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55)
#재능만렙 플레이어 655화
김혁진은 신기해했다.
‘이런 게 보이네?’
많이 성장하기는 한 모양이었다.
수호자의 속마음조차 해석해서 볼 수 있을 정도라니.
마침, 세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플레이 도중임에도 불구하고 일시 정지 권능을 사용했다.
주변이 회색으로 물들었고 플레이는 잠시 중지되었다.
“김혁진 플레이어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주어졌습니다.”
“특별한 능력?”
“예. 수호자는 아니지만, 수호자에 준하는, 혹은 그 이상의 업적과 성흔을 쌓은 이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한 업적과 성흔을 쌓는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특권이 주어지는 건 아니라고 했다.
최소 한 번 이상, 수호자와 ‘직접 대화’를 나눴거나 수호자의 ‘진짜 속마음’을 읽어낸 경우에 한한다고 했다.
“김혁진 플레이어는 두 가지 경우에 다 해당하기 때문에 해당 특권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특권이 뭔데?”
“수호자들의 대화방에 참여가 가능합니다.”
“대화방에 참여가 가능하다고?”
“그렇습니다. 단, 발언권은 없습니다.”
발언권 없이 수호자들의 대화를 엿듣기만 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진명을 가진 수호자’들은 자신의 메시지를 자의적으로 숨기거나 제한할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 엿듣는 건 아니라는 소리네.”
김혁진에게도 이건 재미있는 현상이었다.
‘수호자들의 대화방이라.’
현실 속 채팅방과 비슷한 개념인가.
그보다는 훨씬 고차원의 무엇인가가 존재할 것 같기는 했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참여는 어떻게 하면 돼?”
“초대장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채널 #19207번’의 초대장이 발송되었습니다.] [‘채널 #19207번’에 입장하시겠습니까?]김혁진은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세니아의 채널에 입장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수많은 수호자들이 눈에 보인다.’
대화하는 것들이 들리고 수호자들이 보였다.
구체적인 형태나 정확한 목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었다.
형태가 보이지 않는 분명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것이 보였고, 얘기가 들리지 않는데 의지와 음성이 머릿속에 전달 되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은 없으나 대부분의 것들이 머릿속에 저절로 그려졌다.
“처음에는 조금 어지러울 수 있습니다.”
세니아가 침착하게 설명을 이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정신력을 갖추지 못하면 수호자들의 채널에 입장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붕괴될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단순히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었다.
존재가 보이고, 그 존재의 의지가 전달되었다.
존재값이 단단하지 않으면 이 대화방에서는 버틸 수 없었다.
김혁진은 잠시 정신을 집중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끄럽게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이제 하나둘씩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야.”
“……다는 게 ……라고 ……야.”
“……해서 ……다.”
신기한 것은 수백, 수천의 목소리가 산발적으로 들려오는데 그 목소리 하나하나의 뜻이 다 전달된다는 것이었다.
‘신기하네.’
소리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내재된 감정과 상황까지도 모조리 전달되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정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는 말이 좀 더 체감되었다.
‘가만.’
지금 세니아의 채널에서 가장 핫한 주제는 하나였다.
[수호자. ‘겨울바다의 등대’가 부끄러움을 애써 감추며 항변합니다. ‘겨울바다의 등대’는 오로지 단 한 명만을 주시하였으며, 그에게 모든 투자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겨울바다의 등대’가 특이한 케이스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다양한 성향의 플레이어들을 지켜보고 후원하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최애라 불리는 단 한 명의 플레이어에게만 집중하는 수호자들도 대단히 많았다.
[수호자. ‘천마산의 진주’가 매우 비웃으며 힐난합니다. ‘전 차원에서 가장 유명한 플레이어를 모르는 것이 참도 자랑이지, X신아.’라고 낄낄대며 웃습니다.] [수호자. ‘푸른빛의 결계’가 오랜 친우의 부끄러움을 이해합니다. 해당 플레이어는 전 차원에서도 유례없는 초고속 성장을 보인 플레이어이며, 일반적인 중수구간의 플레이어는 아니라고 위로합니다. ‘겨울바다의 등대’의 자신감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말을 더합니다.]김혁진은 저도 모르게 수호자들의 대화에 빠져들었다.
이러한 대화가 오가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수호자. ‘겨울바다의 등대’가 ‘푸른빛의 결계’의 위로에 더 큰 상처를 받습니다. 저딴 게 무슨 플레이어냐며 불만을 토로합니다. 밸런스 파괴는 그만 좀 하고 수호자들의 차원에 입성해야 한다 주장합니다.]그러자 순간 폭발음이 들려왔다.
콰광!
콰과과광!
김혁진의 귀에만 들리는 폭발음이었다.
‘윽.’
순간 정신을 잃을 뻔했다.
‘익숙하지가 않네.’
대화방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은 충분히 되었으나 아직 대화방에 익숙하지가 않았다.
알고 보니 이 폭발음은 순간 서버에 과부하가 걸렸을 때 전해지는 폭발음이었다.
[수호자. ‘석양의 거인’이 쓸데없는 개소리를 자꾸 할 거면 불태워 없애버리겠다고 협박합니다.] [수호자. ‘속삭이는 악마’가 자결은 언제든지 환영이라며 검림으로의 안내자를 자처합니다.] [수호자. ‘라스베이거스의 목동’이 책임지지 못할 소리를 지껄이면 지금 당장 빌려준 COIN을 모두 회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수많은 수호자들이 등판하여 ‘겨울바다의 등대’에게 온갖 일침과 폭언(?)을 날려댔다.
‘저 세계도 살벌하구나.’
언어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수호자들 각자의 의지가 통째로 전해지는 대화방이다 보니, 대화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했다.
‘그만 참여해야겠다.’
재미있기는 했으나 오래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수호자급의 업적을 달성했다뿐이지 그는 아직 수호자가 아니었으니까.
대화방 참여에는 한계가 있었다.
“세니아. 진명을 가진 수호자들은 자의적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숨길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맞습니다.”
다들 숨길 줄 알았다.
수호자들은 자존심이 매우 센 족속들이고 자신의 의지와 메시지를 읽히는 것을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수호자들이 숨기지 않은 것만 같았다.
‘아주 대놓고 괴롭히던데.’
이 정도면 집단폭행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이쯤 되니 ‘겨울바다의 등대’가 불쌍할 지경이었다.
“김혁진 플레이어께서도 눈치채셨다시피, 수호자분들은 김혁진 플레이어가 수호자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런 것 같네.”
겨울바다의 등대가 폭행당하는 장면을 직접 경험하니 더욱 그랬다.
수호자들의 절절한 진심이 김혁진에게 모두 전해졌다.
그들은 ‘김혁진’이라는 콘텐츠를 잃기 싫어했다.
싫어하는 수준을 넘어 극심한 공포를 느끼기까지 했다.
김혁진이 느낀 수호자들의 감정은 그랬다.
“저도 김혁진 플레이어가 플레이어로 남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세니아는 진심이었다.
김혁진이라는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중계하는 것.
단순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저는 김혁진 플레이어와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습니다.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아주 잠깐, 세니아의 마음 속에 아쉬운 바람이 일었다.
만약에 김혁진과 이사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어쩌면 김혁진 옆자리는 세니아 자신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또! 또! 무슨 헛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세니아!’
세니아는 자책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은 하면 안 된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 * *
김혁진은 자연스레 영창을 읊었다.
“지극히 풍만하여 크고 두려운 약속이여.”
……
……
……
“약속의 기도와 맹세의 이름을 경외하기를 기뻐하는 자들의 간구를 들으시고.”
김혁진의 입에서 다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오늘날 나를 일으키어.] [모든 약속 앞에서 은혜를 입게 하소서.]김혁진은 이전과 달리 아주 편안하게 의지영창과 더불어 동화권능을 사용했다.
동화권능은 회귀 전 강선일이 사용했던 능력으로써 상하이 대전투에서 맞닥뜨린 3천 명의 마법사를 학살했던 권능이었다.
마법의 천적이라 할 수 있는 동화권능이 김혁진으로부터 활성화되었다.
‘여러가지 속성이 버무려져 생명체에 대한 살상력을 극대화한 마법 트랩인가.’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안 그래도 좀 더웠는데 시원해졌다.
그 모습을 보며 차지혜는 한참 동안이나 모니터를 멍하니 쳐다봐야만 했다.
-제게도 해당 트랩에 대한 매뉴얼이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시그니엘의 제작자에게 주어지는 특혜란다.
-딱히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아무튼 설명은 해드릴게요.
지금은 수호자의 수호력을 머금은 ‘삭풍(朔風)’이 불고 있었다.
이 삭풍은 생명력을 갉아먹어 생명체를 미라처럼 만들어버리는 무시무시한 마법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과거 7성(七星)이라 불린 위대한 플레이어들 중 한 명이었던 하이엘라에게 치명상을 입혔던 마법입니다.
김혁진이 대답했다.
-시원하네요.
삭풍은 시원함을 머금은 바람이었다.
삭풍 이후에 불어 닥치는 바람은 열풍(熱風)이었다.
-열풍은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버려진 차원에서 피어오르는 지열을 매개체로 하여…….
차지혜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의미가 있어?’
의미가 전혀 없어 보였다.
열풍 속에 갇힌 김혁진에게서는 그 어떤 괴로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김혁진은 편안해 보였다.
차지혜는 더이상의 설명을 포기한 채 물었다.
-괜찮은 거죠?
-적당히 따뜻하고 좋은 상태입니다.
김혁진은 풍만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수호력이라.’
수호력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나쁘지 않았다.
이 트랩에 내재된 수호력은 김혁진에게 풍요롭고 따사로운 기운이었다.
제2의 심장 이사벨은 이 맛좋은 기운을 꿀꺽꿀꺽 먹어치우며 김혁진의 양분으로 탈바꿈시켜내고 있었다.
차지혜는 그저 모니터를 쳐다보기만했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사이렌 소리와 붉은 경고등과는 별개로, 김혁진의 모습은 지나치게 편안해 보였다.
허탈할 지경이었다.
‘이럴 거면 분노는 왜 한다고 했대?’
계약 수호자는 크게 분노한다면서 김혁진에게 엄청난 위해를 가할 것처럼 굴었다.
그러나 계약 수호자 ‘겨울바다의 등대’는 아무것도 못 하는 중이었다.
이쯤 되니 차지혜도 조금은 심드렁해졌다.
긴장감이라곤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감해진 상태로 매뉴얼을 슥슥 훑어보았다.
‘응?’
그런데 매뉴얼의 마지막 페이지가 눈에 들어왔다.
-모든 마법을 무력화시키는 성가신 권능이 존재한다. 그 권능의 이름은 ‘동화’이며, 마법을 먹어치우는 끔찍한 괴물이다. 해당 권능은 삭풍을 시원한 바람으로, 열풍을 기분 좋은 봄바람 정도로 느끼게 만들 것이다.
아무래도 김혁진이 펼치고 있는 것이 동화인 것 같았다.
-해당 트랩은 ‘동화’의 권능을 가진 자가 수호력을 모두 빨아들여 승리감을 만끽할 때, 그 심장에 비수를 꽂을 수 있을 것이다. 단, 해당 트랩은 ‘수호력이 인위적으로 소진되었을 때’ 발동한다.
차지혜는 쿵쾅대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빠르게 매뉴얼을 읽어 내려갔다.
-해당 트랩의 최후의 권능의 이름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강제적으로 흡수된 수호력을 재배치하여 순간적으로 팽창시키도록 설계되어 있다. ‘동화권능’을 가진 자에게 매우 치명적인 트랩으로 작동할 것이다.
차지혜가 재빠르게 경고했다.
-저, 정신 놓지 마요! 마지막 트랩! 해당 트랩의 이름은 사필귀……!
직감했다.
‘이미 늦었어.’
무엇인가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차지혜는 몰랐다.
김혁진의 트랩 간파 능력이 ‘던전 제작자의 업데이트된 매뉴얼’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