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56)
#재능만렙 플레이어 656화
-저, 정신 놓지 마요! 마지막 트랩! 해당 트랩의 이름은 사필귀……!
김혁진은 차지혜의 말을 듣기 전에 무엇인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삭풍과 열풍 이후에 트랩에게서 수상함이 느껴졌다.
늘 그렇듯 이건 ‘감’의 영역이었다.
“솜이 씨. 탐험가로서의 의견은?”
“마지막 함정 같은 게 안배되어 있을 거예요.”
“뭔지 알겠어요?”
“이 함정이 김혁진 맞춤형 트랩이라면……. 아마 동화권능에 대한 카운터일 것 같은데요.”
“역시 그렇죠?”
김혁진도 그렇게 생각했다.
강솜이를 통해 생각에 확신을 얻게 된 김혁진이 이센을 꺼내 들었다.
“뭐하시려고요?”
“정확한 파훼법은 잘 모르겠으니, 공격을 파괴해야죠.”
“저는 뭘 도울까요?”
질문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강솜이는 이미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어차피 질문이 아니었던지라 김혁진도 딱히 대답하지는 않았다.
손바닥 가득 파란색 마정석을 꺼내 들었다.
“저 믿고 맘껏 쓰세요.”
[‘섬김의 탐험가’의 고유 능력. ‘마나 커넥션’이 활성화되었습니다.]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솜이와 플레이하면 굉장히 편했다.
역시 척하면 척이다.
김혁진은 정신을 집중했다.
‘오랜만이네, 이 능력.’
트랩에는 아마도 ‘동화 권능’에 대한 카운터 격 능력이 숨어 있을 것이다.
김혁진은 그 능력을 베어내기로 했다.
‘단천우가 사용했을 때를 떠올리자.’
김혁진이 사용하려는 능력은 ‘암뢰’였다.
검황 단천우에게 배운 능력이었다.
‘검황이 사용했을 때에는…… 세계와 그를 둘러싼 설정값까지 잘라냈어.’
이센과 하나가 됨을 느꼈다.
검신일체의 경지에 들어선 그의 몸에서 검은색 아지랑이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의 눈이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나는 아직 검황의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그러나 검황의 힘은 가지고 있지 않아도 괜찮았다.
검황은 무려 세계를 베었다.
‘지금 내가 베려는 건, 세계가 아니야.’
세계보다 훨씬 작은 것을 베려는 것이다.
맵 제작자 차지혜가 만든 던전 속에 배치되어 있는 트랩 속 권능을 잘라내는 것에 불과했다.
‘할 수 있어.’
김혁진의 입에서 영창이 흘러나왔다.
“새벽에 노랫소리가 있어 겨울의 동면을 깨우고.”
“찬가 속에 거하는 영원의 눈동자는 거룩하다.”
마나 커넥션을 사용하고 있는 강솜이의 몸이 휘청거렸다.
‘어?’
몸속에서 빨려 나가는 마나의 양이 상상을 초월했다.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그랬다면 마나 커넥션이 해제되었을 거고, 반탄력으로 인해 김혁진에게도 피해가 갔을 것이다.
‘지, 집중하자 강솜이!’
강솜이가 호흡을 다스리며 눈을 감았다.
마나의 흐름에만 집중했다.
그녀의 손에 잔뜩 들고 있던 마정석들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녀는 고요함을 느꼈다.
조용한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사이로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강솜이에게는 김혁진의 영창이 마치 성가(聖歌)처럼 들렸다.
‘처음 듣는 영창이야.’
강솜이는 직감했다.
김혁진이 또 다른 세계에 발을 들였다.
“제 살과 뼈를 내어 고요함에 묻힌 이가 노래하니.”
“그 입술에 권세가 있어 기적을 선언하리.”
김혁진의 감각안에 새로운 감각이 느껴졌다.
‘이 영창은.’
이전보다 훨씬 더 기감이 민감해진 김혁진은 깨달을 수 있었다.
‘검황의 노래다.’
검황 단천우.
그가 김혁진에게 남겨준 영창이었다.
어쩌면 지금은 수호자가 된 검황이 선물해 준 것일지도 몰랐다.
‘검황의 영창에, 검황의 능력.’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 분명했다.
김혁진이 검을 휘둘렀다.
“제3초. 암뢰.”
일부러 육성을 내었다.
수호자가 된 검황이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에 대한 존경과 경의를 담아 일부러 그의 권능을 말했다.
순간, 김혁진과 강솜이를 둘러싼 세계가 암흑 속에 잠겼다.
‘베었다.’
무엇인가를 벤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김혁진의 심장을 찾아 파고들던 날카로운 철(鐵)의 기운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어두워졌던 세상이 다시금 제 빛을 찾았다.
* * *
다급하게 외쳤던 차지혜는 그만 무안해지고 말았다.
-그런 게 되네요.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괜스레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졌다.
저런 식으로 트랩에서 빠져나올 줄 몰랐다.
‘트랩을 부순 게 아니야.’
사실 차지혜도 어떻게 된 건지는 잘 몰랐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트랩 전체를 부순 것이 아니라, 트랩 내에 내재된 하나의 권능만 골라서 파괴했다.
‘파괴한 게 아니라…… 베었다고 해야 하나?’
차지혜의 눈썰미로는 암뢰를 자세히 읽어낼 수는 없었다.
차지혜는 더 이상 제작자의 매뉴얼을 열심히 읽지 않았다.
“이딴 게 다 무슨 소용이야?”
차지혜는 매뉴얼을 덮어버렸다.
매뉴얼은 아무래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좀 허무하네.”
김혁진이 시그니엘 던전을 제대로 클리어해 주기를 바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어이없이 진행할 줄은 몰랐다.
원했던 마음과는 별개로, 맵 제작자로서의 자존심이 상했다.
“흠.”
강솜이는 또 강솜이 나름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맵 제작자인 차지혜는 강솜이가 무엇을 하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수호력이 있던 공간에 수호력이 모조리 사라지면서 미묘하게 균형이 일그러졌어.’
그 균형이 일그러진 공간을 찾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강솜이가 말했다.
“길드장님. 이쪽 공간에 방금 트랩에서 획득한 힘을 쏟아부어 주실 수 있나요?”
허공에 녹색 유도선이 생겨났다.
유도선이 육망성 모양을 그렸다.
“이 모양 안에 음, 뭐랄까, 시멘트를 쏟아붓는 것처럼요. 건축한다 생각하시고.”
“알겠습니다.”
차지혜는 잠자코 저들이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어차피 매뉴얼에 저런 내용은 없고.’
이제부터는 맵 제작자의 역량을 벗어난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감이 왔다.
‘저게 맞는 방법이겠네.’
강솜이와 김혁진은 죽이 척척 맞았다.
녹색 선으로 이루어진 육망성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번쩍!
하고 빛이 터져 나왔다.
“계단이 생겼어요!”
“그렇네요.”
강솜이가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
“맵 제작자님. 여기로 올라가면 되나요?”
차지혜는 조금 황당했다.
저희들끼리 지지고 볶고 알아서 다 하더니 갑자기 묻는다.
-저도 잘 몰라요. 여기서부터는 매뉴얼이 없어요.
-그럼 여기로 갈게요.
-네.
차지혜는 더 이상 놀라거나 감탄하기를 포기한 채 계단을 오르는 김혁진과 강솜이를 쳐다봤다.
“맵 제작자가 보기에도 대단하지요?”
“네.”
저도 모르게 대답한 차지혜는 화들짝 놀랐다.
“다, 당신은! 아, 아니. 그보다 여긴 어떻게!”
이곳은 커맨드 룸이다.
오로지 맵 제작자만이 들어올 수 있는 특별한 공간.
이 공간에 누군가가 침입했다.
그가 빙그레 웃었다.
“진정하세요. 당신을 해치려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여기 어떻게 들어왔죠?”
“저는 탐험가잖아요.”
차지혜는 얄밉게 웃는 얼굴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탐험가라고 해도 이곳에 함부로 들어올 수는 없어요.”
“함부로 안 들어오고 조심스레 들어왔는데요. 그새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지혜 씨.”
잭슨이 차지혜 옆에 섰다.
차지혜는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꼈다.
예전에도 잭슨과 일을 해본 적이 있지만, 오늘의 잭슨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어딘지 모르게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무슨 꿍꿍이죠?”
“별 꿍꿍이는 없어요. 저는 다만 왕의 탄생을 경배하러 왔을 뿐입니다.”
잭슨은 감탄성을 내뱉었다.
“검황의 노래가 재현되다니. 저도 정말 놀랐어요.”
잭슨이 모니터 쪽을 바라보았다.
강솜이와 김혁진은 어느덧 시그니엘의 히든 필드인 ‘124층’에 도착했다.
* * *
“우와. 범상치 않은 문인데요?”
거대한 문이 보였다.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철제문이었다.
커다란 산 앞에 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너무 커서 초라해지는 느낌이에요.”
조심스레 문 앞에 다가간 강솜이는 차분히 문 주위를 살펴보았다.
“별다른 트랩은 없는 것 같아요.”
강솜이가 문에 손을 대자 육중한 문이 끼기긱-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주변이 밝아졌고 알림이 들려왔다.
[시그니엘 던전의 최상층에 입장하였습니다.]순간, 필드가 바뀌었다.
폭신폭신한 까펫의 질감이 느껴졌다.
“펜트하우스 같은데요.”
잘 관리된 펜트하우스 같았다.
혹은 호텔의 스위트룸 같기도 했다.
“보스 몬스터가 등장할 것 같았는데, 좀 의외인데요.”
강솜이는 흥미진진한 눈으로 주변을 살펴봤다.
혹시 몰라 차지혜에게도 물었다.
“맵 제작자님. 힌트 없나요, 힌트?”
그 질문을 들은 차지혜는 저도 모르게 잭슨 쪽을 쳐다보았다.
잭슨이 빙그레 웃었다.
“마그나 대선지자는 대선지자의 일을 하면 됩니다. 저는 아무것도 방해하지 않아요.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오늘 철저한 방관자이고, 왕의 탄생을 경배하고 싶은 마음뿐이니까요. 그렇지만 제가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굳이 밝히지는 않았으면 해요.”
잭슨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쉽게도 왕께서 세례자를 달가워하지 않으셔서.”
차지혜는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거기부터는 시그니엘 던전 스스로가 만들어낸 영역이라 나도 잘 몰라. 그렇지만 ‘왕의 제물’을 고르게 될 거야.
-왕의 제물이요?
강솜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제아무리 뛰어난 강솜이여도 ‘왕의 제물’이라는 단어로 모든 것을 유추할 수는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캐치했다.
‘맵 제작자한테 무슨 일이 생겼네.’
여태까지는 줄곧 존대를 하다가 갑자기 반말을 사용했다.
힐끗 눈치를 보니 김혁진도 이상함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강솜이는 내색하지 않고서 자연스레 행동했다.
“음.”
강솜이는 이곳저곳을 탐색하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탐험가의 능력으로는 더 이상의 단서를 찾을 수 없어요.”
“그래요?”
“네. 아무래도 이곳은 김혁진 길드장님과 크게 관련이 있는 곳 같아요.”
김혁진의 능력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뜻이었다.
“알겠습니다.”
강솜이의 말을 이해한 김혁진은 곧바로 무명안을 사용했다.
강솜이가 다시 한번 마나 커넥션을 사용해 김혁진을 도왔다.
무명안으로 주변을 살펴본 김혁진은 황급히 무명안 사용을 멈추었다.
“왜 그러세요? 어, 엇? 길드장님!”
김혁진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강솜이는 김혁진을 부축하여 소파에 앉혔다.
황급히 포션을 꺼내 김혁진의 눈에 부어주었다.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휴식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요.”
강솜이는 김혁진이 무엇을 보았는지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다.
김혁진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주변을 살펴보다가 털썩! 쓰러졌다.
김혁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강솜이를 안아 들었다.
‘이곳은 나를 위해 생성된 곳.’
‘시그니엘’은 맵 제작자 차지혜가 만들었다.
그러나 이 ‘124층’은 마그나 대선지자 차지혜의 권능이 녹아들어 있다.
아마 본인은 잘 모르고 있겠지만.
‘내가 아닌 다른 자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아.’
강솜이가 버티기에는 너무 힘든 곳이다.
방금 무명안을 사용한 것에 대한 타격이 김혁진과 강솜이 모두에게 영향을 끼쳤다.
김혁진은 강솜이를 안은 채 뚜벅뚜벅 걸어갔다.
슥!
이센을 휘둘러서 공간을 만들었다.
“차지혜 씨. 솜이 씨를 부탁합니다.”
강솜이를 공간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강솜이가 공간 안으로 굴러떨어졌고, 차지혜는 모니터를 통해 강솜이가 123층에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트랩은 완전히 소멸되었으니까… 강솜이 씨도 안전할 거야.’
123층은 몬스터가 리젠되는 곳도 아니니까.
다행인 일이었다.
강솜이가 124층에서 사라지자 공간이 웅웅- 떨리기 시작했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다.
천장이 부서지면서 가루가 떨어졌고, 벽체에 금이 생성되었다.
김혁진은 당황하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
‘체력을 회복해야 해.’
무명안 때문에 너무 큰 타격을 입었다.
정신세계가 금이 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느덧, 필드가 완전히 바뀌었다.
으리으리한 펜트하우스는 사라졌고 어두운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건…….’
김혁진 앞에 빛을 내는 7개의 카드가 보였다.
동시에 차지혜의 ‘맵 제작자 매뉴얼’이 업데이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