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8)
#재능만렙 플레이어 68화
태풍 곽태운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려 봤다.
‘일대일로 검후 신연서를 이긴…… 공식적으로 유일한 마법 계열 플레이어.’
이명에서 드러나듯, 곽태운은 ‘바람’을 다루는 마법사다.
‘아직 재능판이 다 열리기도 전인데다가…….’
플레이 초반부에서 마법사 계열은 격투 계열의 클래스에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 마법사는 초반에 매우 약하며 초반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클래스이기도 하다. 단, 대성한다면 어마어마한 살상력과 파괴력을 자랑하지만 말이다.
‘초반부이니만큼, 김태천에게는 상대가 안 되겠지.’
10년 전. 김태천은 곽태운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이유를 직접 밝힌 적은 없지만 사람들은 꽤 그럴듯한 추측을 했었다.
‘용맹충의 퀘스트일 확률이 높아.’
불곰 김태천의 계약수호자는 다름 아닌 ‘용맹한 사자왕’이다. 용맹한 사자왕의 성격상, 김태천에게 ‘용맹을 과시하는’ 류의 퀘스트를 자주 내렸을 거고 김태천은 그것을 충실히 수행했을 거다. 그게 적성에 맞기도 했고.
‘예정대로. 나는 곽태운을 내 편으로 만든다.’
그래야 오늘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 거고,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낼 수 있을 거다. 그 때. 나는 김태천과 눈이 한 번 마주쳤다.
[감각안이 미약한 적의를 인식합니다.]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미약한 적의라. 아직 뭐. 살기를 내뿜을 정도는 아닌 것 같고. 끽해야 ‘적의’ 정도인 것 같다.
‘네 레이더망에 내가 한 번 걸렸단 말이지?’
현재 김태천이 원하는 건 용맹을 과시할 수 있는 포식자 포지션. 그러려면 당하는 상대가 지나치게 약해서도 안 되고, 또 지나치게 강해서도 안 된다.
‘나를 봤다는 건……. 우리 파티 중에 그나마 내가 제일 만만해 보였다는 뜻인가.’
좋다. 잘 됐다.
‘연서는 일단 얕잡혀 보인 거 같고.’
신연서는 너무 연약한 여자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
‘선화는 두말할 필요도 없지.’
사실상 플레이에 있어서 성별이나 나이는 아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재능판이 다 열린 20대 초반 이상이라면 말이다. 그렇지만 현재 김태천의 시각에서는 아닐 거다. 어찌됐든 남는 사람은 마상현과 강상구. 그리고 나인데.
‘셋 중에는 제일 만만해 보이는 게 나고.’
감각안이 그걸 분명히 말해줬다. 내게 직접적인 시비를 걸지는 않았지만 만약 지금 이 자리에 곽태운이 나타나지 않았다거나, 어떤 계기가 있었다면 분명히 내게 시비를 걸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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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먹잇감을 찾는 자칭 포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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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 자칭 포식자는 먹잇감을 찾았다. 곽태운이라는 딱 좋은 먹잇감을.
* * *
세니아는 현재의 상황을 중계하면서도 이 상황을 믿기 어려웠다. 어제. 김혁진이 말한 것을 떠올렸다.
[만약, 관심을 끌고 싶은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누군가와 싸우는 것이겠지. 1차원적이고 접근하기 쉬운 데다가 수호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니까.]세니아도 그것 자체에는 동의했었다. 그런 플레이어들이 꼭 한두 명씩은 존재하게 마련이니까.
[누군가 시비를 건다면, 그 대상은 너무 강하지도 또 너무 약하지도 않은 상대일 거야.]세니아는 지금 그 상황을 눈으로 보고 있다. 김태천이라는 플레이어가 곽태운이라는 플레이어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었다.
“야. 사람을 쳤으면 사과를 해야 할 것 아냐.”
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또 만약, 그 상황을 강상구가 보고 있다면, 강상구는 참지 못하겠지. 걔도 나름 정의감이 있는 친구고. 또 한 성격 하는 놈이니까.]세니아가 상황을 계속해서 중계했다. 곽태운이 김태천을 한 번 노려본 뒤 그냥 몸을 돌렸다. 김태천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X발놈아. 너 거기 안 서?”
[그러면 결국 강상구와 그 사람이 부딪치겠지.] [상황 설정이 꽤 디테일하군요. 김혁진 플레이어가 굳이 시간을 할애해서 설명할 만큼, 실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그랬는데 진짜로 강상구가 움직였다.
“야! 애 데리고 뭐하는 짓이냐!”
[아주 좋은 상황이잖아. 수호자들도 재미있어할 만한 상황이고.] [지나친 상상의 비약 아닙니까?]아무리 예지몽 각성자라도. 지나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내기했잖아. 내기하려면 내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일단 말씀해보십시오. 들어는 보겠습니다.]그런데 지금 보니 어떤가. 어제 김혁진이 말한 대로 모두 이루어졌다.
[거기까지 갔으면 그림은 거의 다 그려졌어.]김태천이 곽태운에게 시비를 걸고, 그 것을 못 참은 강상구가 끼어들고.
[그럼 다음은 놈의 BJ가 끼어들겠지. 플레이어가 판을 벌려줬으니, 중간 관리자가 판을 키워야 하지 않겠어?] […….] [내가 중간 관리자라면, 무조건 PVP존을 연다.]아니나 다를까.
[PVP존이 선포됩니다.]그리고 코뿔소의 머리를 한, 인간 형태의 무엇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세니아의 날개가 파르르 떨렸다. 상황을 중계하기는 하지만, 김혁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런데 다음이 더 가관이었다.
* * *
김혁진은 페르시가 PVP존을 선포할 것을 알았다. PVP존에서는 죽어도 죽지 않는다. ‘부활’의 개념이 갖춰진 필드다.
‘그중에서도 이곳은 고통이 존재하는 필드.’
이곳은 고통이 느껴지는 필드다. 죽지는 않지만 고통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내가 중계하는 플레이어한테 왜 깝치는 거니, 너는?”
페르시는 인간을 딱히 존중하지 않는다.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볼 뿐이다.
“너 같은 쓰레기는 일단 흠씬 맞아야 해.”
지금의 강상구는 페르시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 페르시는 강렬한 자극을 확보하기 위해, 강상구를 거의 반쯤 죽여 놓을 거다. 그리고서 겁먹은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김태천이 맘껏 용맹을 뽐낼 거다.
‘그러면 이제.’
김혁진이 뒤를 힐끗 쳐다봤다. 세니아. 이제 나와 줘야지.
“중간 관리자 페르시. 플레이어에게 강압적인 권능을 사용하려는 것 같은데. 제 말이 맞습니까?”
“넌 또 뭐야?”
페르시가 바닥에 침을 퉤! 뱉었다. 침은 녹색이었다.
치이익-!
바닥에서 김이 피어올랐다. 이곳에 모여든 플레이어들이 수군거렸다.
“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쉿. 조용해. 중간 관리자한테 괜히 잘못 보였다가는 죽을 수도 있잖아.”
“쉿. 쉿. 우린 그냥 멀리서 구경이나 하자고.”
세니아는 동요하지 않았다. 기세가 죽지 않았다.
“중간 관리자들끼리는 서로의 일에 크게 간섭하지 않는 불문율을 저도 알고는 있습니다만.”
“근데 왜 같잖은 간섭질이냐고! 비켜. 난 내 콘텐츠를 진행해야겠으니.”
“그렇지만 이것은 시스템의 절대적인 율법과 관련된 일이니까요. 그대는 어째서 플레이어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강제 권능을 사용하려 하십니까?”
김혁진은 스스로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세니아. 저번에 넵튠 앞에서 아무런 말도 못했던 것이 한이 되었던 모양이다. 꽤 많이 배웠고 꽤 많이 성장했다. BJ로서는 초보나 다름없는데, 그래도 꽤 많이 레벨업 한 느낌이다.
“그딴 거 내가 알 바야?”
“알 바입니다. 강상구 플레이어는 제가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플레이어 중 한 명이니까요.”
“…….”
언제부터 세니아가 강상구를 중점적으로 관리했는지는 모르겠다만, 사실상 페르시도 할 말은 없을 거다. 잘했어 세니아.
‘잘하고 있네.’
중간 관리자의 간섭은 세니아가 막아줄 거다. PVP존은 설정됐고, 페르시는 전면에 나서지 못한다. 편법은 못 쓴다는 얘기다. 세니아의 역할은 그거다. 페르시 같은 양아치가 헛짓거리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
수호자들도 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거다.
‘용맹한 사자왕도 지금의 상황을 보고 있겠지.’
자. 그러면 그림은 다 그려졌다. 용맹한 사자왕은 플레이어의 ‘용맹함’을 보고 싶어 하는 용맹에 미친 용맹충이다. 세니아가 나선 덕에 페르시가 강렬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러한 상황. 용맹한 사자왕은 나를 잘 알고 있다.
‘그러면 저 용맹충은 분명히 김태천에게 퀘스트를 내릴 거야. 나와 한 번 싸워보라고. PVP존도 펼쳐졌겠다. 좋은 기회니까.’
[감각안을 통해 강한 ‘호승심’이 느껴집니다.]지금 ‘용맹한 사자왕’은 나보다 약한 김태천에게 어떠한 지원을 해주면서, 내게 싸움을 붙이려고 하는 거다.
세니아의 날개가 쉴 새 없이 파르르-떨렸다. 이 정도면 김혁진이 각본을 썼다 해도 믿을 정도였다. 믿기 어려울 정도의 정확한 예측력이었다.
[그렇게 되면 이제 김태천이 나한테 PVP를 걸고 싶어서 안달이 날 거야.]시비의 시작은 곽태운이었다. 그 다음은 강상구. 그런데 가만히 있던 나에게, 보는 눈도 많은 상황에서 막무가내로 시비를 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 페르시는 결국 너를 물고 늘어질 거야. 나한테 시비를 걸어야 하니까.]세니아는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김혁진의 얘기에 크게 집중하지는 않았다. 예지몽(预知梦) 각성자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디테일한 것을 볼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저 내기에 이기면 무엇을 요구할 지, 고민하던 차였다.
“그럼 저 강상구란 놈이 네 년의 독점 계약 플레이어냐?”
“그건 아닙니다.”
“그럼 네 독점 계약 플레이어는 누구지?”
“제 독점 계약 플레이어는…….”
세니아의 시선이 김혁진을 향했다. 김혁진을 직접적으로 가리키며 말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대답은 되었으리라.
[그 이후에는, 놈이 내게 PVP를 신청할 거야.]김태천이 씨익 웃었다. 문신한 자신의 팔을 슬슬 문질렀다. 전투를 준비하기 전. 김태천은 자신의 문신한 팔을 문지르는 습관이 있다.
그사이, 페르시가 세니아에게 말했다.
“좋아. 네가 율법을 거들먹거리면서 나오니까, 어쩔 수 없지. 그럼 나는 이놈의 독점 계약 중간 관리자로서, 네년의 독점 계약 플레이어에게 PVP 신청을 걸겠어.”
세니아는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어때? 내 가정이?]어제 그렇게 말하면서 씨익 웃던 김혁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왜? 무섭냐? 수호자님들 다 보는 앞에서 개쪽이라도 당할까 봐? 앙?”
페르시가 킥킥대고 웃었다. 세니아는 그 비웃음에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랬다. 이 상황은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 아니, 설계된 상황이다. 세니아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이제는 조금 무서워졌다.
‘모든 것이 김혁진 플레이어의 예상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모두가 김혁진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것 같다고 느꼈다.
‘미친 플레이어와 미친 중간 관리자가 있다면…… 이라는 가정 하나만으로 상황을 여기까지 읽어냈다.’
아직 김혁진은 약하다. 그렇지만 저 통찰력 자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 원래부터 알고 있었지만, 오늘이야말로 완벽하게 확신할 수 있었다.
‘우주 전체. 모든 역사를 통틀어서도, 이런 재능을 가진 플레이어는 없었다.’
김혁진을 천재 중에서도 천재. 천재의 영역을 아득히 뛰어넘은 천재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천재가 어제 이렇게 말했었다. 페르시와 김태천은 알까. 자신들의 행동들이 모두 김혁진의 설계와 그림 위에 있었다는 사실을.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면……. 너는 이렇게 행동하면 돼.
김혁진의 말대로 행동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