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6)
#재능만렙 플레이어 66화
9월 13일. 제1회 플레이어 정식 모임.
성신을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설립된 ‘한국 플레이어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플레이어들을 불러 모으는 첫 자리. 이 자리는 상징적인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성신의 회장은 날 알고 있어.’
나에 대한 뒷조사도 많이 했을 거다. 나는 그 점을 이미 알고 있다. 일부러 유도하기도 했고.
‘그래서 나와 접촉을 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 접촉자가 ‘김강철’일 줄은 몰랐다. 나는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2028년 4월 26일 밤. 내게 찾아온 사람이다. 그 사람이 내게 결과지를 직접 전해줬었다.
-재능 없음.
그 사람이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송구스러운 결과를 전하게 됐습니다. 재검사를 해봤는데 재능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약간은 안쓰러운 눈으로 내게 공시공부를 잘하라며 음료수 세트를 하나 건네줬었다.
‘근데 초기 플레이어 협회는 거의 성신의 자회사 같은 느낌인데…….’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 플레이어 협회는 ‘성신’으로부터 독립하여 정부 산하 기관으로 들어가게 된다. ‘플레이어’ 혹은 ‘신문물’이라는 막대한 가치를 하나의 기업이 독점하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래서 ‘플레이어 협회’라는 이름은 그대로 두고, 성신과 협의하여 ‘플레이어 협회’를 정부의 산하기관으로 새로이 설립했다.
‘김강철은 당시 플레이어 협회의 인사부장.’
조금 이상한 것 같다.
‘경력있는 공무원들 중에서 또 따로 추려서 플레이어 협회의 자리를 맡게 했다고 발표 났었는데.’
다른 공무원들보다 연봉도 높고 대우도 좋던 자리. 어쨌든 공무원 출신이어야만 갈 수 있던 자리라고 알려져 있었다.
‘근데 지금 이 시점에서 김강철은 성신의 팀장이네?’
경력있는 공무원들 중에서 추려서 플레이어 협회를 맡게 했다고 했었는데, 현재 대기업 성신의 과장으로 있는 이가 10년 후 플레이어 협회의 인사부장을 맡게 된다고?
‘말이 안 되잖아.’
김강철이 내게 찾아왔다.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알 수 있었다.
‘개 뻥이었구나.’
플레이어협회는 설립된 직후나, 10년 후나. 모두 성신의 통제하에 있었던 것 같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안녕하세요, 김강철 팀장입니다.”
지금은 새로이 만들어진 ‘플레이어 스카웃팀’의 팀장이란다. 그 위에 ‘신문물 부서’가 있다나 뭐라나.
김강철에 대한 정보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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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각성자]이름 : 김강철
나이 : 38세
상태 : 궁금/의아/자신감/신기
성향 : 평범/출세욕/의욕충만
요약 :
1) 출세하고픈 범인(凡人)
2) 가정의 대들보
+ 비각성자입니다.
+ 상태/ 성향 및 특징은 대표적인 몇 가지가 드러나며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합니다.
+ 감각안의 숙련도가 높지 않아 상세 정보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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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 의아, 신기라.’
아무래도 나에 대해서 궁금한 것 같다.
‘출세하고픈 평범한 사람.’
요약에 따르면 일단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딱히 악행을 저질렀다고 기억하는 이름도 아니다.
‘그리고 가정의 대들보.’
제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가장들 중 한 명인 것 같다. 등장만으로, 내게 많은 정보를 쥐어준 김강철이 내게 해준 말은 굉장히 파격적이었다.
“……하여, 회장님께서는 김혁진 씨에게 태극방패의 길드장 자리를 제안하시는 바입니다.”
무려 ‘태극방패’의 길드장 자리를 내게 제안했다. 태극방패는 플레이 초반, 성신의 어마어마한 지원을 등에 업고서 미친듯이 성장하는 길드다.
“저를 굉장히 좋게 보셨나보군요.”
“예. 그렇습니다. 김혁진 씨를 굉장히 높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지금의 기준으로, 제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김혁진 씨에게 연봉 2억을 제시하셨습니다. 아이템 획득이나 코인 획득과 관련된 분배는 계약서를 살펴보시면 상세하게 적혀져 있습니다.”
나는 비로소 김강철이 어째서 자신있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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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궁금/의아/자신감/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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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연봉 2억짜리 제안서를 가지고 왔다. 10년 후 기준으로도, 공시에 붙어봤자 초봉은 연봉 3천부터 시작한다. 그 연봉의 무려 7배에 달하는 연봉. 심지어 이게 초봉.
“인센티브는 당연히 별도이며, 지금 시점에서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곤란하지만 연봉 인상률도 매우 높을 것입니다.”
김강철이 내게 계속 말했다.
“별도의 검증없이 이러한 파격적인 제안은 최초이자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 당장 결정해야 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가능한 빨리 결정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강철 팀장은 내가 이 제안을 무조건 수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기야. 일반인기준에서는 어마어마한 조건이 맞다. 아직 ‘신문물’이라는 것이 본격적으로 풀리기도 전이다. 그런데 무려 연봉 2억짜리 계약서라니.
내일 플레이어 모임이 주최된다는 소식도 전해 들었고 초청장도 받았다. 김강철과의 만남은 이렇게 마무리 됐다.
“안녕히 가세요. 조만간 연락드리겠습니다.”
김강철을 보내고 나서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겨우 2억?’
김강철은 그렇다 치고, 송기영은 ‘신문물’의 가치를 이미 알아봤을 거다. 그런데 2억을 제시한다라. 악의는 없겠지만 약간은, 얕보인 것 같다.
‘2억이 아니라 20억이어도 안 받아들였겠지만.’
이미 내 손에는 ‘증폭 마정석’이 있다. 이건 3년 뒤 100억의 몸값을 자랑하게 될 거다. 사실 돈의 문제가 아니다. 내 클래스. 그리고 내 계약 수호자와도 관련이 있다.
‘무명의 관찰자는……. 내가 직접적으로 나서서 뭔가를 하는 걸 바라지 않아.’
‘무명의 관찰자’가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일단은 전면보다는 뒤에서. 관찰자의 포지션을 가지고 플레이에 임하는 것을 원하리라 생각했다.
‘일단은 그에 맞춘다.’
‘태극방패’의 길드장은 많은 권리도 지지만 또 그에따른 의무도 많이 가진다. 성신에 묶이게 된다. 내가 하려는 것들에 도움도 되겠지만 방해가 될 가능성이 더 컸다.
‘나는 나대로. 내 방식대로 플레이해야 해.’
내일 ‘제1회 플레이어 정식 모임’에는 참여하기로 했다. 나는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태풍(太風) 곽태운’도 만날 수 있을 거다.
‘과거와 같이 흘러간다면……. 내 플레이 방향도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겠지.’
내일을 준비하기로 했다.
* * *
“세니아. 세니아. 세니아. 세니아. 세니아.”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이놈의 세니아는 지금 나를 중계하지 않는 모양이다. 내일 정식 모임에 참여하기 전, 세니아와 반드시 얘기를 나눠야 할 것이 있는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신연서와 약속을 잡았다. 현재 신연서는 신연서의 BJ인 ‘로아’가 함께하고 있다고 했으니까.
‘그런 면에서 세니아는 로아를 좀 배워야 돼.’
얼마나 부지런하단 말인가. 신연서가 딱히 이렇다 할 던전을 공략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신연서를 중계하고 있단다. 저렇게 성실하니까 나중에 성공했지.
현재 시각 밤 11시. 우리의 약속 장소는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 꽤 늦은 시간이고 주말도 아닌 수요일 밤인데, 이곳에는 사람이 북적거렸다. 그 와중에서도 단연코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사람이 있었으니,
“혀어어어어어엉님!”
그 사람은 바로 마상현이었다. 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 어지간한 성인 남자 얼굴만큼 커다란 이두박근. 나를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마치 성난 멧돼지 같았다.
‘어우씨.’
당장이라도 나를 꽉 껴안을 것 같은 불안감에 슬쩍 피했다. 살짝 피한다고 피했는데, 그 곳도 지뢰밭이었다.
“너 죽은 줄 알았잖아!”
마상현을 피했더니 그 옆에 어느새 신연서가 와 있었다. 그사이 ‘천마비보(天魔飛步)’를 사용한 것 같다. 굉장히 빠르게 내 옆으로 왔으니까. 내가 아무리 긴장을 안 하고 있었다지만, 빈틈을 너무 쉽게 줬다. 쉽게 말해, 신연서에게 안겼다. 반강제적으로.
“……야. 안 놓냐?”
“엄청 걱정했다고. 너 죽은 줄 알았어. 세 달동안 연락이 안돼서 얼마나 내가 싱숭생숭했는지 알아?”
그러면서 이제야 안도했다는 듯 활짝 웃었다. 굉장히 강렬한 감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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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 안도/기쁨/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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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솔직히 우리가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도 아니고, 무슨 애인사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피로 이어진 가족도 아니고. 얘가 뭐 이렇게까지 기뻐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신연서의 마음이 가식이나 거짓이 아니라는 건 확실했다. 감각안을 통해 느껴지는 신연서의 진심. 나는 이 진심이 딱히 나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기분 묘하네.’
우리 가족 말고, 내 생환(?)을 이토록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니.
‘그새 레벨은 32까지 올렸어?’
공략도 없이 레벨 32다. 3개월동안 2를 올렸다. 마의 구간에서 겨우 3개월 동안 2를 올렸으면 많이 올린 거다. 30-40 구간은 돌파하기 매우 힘든 구간이니까.
‘마상현도 레벨 32네.’
확실히 천재들은 천재들인 것 같다. 선화도 레벨 31이었다. 나와 함께 공략을 이어가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레벨업이 가능할 거다.
‘일단. 내일을 잘 넘겨야겠지만.’
밤 11시. 홍대 근처 작은 바.
마상현과 신연서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아니.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즐거울 지경이었다.
‘이거 꽤 좋네.’
과거에는 누리지 못했던 여유다. 맥주를 마신 탓에 얼굴이 조금 발개진 신연서가 깔깔대며 웃었다.
“아. 글쎄. 그렇다니까!”
마상현이 자빠진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정말로 즐거워 보였다. 굳이 감각안으로 살펴보지 않더라도, 그냥 봐도 굉장히 행복해보였다.
‘좋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그냥 밤에 잠깐 나와 얼굴 보고 가볍게 맥주 한잔할 뿐인데. 이 소소하고 평범하기만 한 경험이 내게는 전혀 새롭게 다가왔다.
“아니, 형님. 그게 아니고요. 거기에 하필이면 그 미끄럼 트랩이 설치되어 있는 바람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결국 세니아도 모습을 드러냈다. 신연서와 마상현이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나한테만 모습이 보이도록 설정해놓은 것 같다.
‘로아가 지금 이 상황도 열심히 중계하고 있을 테니까.’
그걸 보고서 세니아도 이쪽으로 온 것 같다. 로아 좀 본받아. 콘텐츠는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좋은 거라고. 피 튀기는 플레이 말고. 이런 소소한 모습을 원하는 수요도 분명히 있다니까. 분발해라, 세니아.
신연서가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안 데려다줘도 돼! 그럼 내일 봐!”
나는 씩씩하니깐.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가는 저 모습이 조금 귀엽기는 했지만, 딱히 데려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초보 등급의 신연서지만 신연서는 신연서다. 위험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형님! 내일 뵙겠습니다!”
“내일 보자.”
나는 뒤를 돌아봤다. 세니아가 보였다. 사실 신연서와 만난 이유는 세니아를 불러내기 위함이었다. 즐거웠던 시간은 뒤로 하고서, 이제는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다.
“세니아.”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잘 들어. 나는 내일 플레이어협회에서 주관하는 정식 모임에 참가할 거야.”
우리의 비즈니스가 시작됐다. 그때, 세니아가 입을 열었다.
“김혁진 플레이어.”
기대하지도 않았던 말을 세니아가 먼저 꺼냈다. 아주 기특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