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63)
#재능만렙 플레이어 663화
2020년 7월경.
거신길드원들을 비롯하여 미셸사단의 플레이어들이 ‘섬김의 기도서’를 통해 섬김 클래스로 전직하던 그 시점에, 늘 그렇듯 김다롱과 용돌이는 투닥거렸다.
“흥. 네 녀석의 능력은 이 몸의 발끝에도 따라오지 못하지.”
김다롱의 머리 위에 [凸] 표시가 생성되었다.
그 모습을 본 용돌이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너 지금 나한테 뻑큐했어? 그게 얼마나 심한 말인지 알긴 아는 거냐!”
[凸凸凸]용돌이는 크게 분노했다.
“세, 세개? 너 지금 뻑큐를 세 개나 보냈어?”
[凸凸凸凸凸]다섯개가 되자 용돌이는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게 진짜. 너 그냥 콱, 한 대 맞아볼래?”
김다롱은 굴하지 않았다.
김다롱은 낮잠을 자고 있던 김혁진에게 다가가 김혁진의 어깨를 콕콕 찔러 잠을 깨웠다.
용돌이 앞에서 자신의 전과를 자랑했다.
“이게 뭐야?”
김혁진은 잠결에 김다롱이 내민 것을 확인해 봤다.
“섬김의…… 기도서?”
이건 또 어디서 났대.
김다롱이 자신의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우쭐거렸다.
김다롱의 생각을 이해했다.
“훔쳤다고? 어디서?”
김혁진은 정신을 번뜩 차렸다.
이건 구매하기 위해서 무려 10억 코인이 필요했다.
그것도 D스토어라는 특별한 상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었다.
김다롱은 우쭐대며 김혁진의 가슴을 콕콕 찔렀다.
“나한테서?”
김다롱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너.”
김혁진은 이해할 수 있었다.
김다롱은 사람에게 이것을 훔친 게 아니었다.
“D스토어에서 이걸 훔쳤어?”
[♩♪]김혁진은 황당했다.
아무리 잔디아의 화신이라지만, D스토어에서 이걸 훔쳐낼 줄이야.
“잘했…… 다.”
칭찬해 줘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칭찬해 줬다.
D스토어는 어차피 시스템이 ‘코인 회수’를 위하여 만들어낸 시스템이고, 김다롱이 이걸 훔친다고 해서 누군가 피해를 입는 건 아니었으니까.
칭찬을 들은 김다롱이 자랑스레 발을 콩콩 찍었다.
‘봤냐?’
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콧김을 뿜었고, 용돌이는 ‘흥! 나도 엄청난 일을 해낼 거거든!’이라고 톡 쏘아붙이며 등을 휙 돌렸다.
그 날은 김다롱의 완벽한 승리였다.
* * *
김혁진으로부터 ‘섬김의 기도서’를 받아든 차지혜는 생각에 잠겼다.
오랜시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결국 기도서를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어차피 거신 길드원이 되려고 했고.’
김혁진이라면 ‘섬김’을 이용하여 갑질을 할 사람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에 그런 믿음을 갖게 됐다.
결국 그녀는 ‘섬김의 맵 제작자’로 전직하게 됐고 강솜이와 다시 만나 인사를 나누게 됐다.
“축하해요. 우리도 연결됐네요.”
“아직 좀 얼떨떨하네요.”
“아마 금방 행복해지실 거예요. 섬김 클래스는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강솜이와 함께 던전 봉인 작업에 착수했다.
솔직히 엄청난 마나량을 정말로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그랬던 차지혜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이 마나량을 감당할 수 있단 말이야?’
섬김을 통한 마나커넥션.
그리고 능력 공유를 통해 강솜이로부터 마나를 전달받는 차지혜는 더없는 풍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마나가 남는다고?’
황당할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마나의 흐름이 너무나 원활했다.
굉장히 지치고 힘들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어때요? 몸이 이전보다 훨씬 가볍죠?”
“……그렇네요.”
순식간에 최소 30레벨업 이상은 한 느낌이었다.
아니. 레벨업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대박이다.’
이러니 거신길드가 세계 최강이 됐지.
너무 사기적인 성장이잖아.
차지혜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여유롭게 말했다.
“약 30분 정도 후면 봉인 작업이 완료될 거예요.”
그런데 그때, 차지혜가 다급하게 말했다.
“2층! 2층에 사람이 있어요”
젠장!
분명히 여러 번 확인했는데!
공지도 여러 번 했고, 입구에서도 출입을 막았는데!
언제 어디서 또 들어온 거란 말인가!
2층이면 초보 플레이어일 텐데.
이대로 봉인 작업을 끝내면 저 사람은 시그니엘과 함께 영원히 봉인될 것이었다.
“구, 구해 와야 해요.”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김혁진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김혁진은 공간을 찢어내고 곧바로 2층으로 향했다.
2층에 도착한 김혁진은 감각안으로 사람의 기척을 읽어냈고 그쪽으로 곧장 움직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이미 여러번 확인절차를 끝낸 뒤에 봉인 작업에 착수했다.
실수가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이 나타난 순간, 김혁진은 그 사람이 잭슨이라고 확신했다.
“확신하고 있었던 것 같군요.”
“그래.”
“그런데 왜 굳이 찾아왔습니까? 그냥 두었으면 저는 시그니엘과 함께 봉인되었을 텐데요.”
김혁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잭슨이 빙그레 웃었다.
“혹시 모를 1퍼센트의 가능성때문에 굳이 오신 것 아닙니까?”
잭슨이라고 99퍼센트 확신했지만, 1퍼센트의 확률로 초보 플레이어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김혁진이 확인하러 왔다.
“뭐. 겸사겸사지. 네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강선일. 그자에게 무슨 말을 들으셨습니까?”
“글쎄. 별말 안 했어. 너도 강선일에게 오랫동안 쫓김을 당했다면서. 잘 알잖아?”
강선일은 말을 많이 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만, 그 정보를 친절하게 풀어주는 타입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건 그렇지요.”
“근데 너한테 궁금한 게 있어서.”
“말씀하십시오. 그런데 시간이 아주 많지는 않을 것 같군요.”
시그니엘 던전의 벽체가 웅웅- 떨리고 있었다.
벽면에는 복잡한 형상의 마법진이 생성되어 여러 갈래로 퍼져나가고 있었는데, 봉인 작업이 진행 중인 듯했다.
“너무 오래 있으면 저희 둘 다 이곳에 갇힐 겁니다.”
김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말했었지. 천공의 왕은 법칙을 어긴 자를 심판하는 힘을 가졌다고.”
바베룬탑의 꼭대기에 올랐을 때였다.
그때의 김혁진은 ‘법칙’을 어겼었다.
“그랬습니다.”
잭슨도 과거를 회상했다.
“그때, 저는 김혁진 플레이어가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여 가슴이 조마조마했었죠.”
“그래. 그래서 너는 내게 많은 정보를 풀어주었어. 나를 지키기 위해.”
“맞습니다.”
잭슨의 의도야 어찌됐든, 당시 잭슨은 김혁진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보를 풀어주었다.
그 탓에 잭슨은 강선일의 쫓김을 받게 되었고 말이다.
다시 말해, 잭슨은 김혁진이 법칙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너는 법칙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고 했어. 법칙이라는 건 시스템이라 통칭되는 전체의 질서를 뜻할 거고. 너에게 있어서 나는 법칙을 지키고 수호하는 자가 되어야지, 법칙을 깨뜨리고 어지럽히는 자가 되면 안 되었을 거야. 네가 바라는 왕은 그런 존재겠지.”
“…….”
잭슨은 잠시 침묵했다.
김혁진의 말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천공의 왕 대신 나탈리가 나타났을 때, 강선일도 나타났어.”
강선일은 나탈리의 팔을 베었다.
“그때 나는 강선일이 왜 나타난 건지 이해할 수 없었어.”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았다.
“그때의 강선일은 고래일족으로부터 나를 구하기 위해 나타났었던 것 같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어차피 거기서는 너를 못 죽인다고 했었고. 강선일이 나타나야 하는 이유는 나를 살리기 위해서밖에 없었거든.”
강선일은 나타나자마자 나탈리를 죽이려고 했다.
김혁진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럼 정리가 가능해. 고래일족은 시스템의 법칙을 수호하는 일족이야. 애초에 그렇게 태어난 존재들이지.”
그렇기에 그들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 어떤 것도 능동적으로는 해내지 않았다.
딱 하나.
시스템의 법칙을 어지럽히는 이들을 심판하기 위해 존재하는 초월종이었다.
이것은 천공의 왕 나프탄이 직접 말해준 사실이었다.
-“법칙을 어긴자를 심판하기 위해서입니다.”
-“고래일족의 유일한 사명입니다.”
오로지 그 목적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초월종을 누군가가 ‘천공’에서 몰아냈고, 아마도 그것은 강선일이었을 확률이 높았다.
왜냐하면 강선일은 시스템을 파괴하고자 하는 이였으니까.
강선일에게 있어서 지나치게 강한 고래일족은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고래일족으로부터 살아남았고, 너는 나를 왕으로 세워야겠다고 다짐했겠지.”
그 말은 사실이었다.
잭슨은 그 날 이렇게 판단했었다.
-‘이 정도일 줄이야.’
-‘반드시 왕이 되어야 할 자.’
고래일족으로부터 살아남았다는 것은 시스템의 법칙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고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너는 이렇게 말했어.”
과거, 잭슨은 강선일을 이렇게 표현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자는 마왕입니다.”
-“모든 것을 파멸시키기 위하여 태어난 존재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불멸자로 태어나 모든 것을 포식하는 존재입니다.”
-“또한 그의 궁극적 목적 중 하나는 차원의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네 말이 완전히 거짓말이 아니었어. 네 입장에서는 강선일이 모든 것을 파멸시키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기는 했을 거야.”
그의 말에는 거짓과 진실이 교묘하게 섞여 있었다.
그러나 강선일이 처음부터 불멸자로 태어났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그리하여 저는 마왕을 막기 위한 또 다른 왕을 세우는 세례자로서 태어났습니다.”
“마치 강선일이 태어나면서부터 악마였던 것처럼 표현하면서, 너는 그 악마를 막아내는 고결한 일을 하는 것처럼 말했어.”
많은 것들이 정리되었다.
잭슨과 대화하다 보니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이 형체를 갖추어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었다고 봐. 너는 마왕을 막기 위한 왕을 세우는 자가 아니라, 그저 시스템의 룰에 따르며, 시스템에게 순종하는 왕을 탄생시키고 싶던 거야.”
고래일족도 그랬다.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그저 시스템의 법칙을 지키기 위해서만 살아가는 바보 종족으로 살아갔다.
시스템에 의해서 말이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위대한 왕을 영접하고 싶을 뿐입니다.”
“나한테 기름을 붓는다고 했지?”
아마도 저 기름을 붓는 행위가 특별한 힘과 권한을 주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잭슨은 늘 그래왔다.
진실과 거짓을 교묘히 섞었다.
‘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권과 의무가 함께 존재할 것이다.
“그 기름을 강선일에게도 부었었나?”
“…….”
잭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거짓말을 하려면 할 수 있을 텐데. 그건 시스템적으로 제약이 걸려 있나 보네.”
“아주 오래전, 젊은 날의 강선일은 시스템을 위한 왕이 되었었겠지.”
그때 아마 큰 제약을 받게 되었을 것이다.
직접적인 시스템 파괴가 불가능해진다거나 하는 제약 말이다.
잭슨의 표현을 빌리자면, 강선일의 눈인 ‘흑안’ 역시 봉인되어 있었다고 했다.
“강선일은 시스템을 선이라고 정의하지 않은 모양이야.”
그건 김혁진도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김혁진에게 있어서 이 시스템은 선이 아니었다.
정답을 정해놓고 그 틀에 질서를 맞추려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맵 제작자를 통해 ‘우주의 질서’까지 언급했다.
“근데 그 우주의 질서라는 게, 지나치게 인위적이지 않아?”
마치 누군가 만들어낸 프로그램처럼 말이다.
“김혁진 플레이어. 시스템은 우주의 질서입니다. 질서를 거슬러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일입니다.”
김혁진이 이센을 뽑아 들었다.
이미 판단은 끝냈다.
“인간 스스로의 선택과 자유로운 행동을 억압하는 것이, 질서가 맞는 건지 잘 모르겠네.”
인간은 인간이기에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고, 자유로이 행동할 수 있다.
김혁진은 그렇게 믿었다.
“너도 별로 믿고 싶지 않고. 왕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시스템의 노예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어.”
잭슨과 강선일.
둘 중 한 명을 믿으라면 주저 없이 강선일을 선택할 것이다.
“나는 세례를 받지 않을 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례를 강요한다면, 나는 너를 죽일 거야.”
“…….”
잭슨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누구보다 뛰어난 왕의 자질을 가진 분께서 이러시니 제 마음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군요.”
잭슨이 허리를 숙였다.
“일단은 돌아가겠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곧 시그니엘 던전의 봉인 작업이 완료될 것 같았다.
“다음에 뵐 때는, 적이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김혁진이 빠르게 발검했다.
이센이 잭슨이 있던 자리를 베어냈다.
‘베기는 했는데.’
잭슨은 사라진 뒤였다.
베기는 했으나 얼만큼의 부상을 입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얼마 후.
시그니엘 던전의 봉인 작업이 완료되었고, 김혁진과 차지혜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봉인 던전’의 봉인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그리고 차지혜는 스스로의 귀를 의심했다.
‘응?’
또 다른 알림이 이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