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57)
#재능만렙 플레이어 657화
차지혜가 다급하게 외쳤다.
-혁진아! 서두르지 마! 절대!
김혁진은 차지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갑자기 반말을 하는 것을 토대로 차지혜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로 조심스레 물었다.
-맵 제작자의 매뉴얼이 업데이트되었나 보군요.
-됐어. 천천히 알려줄 테니까 너무 다급하게 하지 마.
-알겠습니다.
김혁진은 호흡을 골랐다.
‘무명안을 사용하는 게 이렇게까지 치명적일 줄이야.’
마치 보면 안 될 것을 보게 된 기분이었다.
무명안으로 알아낸 것이 많지는 않았다.
이곳은 ‘왕이 될 자’ 단 한 명을 위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읽어냈을 뿐이었다.
‘7장의 카드라.’
김혁진이 카드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카드에는 마물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처음 보는 형태의 마물들이었다.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려 봐도 이렇게 생긴 마물들은 보지 못했다.
‘가이사스. 아브락카. 빌헬롬탄. 키락사스. 올고니샤. 헤롤칵투. 멤살라아.’
이름도 특이했다.
생소한 이름들 가운데 딱 하나.
귀에 익은 이름이 하나 있었다.
‘아브락카?’
이사벨에게 들었던 ‘대마물’의 이름이다.
‘검림에는 7종의 대마물이 있다고 했지.’
그렇다면 아브락카를 포함하는 저 7마리 마물들의 이름은 검림의 대마물을 뜻하는 것 같았다.
차지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그니엘의 존재 의의에 대해 말했던 거 기억나지?
-왕의 자격을 완성하고 그를 통해 마그나 게이트를 연다고 했잖아요.
-맞아. 이제 세부 내용에 대해 말해줄게.
매뉴얼의 마지막 페이지가 업데이트되었다.
마그나 게이트를 열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첫째. 세계를 관통하는 거대한 변화가 있어야 해. 그것도 두 차원 이상이 한 번에 그 변화를 경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둘째. 세계의 차원값을 초과하는 성흔과 존재값.
-셋째. ‘마그나 게이트’를 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특정한 수호자의 각성.
차지혜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마그나 게이트는 열리지 않을 거야.
-마그나 게이트가 열리지 않으면 세상이 멸망한다면서요?
-그래.
차지혜의 손이 덜덜 떨렸다.
-시그니엘 던전의 124층이 활성화된 순간, 타이머는 켜졌어.
차지혜의 눈에 숫자가 보였다.
[29일:23시간:59분:51초]-지구 차원에 주어진 시간은…… 30일이야.
시그니엘 던전의 124층 활성화가 바로 트리거였다.
124층이 활성화되었고, 방아쇠는 당겨졌다.
마그나 게이트가 열리느냐, 지구가 멸망하느냐.
-마그나 게이트는 지구를 안정화시키는데 반드시 필요한 게이트야.
달달 떨리는 손으로 매뉴얼을 읽어 내려갔다.
-마그나 게이트를 제대로 연 차원은 많지 않았어. 마그나 게이트를 올바른 방식으로 열지 못한 대부분의 차원은 소멸했어. 차원이 소멸하면서 해당 차원에 존재하던 성흔과 존재값들이 우주로 흩어져 새로운 차원을 형성하는 거야. 생성과 소멸. 그를 반복하면서 우주가 유지되어 왔어.
시스템은 이를 일컬어 ‘순환 시스템’이라 표현하였다.
-전 차원과 서버에 존재하는 ‘존재값’의 총량은 정해져 있어.
어느 한쪽이 많이 가져가게 되면, 어느 한쪽은 존재값을 빼앗겨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 시스템은, 우주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시스템이었어.
김혁진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무수히 많은 성흔과 업적을 쌓아 존재값이 넘쳐나게 된 자는 결국 수호자로 격상되는 거고.’
일반 차원과 서버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성흔을 지니고 있을 테니까.
그래서 시스템은 그들을 ‘수호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어 따로 관리했다.
‘대신 그들에게는 유희거리를 제공한다. 타 차원의 생성과 소멸을 재미 삼아 지켜보면서.’
그리고 그 정도 성흔을 가진 자들의 존재값을 ‘후원’이라는 형태를 통해 조금씩 소모시킨다.
그래서 새로이 생성된 차원에 존재값을 나눈다.
그를 통해 우주는 균형을 유지한다.
‘후원만으로는 또 부족하니까, 검림이라는 차원이 필요한 거고.’
한 가지 목표에만 매몰되어 살아가던 수호자들이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을 때.
그마저도 지루하고 재미없을 때.
그들은 검림의 소멸목 앞에서 소멸을 선택한다.
이사벨은 이렇게 말했었다.
“수호자가 스스로 소멸을 선택하고 새로운 생명을 얻을 때. 그때 소멸목 앞에서 최후의 장을 펼쳐.”
그때의 그 말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수호자는 자신의 존재값을 모조리 소멸시킨 뒤, 또 다른 차원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거야.’
그 새로운 생명에는 큰 존재값이 필요하지 않다.
‘나머지 존재값은 우주에 분배하면서.’
이런 식으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우주가 유지되는 원리의 일부를 깨닫게 되었다.
‘이게 다는 아닐 텐데.’
단순히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다라면, 수호자들은 왜 파벌을 나누어 싸우고 있단 말인가.
‘잠깐.’
수호자들은 모든 것을 다 이루었고 한두 가지의 재미에만 매몰되어 살아간다고 했다.
그들에게는 특별한 목적의식과 열정이 없었다.
‘그런데 파벌을 이루어 싸운다?’
파벌이 있다는 건 그들에게 특정 목적이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수호자들은 우주가 균형을 맞추어가는 것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시스템의 존재의의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것이다.
‘마왕 측 수호자. 그리고 왕좌 측 수호자.’
둘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회귀 전, 마왕 측이 패권을 잡았을 때는 ‘마그나 이교도’가 나타났었고,
현재, 왕좌 측(김혁진 측)이 주도권을 쥐었을 때는 ‘마그나 선지자’가 나타났다.
‘마그나 대선지자인 차지혜는 마그나 게이트를 열려고 하고.’
반대인 마그나 이교도들은?
마왕은?
차지혜의 말을 떠올렸다.
-“마왕은 마그나 게이트를 막아내는 존재였거든요.”
그렇다면 마왕은 왜 마그나 게이트가 열리지 못하게 하려고 했을까.
마그나 게이트가 열려야 지구 차원이 존속될 수 있는데 말이다.
‘그들은 지구 차원을 파괴하고 싶었던 건가.’
잠시 생각에 잠겼던 김혁진은 한 가지 놓치고 있던 사실을 기억해냈다.
‘그들은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 생명값을 소모시켰다.
그것은 곧 지구 차원에 존재하는 존재값의 총량을 인위적으로 줄이게 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지구 차원을 지키려고 한 것 같네.’
이제야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들의 방법이 옳았던 건 아니지만,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존재값을 줄여나갔다.
사람들을 죽여 그 힘의 일부를 흡수하여 사용했다.
‘전체적인 숫자는 줄이면서, 강자존의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회귀 전 마왕의 행보와 같았다.
그들은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사람들 위에서 군림했다.
‘그리고 내가 마그나 선지자와 한 편인 것처럼, 마왕과 마그나 이교도는 한 편이었어.’
마그나 이교도들은 이렇게 주장했었다.
[그들은 마그나 게이트에 대비하기 위하여, 수만 명의 사람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주장했다.]실제로 마왕군과 그들은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그들이 말하던 ‘마그나 게이트에 대한 대비’는 ‘마그나 게이트가 열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값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계속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거고.’
[미래를 대비하여야 한다.] [신문물의 달콤함에 속아 있을 때. 종말의 날이 다가온다.]그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때에도 지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존재값이 쌓여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나 혼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지만.’
회귀 전에는 김혁진과 같은 압도적인 강자는 없었다.
다만 대다수 플레이어들의 평균적인 능력은 지금보다 뛰어났다.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값의 한계에 다다른 거야.’
그래서 마왕과 마그나 이교도들은 미래를 대비하여야 한다고 했다.
사람이 죽어야 한다고 외쳤다.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종말의 날이 다가온다고 했다.
‘그들에게는 마그나 게이트가 열리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겠지.’
그들이 단순히 ‘지구 차원을 사랑해서’였다면 마그나 게이트가 열리는 것을 막았을 리가 없다.
마그나 게이트가 열리면 안 되기 때문에, 그들은 사람들을 죽여서 지구 차원을 보존하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지금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왕]이 탄생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단천우가 가르쳐주었다.
-“명심하거라. 튜토리얼이 끝나면, 언젠가 진짜 세계가 도래한다.”
그 세계는 왕이 존재하는 새로운 세계일 것이다.
그리고 그 왕은 마왕의 적이었고.
단천우와 마그나 이교도는 똑같은 말을 했다.
“미래를 대비하거라.”
[미래를 대비하여야 한다.]둘은 같은 말을 했지만, 내용은 완전히 달랐다.
단천우는 왕의 탄생을 바랐고, 마그나 이교도는 왕의 탄생을 바라지 않았다.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혁진! 정신 차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김혁진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저도 모르게 꽤 시간이 흐른 듯했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거지?’
세니아의 말에 따르면 거의 10분 내내 멍하니 서 있었다고 했다.
김혁진의 체감으로는 1, 2분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제 내 말이 들려?
-들립니다.
-잘 들어. 카드에 새겨진 마물들은 이곳이 아닌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7종의 대마물이야. 너는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쓰러뜨려야만 해. 마그나 게이트를 열기 위해, 차원의 균형을 무너뜨려야 하거든.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해졌다.
저 마물들은 검림에 서식하는 7종의 대마물이다.
김혁진이 말했다.
-첫 번째 조건이 두 세계를 관통하는 거대한 변화라고 했습니까?
-맞아. 일단 내 설명을 들…….
김혁진이 뚜벅뚜벅 걸어갔다.
하나의 카드 앞에 섰다.
-카드를 선택하면 됩니까?
-기, 기다려! 마물들에 대한 특성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하니까!
김혁진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들어도 못 이깁니다.
7종의 대마물과 스스로 싸워 이길 수는 없다.
이사벨조차 힘겨워한 개체가 바로 대마물이다.
지금의 김혁진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래도! 들어야지. 가능성을 1%라도 높여야지. 정신 차려!
차지혜는 김혁진이 포기했다고 판단했다.
-너희 천재들은 꼭 그렇더라!
천재들은 두려움을 잘 모른다.
여지껏 너무나 잘 해왔기 때문이었다.
남들에게는 난관이지만, 그들에게는 난관이 아니다.
남들에게는 산이지만, 그들에게는 동산이었다.
-늘! 너무 쉽게! 모든 것을 다 해와서! 조금만 어려운 난관에 부딪히면 그냥 포기해 버리잖아.
그들에게 있어서 난제의 기준은 일반인들의 기준과는 궤를 달리할 만큼 높지만, 그들은 난관을 극복할 힘과 체력이 부족했다.
차지혜가 생각하는 천재들이란 그랬다.
-이런 순간일수록 좀 더 생각하고, 좀 더 노력해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지.
그녀는 다급했다.
김혁진의 마음을 돌려야 했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겨우 30일뿐이라고.
차지혜의 다급함과는 별개로 김혁진이 차분히 물었다.
-대마물을 선택해서 싸우면 된다고 했죠?
김혁진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이미 죽은 대마물 ‘아브락카’를 선택했다.
‘아니지.’
김혁진은 아브락카라 써 있는 카드를 선택하려다가 잠시 멈췄다.
‘원래 이 정보들은 시스템들이 기를 써가면서 막았던 건데.’
마그나 게이트를 언급했던 단천우는 세계의 법칙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숨기려 했던 것을 지금에 이르러서 다 가르쳐준다?
그러면서 무명안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어해놓았다?
‘끝까지 방심할 수가 없네.’
하마터면 그냥 아브락카를 고를 뻔했다.
‘나는 아브락카의 사체 앞에서 이사벨과 만났다.’
처음에는 김혁진도 그게 아브락카의 사체인 줄 몰랐다.
그냥 거대한 산맥인 줄 알았다.
‘복기분석시.’
그 산맥의 모양을 기억해냈다.
산맥만큼 거대한 마물이 쓰러져서 생성된 산맥.
‘역시. 모습이 이름과 달라.’
김혁진은 아브락카라 써 있는 카드를 내려놓고, 다른 카드를 집어 들었다.
키락사스라 적힌 카드였다.
“이걸로 선택하겠어.”
순간,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며 알림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