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78)
#재능만렙 플레이어 678화
겔론(베른) 역시 현재의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버러지 같은 것들이……!’
겔론도 김혁진과 시간 계산을 거의 똑같이했다.
본래는 10초가량 여유가 있었는데 잡것들이 끼어들면서 여유가 많이 줄었다.
시간이 줄어든다 생각하니 집중도 흐트러졌다.
‘아니. 저런 좀스러운 것들에게 신경을 팔릴 때가 아니다.’
어차피 놈들이 아무리 발광을 해봐야 자신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나만 잘하면 된다.’
여기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가.
강선일이 검을 들고 나타났을 때에도 겔론은 죽지 않았다.
“엘카야. 너만 믿는다.”
지팡이가 빛났다.
플레이어들의 공격따위는 모조리 무효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겔론은 지팡이의 권능을 믿었다.
이제부터는 찰나의 싸움이다.
아주 잠깐의 집중력 차이가 승패를 가를 것이었다.
지팡이의 의지가 전달되었다.
-다른 놈들은 별거 아닌데, 한 놈 때문에 성가시게 됐어.
그놈은 바로 학사 단천학이었다.
성가신 놈이 주축이 되어 자잘한 공격들이 더해지고 있었다.
당연히 거슬릴 수밖에.
시간이 흘렀다.
플레이어들은 점차 지쳐갔다.
김혁진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부족해.’
플레이어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늘 최고의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었다.
‘2초.’
딱 2초의 여유가 더 필요했다.
2초만 더 회복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겔론과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다들 지쳤어.’
겔론은 방어에만 집중했다.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방어를 배제한 채 공격만 쏟아부을 수 있었다.
그것은 양날의 검이었다.
보다 강력한 공격을 퍼부을 수 있었지만 그만큼 빨리 지쳤다.
‘2초를 어떻게 더 확보하지.’
겔론이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김혁진을 없애고 싶어 했고 김혁진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오늘을 위하여 수많은 자들이 길을 예비했고 희생되었다.
오늘을 완성하지 못하면 다음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른다.
‘또 다른 거대한 힘이 다가온다.’
그 역시 검림의 힘이었다.
그러나 아까보다 훨씬 더 친숙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따사로운 태양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베른이 이곳에 왔듯, 결국 이사벨도 길을 찾은 거야.’
순혈의 검제가 오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지금도 최선을 다해서 오고 있겠지.’
더 빨리 오라고 할 수는 없었다.
관건은 시간이었다.
찰나의 시간이 삶과 죽음을 가를 것이다.
김혁진이 초조해지는 만큼, 오히려 겔론은 여유로워졌다.
“어떻게 해도, 2초의 간극을 줄일 수는 없을 게야.”
그제서야 겔론은 웃을 수 있었다.
“이놈의 육체는 싱싱하고 튼튼하지.”
영혼과 신체의 동화작업은 굉장히 쉬웠다.
베른의 열망이 그만큼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아주 마음에 들어.’
김혁진을 향한 지독한 원한과 분노.
그것이 원동력이 되었다.
베른의 정신은 누구보다도 효율적이고 빠르게 겔론을 받아들였다.
‘내 생각보다 훨씬.’
베른은 겔론의 예상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겔론을 도왔다.
덕분에 겔론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더 생겼다.
“2초가 아니라 3초겠군.”
절대자와 절대자의 싸움에서 1초는 영원에 가깝다.
그 1초에서, 절대로 뒤집을 수 없는 간극이 생겨버린다.
“어떻게 할 테냐?”
보랏빛 장막이 점점 걷혀가고 베른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베른의 몸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일렁거렸다.
공격을 퍼붓던 플레이어들은 움찔했다.
베른의 존재값을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강상구가 침을 꿀꺽 삼켰다.
“미친놈인 줄은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뒤를 힐끗 봤다.
왕좌에 앉은 김혁진은 여전히 회복 중.
‘내가 목숨을 걸면, 0.1초 정도는 더 확보할 수 있을까?’
강상구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
어쩐지 최후의 일전이 될 것만 같은 불안한 느낌 때문이었다.
‘내 목숨값이 겨우 0.1초라니.’
뭔가 폼이 안 나는걸.
그렇게 생각한 강상구는 힘을 끌어 올렸다.
화염을 끌어올려 그가 구사할 수 있는 최강의 화염계 마법 ‘인페르노’를 영창했다.
인페르노는 강상구가 일생에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이 마법은 M/P를 소모하지 않았다.
‘뜨겁군.’
스스로의 몸을 바쳐 마법을 구현해야 했다.
그랬다.
인페르노는 M/P가 아니라 생명력을 원료로 하여 큰 힘을 내는 마법이었다.
주변의 땅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열기가 피어올랐다.
김선화의 비호 아래 잠시 휴식을 취하던 신연서가 강상구를 발견했다.
“야. 최떵구! 너 뭐해!”
신연서는 강상구의 힘을 잘 알고 있다.
지금 피어오르는 힘은 강상구의 능력을 한참 벗어난 수준이었다.
그녀는 직감했다.
“이 멍청한 놈아!”
최선을 다하랬지, 누가 목숨을 바치랬어!
신연서가 검으로 땅을 짚고 일어섰다.
“언니. 좀 더 쉬어야 해요!”
김선화가 말렸으나 신연서는 듣지 않았다.
몸을 일으켜 강상구를 말리기 위해 다가갔다.
“네가 이딴 식으로 해서 혹시라도 일이 좋게 풀리면, 혁진 대장이 좋아할 것 같아?”
강상구는 대답하지 않았다.
인페르노를 완성해야 했다.
‘내 0.1초가 부디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웬수 같은 혁진 놈아!’
그래도 마지막 순간이 되니 자랑스럽기는 했다.
‘나중에 내가 네 친구였다고 꼭 뽐내고 다녀야 한다!’
강상구가 눈을 번쩍 떴다.
곧 마법이 완성된다.
‘내가 자양동 방화마스타다!’
* * *
눈을 감은 김혁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강상구!’
강상구가 뭘 하려는 건지 느껴졌다.
그의 마음도 읽혔다.
그는 지금 죽고 싶지 않았다.
강상구는 그 누구보다도 가늘고 길고 평탄하고 행복한 삶을 꿈꿨던 친구였다.
그러나 지금 그는 희생을 택했다.
0.1초의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젠장.’
하지 말라고 말은 하지 않았다.
그것은 강상구의 선택을 모욕하는 행위다.
강상구가 벌어준 시간을 어떻게든 값지게 써야 했다.
그것이 친구인 김혁진에게 남은 과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간이 부족해.’
이사벨이 다가오고 있으나 늦다.
이사벨이 오기 전, 결판이 날 것이다.
그런데 그때 예상치 못했던 알림이 들려왔다.
[수호자 ‘속삭이는 악마’가 절묘한 타이밍을 포착합니다. ‘속삭이는 악마’의 모든 생애를 통틀어 최고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직감하며 킬킬대며 웃습니다.] [‘속삭이는 악마’가 수호력을 모두 소모하여 최후의 권능, ‘마지막 뒤통수는 짜릿하다!’를 사용합니다.]권능의 이름은 우스웠다.
마지막 뒤통수는 짜릿하다.
그러나 권능에서 느껴지는 힘까지 우스운 건 아니었다.
[‘마지막 뒤통수는 짜릿하다’의 권능을 힘입어 순혈의 검제에게 지름길을 보여줍니다.]순간, 겔론의 얼굴에도 낭패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속삭이는 악마 이 개 같은 놈이!’
속삭이는 악마가 최후의 뒤통수를 칠 대상은 바로 겔론이었다.
이쪽으로 향하는 지름길을 열어주었다.
[수호자 ‘속삭이는 악마’가 최후의 뒤통수에 크게 만족하며 즐거워합니다.]속삭이는 악마는 순전히 즐거워했다.
겔론의 뒤통수를 쳤다는 사실이 못내 행복한 듯했다.
그는 더없이 쾌활하게 웃으며 소멸을 받아들였다.
‘속삭이는 악마’는 소멸했으나, 그가 남긴 마지막 권능은 근정전 필드에 깊숙이 작용했다.
겔론에게는 약 2초의 여유가 있었고, 김혁진에게는 약 2초가 모자랐었다.
속삭이는 악마의 뒤통수로 인하여 그 2초의 시간이 상쇄되었다.
단천학이 스르르 움직여 강상구의 목덜미를 세게 내리쳤다.
억!
강상구는 단말마 같은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야, 야! 최떵구!”
“걱정 마라, 아이야. 죽지는 않았다.”
죽을 만큼 괴롭겠지만.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인페르노가 거의 완성되어가던 시점에 마법이 강제로 취소되었다.
그 반작용으로 인해 내부의 마나 흐름이 완전히 뒤틀려 버렸다.
최소 두어 달은 요양이 필요한 수준의 부상을 입었다.
단천학은 김혁진과 겔론이 맞부딪칠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기명아. 너는 수호탑을 도와라.”
언령술사의 언령이 안서희를 도왔다.
그리고 단천학은 김선화에게 말했다.
“너는 네 고유의 능력을 펼치거라.”
“제 고유의 능력이요?”
“그래. 하늘을 담아내는 그물말이다.”
김선화는 ‘섬김의 은천망’이라는 클래스를 획득하였고 그에 따라 고유능력인 ‘은천망’을 획득했었다.
김선화는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곧바로 은천망을 펼쳤다.
김선화 주변 필드와 하늘이 온통 은으로 물들었다.
하늘을 덮은 은색 그물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덮었다.
“격돌이 있을 것이다.”
단천학이 힘을 주어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버티는 것뿐. 정신 똑바로 차리거라. 찰나의 순간에 모든 것이 끝나고, 한 점의 흐트러짐이 존재의 소멸을 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차원문이 열렸다.
베른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었듯, 순혈의 검제 이사벨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사벨이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녀조차 무리할 만큼, 차원과 차원을 건너 빠르게 이동했다는 소리였다.
김혁진과 겔론이 동시에 눈을 번쩍 떴다.
새로이 태어난 진왕.
베른과의 융합에 성공한 겔론.
둘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쳤고, 검제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번쩍!
빛이 터져 나왔다.
온 세계가 백색으로 물들고, 시간이 정지했다.
그사이 의지와 의지가 서로를 할퀴었다.
검림천살검이 거짓된 질서를 베어내고 뇌황검이 인위적인 설정값을 붕괴시켰다.
강력한 육체를 손에 넣은 겔론은 다시금 질서를 세워 올려 강력한 권능으로 이사벨과 김혁진에게 맞섰다.
아니, 맞서는 척을 했다.
이사벨이 보다 빠르게 모습을 드러낸 시점에서 겔론은 자신에게 승기가 없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도망친다.’
지금은 방법이 없었다.
빨리 도망쳐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김혁진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모든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듯, 겔론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겁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그는 그 스스로가 또 다른 겔론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도망칠 곳은 오로지 한 곳뿐이다.’
진왕이 태어난 이상 겔론이 몸을 숨길 곳은 딱 한 군데밖에 없었다.
진왕의 힘이 닿지 않는 또 다른 세계.
태초의 수호자인 당나귀 장인마저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우주.
겔론은 그 곳을 ‘심해(深海)’라고 불렀다.
그 곳이라면 김혁진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 것이었다.
한편, 김선화는 이상함을 눈치챘다.
‘내게 압력이 안 느껴져!’
두 절대자의 충돌은 분명 위험했다.
단순한 충격파만으로 이곳의 모든 생명을 싸그리 녹여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선화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는 건!’
당사자인 김혁진과 이사벨은 못 느끼고 있거나, 느끼고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김선화는 순간적인 판단을 내렸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보호가 아니야.’
은천망은 권역에 속한 모든 이들을 보호해내는 힘이다.
그와 동시에 ‘그물’이기도 했다.
아군을 보호하는 힘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서, 반대로는 적(물고기)을 잡는 도구로도 쓸 수 있다는 뜻이었다.
힘을 역으로 이용했다.
‘잡아야 해!’
물론 턱도 없으리라는 사실을 안다.
그렇지만 김선화의 마음은 아까의 강상구와 같았다.
‘0.1초만 벌면 돼.’
딱 0.1초.
김선화가 바라는 것은 겨우 그 정도의 시간이었다.
겔론이 아주 잠깐, 움찔할 정도의 시간만 벌면 이후는 김혁진이 해결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거야.’
순간, 거대한 어둠이 김선화 자신을 잡아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찔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막대한 두려움이 그녀의 정신을 집어삼켰다.
영혼이 산산조각나는 느낌이었다.
‘아니. 버틸 수 있어!’
그녀는 섬김 클래스였고 김혁진과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이윽고 은천망이 빛을 잃었다.
김선화 자신의 의도대로 찰나의 시간은 벌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성공……한 걸까?’
김선화는 정신을 잃기 직전 주변을 살펴보았다.
모두가 괜찮은 것 같았다.
딱 하나가 안 괜찮았다.
‘오빠가 안 보여!’
김혁진과 겔론이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