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690)
#재능만렙 플레이어 690화
에필로그
“주, 주사는 무섭다! 싫다! 주사 싫다!”
“괜찮아. 금방 끝나.”
결국 용돌이는 포박당해야만 했다.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는 용돌이지만 주사는 무서워했다.
“으, 으흑!”
그러나 일반 주사기는 용돌이의 피부를 뚫지 못했다.
“주, 주사기 따위는 주옥밥이지, 으, 으하하핫!”
그래서 명인 피에트로가 특수 주사기를 제작했다.
용돌이가 절규하는 모습을 보며 다롱이는 [♪] 표시를 띄우며 즐거워했다.
용돌이는 무섭다고 발버둥 치면서도.
“지, 진짜 동생이 생기는 거라면 차, 참아 보시겠다.”
라면서 주사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냈다.
결국 용돌이의 피를 빼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김혁진은 이사벨과 함께 검림으로 향했다.
이사벨이 물었다.
“이건, 데이트야?”
“글쎄. 데이트라고 해야 할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김혁진은 이사벨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행복했다.
그건 이사벨도 마찬가지였다.
“빌헬롬탄과 키락사스가 남편보고 엄청 쫄겠는데. 도망가는 거 아냐?”
“잘 얘기해 봐야지.”
김혁진은 그리 어렵지 않게 빌헬롬탄과 키락사스의 둥지를 찾아갔다.
나름 평화로이(?) 빌헬롬탄과 키락사스는 흠칫 놀라며 두려워했다.
“우, 우리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
“네, 네 제안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김혁진이 어깨를 으쓱하고서 말했다.
“잘못했다고 안 했어.”
“그, 그럼?”
“피 좀 줘.”
“뭐, 뭐라고?”
“어, 얼마나?”
“죽지 않을 만큼 많이.”
대마물들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대마물들은 이미 지구를 침략했었고 이사벨과 전력을 다해 싸운 전과가 있었다.
김혁진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내가 많이 봐주는 거 알지?”
“그, 그건……!”
“그, 그건……!”
대마물들의 눈에 김혁진은 죽음의 사자였고, 피를 빼앗아가는 양아치였다.
“크흑!”
빌헬롬탄과 키락사스는 대마물로서의 위신을 잃어버렸다.
강제로 피를 빼앗기다니.
대마물로서의 자존심이 무너져 내렸다.
“크흑! 내 피! 내 피가!”
“우리는 대마물이란 말이다!”
그렇지만 이내 김혁진의 축복(버프)을 받고 생각이 바뀌었다.
검림에는 본래 7종의 대마물이 존재했고, 지금은 6종이 된 상태다.
그런데 그것이 이제는 2종의 ‘섬김의 대마물’과 4종의 대마물로 분류되었다.
섬김의 대마물이 된 빌헬롬탄과 키락사스의 위세가 급속도로 높아졌다.
“우리야말로 대마물이라 불릴 자격이 있을 것이다.”
“특별히 아량을 베풀어 너희도 살려주지.”
검림의 질서가 개편되었다.
빌헬롬탄과 키락사스는 비록 피를 뽑히는 실험체(?)가 되기는 했지만, 덕택에 ‘섬김의 대마물’이 될 수 있었다.
“우리는 진왕을 섬기는 사자다.”
“진왕께서 우리를 특별히 선택하셨지.”
둘은 어마어마한 힘을 바탕으로 다른 4종의 대마물들로부터 굴복을 받아냈다.
완벽한 굴복이었다.
‘섬김의 대마물’이 된 빌헬롬탄과 키락사스는 검림 최강의 마물로 군림하게 되었다.
그들에게도 남는 장사였다.
빌헬롬탄과 키락사스는 권력의 달콤한 맛에 빠져들게 되었다.
“진왕폐하 만세다.”
“진왕폐하 만만세.”
대마물로서의 자존심과 위신은 사라져버렸다.
* * *
한국은 바야흐로 대격변의 시대를 맞이했다.
진왕 김혁진의 고향.
이 한 문장은 역사와 한국의 미래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한국의 신용등급이 대폭 향상되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스탠더드푸어스 등은 새로운 신용등급을 하나 만들어 냈다.
해당 신용등급은 ‘Transcendence’.
줄여서 ‘T’등급이었으며, 직역하면 ‘초월’ 등급이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어서 새로이 만들어낸 등급이었다.
T등급에는 조건이 하나 붙어있었다.
-단, 진왕 김혁진이 한국 국적을 지니고 있을 때로 국한한다.
사실상 한국이 아니라 김혁진이 T등급이라는 얘기였다.
세계의 패권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한국의 원화는 기축통화로 인정받기 시작하였고 세계로부터의 재평가가 시시각각 이루어지며 한국의 위상 역시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높이 치솟았다.
김혁진이라는 이름 하나가 나라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그것은 단순히 나라(서버)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었다.
-프리베타 차원, 무조건적인 항복 선언.
지구 차원을 침략하던 프리베타는 김혁진의 복귀와 동시에 백기를 내걸었다.
여지껏 침탈해 온 모든 것을 배상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조했다.
모든 차원을 통틀어 가장 안전한 차원이 바로 지구 차원이었다.
불멸함대를 이끌며 해군으로서 활동하던 슈르트는 그 사실을 실감하는 중이었다.
‘할 일이 없군.’
이미 지구의 해양패권은 한국이 가져왔다.
동해를 비롯하여 태평양은 슈르트가 이끄는 ‘불멸함대’가 장악했다.
남해와 황해는 해상여제 강소연과 그녀가 이끄는 ‘장보고 함대’가 지배했다.
두 함대가 사실상 전 세계 바다를 다스리는 함대였다.
슈르트는 강소연의 배를 찾았다.
지난 1년간 종종 있었던 일이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때는 긴박한 작전회의가 많았고, 지금은 평화로운 티 타임이 늘어났다는 것이었다.
슈르트가 물었다.
“요즘 할 일이 많이 줄어들지 않았습니까?”
강소연을 대하는 슈르트의 얼굴이 조금 붉었다.
강소연은 그런 슈르트가 싫지 않은 듯 가볍게 웃었다.
“네. 진왕께서 복귀하신 이후로 할 일이 별로 없네요.”
질서를 위하여 고군분투할 필요는 없었다.
김혁진이라는 이름 아래로 질서가 개편되었으니까.
이제 그들이 할 일은 바다에서 생성되는 마물들을 사냥하거나 해상던전을 클리어하는 것들이었다.
강소연이 차를 마시고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덕분에 우리 둘이 만날 수 있는 시간도 늘었잖아요?”
“그, 그건…….”
슈르트는 영 쑥맥이었다.
당황하다가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떨어뜨렸다.
쨍그랑!
유리잔이 깨져 버렸다.
슈르트는 당황해서 ‘아, 아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며 허둥댔다.
‘귀엽다니까.’
강소연은 슈르트의 저런 모습이 귀여웠다.
‘귀여우면 끝난 거라던데.’
처음에 슈르트는 멋있었다.
군주 슈르트는 충분히 멋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사람 슈르트는 귀여웠다.
“우리 사귈래요?”
조심조심 깨진 유리잔을 들어 올리던 슈르트가 화들짝 놀랐다.
겨우 수습한 유리 파편들을 또 떨어뜨렸다.
“그렇게 질겁할 만큼 싫어요?”
“아, 아니! 아, 아뇨! 아뇨!”
“그럼요?”
“조, 좋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슈르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강소연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긴장한 건 오랜만이었다.
“1년이나 됐으면 고백할 때도 됐잖아요.”
강소연이 눈을 가늘게 뜨고서 슈르트를 흘겨보았다.
1년을 기다려왔는데, 기다리다 지쳐 먼저 고백해 버렸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앞으로 많이 예뻐해 주세요.”
강소연이 미소 지었다.
“저도 슈르트를 많이 예뻐할게요.”
평소와 다른 대화 양상에 슈르트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이내 정신을 퍼뜩 차렸다.
“소연 씨.”
“저도 느꼈어요.”
바다에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커다란 파동이었다.
6개월 전 함께 사냥했던 거대 해양 몬스터 ‘기아라다스’보다 더 강력한 놈이 나타난 것 같았다.
긴급소집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어?”
군주와 궁수.
듀얼 클래스를 가진 슈르트가 먼저 수평선 너머의 무언가를 발견했다.
“사람?”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슈르트는 활을 내렸다.
“무슨 일이에요?”
“사람입니다.”
“사람이 바다를 걸어요?”
“주변을 보세요.”
“왜요?”
주변을 둘러본 강소연이 ‘아……!’ 하고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파도가 없네요.”
마치 고요한 호수 같았다.
평소와는 너무 달랐다.
너무 매끄러워서 거울 같을 지경이었다.
“바다 끝에서 저렇게 걸어올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없어요.”
세상에 딱 한 명 있다.
진왕 김혁진.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내는 기적의 산증인.
강소연은 망원경으로 저 먼 곳을 바라보았다.
‘김혁진 씨가 맞네.’
김혁진은 김혁진이고.
김혁진 발밑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두 기운은 무엇인지.
슈르트가 강소연의 어깨를 슬며시 감싸 안았다.
“긴장 안 해도 됩니다. 저분께서 함께하시니까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손이 달달 떨렸다.
슈르트는 용기를 많이 냈고, 강소연은 그 용기가 좋았다.
“좋아요. 앞으로도 많이 안아주세요.”
강소연은 슈르트의 허리를 감싸고 슈르트의 품에 안겨들었다.
그리고 물었다.
“그런데 도대체 뭘까요?”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이윽고 김혁진이 배 위에 올라섰다.
김혁진은 혼자가 아니었다.
고등학생쯤 되는 여자아이 한 명과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는 여자아이 한 명이 함께였다.
그중 작은 아이는 신비롭게도 에메랄드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아빠 친구예요?”
“그래.”
“안녕하세요, 초롱이라고 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바다에서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아빠가 언니, 오빠들 도와주라고 했어요.”
강소연은 충격을 받았다.
‘진왕에게 딸이 있었어?’
지구 출신은 아닌 것 같았다.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신비로운 생김새였다.
게다가 이 존재감은 무엇이란 말인가.
마치 태어나면서부터 강자로 태어난 존재 같은 느낌이었다.
충격적이었다.
‘확실히 진왕쯤 되니 사랑의 결실도 차원 단위로 맺는 건가.’
김혁진이 강소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근정전에서 저를 도와주셨었죠.”
수많은 사람들이 진왕을 돕기 위해 자원했었다.
그 중 강소연도 있었다.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고맙습니다.”
“아뇨. 제가 고맙죠.”
강소연의 얼굴이 붉어졌다.
김혁진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은 것 자체가 영광처럼 느껴졌다.
강소연에게 있어서 김혁진은 영웅이었다.
슈르트를 볼 때와는 다른 의미로 설렜다.
“슈르트 씨를 잘 부탁드려요. 보기엔 저래도 쑥맥이거든요.”
“대놓고 쑥맥이에요. 답답해 죽겠어요.”
나탈리는 ‘우리 아빠가 남자는 용기가 반이랬어요!’라고 말했고, 초롱이는 좋아하는 언니인 나탈리의 말을 메모했다.
김혁진은 가볍게 웃고 슈르트와 헤어졌다.
김혁진이 떠난 뒤로도, 바다는 한참 동안이나 고요했다.
강소연은 긴장이 풀린 듯 숨을 크게 내쉬며, 손가락으로 바다를 가리켰다.
이제야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지금 이거 우연 아니죠?”
“아닐 것 같네요.”
자연마저 김혁진 앞에 예를 갖추는 느낌이었다.
강소연은 처음 경험해보는 기묘한 감각이었다.
슈르트가 빙그레 웃고서 물었다.
“김혁진 씨를 직접 만난 느낌이 어때요?”
“모르겠어요. 위대한 우주를 마주한 느낌이에요. 실감이 안 나네요.”
“우리는 어쩌면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한 페이지를 기록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중요한 순간에 사랑도 하고요?”
슈르트는 또 당황했지만, 이번에는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강소연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농담하는 것 같지만, 사실 강소연도 떨고 있었다.
마침 해가 지고 있었다.
저녁노을이 바다를 주홍빛으로 물들였고 둘은 입술을 맞대었다.
* * *
김혁진은 약 60평에 달하는 이 집이 너무 작다고 느꼈다.
어쩔 수 없이 이태원동에 위치한 320평 정도 되는 대저택을 하나 구매했다.
오늘은 거신길드원들을 비롯하여 김혁진의 어머니인 서혜영을 비롯하여 김아영과 김선화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서혜영의 요청으로 절친이자 신연서의 어머니인 한명희도 함께였다.
놀라운 것은 세간에 마왕으로 알려졌었던 강선일도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강선일은 나탈리에게 짧게 사과했다.
“그때 일은 미안하게 됐다.”
나탈리의 팔을 자른 것에 대한 사과였다.
나탈리는 강선일을 보자마자 순간 긴장했다.
그런데 그 긴장을 김선화가 풀어 버렸다.
“그게 사과하는 사람 태도에요?”
“…….”
버럭 화를 내리라 예상했지만 강선일은 화내지 않았다.
“뭘 더하란 거지?”
“사과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충분히 받아들일 때까지 하는 거예요. 아시겠어요?”
“난 할 만큼 했다.”
“다음부턴 아저씨랑 테트리스 안 해.”
나탈리로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미안하게 됐다.”
나탈리는 강선일의 사과를 받아 주었고 둘 사이의 은원은 그렇게 해결되었다.
한편, 김혁진은 딸을 소개했다.
“제 딸. 초롱이입니다.”
“안녕하세요, 초롱이에요. 고래일족인데 지금은 용족이에요. 용체화에 성공해서 지구에 놀러 왔답니다.”
용돌이는 제가 오빠라며 큰소리를 쳤다.
초롱이는 구김살 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만나서 반가워, 오빠.”
“흐, 흠. 나는 용돌이야. 혹시 모르는 거 있으면 나한테 다 말해. 내가 다 가르쳐줄 테니.”
“오빠 있으니까 좋다.”
“당연하지! 앞으로는 위대한 용돌이 오빠라고 불러.”
아영의 진두지휘 아래, 아영이 이끄는 쉐프팀이 야외 정원에서 바베큐 파티를 준비해주었다.
오늘은 모두가 왁자지껄 떠들며 놀고먹는 날이었다.
다롱이는 특별히 제작된 치킨집에서 행복한 저녁잠을 즐겼다.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이사벨과 김혁진은 저택 2층 커다란 창문을 통해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돌아온 기분이네.”
“그러게.”
이사벨이 옆에 있는 이 순간이 이토록 소중할 수 없었다.
마침 이사벨의 옆모습이 보였다.
이 사람이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했다.
이 순간이 벅차올라 눈물이 고였다.
이사벨을 잃을 뻔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뻔 했다.
그 생각만 하면 아찔하고 두려웠다.
김혁진의 눈시울이 붉어지자 이사벨은 아예 눈물을 줄줄 쏟아냈다.
김혁진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공유했다.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고, 이 순간이 감사해서 눈물이 났다.
“울지 마. 남편 때문에 나도 눈물 나잖아.”
김혁진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돌아와 줘서 고맙고, 나랑 같이 있어 줘서 고맙고, 내 옆에 있어 줘서 고맙고, 다 너무너무 고마워. 나 지금 너무 행복해. 너무 행복해서 눈물 나. 너무 기쁘고 벅차.”
서울시와 성신그룹은 김혁진의 파티를 기념하여 불꽃축제를 열어주었다.
하늘에는 불꽃이 가득했다.
이사벨이 검지로 눈물을 닦아내고서 말했다.
“그리고 나는 초롱이가 마음에 들었어.”
“그래?”
“엄마가 되고 싶어졌어.”
순혈의 검제 이사벨은 위대했다.
거신의 군주 이사벨 역시 위대했다.
“근데 엄마가 더 위대한 것 같기도 해.”
“…….”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남편은 이 세상에 없었겠지?”
김혁진을 살짝 밀어냈다.
“어머니께 가봐. 울고 계셔.”
김혁진의 귀에 속삭였다.
“용기 내봐. 아들로서.”
김혁진의 어머니인 서혜영은 파티 자리에 없었다.
서혜영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서 울고 있었다.
김혁진은 방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김혁진은 오래전 부적에 담겨 있던 어머니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성공한 아들 앞에서, 너무 초라한 어머니가 되어버렸어요.”] [“피자 한 판 안 사주던 어머니가, 얼마나 미울까요?”] [“한평생 이루어놓은 거 아무것도 없는 제가, 얼마나 한심해 보일까요?”]서혜영은 늘 김혁진을 피해 여행만 다녔다.
자신이 너무 초라해서.
김혁진에게 해준 것이 없어 미안해서.
내가 너무 못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아들에게 무엇인가를 해주고는 싶어요. 이렇게 초라한 어머니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고 싶어요.”]서혜영은 김혁진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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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숭고한 염원은 위대한 기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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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김혁진은 서혜영의 부적 덕택에 ‘무명의 관찰자’로 전직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염원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김혁진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김혁진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안은 어두웠다.
바깥에서는 환하게 웃고 즐기던 어머니는 이곳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어머니.”
김혁진이 서혜영 옆에 앉았다.
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내가 네 엄마 하겠다고 해서 미안해.]김혁진의 가슴 속에 비수처럼 꽂혀있는 그 말.
이제는 뽑아내기로 했다.
[내가 네 엄마 하겠다고 해서 미안해.]아니었다.
이제는 아니어야 했다.
슈르트가 용기를 내었듯 김혁진도 용기를 냈다.
용기를 내어 말했다.
“어머니가 제 어머니여서 고맙습니다.”
미안해하지 마세요.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기지 마세요.
다시 한번 힘주어 말했다.
“고마워요.”
서혜영이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김혁진은 조용히 어머니를 토닥여주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그렇게 해주었듯.
방문 밖에서 조용히 기다리던 이사벨이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밤엔 크게 칭찬해 줘야겠네, 내 남편.’
그날 밤.
한국에 이상고온 현상과 때 아닌 열대야 현상과 더불어 기이한 현상들이 관측되었다.
밤 무지개와 오로라가 피어올랐고 아름다운 유성우가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세계 각지에, 수많은 언어로 환청이 들려왔다.
“소년의 꿈을 강제하지 않는 왕. 소년이 꿈을 꿀 수 있는 세계.”
“힘 있는 자의 불공정에 의하여 힘없는 자가 무력하게 당하지 않고.”
“내가 네 엄마 하겠다고 해서 미안해. 이 땅의 어머니들이 그런 말을 하지 않는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목소리를 들었다.
[다 이루었다.]수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환청을 들었으나 그 목소리는 점차 잊혀 갔다.
-재능만렙 플레이어 완(完)
##작가의 말
그동안 재능만렙 플레이어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많이 부족한 글쟁이입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글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