혜는 할 말을 잃었다.
김혁진은 또 어느새 계단 앞에 도착했다.
120층부터 123층까지 올라가는데 걸린 시간은 10분여에 불과했다.
처음 차지혜와 대화를 나눈 시간이 3분 정도 되었으니, 김혁진이 실질적으로 등반한 시간은 7분이 채 안 되었다.
-김혁진 씨의 능력은 상상 초월이네요. 그렇지만 123층은 특별히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어요.
그녀의 계약 수호자인 ‘겨울바다의 등대’가 특별히 요청하여 제작한 트랩이 하나 존재했다.
-인기척을 읽어내 수호력을 동반한 강력한 마법으로 김혁진 플레이어를 공격할 거예요.
-제 인기척을 읽어내는 게 확실합니까?
-네. 인기척을 읽어내는 작동에도 수호력이 소모돼요.
무려 수호력이 소모되어 구동되는 트랩이 존재한다.
-몬스터는 없지만, 마음을 놓으면 안 돼요. 이제부터 제가 말하는 대로 움직이면 트랩을 작동시키지 않고 이동이 가능할 거예요.
김혁진이 물었다.
-다시 한번 확인할게요. 슈퍼 하드 존에 존재하는 몬스터만 안 죽이면 된다고 했죠?
-네. 그게 124층 오픈 조건이에요.
-알겠습니다.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차지혜는 그 표정을 보며 어딘지 모르게 불길함을 느꼈다.
-뭘 하시려고요?
-차지혜 씨가 말한 트랩이라는 거. 수호력을 소모해서 구동하는 마법진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맞아요. 하이랭커들도 감당할 수 없어요.
애초에 한 번의 도전으로 클리어되도록 설계된 곳이 아니었다.
하이랭커들이 여러 번 도전하고 도전하여, 결국 트랩을 구동하는 수호력이 전부 소진되어야만 클리어가 가능한 곳이었다.
물론 그러한 방식으로 클리어가 되면 ‘124층’은 열리지 않았고.
-엘레베이터의 존재로 깨달았습니다.
-뭐, 뭘요?
-맵 제작자가 전지전능하지는 않다는 사실을요.
엘레베이터는 시그니엘 던전이 스스로 만들어낸 장치였다.
-그러니까 맵 제작자가 모르는 클리어 방법도 분명히 존재할 겁니다. 그것은 히든피스일 것이고, 플레이어에게 큰 이득을 가져다줄 수도 있겠죠.
수호력으로 구동되는 트랩이라니.
김혁진에게는 매우 신선한 트랩이었다.
트랩 속에 내재된 수호력을 집어삼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김혁진이 인지부조화를 풀었다.
-뭐, 뭐하는 거예요!
차지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순간, 커맨드 룸 속 모니터에서 붉은빛이 번쩍번쩍 새어 나왔다.
위험을 알리는 신호 같았다.
시그니엘에 전체알림이 들려왔다.
[수호자. ‘겨울바다의 등대’가 크게 분노합니다.]다만 감각안을 가진 김혁진의 눈에는 조금 다르게 해석되었다.
[수호자. ‘겨울바다의 등대’가 몹시 부끄러워하며 화를 내는 척을 합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을 가까스로 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