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68)
#재능만렙 플레이어 668화
“어쩌면 저의 존재가 그들을 불러들였을지도 몰라요.”
시스템이 ‘거인 숭배자’라는 특별한 NPC를 불러낼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라푼델이 지구 차원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라푼델은 그렇게 생각했고 김혁진도 그 생각에 일부 동의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거인 숭배자는 확실히 비상식적으로 강하기는 했다.
단 한 명이 미셸사단을 통째로 무너뜨렸으니까.
미셸사단은 거신길드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길드이고, 이렇게 무력하게 당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라푼델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비상식을 불러오려면 매개체나 명분이 있어야 하잖아요.”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라푼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럴 수도 있겠지.”
“저를 죽이면 거인 숭배자가 사라질지도 몰라요.”
“그래서?”
“저를…….”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큰 각오가 필요한 말이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제가 희생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김혁진은 곧 근정전으로 가게 된다.
거인 숭배자를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항마가 사라지는 셈이었다.
그럴 바에야 자신이 희생하여 거인 숭배자들을 모두 없애버리는 것이 안전한 판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푼델. 너는 진심으로 그 방법을 원해?”
“…….”
라푼델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말은 진심이었으나, 또 한편으로는 여기서 계속 살고 싶기도 했다.
새생명을 얻었고 친구들도 생겼다.
그녀는 죽고싶지 않았다.
“……네. 원해요.”
그렇지만 모두가 안전해지는 길이 이 길이라면 이 길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안 원해.”
“……네?”
“내가 그 방법을 원하지 않는다고.”
라푼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라푼델의 존재가 사라지면 ‘거인 숭배자’의 명분이 없어질 수도 있다.
시스템이 억지로 불러낸 거인 숭배자가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네 생각보다 거신은 강해. 내가 없어도 말이야.”
“하,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김혁진이 주먹을 살짝 쥐어 라푼델의 머리를 콕 때렸다.
“내가 아주 오래전 했었던 다짐이 있어.”
회귀 직후.
누나와 엄마의 모습을 처음 만났을 때였다.
“절대로 내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거든.”
“…….”
라푼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라푼델은 스스로의 마음을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사실 라푼델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저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를 희생하지 마.
-괜찮아. 죽지 않아도 돼.
라푼델은 입술을 깨물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까 씩씩하게 기다리고 있어.”
결국 라푼델은 울음을 터뜨렸다.
평소 완벽한 비서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늘 냉철한 척 했었는데 -그래봐야 별로 냉철하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그 가면을 모두 벗어던졌다.
흐아아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훌쩍거리면서 물었다.
“진짜 제 잘못 아니에요?”
그녀는 두려웠다.
미셸사단의 많은 사람들이 크게 다쳤고 몇몇은 죽었다고 했다.
그게 자신의 책임인 것 같아서 무서웠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래. 네 잘못 아니야.”
라푼델은 한참이나 히끅대며 울다가 팔을 뻗었다.
“한 번만 안아주세요.”
그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같았다.
김혁진은 민망한듯 관자놀이를 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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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아버지의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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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라푼델은 불쌍한 거인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두 거인을 잃었고, 그녀의 종족은 멸망했다.
그녀의 주변에 남은 사람은 김혁진의 가족과 거신길드원들이 다였다.
김혁진은 잠자코 팔을 뻗어 라푼델을 안았다.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여자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거인으로 치면 어린 개체였고, 지금 라푼델이 바라는 것은 아버지처럼 든든한 존재의 품이었다.
한참 후, 라푼델은 울음을 그쳤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씩씩하게 기다리고 있을게요.”
김혁진은 황당한 표정으로 라푼델을 바라보았다.
“너…… 겉모습은?”
“제 모습이요?”
라푼델은 현관쪽에 있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꺅!”
그녀는 스스로 깜짝 놀란듯 비명을 질렀다.
“저…… 왜 어려졌어요?”
라푼델은 오른손을 들어 올려보았다.
거울 속 어린아이가 오른손을 따라 들었다.
왼손도 들어보았다.
“이게…… 저예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 * *
김혁진은 근정전으로 향했고, 라푼델은 슈퍼망원경과 만났다.
슈퍼망원경은 조금 황당한 듯 용돌이를 쳐다봤다.
“이봐. 거인들의 왕 같은 존재라며.”
“맞아. 지저거왕의 친딸이고, 거왕 카툴루의 양딸이야.”
“크흠, 그렇단 말이야?”
소파에 앉아 막대사탕을 쪽쪽 빨고 있는 라푼델을 보며 슈퍼망원경은 고개를 갸웃했다.
“거인공주 치고 너무 아가아가한데?”
“힘을 다 잃어서 그래.”
“아무튼, 진짜 거인공주지? 저스틴 너만 믿는다? 나도 이제 영향력이 엄청 세져서 허튼 소문 퍼뜨리면 좀 그래.”
슈퍼망원경은 라푼델의 겉모습에 조금 놀랐지만 용돌이의 말을 믿기로 했다.
“거인 숭배자들에게 할 말이 이떠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라푼델은 발음이 정확하지는 않았다.
“거인 숭배자드른 드러라! 녜가 바로 거인왕들의 딸이다. 나는 너히드레 숭배는 받찌 않또록 하게따!(거인 숭배자들은 들어라. 네가 바로 거인왕들의 딸이다. 나는 너희들의 숭배는 받지 않도록 하겠다!)”
라푼델은 그렇게 공표했다.
“거신 길드는 내 소듕한 칭구들이다. 거신 길드와 친분을 가진 이들도 내 칭구들이다. 그러니 내 칭구들을 겁박하는 자드른 절때로 용서하지 아늘 것이다.(거신 길드는 내 소중한 친구들이다. 거신길드와 친분을 가진 이들도 내 친구들이다. 그러니 내 친구들을 겁박하는 자들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렇게 공표하기까지 많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다.
거인 숭배자들은 전 세계의 공적으로 선포된 상태였고, 거인 숭배자들을 모방하는 자들의 범죄도 끊이질 않던 중이었다.
그러한 가운데 거인 숭배자들이 숭배하는 자라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큰 리스크였다.
까딱 잘못하면 거인 숭배자들의 왕이나 리더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용기를 내야해.’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두려워서.
사람들이 오해할 것이 무서워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나도 거인이니까.’
거인은 비겁하면 안 된다.
그래서 행동했다.
김혁진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녀의 앳된 모습과 미성숙한 발음에 라푼델은 존재 자체로 매우 큰 이슈가 되었다.
어떤 이들은 크게 비웃기도 했고, 저런 어린애들을 숭배하는 ‘거인 숭배자’를 가소롭게 보기도 했다.
그러나 라푼델의 공표 이후 ‘거인 숭배자’들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스스로 거인 숭배자라고 외치고 다니던 일부 관심종자들도 모두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그러던 차.
눈을 감고 앉아있던 안서희가 눈을 번쩍 떴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어.”
안서희은 즉시 비상연락망을 가동하여 거신길드원들을 소집했다.
안서희를 필두로 거신길드원들이 대로를 걸었다.
이 길은 과거 (가짜)불거인이 안서희와 김혁진을 향해 걸어왔던 길이기도 했다.
강상구가 몸을 부르르 떨며 비대해진 몸집을 신연서 뒤로 숨겼다.
“연서야. 쟤네 뭐야? 무서워.”
“거인 숭배자들이겠지.”
로브를 뒤집어쓴 무리가 이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 숫자가 대략 20여 명 정도 되었다.
신연서는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검을 뽑았다.
스릉-
맑은 검명이 일었다.
경찰의 권한을 위임받은 태극방패 길드원들이 상황을 즉시 통제하여 사람들을 모두 물렸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으나 대로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안서희가 대표하여 물었다.
“너희들은 누구지?”
“우리는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들에게서 투기나 살기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묻겠다. 거인왕의 딸이 정말로 이곳에 있는가?”
안서희는 라푼델이 있는 집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의 위치는 가르쳐줄 수 없어.”
“우리는 그분의 위치를 알아야겠다.”
“알려주지 못하겠다면?”
“힘으로라도 알아내는 수밖에.”
앞장선 사람이 로브를 벗었다.
머리카락이 붉었다.
타오르는 불꽃 같은 긴 생머리가 떨어져 내렸다.
붉은 머리카락에 새하얀 얼굴의 여자였다.
그녀가 로브의 모자를 벗자 뒤따르던 거인 숭배자들도 로브를 벗었다.
“한 가지는 약속하지. 우리는 그분을 해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라푼델을 찾고 있는 거지?”
“거왕의 딸을 위한 제단을 쌓기 위해서다. 그분을 직접 보아야, 우리는 제단을 쌓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안한다. 그분을 만나게 해주면 좋겠군.”
그녀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해한다면 이 일대는 사라질 것이다.”
안서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느껴지는 존재감이 상당했다.
‘압박감이 엄청나네.’
마치, 오래전 불거인을 만났을 때와 비슷했다.
그때의 안서희는 지금의 안서희보다 훨씬 약했다.
지금의 안서희는 훨씬 강해졌지만, 눈앞의 거인 숭배자도 그때의 불거인보다 더 강한 듯했다.
그래서 체감으로는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안서희는 물러서지 않았다.
혼자 싸운다면 모를까, 지금은 거신길드원들이 함께였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수호탑이다. 수호탑의 본분은 지키는 것이고, 나는 라푼델을 지키기로 결정했어.”
“기어이 벌주를 마시겠…….”
그때, 라푼델이 모습을 드러냈다.
많이 어려진 그녀는 늘 달달한 것을 찾았고, 그녀의 오른손에는 막대사탕이 들려있었다.
“너네들, 나를 찾아떠?”
* * *
김혁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경복궁 던전은 오랜만이네.”
초보 시절에 자주 드나들었던 곳이었다.
그때는 나름 치열하게 플레이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세니아가 물었다.
“바로 왕도(王道)로 향하시렵니까?”
“아니.”
그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었다.
“왕도에 진입하기 전에 강선일이 말했던 모든 안배는 얻고 가고 싶어서.”
“강선일의 안배…… 말입니까?”
세니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안배가 남아 있었던가.
“채널에 초대해 줘.”
김혁진이 채널에 입장하자 수많은 수호자들이 또 앞다투어 음성과 의지를 전해왔다.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군.’
일일이 대답해 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김혁진이 물었다.
“[백색 사냥꾼]님과 일대일로 대화를 좀 하고 싶은데, 가능하겠어?”
“[화살 쏘는 아기천사]께서 주관하시는 은밀한 다과회를 통해 가능할 것입니다.”
세니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화살 쏘는 아기천사께서는 은밀한 다과회의 조건을 제시하고 계십니다.”
김혁진도 화살 쏘는 아기천사의 의지를 읽었다.
[수호자 ‘화살 쏘는 아기천사’가 그냥은 권능을 사용해주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습니다. 저번에도 은밀한 다과회를 이상한 방식으로 소모해서 짜증이 났다고 말합니다. 이번에는 최소한 뽀뽀는 해야 은밀한 다과회를 열어줄 것이라 얘기합니다. 중간 관리자 세니아에게는 방송은 방송이니까 괜찮다고 다독입니다.]세니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최소한 뽀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만…….”
김혁진은 황당해졌다.
화살 쏘는 아기천사의 성향이야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억지를 부릴 줄이야.
세니아가 천천히 걸어와 김혁진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중간 관리자로서, 원활한 플레이를 위하여 진행한 점을 양해하여주십시오.”
그런 것 치고는 날개가 지나치게 파르르 떨리고 있기는 했으나 김혁진은 모른 척해주었다.
그렇다고 세니아를 탓하기도 애매했다.
“이것은 인간들의 문화로 치자면 드라마의 대본 같은 것입니다. 저는 연기자였고, 연기를 했을 뿐입니다. 혹여 오해는 말아주십시오, 김혁진 플레이어.”
그런데 얼굴은 또 왜 이렇게 붉어?
김혁진은 굳이 짚지는 않았다.
어쨌든 은밀한 다과회가 성공리에 활성화되었다.
화살 쏘는 아기천사도 어느 정도 만족한 듯했다.
흐릿한 형체가 나타났다.
이전에는 대화조차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존재를 바라보아도 그다지 큰 타격이 없었다.
김혁진은 곧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강선일이 말했던, 당신께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