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74)
#재능만렙 플레이어 674화
사그라들었던 불꽃이 다시금 피어올랐다.
근정전을 집어삼킬 듯 강렬한 화염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불거인이 자신을 희생하여 피워올린 마지막 불꽃은 김혁진의 의지와 만나 다시금 불타올랐다.
‘불거인의 마지막 의지가 느껴진다.’
거짓된 질서의 힘을 막아내고, 다가오는 거대한 위험을 태우고자 하는 아라테사의 의지.
김혁진은 그것을 완벽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사이 알림이 이어졌다.
[‘진왕(眞王)’으로 각성합니다.]몸은 깃털처럼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무거워졌다.
보이지 않는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김혁진은 직감했다.
‘힘이 생겼다.’
아직 이 힘이 어떤 힘인지, 김혁진 스스로도 잘 알 수 없었다.
막연하게, 지금까지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다만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더 많은 책임이 생긴 힘이었다.
[시스템에 기억된 모든 기록이 삭제됩니다.]김혁진이 가지고 있던 권능과 고유 능력, 칭호들이 하나하나 사라지기 시작했다.
김혁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레벨 시스템의 삭제와 똑같아.’
이미 같은 것을 경험했었다.
[모든 기록이 재정립되어 ‘진왕(眞王)’으로 통합됩니다.]하나하나의 권능과 호칭등이 모두 사라지고, 그것은 ‘진왕’으로 통일되었다.
모든 능력은 하나가 되었고 그 자체가 바로 진왕의 힘이었다.
이것이 김혁진 개인에게 벌어진 변화였다.
진왕의 탄생과 더불어 지구 차원 전체에도 변화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구 차원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제약값이 사라집니다.] [지구 차원의 차원 한곗값 조건이 삭제됩니다.]겔론이 강제했었던 한곗값이 완전히 사라졌다.
[재능판 시스템이 소멸됩니다.]재능판이 없어졌다.
이제 사람들은 재능판에 구애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재능판은 겔론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하나의 요소였다.
1개의 재능판을 가진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1의 성취밖에 이루지 못한다.
재능판은 성장의 한곗값을 정해주는 인위적인 질서였다.
‘[플레이어의 양분]의 의미가 퇴색되겠네.’
비 플레이어를 플레이어로 만들어주고, 닫힌 재능판을 열어주고, 재능판의 갯수를 확장해 주었던 ‘플레이어의 양분’은 그 가치를 잃게 될 것이었다.
그에 따라 경제적으로 큰 타격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 세상에는 돈보다 중요한 것이 아주 많았다.
[능력의 성장요건이 없어집니다.]현 시스템하에서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재능을 개화하지 못하면 재능판이 모두 닫힌다.
김혁진이 그랬었다.
회귀 전, 20대 후반의 김혁진은 많은 재능판을 가지고 있었지만, 모조리 닫혀 있었다.
이제는 그런 시스템이 사라졌다.
어린 나이에 시작하든, 늦은 나이에 시작하든, 일단 시작하면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바뀌었다.
[특수 던전을 제외한 모든 던전 내에 부활 권능이 적용됩니다.]이제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던전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부활 권능이 적용되면서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확률도 있겠지만 ‘태초의 우주’는 그러한 부작용도 하나의 자연으로 인정하였다.
[튜토리얼 빌딩에 각성 NPC와 각성 부스가 생성됩니다.]* * *
강철 날개의 김동현, 김아현 남매는 튜토리얼 빌딩을 찾았다.
미국으로 이동하는 워프포탈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오빠. 저거 봐. 새로운 게 생기는데?”
하얀빛이 생성되었고, 새로운 부스가 하나 생겼다.
“혹시 뭐 위험하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혹시 몰라 둘은 위험을 대비했다.
NPC들이 해로운 경우는 많지 않았으나 최근 마그나 선지자와 거인 숭배자들이 나타나면서, 경계심이 높아진 상태.
“상점 NPC랑 비슷한 거 같은데?”
반투명한 형태의 NPC였다.
갈색 머리카락과 순박한 눈망울을 가진 여자 형태의 NPC였고, 보헤미안풍의 평범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아직 활성화는 안 된 것 같아.”
반투명의 NPC, 반투명 상태의 부스.
몇몇 호기심 왕성한 플레이어들은 NPC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 보았으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업데이트 중인가 봐.”
“각성 부스라는데?”
“각성 부스가 뭐지?”
그때, 중간 관리자들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 각성 부스에 대하여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김아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이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거네?”
각성 부스를 찾아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는 의사만 밝히면 누구든 플레이어로 각성이 가능했다.
각성 시점에 자신이 원하는 클래스를 선택할 수도 있었고 선택을 보류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저기 또 뭐가 생겨.”
“저건 또 뭐냐?”
각성 부스 바로 옆에는 전직 부스가 생성되었다.
키가 굉장히 크고 험상궂은 인상. 선글라스를 낀 남자 NPC였다.
“전직을 담당하는 부스인가 봐.”
평범한 클래스로의 전직이 얼마든지 가능한 곳이라고 하였다.
다만, 특별한 힘을 원하거나 히든 클래스를 얻기 위해서는 해당 부스를 이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신기하네, 이런 것들이 왜 생기는 거지?”
“글쎄. 시즌2 같은 느낌인가?”
아무튼 인류에게는 나쁘지 않은 듯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누구나 원하면 플레이어가 될 수 있고, 또 누구나 전직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었으니까.
김아현은 새로이 생긴 부스들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근데 오빠.”
“응?”
“아무 이유 없이 이런 게 생기지는 않을 거 아냐?”
“아무 이유 없이 생길 수도 있지. 튜토리얼도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시작됐잖아.”
“아냐. 이건 느낌이 달라.”
김아현은 턱을 매만졌다.
“이거 왠지, 김혁진 길드장님이랑 관련 있지 않을까?”
“글쎄…….”
“왠지 그런 기분이 들어. 그 오빠가 나서서 각성 부스도 만들고 전직 부스도 만들었을 것 같아.”
“그분이 왜? 뭐가 아쉬워서?”
“그냥. 이게 더 공정한 거니까?”
현 시스템 내에서는 우연히 플레이어로 각성하게 된다.
또한, 중간 관리자에게 선택받아야 하고, 또 수호자에게 선택받아야 한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변화가 벌어졌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그분밖에 없잖아.”
“뭐. 누군가 했다면 그렇겠지.”
김동현은 김아현의 말에 대충 맞장구쳐주었다.
그래도 설마 김혁진이 이런 것들을 만들어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시스템의 자연스러운 변화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알림이 이어졌다.
[진왕(眞王)의 지상명령에 의거하여 모든 거짓은 부서질 것입니다.]이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거짓 질서.
겔론이 만들어낸 가짜 시스템은 부서진다는 의미였다.
김동현은 인상을 찡그렸다.
‘엥?’
김동현과 김아현은 눈을 마주쳤다.
“오빠도?”
“너도?”
둘은 동시에 같은 것을 떠올렸다.
“진왕 김혁진?”
“진왕?”
둘뿐만이 아니었다.
거신 군주 김혁진이 사실은 새로이 탄생한 ‘진왕’이라는 사실이 모든 플레이어의 머릿속에 각인 되었다.
진왕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일종의 경외감이 피어올랐다.
차원을 관장하는 거대한 힘.
이 땅의 질서를 바로 세우는 위대한 권능.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진왕’을 받아들였다.
“내가 갑자기 되게 초라하게 느껴지는데, 내가 이상한 거야?”
“아냐. 나도 그래.”
마치 영원한 우주를 바라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우주 앞에서 티끌보다 작은 나라는 존재가 느껴졌다.
‘진왕’이라는 단어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그때, 김아현이 눈을 비볐다.
“지금, 뭔데?”
“오빠 눈에도 보여?”
불타오르는 필드.
왕좌에 앉아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차원 군주의 모습.
그러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뜨거워.”
김아현이 몸을 끌어안았다.
그저 환상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저 안은 도대체 어떤 세상이야?”
“그러게.”
김동현의 몸에서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저 환상을 통해 엿보고 있을 뿐인데도, 어마어마한 열기가 느껴졌다.
저 안에 차분히 앉아있는 김혁진의 모습이 경이로웠다.
“뭔가를 기다리고 계신 것 같은데.”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들도 모두 같은 것을 보았다.
일부 심약한 플레이어들은 해당 장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
환상은 기절한 이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는 못했다.
기절했을 뿐,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나는 기절 안 할 거야.”
김아현이 눈을 부릅떴다.
“나도.”
손가락으로 눈을 벌렸다.
[진왕이 거짓된 질서의 주동자를 맞이합니다.]김혁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불길이 춤추듯 흔들리며 길을 내었다.
불길은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 스스로 길을 내어 왕을 맞이하였다.
김혁진은 잠자코 앞을 바라보았다.
김혁진과는 다른 의미로 불길을 헤치며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가 겔론인가?”
“진왕이 진짜 나타났군.”
겔론이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김혁진은 겔론의 마음으로부터 조급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무명안조차도 ‘진왕’에 녹아들었다.
그다지 큰 힘을 소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겔론의 심리가 읽혔다.
‘얼른 죽여야겠어.’
겔론은 거창한 인사나 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김혁진 자신의 죽음뿐이었다.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마어마한 살의다.’
겔론은 살의 그 자체였다.
또 다른 겔론으로 태어난 김혁진이 완전한 모습을 갖추기 전에, 혹은 진왕으로서의 모든 힘을 깨닫기 전에 죽이고 싶은 듯했다.
겔론이 오른손에 든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지팡이에서 보라색 요사한 기운이 피어올랐고, 근정전 필드 전체에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모습을 드러내어 약조를 지키거라.”
쿠구궁-
땅이 진동했다.
불타는 땅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쩌적- 쩌저적-
깊은 균열이 생성되었다.
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숙한 균열로부터 어떠한 것들이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저거인인가.’
마왕군과 상대할 때 지저거인의 분신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분신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진짜 지저거인’인 듯했다.
“클클. 네 상대는 놈들이 해줄 것이다.”
김혁진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자 세계의 모든 것들이 정보가 되어 다가왔다.
마왕에 편에 섰던, 다시 말해 겔론의 수하가 되기로 약조한 지저거인들은 마이커와 반대되는 세력을 거인들이었다.
저들은 마이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마이커를 배신했다.
그리고 마왕군의 편에 서서 그들에게 힘을 보태주었다.
‘지저 거인 역시 거인인데.’
아무리 다른 거인보다 약한 거인이라고는 해도, 어쨌든 거인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나 김혁진은 그 어떤 위기감도 느끼지 못했다.
‘약해.’
지저거인 수십 혹은 수백이 있더라도 괜찮았다.
저들을 얼마든지 죽이거나 제압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야.’
겔론 역시 지저거인으로 김혁진을 죽일 생각은 아닌 듯했다.
지저거인은 그저 겔론의 방패막이였고, 시간을 끌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다.
김혁진은 겔론이 무엇을 할지 읽어낼 수 있었다.
진왕 김혁진의 세상 속에서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초월마법.’
진왕을 잡아먹을 수 있는 유일한 마법.
겔론은 초월마법을 그렇게 정의했다.
김혁진은 겔론에게서 새어 나오는 영창을 통하여 어떤 마법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 수 있었다.
‘거대한 어둠이 다가온다.’
영창이 완성되는 시간은 찰나일 것이다.
지저거인들을 모두 무릎 꿇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30초가 채 걸리지 않겠지만, 그 정도면 초월마법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었다.
‘싸우는 것은 안 돼.’
그렇다고 곧바로 겔론을 공격할 수는 없었다.
지금 겔론을 공격하더라도 그 데미지는 고스란히 지저거인들이 받게 되어 있었다.
한차례 마법 방어진을 통과한 이후라 힘이 반감될 것이 분명했다.
‘놈도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해온 거야.’
지저거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혁진은 침착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단순히 싸우는 게 답이 아니었다.
그리고.
단순히 싸우지 않고 길을 찾아내는 것은 김혁진이 늘상 해왔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