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66)
#재능만렙 플레이어 666화
-“저희도 [섬김의 기도서]를 구매할까 해요. 10명 정도. 아직 D스토어를 활성화하지 않은 길드원들이 있으니까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
-“아마 제 인생 최고의 도박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미셸은 인생 최고의 도박이라 말하며 섬김의 기도서를 사용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혁진은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섬김 클래스가 많아지는 건 김혁진에게도 좋은 일이었으니까.
미셸이 처음 섬김의 기도서를 사용하겠다고 말했을 때, 그저 이 정도 주의를 주기만 했다.
-“미셸의 뜻대로 하세요. 다만, 섬김 클래스에도 제약들이 존재합니다.”
‘섬김의 기도서’ 때문에 섬김 클래스들이 많아졌고 각 개인과의 연결은 약해졌다.
특히 서버가 다를 때에는 더욱 그랬다.
미셸은 미국 서버에서 거인 숭배자에게 습격을 당했고, 김혁진이 그것을 알아차리기까지는 몇 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김혁진은 그것을 느끼자마자 용돌이와 함께 워프하여 미국 서버에 도착했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김혁진은…… 자기 사람을 건드린 자를 용서하지 않아.”
김혁진이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나는 지금, 화가 나는 건가.’
마음이 복잡했다.
만약 미셸사단의 사람들이 ‘섬김’으로 엮여 있지 않았다면 습격을 받지 않았을까?
‘저들의 선택이라고는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의적인 책임감이 느껴졌다.
저만치 멀리.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토마스도 보였다.
미셸의 오랜 친구이자 부관이라고 했다.
미셸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사람이라고 했다.
‘죽었군.’
소중한 사람이 이제 더 이상 내 옆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공허하고 무서운지 잘 알고 있는 김혁진이다.
김혁진을 발견한 미셸도 정신을 잃었다.
(SNS로 언어를 배운) 용돌이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크흠. 나는 뒤에 짜져 있어야겠다.”
김혁진으로부터 새어 나오는 살기가 심상치 않았다.
차원군주로 각성한 뒤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진 김혁진이다.
아직 어린 개체인 용돌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짙은 농도의 살기였다.
“호오?”
거인 숭배자가 김혁진을 바라보았다.
“가공할 만한 살기구나.”
“네 이름은?”
“막센. 거인의 힘을 이은 거인 숭배자다.”
“그리고 네 유언은?”
그 말에 막센이 피식 웃었다.
“자신감이 넘치는군. 그 실력이 자신감이 비례해 주면 좋겠구나.”
김혁진이 이센을 들어 올렸다.
용돌이가 몇 걸음 더 뒤로 물러섰고, 슈퍼 망원경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야. 넌 여기가 어디라고 와?”
“너한테 위치추적 스킬 붙여놓는 거 허락했잖아.”
“아니 그래도 올 곳이 있고, 오면 안 될 곳이 있지.”
용돌이가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난 몰라. 너 못 지켜줘. 내 한 몸 지키기에도 벅차.”
워프도 사용할 수 없었다.
김혁진이 내뿜고 있는 기세가 주변의 마나를 모두 동결시켰다.
워프를 사용하려면 그보다 강한 힘으로 마나를 다시 해동시키거나, 그보다 더욱 단단한 의지로 마나를 억지로 움직일 수 있어야 했다.
슈망은 상황은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데?”
“차원군주가 화난 상황.”
김혁진은 평소와 달랐다.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토마스가 사망한 지금, 김혁진은 막센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김혁진이 입을 열었다.
“지저지옥.”
순간, 세상이 암흑으로 물들었다.
슈망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엥?’
태양이 사라졌다.
거신군주가 일궈낸 어둠이 태양마저 집어삼켰다.
‘이러면 화면이 안 담기는데?’
이럴 때를 대비해 적외선 촬영 모드도 미리 연습해놓았다.
일반 촬영보다 영상의 현장감이나 질은 많이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뭐야, 이것도 안 잡혀.’
화면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슈퍼망원경의 능력으로는 김혁진의 모습을 담을 수 없었다.
‘젠장!’
영상중계는 포기해야 했다.
목소리만이라도 담기로 했다.
“방금 분명 지저지옥이라고 말했는데요. 으으.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슈망은 본능적인 두려움에 계속해서 뒷걸음질쳤다.
김혁진이 일궈낸 ‘지저지옥’ 권능이 슈망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슈망은 극도의 공포감과 무력감을 동시에 느꼈다.
마치 자연재해를 눈앞에서 목격한 것 같았다.
용돌이가 슈망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팔로 슈망의 허리를 눌렀다.
“까불지 말고, 엎드려.”
슈망도 엎드렸다.
마치 절을 하는 자세가 되어버렸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눈앞의 상황이 두려워 앞을 쳐다보기 싫은 감정.
보면 안 될 것이 눈앞에 있는 것 같은 기이한 감각.
반드시 바닥에 엎드려 누군가에게 경외를 보내야 할 것만 같은 묘한 공포감.
‘무서워.’
슈망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깊게 가라앉은 김혁진의 눈이 막센이 사라진 부근을 바라보았다.
지저지옥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렇게 쉽게 죽으면 안 되잖아.”
지저지옥 사용을 취소했다.
빛을 잃었던 세계가 다시 밝아졌다.
그리고 존재가 조각나며 분쇄되던 막센의 몸이 다시 생성되었다.
그는 목을 움켜쥐고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커헉……! 헉……!”
막센의 눈에 극도의 공포감이 서렸다.
거인 숭배자로서의 그 어떠한 힘도 저자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을 직감했다.
“당신은 도대체……!”
거대한 눈동자가 보였다.
거인의 눈동자보다 더욱 거대한 눈동자가.
막센은 저자가 누구인지, 어떤 힘을 가졌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지저지옥은 거왕 사냥꾼의 힘이니까.
“설마 거왕 사냥꾼?”
거인 숭배자들은 거왕 사냥꾼을 알고 있다.
그리고 거왕 사냥꾼을 반드시 피해야만 한다는 철칙이 있었다.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방금 힘의 격차를 확실히 느꼈다.
막센은 김혁진 자신에 비하면 보잘것없고 초라한 힘을 가졌다.
“중요한 건, 네가 여기서 죽을 거란 사실이지.”
극상마법도 사용하지 않았다.
극상마법은 너무 편안한 죽음을 선물할 것이다.
‘이형환위.’
막센은 김혁진의 움직임을 읽지 못했다.
멀리서 바라보던 슈망조차 김혁진을 보지 못했다.
막센과 슈망의 눈으로는 김혁진의 움직임을 인지할 수 없었다.
슈망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뭐야, 이 무력감은.’
저런 움직임을 보았으면 초속촬영을 통해서라도 담아야 하는데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카메라에 담는 것조차 불경한 일이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결국 슈망은 두 팔을 늘어뜨린 채 중계를 포기했다.
푸악!
피 분수가 터져 나오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막센의 오른팔이 잘려나갔다.
크아아악!
비명이 들려왔고, 막센은 하나 남은 또 다른 팔을 잃었다.
뿜어져 나오는 피 분수에 슈망은 번뜩 정신을 차렸다.
‘아니,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김혁진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
[촬영할 수 없는 대상입니다.]‘엥?’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촬영조건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레벨 240 이상?’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날 정도였다.
레벨 240이 넘지 않으면 중계조차 할 수 없단다.
그 사이 막센은 두 다리까지 모두 잃었다.
몸통만 남아 꿈틀거리는 막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김혁진의 눈동자는 무미건조했다.
막센에게 다가간 그는 그대로 이센을 막센의 얼굴에 찔러 넣었다.
푸욱!
이센이 막센의 눈동자를 관통했다.
김혁진은 이센을 다시 회수했다.
푸욱!
또 다른 눈동자를 찔렀다.
크악! 비명과 함께 핏방울이 비산했다.
김혁진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눈동자로 다시금 이센을 들어 올렸다.
“쉽게 안 죽인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때,
정신을 차린 미셸이 창을 꺼내 막센의 심장을 연거푸 찔렀다.
천천히 죽어가던 막센은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김혁진 씨. 정신 차려요.”
미셸이 김혁진의 허리를 꽉 안았다.
“제발요.”
미셸이 본 김혁진은 평소의 김혁진이 아니었다.
평소보다 훨씬 더 화가 났고 분노한 상태였다.
“주변을 봐요.”
주변에 듬성듬성 자라나 있던 잡초가 모조리 바스러져 있었다.
생기가 빨려 나가 죽은 땅이 되어버렸다.
“이 주변에는 마나가 존재하지 않아요. 누군가를 향한 살의만이 가득해요.”
이런 공간에서는 그 누구도 살아갈 수 없다.
미셸정도 되는 고레벨 랭커도 숨이 가빠올 정도였다.
“……아.”
김혁진은 허리 뒤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정신을 차렸다.
미셸이 자신의 허리에 매달려 울고 있었다.
“왜 울고 있습니까?”
“무서워서요.”
미셸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이건 자존심의 영역이 아니었다.
“거인 숭배자보다, 당신이 훨씬 더 괴물 같았어요.”
“…….”
김혁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미셸의 말이 맞았다.
화가 나서 너무 흥분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막센이 너무 끔찍하게 죽어 있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정신이 좀 드네요.”
“조금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요, 우리.”
미셸도 사실 이성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가족보다 더 소중했던 토마스를 잃었다.
정상일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녀를 정신 차리게 했던 것은 김혁진에 대한 끝없는 두려움이었다.
김혁진을 멈추지 않으면 세계가 멸망할 것만 같은 공포감이 그녀의 이성을 일깨웠다.
김혁진이 몸을 돌려 미셸을 살짝 떼어냈다.
“그보다, 이걸 받으세요.”
김혁진이 품속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D스토어에서 비싼 값을 치르고 구매한 ‘만능 치유 포션’이었다.
“사망 시점으로부터 5분 내면 부활이 가능할 겁니다.”
“하, 하지만……!”
“시간이 없어요.”
김혁진은 만능 치유 포션을 미셸에게 쥐여주었다.
“제 사람을 핍박한 자를 용서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사람을 위해 제 스스로의 것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받으세요. 1초라도 시간을 아껴야 합니다.”
만능 치유 포션을 사용한다고 해도 무조건적으로 토마스가 살아날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이제는 운의 영역이었다.
‘이걸 먼저 줬어야 했는데.’
분노에 사로잡혀 막센을 잔인하게 다루었다.
명백한 실수였다.
‘나답지 않았어.’
* * *
다행히 토마스는 죽지 않았다.
의식불명에 중태이지만 호흡은 돌아왔다.
급한 불은 껐다 생각한 미셸이 다른 길드원에게 토마스를 맡겼다.
만능 치유 포션은 비싼 값을 톡톡히 했다.
몇 방울만으로도 중태에 빠져 있던 많은 길드원들을 일으켰다.
온전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의 회복은 시켜주었다.
미셸이 말했다.
“솔직히, 김혁진 씨답지 않았어요.”
“그랬습니까?”
“네. 단순히 화가 나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혁진은 여전히 묘한 흥분 상태.
‘섬김’으로 연결되어 있는 미셸은 그렇게 느꼈다.
그렇기에 지금은 자신이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김혁진에게 조언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혁진 씨의 이성이 이토록 흔들리는 건 이상한 일이잖아요.”
미셸이 한 가지 사실을 짚었다.
“마치 마음의 빈틈을 파고들어 누군가 암시를 건 것 같았어요.”
“…….”
이상한 점은 더 있었다.
“왜 ‘거인 숭배자’는 저희를 습격했을까요? 그가 말했어요. 우리는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들이라고 했죠. 그런 의미라면, 저희보다는 거신군주를 습격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듣고 보니 미셸의 말이 맞았다.
기본적인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
“심지어 그자는 거신군주 김혁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우리에 대해서는 아는데, 정작 거신군주는 모른다니.”
미셸의 말을 듣고 보니 뿌옇게 서려 있던 안개가 걷힌 느낌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가 김혁진 씨의 심기를 어지럽히고 더 나아가, 시간을 끌고 싶었던 것 같아요.”
김혁진 본인을 공격하는 것보다 김혁진 주변의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노린 듯했다.
“듣고 보니 그렇네요.”
“제일 이상한 건 저도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알 수 있는 사실을, 거신군주가 몰랐다는 거예요.”
미셸이 가볍게 웃었다.
“저는 일종의 암시 같은 것이 작용했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당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본 것 같아 신기하기는 하네요.”
다음 날.
김혁진은 ‘슈망’을 통해 한 가지 사실을 대대적으로 공표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
슈망의 영상에는 한 남자의 머리가 장대에 매달려 있었다.
-거신은 거인 숭배자와 그를 돕는 모든 세력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영상이 또 다른 파장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