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75)
#재능만렙 플레이어 675화
김혁진은 지저거인들과 싸우지 않았다.
차분함을 유지하며 그들을 향해 걸었다.
“길을 내어라.”
1분 1초가 귀했다.
겔론은 ‘초월 마법’을 준비 중이고, 저것이 완성되면 김혁진 자신에게도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 뻔했다.
그렇기에 겔론은 다른 것을 염두에 두지도 않고 곧바로 초월 마법을 만들어가기 시작한 것이고.
김혁진이 걷자 지저거인들은 더욱 흉폭한 안광을 내뿜었다.
거세게 숨을 들이마시며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진왕’을 노려보았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만 같았다.
김혁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걸었다.
‘저들은 나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굳게 믿었다.
어디에서 이런 믿음이 기인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 그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지저거인이 아니라 겔론의 초월마법이었고, 그를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본능적인 판단을 내렸을 뿐이었다.
다만, 겔론은 지금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젠장. 뭐 하는 놈이야?’
당나귀 장인이 기를 쓰고 준비한 진왕이 맞는 것 같았다.
방금 태어난 진왕이 믿음과 확신을 통하여 ‘진언’을 구사하고 있었다.
진왕의 언어는 그 자체로 명령이 된다.
그 언어를 진언이라 부르며, 모든 존재에게 강력한 권능을 행사한다.
‘갓 태어난 놈이 어떻게……!’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진왕이라 할지라도.
어떻게 태어나자마자 저러한 힘을 구사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때, 지저거인 중 하나가 무릎을 꿇었다.
털썩!
그와 동시에 다른 지저거인들도 똑같이 무릎을 꿇었다.
김혁진에게 항거하지 못하고 그들은 겔론으로 향하는 길을 열었다.
이쯤 되자 김혁진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나만의 힘이 아니다.’
겔론만큼 구체적으로 ‘진언’을 인식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자신의 말이 언령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느꼈고, 그를 돕는 다른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느꼈다.
‘거인왕의 용살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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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왕의 용살반지]거인들의 왕. 카툴루는 용들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주역이자 전설입니다. 그는 자신의 성흔과 업적. 그리고 거력(巨力)을 소모하여, 고대명인 플루토와 함께 용살반지를 만들어냈습니다. 본 아이템은 해당 용살반지의 능력을 끌어와 재구성된 새로운 창조물입니다.
등급 : 초월급
1) 모든 공격력 및 방어력 +30%.
2) 용족과의 전투 시, 카툴루의 분신 소환 가능.
3) 거인왕의 영창과 관련된 능력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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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왕의 창조물은 단순히 ‘용살(龍殺)’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용살을 위한 아티팩트처럼 보였으나 숨겨진 것이 있었다.
시스템에 들키지 않도록 꽁꽁 숨겨두었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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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거인왕의 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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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왕 카툴루는 친구 마이커의 희생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훗날 그는, 몇몇 지저거인들이 마이커를 배신했다는 사실도 알아차렸다.
그래서 미래를 준비했다.
용살반지 역시 그중 하나였다.
‘거인족에게 강력한 강제력을 행사하는 힘.’
김혁진에게는 낯설지 않은 힘이기도 했다.
언령술사 반기명이 사용하는 것이 바로 언령이었고, 김혁진은 어렵지 않게 언령의 힘을 다룰 수 있었다.
지저거인들은 무릎 꿇은 채 김혁진을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
김혁진은 단순한 진왕이 아니었다.
그들은 김혁진에게서 거왕 사냥꾼의 힘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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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은 거왕 사냥꾼]거인족과 용족을 비롯하여 불멸자 및 불멸자를 추종하는 모든 세력과의 전투에서 적용 가능한 칭호입니다. 거인족의 왕을 사냥한 위대한 사냥꾼이면서, 해당 왕에게 진정한 인정을 받은 자에게만 부여되는 영예로운 칭호입니다.
* ‘거인족과 용족을 비롯하여 불멸자 및 불멸자를 추종하는 모든 세력과의 전투’에서
1. ‘그림자 침묵’ 권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수호탑’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3. ‘거왕’의 권능을 일부 사용할 수 있으며 수호탑에게 전이 또한 가능합니다.
(사용 가능한 권능 : 지저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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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진은 이 호칭의 모순점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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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족의 왕을 사냥한 위대한 사냥꾼이면서, 해당 왕에게 진정한 인정을 받은 자에게만 부여되는 영예로운 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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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왕을 사냥했는데 어째서 인정을 받는단 말인가.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니라 추살령을 받는 것이 맞다.
보통은 그러했다.
‘거왕 사냥꾼은…… 오늘을 위하여 예비된 칭호다.’
배신한 지저거인이 언제고 겔론을 도울 수 있기 때문에.
먼 훗날, 일을 그르칠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기 위하여.
그래서 ‘거왕 사냥꾼’이 존재했다.
거왕을 사냥한 사냥꾼이자, 카툴루에게 인정받은 김혁진의 말에 지저거인들은 복종했다.
김혁진의 발걸음에는 거인왕의 영창 ‘안식의 번개’의 힘이 녹아들어 있었다.
그 강대한 무력과 권위 앞에 지저거인들은 감히 반발하지 못했다.
김혁진은 그들 사이를 걸어가 겔론 앞에 섰다.
겔론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천공의 멍청이들은 왜 안 튀어나와!’
천공의 고래일족을 불러냈다.
그들은 질서를 지키는 심판자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겔론으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변수였다.
‘내가 봉인되어 있는 동안 무슨 일들이 벌어진 것이냐.’
꽈득!
이를 악물었다.
“강선일이 아닌 네놈을 선택한 이유를 알 것 같구나.”
결국 겔론은 초월마법 영창을 취소했다.
그 여파로 인하여 마나가 역류했고 겔론의 신체에 큰 무리를 주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후웅!
푸른 검의 궤적이 남았다.
김혁진의 일검에는 세상을 잘라내는 단뢰의 묘리가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었다.
겔론은 김혁진의 검을 피해냈다.
그의 몸이 그림자처럼 녹아내려 김혁진과 거리를 벌렸다.
“갓 태어난 진왕이 진언을 구사할 수 있다니.”
그는 직감했다.
‘오늘이 아니면 기회는 영영 없을 것이야.’
진왕은 오늘이 가장 약하다.
본인의 힘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때니까.
그러니 오늘 반드시 이 자리에서 죽여야 했다.
겔론이 시동어를 말했다.
“동결.”
이것은 현 질서의 왕 겔론이 내뱉은 ‘진언’이었다.
겔론의 세계에 포진된 마나가 모두 얼어붙었다.
이것은 비단 근정전 필드에만 국한된 내용이 아니었다.
전 세계의 마나가 얼어붙었다.
[플레이어의 자격이 일시적으로 박탈되었습니다.]지구 차원의 모든 플레이어에게 같은 알림이 전해졌다.
그 누구도 마나의 힘을 빌려 이적을 행사할 수 없었다.
간단한 마법조차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
한편, 김혁진이 입을 열었다.
“마법사가 마나를 동결시키다니. 어지간히 급했나 보군.”
겔론이 클클 대며 웃었다.
“갓 태어난 진왕이 나의 진언을 무력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겠지.”
김혁진도 느꼈다.
주변의 마나가 완전히 얼어붙었고 플레이어로서의 힘을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것이 너와 나의 차이다.”
겔론이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엘카에서 보랏빛 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인간의 언어가 아닌 또 다른 언어가 겔론에게서 새어 나왔다.
[오늘날 나를 일으키어.] [모든 약속 앞에서 은혜를 입게 하소서.]기적의 영창.
본인의 힘으로는 일으킬 수 없는 거대한 이적을 행하는 영창.
겔론은 기적의 영창을 통해 엘카에서 새어 나오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자신 주변에 덧입혔다.
겔론의 세상에는 마나가 풍만했다.
“자. 어서 와서 나의 목을 베거라.”
마나 없는 검술로 자신을 벨 수는 없을 것이 뻔했다.
그는 마치 조롱하듯 마법명을 내뱉었다.
“막아내는 성운(星雲).”
그의 주변에 번쩍이는 빛이 생성되었다가 이내 뿌연 안개가 되었다.
그가 자랑하는 극강의 방어마법이었다.
“나의 마법을 뚫고, 나의 목을 쳐라, 새로운 진왕이여. 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김혁진을 한껏 조롱한 그는 눈을 감고 다시금 마법영창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진왕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은 ‘초월마법’뿐이라고 판단을 내린 듯했다.
거대한 어둠이 주변을 잠식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김혁진의 눈에만 보이는 큰 어둠이 지구를 향해 다가왔다.
“흑암의 권세가 이 땅에 임하여 침묵을 강요하리라.”
어둠은 마치 거대한 고래가 되어 지구를 집어삼켰다.
삽시간에 하늘이 어두워졌다.
태양이 빛을 잃었고 바람이 멈추었다.
김혁진은 그 모든 것을 무명안으로 체감했다.
‘이것이 초월마법.’
겔론이 평생토록 두려워한 ‘진왕’이다.
그 진왕을 제거하기 위하여 고안해 낸 마법은 고요였다.
모든 것을 잡아먹어 강제적인 고요를 이끌어내는 폭식의 마법.
“초월마법은 잘 봤어.”
김혁진도 알고 있었다.
마나 없는 공격으로는 겔론을 다치게 할 수 없었다.
‘막아내는 성운’은 그가 보아왔던 그 어떤 마법보다 단단한 마법이었다.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뚫어낼 수 없었다.
“내게도 비슷한 게 있거든.”
말이 끝나자마자 힘을 운용했다.
“극상마법. 만검우.”
검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김혁진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만개의 검 하나하나에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이적.’
마나가 동결된 세상에서는 마법이 있을 수 없다.
마법이 있을 수 없는 곳에 마법을 만들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극상마법도 그와 비슷했다.
이사벨은 이렇게 표현했었다.
-“응. 내가 붙인 이름이야. 검림의 검과 마탑의 마법은 공존할 수 없는 힘인데, 내가 공존하게 만들어 버렸거든.”
공존할 수 없는 것이 공존하게 되었다.
그것이 곧 이적이었고, 이사벨의 오라비였던 이센을 통하여 펼쳐졌다.
김혁진은 검 하나하나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여지껏 사용해 왔던 만검우와는 달랐다.
김혁진의 눈이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 언약을 맹세하리.”
“나와 나의 어머니의 집이 범죄하고 악을 행하였으며.”
“율법과 규례를 지키지 못하였으나. 옛적의 언약이 내게 명하여 이르되.”
“약속의 기도와 맹세의 이름을 경외하기를 기뻐하는 자들의 간구를 들으시고.”
다른 이에게 힘을 구하는 영창.
그 ‘다른 이’가 누군지 몰랐던 영창.
김혁진은 이 영창의 진짜 의미를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다른 이’는 태초의 우주이고 질서였다.
현재의 시스템에 반하는 또 다른 질서.
지금의 세계 이전의 세계에게 간구하는 영창이었다.
‘그래서 겔론이 기적의 영창을 구사한 것이다.’
이 세계의 법칙으로는 마나를 운용할 수 없으니까.
봉인된 다른 세계의 법칙으로부터 힘을 빌려온 것이다.
김혁진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오늘날 나를 일으키어.] [모든 약속 앞에서 은혜를 입게 하소서.]태초로부터 시작된 언약.
그것이 완성되어갔다.
당나귀 장인이 예비하였고, 소음의 지휘자가 지휘하였으며, 백색 사냥꾼이 백색을 회복하며 만들어갔던 약속이 빛을 발하였다.
검제의 힘을 빌려 진왕이 일궈낸 일검(一劍)에 약속이 깃들었다.
‘모든 것이 스스로 존재하도록 돌아갈 것이다.’
태초의 우주는 자유로움을 택하였고 자연을 존중하였다.
그래서 진왕의 영창은 인위적인 질서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 이 세계에서 가장 부자연스러운 존재.
모든 것을 제 뜻대로 쥐고 조율하려는 존재인 겔론을 향해 파괴를 선사했다.
‘먼저 백개의 검.’
자유로움을 탐하는 의지가 담긴 백개의 검이 성운을 뚫어냈다.
“컥!”
또다시 백 개의 검이 차례대로 겔론의 목을 뚫었다.
다시 백 개의 검.
이어지는 백 개의 검.
“크아아아악!”
수백 개의 의지가 겔론의 목을 계속해서 꿰뚫었다.
겔론의 몸이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김혁진은 직감했다.
지금이 바로 새로이 얻게 된 힘 ‘진언’을 사용할 때였다.
새로운 질서를 정립하기 위하여 거짓된 질서를 몰아내야 할 때.
“무위(無爲)로 돌아가라.”
진언의 권능이 수천 개의 검에 깃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