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67)
#재능만렙 플레이어 667화
김혁진의 경고는 충격적이었다.
그가 공개적으로 ‘사람 형상의 목’을 방송에 내보낸 것은 질타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도 너무한 거 아님?
-아무리 적대세력이라고 해도 선을 넘은 것 같음.
온라인, 오프라인을 할 것 없이 김혁진을 비난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거신군주가 대단한 사람인 건 알겠는데 이건 아니지.”
“그러게 말이야. 아무리 NPC여도 어쨌든 감정과 이성이 있는 사람이랑 똑같은데, 목을 잘라서 경고하다니.”
“힘을 가지니까 아무것도 안 보인다 이건가? 사상이 좀 불편한데.”
그 숫자가 적지 않았다.
“거인숭배자가 뭘 했는데? 거신 군주와 편인 미셸사단이랑 마그나 선지자들을 공격한 거밖에 더 있음?”
사실 마그나 선지자들도 많은 사람을 죽였다.
마왕군들을 비롯하여 범죄자들 처단을 해냈었다.
“미셸사단도 알게 모르게 많이 죽였을 거야. 플레이란 게 그렇잖아.”
신문명 이전의 사회와 이후의 사회는 다르다.
중간 관리자들의 개입으로 인하여 플레이어들은 법의 통제망에서 벗어났다.
살인이 플레이로 둔갑되는 경우도 많았고, 법으로 그들에게 책임을 묻지 못할 때도 있었다.
“플레이상의 이권 다툼인 거 같은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거지.”
“내 말이.”
경고가 지나치게 잔인하고 오만했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김혁진의 집.
식탁에 앉은 김선화가 말했다.
“마치 단체암시라도 걸린 것 같아요.”
“그랬을 확률도 있겠지.”
김혁진은 별다른 동요 없이 반찬을 집어 먹었다.
“지네들 레벨제한 풀어준 사람이 누군데. 진짜 지구 차원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이 누군데, 알지도 못하면서 진짜 개짜증 나요.”
맞은편에 앉은 아영이 젓가락으로 식탁을 톡! 쳤다.
그 소리에 선화의 몸이 움찔했다.
“그만하고 밥 먹어.”
“언니는 화도 안 나요?”
“쟤한테 생각이 있겠지.”
아영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란말이를 집어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었다.
김혁진은 그런 아영을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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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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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있지만 사실 아영은 굉장히 화가 난 상태였다.
자세히 보니 아영의 젓가락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김혁진이 말했다.
“엄마도 집으로 모실 거야.”
“엄마를?”
“응. 위험할 것 같아서.”
거인 숭배자들이 세계 각지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혁진이 아닌 김혁진의 주변을 공격하려는 것 같았다.
“당분간 서희의 보호가 필요해.”
“오빠, 저도 엄마 지켜드릴게요.”
김혁진이 빙그레 웃었다.
“그래. 너희가 엄마를 좀 지켜줘.”
안서희와 김선화.
그리고 용돌이의 조합이라면 플레이어 타운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을 거다.
저녁 식사를 끝낸 뒤, 김혁진은 거신길드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슈퍼망원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슈퍼망원경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트리머였고, 어지간한 방송이나 기자들보다 더 파급력이 큰 플레이어였다.
그가 파리처럼 두 손을 싹싹 비볐다.
“헤헤. 오늘은 어떤 걸 중계하실 건가요?”
슈망에게 있어서 김혁진은 은인이었다.
그리고 김혁진의 진면목을 본 몇 안 되는 사람이기도 했다.
김혁진을 보자 절로 비굴해졌다.
그리고 비굴한 것이 그리 창피하지 않았다.
‘누가 됐든, 거인 숭배자를 죽일 때의 거신군주를 봤다면 비굴해질 거야.’
그의 상식에서 이건 당연했다.
“맡겨만 주십쇼. 제가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중계를 시작하죠.”
김혁진은 슈망을 통해 전 세계에 얘기했다.
“새로운 사실들을 조금 밝히려 합니다.”
김혁진은 여지껏 있었던 일들을 요약해서 말해주었다.
“……하여 지구 차원의 자발적 성장 제한. 즉, 레벨제한이 풀리게 되었습니다.”
과거 김혁진은 회색 1고리의 크리스탈과 2고리의 크리스탈을 부쉈다.
그를 통해 플레이어들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거기에 이제는 레벨제한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그것은 제가 이 차원의 차원군주이기 때문입니다.”
차원군주.
사람들에게 생소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그러나 그 단어가 가지는 무게감만큼은 전달 되었다.
차원군주라 함은 곧 차원을 다스리는 자를 뜻하는 말 아니겠는가.
“차원군주인 저는 [거인 숭배자]들을 악으로 규정하였습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욕한다고 해도, 김혁진은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다소 잡음이 있는 것은 알고 있으나 저는 제 뜻을 철회할 생각이 없습니다.”
사실 김혁진도 이런식으로 움직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사람들의 자유를 존중했다.
김혁진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것 또한 사람들의 자유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같을 수는 없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는 것이 건강하다.
적어도 김혁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니었다.
‘시스템은 시간을 끌고 싶어 해.’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최대한 빠르게 근정전으로 가야 했다.
그곳에 많은 비밀이 잠들어 있을 것이 분명했다.
“저는 지구 차원의 붕괴를 막기 위하여, 매 순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를 방해하는 모든 것들을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차원군주가 되었다는 것도 이야기했고, 지구 차원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것도 밝혔다.
이제 소명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지금부터는 권고가 아니라 경고였다.
“저를 욕하고 손가락질하는 것까지는 괜찮습니다.”
그것까지 터치할 생각은 없었다.
김혁진 자신도 당했던 암시다.
평범한 사람들도 충분히 암시를 당할 수 있는 일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김혁진은 그들의 감정까지 통제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거인 숭배자를 도와주는 이들은 모두 죽일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권리가 자신에게 없다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하루빨리 근정전으로 가서 마그나 게이트를 열어야 했다.
“각국의 정상분들께서도 강력히 권고합니다. 거인 숭배자를 막기 위해 군대를 투입해도 좋습니다. 중간 관리자들도 간섭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플레이어가 아닌 NPC이며, 특별한 목적을 위하여 만들어진 존재일 뿐입니다. 혹여 일부 중간 관리자들이 나서서 방해한다면 거신길드를 통하여 연락 주십시오.”
이곳에 오기 전 ‘막내 황녀님’과 대화했다.
-“제가 강선일의 못다 이룬 꿈에 동행해 보려 합니다.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
막내 황녀님은 흔쾌히 김혁진의 제안을 수락했다.
[수호자 ‘막내 황녀님’은 사실 매우 불쾌한 상태였습니다. 언제부터 자신이 ‘중간 관리자 살해 콘텐츠’를 즐겼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스템이 자신을 농락하고 모욕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스템에게 빅엿을 먹이겠다 공언합니다. 김혁진을 방해하는 모든 중간 관리자 살해 퀘스트를 다량으로 발생시키겠다 약조하였고, 해당 퀘스트에 소모되는 수호력도 아깝지 않다고 말합니다.]“거신길드는 해당 중간관리자를 살해할 것입니다.”
김혁진의 경고는 실시간으로 세계 곳곳에 퍼져나갔다.
설마하니 군대를 투입하는 정신 나간 국가가 있을까 싶었는데, 실제로 그런 국가들이 존재했다.
-미국은 미국 시민을 외면하지 않는다.
-거인 숭배자라는 테러집단과의 전쟁을 시작할 것,
거인 숭배자로부터 큰 피해를 입게 된 미셸사단은 대부분 미국인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미국 정부는 공식성명을 발표하여 ‘거인 숭배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중국은 거신군주의 뜻에 깊이 공감하며 동참한다.
라오위가 이끄는 중국은 김혁진의 말에 즉각 반응했다.
그에게는 군부를 장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나라가 아닌 길드 차원에서 거신군주를 지지한다는 성명은 셀 수조차 없이 많았다.
전 세계 곳곳에서 김혁진을 지지했다.
김혁진이 경고한 지 불과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강상구는 과자를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우와. 진짜 존경한다, 혁진아. 전 세계를 상대로 경고라니. 클라스 오졌다.”
거신길드원들도 사실 김혁진이 이렇게까지 말할 줄은 몰랐다.
슈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장님치고 극단적이기는 했지만, 효과는 확실한 것 같네요.”
이로써 분명히 보여주었다.
김혁진이 마음먹고 움직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김혁진의 말 몇 마디에 전 세계의 정상들이 움직였다.
발 빠르게 군대를 움직인다고도 선포했다.
마상현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로써 확실히 증명은 됐습니다, 형님. 힘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
마상현은 대단히 감동을 받은 듯했다.
“짜식들이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인 줄 안다니까요.”
마상현이 보는 김혁진은 그 누구보다 강한 힘을 가진 강자였다.
그러나 그는 그 힘을 과격하게 휘두르지 않았다.
마상현은 그런 김혁진을 늘 동경해왔는데, 오늘만큼은 김혁진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힘으로 찍어누를 수 있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신 것 같아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크하하핫!”
곽태운은 조금 떨떠름한 듯했다.
김혁진의 행동을 비난할 생각은 없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절대 선 계열의 ‘저울의 아낙네’도 김혁진의 행동을 딱히 규탄하지 않는 것이 신기하기는 했다.
여러모로 신기한 현상들이 벌어졌다.
“세계 지도자들은 물론이고, 랭커들이나 유명 길드의 길드장들이…… 누가 더 빨리 혁진 형의 말을 받아들이냐로 경쟁하는 것 같은 모양새네요.”
마치 김혁진에게 눈도장을 찍고 싶은 것만 같은 모양새였다.
곽태운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고, 그것이 사실이기도 했다.
신연서가 히히 웃었다.
“어찌 됐든 속은 시원해서 좋네.”
거신길드원들이 한 마디씩을 보탰다.
다들 말은 안 하고 있었지만, 김혁진 비난 여론에 뿔이 잔뜩 난 상태였었다.
김혁진이 말했다.
“저도 이 방법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거인 숭배자를 적으로 규정하고 척살하는 것은, 제가 마그나 게이트를 성공적으로 열 때까지입니다.”
수많은 부작용들이 예상된다.
이를테면 거인 숭배자를 돕지 않았는데 거인 숭배자를 도왔다는 죄명으로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
“저는 근정전으로 떠나야 합니다.”
김혁진은 거신길드원들을 바라보았다.
만약 거신길드원들이 없었다면, 마음 놓고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곳에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으니까.
반대로 말하면 김혁진은 이들을 믿고 신뢰했다.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들의 존재는 참 단단하고 든든했다.
“제가 없는 동안 이곳을 부탁드립니다.”
* * *
김혁진은 집으로 돌아왔다.
“라푼델?”
라푼델은 팔짱을 낀 채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런 일은 비서인 저를 동행해주면 좋았잖아요.”
“……아.”
“아가 끝이에요?”
“미안.”
라푼델은 비서로서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속상했지만 더 이상 들들 볶지는 않았다.
김혁진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에 집중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거인 숭배자와 관련된 건이에요.”
라푼델이 안경을 고쳐 썼다.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김혁진을 쳐다보았다.
“그래. 말해봐.”
“거인 숭배자들에게는 여러 가지 목적이 있다고 봐요.”
김혁진을 방해하려는 의도.
시간을 끌려는 목적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라푼델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제가 생각하는 그들의 진짜 목적은.”
김혁진도 라푼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장난을 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저일 수도 있어요.”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 부근을 콕콕 찔렀다.
“거왕 카툴루가 마음으로 낳은 딸. 그리고 지저거왕 마이커의 친딸. 힘을 모두 잃었어도 저는 거인이거든요.”
라푼델이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하고 싶지 않았던 말을 조심스레 이었다.
“어쩌면 저의 존재가 그들을 불러들였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